⭐ 본 글은 드라마 장월신명을 보고 원작 소설이 있다고 해서 찾아봤는데, 국내에서는 출간돠지 않아서. 중국어 본을 제가 보기 위해 한국어로 번역했습니다, 궁금해 하시는 블로그 이웃분들이 많아 적게 되어, 혹시라도 저작권 문제가 생긴다면 이 글은 추후에 비공개 될수 있음을 미리 말씀 드립니다.

장월신명 원작소설 [黑月光拿稳] 흑월광나온(한국어 번역)
31장. 새장 속
소령의 말에 소소는 더욱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하지만 그 후 며칠 동안, 소소는 천옌옌을 거의 볼 수 없었다.
가끔 마주칠 때면, 천옌옌은 바구니를 들고 산으로 올라가 약초를 캐고 있었고, 모든 것이 평범해 보였다.
마을 사람들은 나무 요괴 사건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내지 못했고, 소소가 며칠 더 머물러 주길 바랐다. 소소는 이들을 생각해서 이틀 후 떠날 계획을 세웠다.
낮에는 읍내로 나가 혹시라도 놓친 작은 요괴들이 있는지 순찰했다.
그러다 정말로 몇 마리의 요괴를 붙잡았는데 이들은 아직 제대로 된 지각이 없었고, 복숭아나무에 이끌려 온 듯했다. 소소는 한 마리씩 붙잡아 확인했지만, 다행히도 그들에게는 업이 없었고, 사람을 해친 적도 없었다.
소소는 부적을 물에 풀어 그들에게 마시게 했다.
요괴들은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부적이 담긴 물을 삼켰고, 곧 몸에서 탁한 기운이 피어올랐다.
소소는 그들을 산속으로 데려가 당부했다. "열심히 수행하고, 절대 사람을 해쳐선 안 돼. 모든 생명은 평등해. 언젠가 요괴도 올바른 신이 될 수 있어."
작은 요괴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멀리 도망갔다.
구옥은 경세화가 소소의 몸속에 있는 것이 못마땅해 가끔 깨어나 상태를 확인하곤 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소소가 작은 요괴들을 풀어주자 불만스럽게 말했다. “청지 진인이 이걸 보면 또 너를 호되게 꾸짖겠지.”
오백 년 후, 수련계의 사람들은 요괴와 마족을 극도로 증오했다. 청지는 형양종의 집행 장로로, 법을 집행하는 데 가장 엄격하고 냉정한 인물이었다.
그는 모든 요괴와 마족은 죽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소소는 나무에 기대어 앉아 휴식을 취하며 나직이 말했다. “나도 청지 사백이 나를 꾸짖었으면 좋겠어. 지금 돌아보면, 마치 아주 오래전 일 같아.”
구옥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청지는 요괴를 죽이는 데 가장 적극적인 인물이었다. 그의 첫째 제자가 ‘만선총’에서 목숨을 잃었기에, 그는 요괴를 처단하는 것을 복수로 삼았다. 그러나 결국, 그는 마신의 좌호법에게 살해당했다.
비극적인 것은, 청지가 좌호법의 손에서 열 번의 공격도 버티지 못했다는 사실이었다.
그의 죽음은 요괴와 마족들에게 하나의 조롱거리가 되었다.
그리고 이는 간접적으로, 오백 년 후 담태신의 지도 아래 요괴와 마족이 얼마나 날뛰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했다.
한 정파의 장로가 사망한 후, 그의 혼등마저 꺼졌고, 단 한 조각의 혼령조차 남지 않았다.
구옥은 실수로 가슴 아픈 과거를 떠올리게 했다는 걸 깨닫고는 급히 시치미를 뗐다. “나, 다시 휴면 상태 들어간다.”
그의 말에 소소는 문득 어린 시절 마궁에 붙잡혀 갔을 때를 떠올렸다. 그곳에서 담태신의 좌호법을 본 적이 있었다.
좌호법은 남자였고, 얼굴을 가리는 가면을 쓰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하얀 뼈로 만든 피리가 들려 있었다.
하지만 우호법은 보이지 않았다.
소소는 우호법을 본 적이 없었다. 들은 이야기로는, 마신의 우호법은 붉은 옷을 입은 요염한 여인이었으며, 깊은 수련을 쌓아 실력이 뛰어나고 수단이 잔혹했지만, 담태신에게는 충성을 다한다고 했다.
소소는 그들이 지금 담태신 곁에 없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만약 그들이 있었다면, 자신의 임무는 결코 완수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읍내에는 이제 작은 요괴들만 남아 있었고, 그들 또한 황연에서 봉인된 대요괴들이 아니었기에, 소소는 그들에게서 황연에 대한 정보를 알아낼 수 없었다.
그녀는 조금 실망했지만, 앞으로도 황연으로 가는 길을 아는 요괴나 마족을 계속 찾아볼 수밖에 없었다.
어둠이 내려앉고, 소소는 마지막으로 읍내에 남아 있는 희미한 요기(妖气)를 돌아본 후, 마을로 돌아갔다.
소령은 마당에서 채소를 씻고 있다가, 바구니를 들고 돌아오는 천옌옌을 보았다.
소령의 시선이 천옌옌의 헝겊 신발로 향했다. 신발에는 온통 진흙이 묻어 있었다. 천옌옌은 소령의 집 앞을 지나면서 안을 힐끗 들여다보았고, 마침 소령과 눈이 마주쳤다. 그러자 천옌옌은 어색하게 고개를 돌리더니,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예전 같았으면, 소령은 기쁘게 “옌옌 언니!”라고 불렀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그녀를 부르는 것이 목에 걸린 가시처럼 불편했다.
소령은 천옌옌의 걸음걸이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언제부터인지 그녀의 허리가 훨씬 가늘어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세상 이치를 모르는 시골 소녀였던 그녀가, 이제는 걸음걸이조차 우아해 보였다.
허리는 가볍게 흔들리고, 연꽃처럼 조심스럽게 발을 내딛는다.
소령은 천옌옌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착각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녀의 피부는 전보다 훨씬 매끄러워 보였다. 예전에는 바람과 햇볕에 그을린 흔적이 남아 있었는데, 이제는 그런 자국이 순식간에 사라진 듯했다.
천옌옌이 예전과는 달랐다. 소령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녀는 집 앞에 앉아 소소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낮 동안 엽석무(소소가 빙의한 몸의 이름)가 읍내에서 요괴를 찾다가 해 질 무렵이 되어서야 돌아온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멀리서 소소의 모습이 보이자, 소령은 힘껏 손을 흔들었다. “엽 언니!”
소소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나 다녀왔어!”
소령도 미소를 지었다.
“담태신은?”
소령은 고개를 저었다. “아침에 나간 이후로 한 번도 돌아오지 않았어.”
소소는 마을을 돌아다니며 그를 찾아보았지만, 끝내 찾을 수 없었다.
읍내의 요괴들은 이미 정리되었고, 소소는 다음 날 마을 이장에게 작별 인사를 하려고 했다. 그녀가 떠난다는 소식을 들은 소령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날 밤, 담태신은 돌아오지 않았다.
동이 틀 무렵, 문이 살며시 열리는 소리가 들렸고, 가벼운 발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졌다.
소소는 복숭아나무 검을 베고 자고 있었고, 손가락이 살짝 움직였지만 눈을 뜨지는 않았다.
들어온 사람은 마치 그녀를 지켜보는 듯했다. 잠시 후, 조심스럽게 소소를 향해 손을 뻗었다.
순간, 소소가 그 손을 확 붙잡았다.
그녀는 눈을 번쩍 뜨고 뒤를 돌아보며 물었다. “뭐 하는 거야?”
들어온 사람은 천옌옌이었다. 손을 붙잡혔음에도 전혀 당황하는 기색 없이 말했다. "엽 소저의 이불이 제대로 덮이지 않은 것 같아 덮어주려고 했어요."
소소는 소령에게 들었던 말이 떠올라 더욱 경계하며 물었다. "너 왜 소령 네 집에 있는 거야?"
천옌옌은 차분하게 대답했다. "소령이 그러는데, 엽 소저께서 떠난다고 하더군요. 마을 이장님께서 저보고 소저를 모시고 가서 식사를 대접해달라고 하셨어요. 마을 사람들이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 하십니다."
그녀의 대답은 빈틈이 없었고, 얼굴에는 약간의 아픔이 서려 있었다. "엽 소저, 손이 너무 아픈데요."
소소는 그녀의 손을 놓으며 말했다. "알겠어, 이장님을 뵈러 갈게."
천옌옌이 나간 후, 소소는 옷을 갖춰 입었다. 마당에 나가 보니 천옌옌이 여전히 기다리고 있었다.
"같이 가요."
소소는 고개를 끄덕이며 작은 나무 검을 품에 안고 천옌옌의 뒤를 따라 걸었다. 그녀를 몰래 관찰해 보니 확실히 이전과는 많이 달라진 것 같았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디가 변했는지 딱 꼬집어 말하기 어려웠다.
자세히 생각해 보니, 아마도 분위기 때문인 것 같았다.
겉모습은 여전히 같은 사람이었지만, 왠지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느껴졌다. 천옌옌은 전보다 훨씬 아름다워 보였다.
두 사람이 앞뒤로 걸어가던 중, 마을 길이 갈라지는 지점에서 갑자기 풀숲 속에서 독사가 튀어나와 소소를 향해 달려들었다.
소소는 빠르게 반응하여 나무 검을 휘둘러 작은 뱀의 몸을 꿰뚫었다.
그러자 천옌옌이 비명을 지르며 소소에게 몸을 부딪쳤다. 순간, 소소는 자신이 몸을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와 동시에, 얼굴 한쪽에 따끔한 통증이 느껴졌다. 마치 나뭇가지에 긁힌 것처럼 작은 상처가 생긴 듯했다.
소소는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천옌옌을 밀쳐냈다.
천옌옌은 미소를 지으며 소소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 미소는 왠지 모르게 섬뜩했다.
소소는 말을 하려고 했지만, 이상하게도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녀의 눈빛이 점차 흐려지고, 의식이 멍해졌다.
천옌옌이 나지막이 말했다. "나랑 같이 가자."
소소는 천옌옌의 뒤를 따랐다.
하지만 두 사람은 이장의 집으로 가지 않았다.
천옌옌은 소소를 데리고 산길을 올랐다.
구불구불한 작은 길을 지나, 그녀는 한 거대한 암벽 앞에 멈춰 섰다.
그녀는 손을 뻗어 암벽을 가볍게 만졌다. 그러자 놀랍게도, 그녀의 몸이 순식간에 바위 속으로 스며들듯 사라졌다.
소소는 고개를 숙인 채 그녀의 뒤를 따라 암벽을 통과했다.
그 너머에는 좁은 통로가 이어져 있었다. 지금은 아침이어야 할 텐데, 안쪽은 한 점의 빛조차 없는 칠흑 같은 어둠이 깔려 있었다. 그러나 천옌옌은 불빛 하나 없이도 아무렇지 않게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마침내, 거대한 문이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소소는 여기가 어디인지 깨달았다.
이곳은 다름 아닌 지하 묘실이었다.
돌문에는 복잡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천옌옌은 그 문양 위에 자신의 피를 떨어뜨린 후, 소소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소소의 심장은 두근두근 뛰었지만, 겉으로는 여전히 조종당한 듯한 모습이었다.
그녀는 이곳에 자신이 찾고 있던 대요괴가 있을 거라고 추측했다.
만약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다면, 주머니를 만지며 마음을 가다듬고 싶었을 것이다.
묘실 안에는 붉은 나무로 만든 관이 하나 있었으나, 그 안은 텅 비어 아무것도 없었다.
진주와 옥으로 만든 발 뒤편, 돌로 만든 좌석이 있었고, 그 뒤쪽에 누군가의 형체가 어렴풋이 보였으나 뚜렷하게 식별되지는 않았다.
"제가 그녀를 데려왔어요." 천옌옌은 기쁜 목소리로 발 뒤쪽에 있는 사람에게 말했다. "약속은 지켜주실 거죠?"
"물론이지." 발 뒤쪽의 여인은 요염하고 매혹적인 목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네가 더욱 아름다워지게 만들어 주겠다고 했잖아. 요즘 네 허리가 더 가늘어지고, 얼굴도 한층 예뻐진 걸 모르겠니?"
천옌옌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잠시 망설이다가 물었다. "하지만… 그 사람이 정말 나를 좋아하게 될까요?"
여인은 손으로 입을 가리며 낄낄 웃었다. "그게 뭐가 어려워? 그녀가 죽으면, 내가 네 얼굴을 그녀의 얼굴로 바꿔줄 테니, 그러면 네가 네가 원하는 사람과 함께할 수 있겠지."
천옌옌은 머뭇거리며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우리 마을 사람들을 구했어요."
여인은 마치 우스꽝스러운 말을 들은 듯 웃으며 말했다.
"날 불러낸 게 바로 너 아니었어? 네가 그녀를 질투했잖아. 그녀는 너보다 아름다웠고, 자신을 지킬 능력도 있었지. 네가 좋아했던 마을 청년도 널 거들떠보지 않고, '소유'라는 소녀를 좋아했어.
소유가 결국 왕 공자의 아내로 떠밀려 갈 때, 넌 얼마나 기뻤니? 겉으로는 드러내지 못하고, 두 방울의 눈물을 흘리며 슬퍼하는 척했지만, 속으로는 쾌재를 불렀잖아.
하지만 네가 예상하지 못했던 건, 왕 공자의 다음 신부가 바로 너였다는 거지. 넌 극도로 두려워했지만, 다행히도 너는 벗어날 수 있었지. 그리고 널 구한 사람에게 너는 반했지만, 그 역시 널 거들떠보지도 않았어...
그는 네가 좋아했던 마을 청년보다 훨씬 강한 사람이었고, 네 평생 그런 인물은 처음 봤었을 거야. 그러니 네 마음속 깊이선 엽 소저를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그녀를 짓밟고, 그녀 대신 네가 그 자리에 서길 바랐던 거잖아."
여인은 요염한 웃음을 흘렸다. "정말로 그녀의 얼굴이 필요 없다고? 그렇다면 그녀와 함께 돌아가도록 해."
천옌옌은 그녀의 말이 자신의 마음을 정확히 꿰뚫자, 얼굴이 어두워졌다.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단호하게 말했다. "부탁드립니다."
여인은 이미 그렇게 될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이 말했다. "그럼 이리 와."
천옌옌은 조용히 발을 떼어 발 뒤쪽으로 들어갔다.
여인은 부드럽게 말했다. "몸의 힘을 빼. 내가 하는 일을 절대 거부하지 마. 난 널 도와주는 거야."
천옌옌은 여인을 바라보며 도취된 듯한 미소를 지었다.
여인은 손을 들어 천옌옌의 얼굴을 감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천옌옌의 몸이 바닥으로 힘없이 쓰러졌다.
그녀의 육체는 순식간에 말라비틀어져, 한 구의 마른 시체가 되어버렸다.
여인은 땅에 쓰러진 천옌옌을 내려다보며 낄낄 웃었다. "어리석은 인간이란… 내가 뭐라고 말하든 고스란히 믿어버리다니. 정말 우스꽝스럽고도 추악하군."
그녀가 손을 휘젓자, 발이 양쪽으로 천천히 열렸다.
소소는 마침내 안쪽의 광경을 보게 되었다. 돌로 만든 좌석 위, 창백한 청회색 얼굴을 한 남자가 한 치도 움직이지 않은 채 앉아 있었다. 그의 품 안에는 노란 옷을 입은 아름다운 여인이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소소는 여인이 목소리를 내는 순간, 그녀가 누구인지 단번에 알아차렸다.
이렇게 뜻밖에 다시 마주칠 줄이야. 바로 그 일곱 개의 꼬리를 가진 여우 요괴, 칠미호 편연이었다.

편연의 얼굴은 혈색이 돌며 윤기가 흘렀고, 남자의 품에서 천천히 빠져나와 소소 앞으로 걸어왔다.
“내가 이 날을 얼마나 오래 기다려왔는지 알아? 네 몸에 내 점혈(한방울의 피)을 남겨 둔 보람이 있구나.”
그녀는 나지막이 읊조리듯 말했다.
“본래는 그 기이한 자가 ‘경세화’를 흡수할 줄 알았는데, 예상 밖으로 네가 그 힘을 받아들였구나.”
편연은 소소에게 물었다. “세상에 남은 마지막 ‘경세화’는 무슨 색이지?”
소소는 저도 모르게 대답했다. “보라색.”
편연의 얼굴에 약간의 실망이 스쳤다. “초록색이 아니었군. 하지만 상관없어. 신기(神器)라면 무엇이든 그를 깨우는 데 도움이 될 테니.”
그녀는 돌 의자에 앉아 있는 남자를 흘낏 바라보았다. 그는 전신에 갑옷을 두르고 있었고, 점차 시체로 변해가는 기운이 감돌았다.
소소는 그제야 편연이 하려는 일을 깨달았다.
세상에는 '용맥'과 '영맥'이 존재하는데, 그와 반대되는 것이 바로 ‘요맥’이다.
편연의 연인은 이미 죽었고, 그녀는 그를 요맥 속에 두어 시체의 기운을 흡수하게 하여 다시 살아나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러나 시체는 단계별로 변화하는 법.
백장(白僵), 녹장(绿僵), 모장(毛僵), 비장(飞僵), 유시(游尸), 복시(伏尸), 그리고 가장 강력한 불화골(不化骨).
불화골로 변한 시체만이 인간과 다를 바 없는 의식을 지니게 되며, 강대한 요마와 맞먹을 수 있다.
편연은 여우 요괴의 몸으로 사람들의 정기를 흡수해 그 힘을 남자에게 전달해 왔다.
만약 경세화의 영력을 융합할 수 있다면, 이 남자는 단순히 되살아나는 것이 아니라 하필(旱魃)이 될 수도 있었다.
하필이 세상에 나타난다면, 그것은 곧 인간 세상의 대재앙을 의미했다.
편연이 다가와, 방금 전 천옌옌에게 했던 것처럼 소소의 기운을 빨아들이려 했다.
그녀가 손을 들어 힘을 발휘하려는 순간, 조용히 나타난 열두 자루의 작은 복숭아나무 검이 그녀의 몸에 깊이 꽂혔다.
편연은 반응할 새도 없이 바닥을 구르며 네 개의 작은 검에 의해 몸이 불타는 듯한 상처를 입었다.
그녀는 땅바닥에 엎드린 채 분노에 찬 눈으로 소소를 올려다보며 외쳤다. “네가 내 술법에 걸리지 않았어?!”
소소는 소매에서 부적을 꺼내며, 이제 더 이상 멍청한 표정을 짓지 않고 환히 웃으며 말했다.
“내 얼굴에 바보라고 적혀 있기라도 했어?”
편연은 이빨을 갈며 말했다. “내가 천옌옌을 죽였는데도, 넌 그녀를 구하려 하지 않더군!”
소소는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기울이며 말했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도(道)를 닦는 것은 마음을 닦는 것이며, 선(善)을 쌓고 양심에 부끄럼 없이 사는 것이지, 어리석음을 닦는 것이 아니다.
천옌옌이 소소의 죽음을 바랐다면, 소소가 그녀를 구해줄 이유도 없었다.
원래 힘을 추구하는 것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아가기 위해서다. 그렇지 않다면, 추위와 더위를 가리지 않고 고된 수련을 하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스스로 불행해지기 위해서란 말인가?
소소의 태도에 여우 요괴는 화가 치밀어 피를 토할 지경이었다. 그녀는 몸을 날려 손을 날카로운 발톱으로 변형시키며 소소를 죽이려 했다.
예전이라면 소소는 두려웠겠지만, 지금은 몸에 신기(神器)가 깃들어 있었다. 완벽한 신기는 아니었지만, 도움이 되는 것만은 분명했다. 게다가 이번에는 전송 부적도 준비해 두었으니, 설령 싸움에서 밀리더라도 도망가면 그만이었다.
소소는 기습에 성공해 여우 요괴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주었다. 큰 상처를 입은 여우 요괴는 소소를 이를 악물고 증오하며, 온 힘을 다해 그녀를 죽이려 했다.
소소는 복숭아나무 검과 신혈(神血)의 힘을 빌려 간신히 여우 요괴와 대등하게 싸울 수 있었다.
여우 요괴가 다시 한번 그녀에게 밀려났을 때, 갑자기 요염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 순간, 돌로 만든 의자에 가만히 앉아 있던 남자가 은색 눈을 뜨며 천천히 움직였다. 그는 묵직한 몸을 일으켜 옆에 있던 검을 들고 소소를 향해 내리쳤다.
남자의 눈동자가 은색이라는 것을 본 순간, 소소는 직감적으로 위험을 느꼈다. 대체 여우 요괴가 이 남자에게 얼마나 많은 정기를 건넨 것인지, 그의 수련이 여우 요괴보다도 한층 더 강한 경지에 도달해 있었다.
그의 검이 땅을 내리치자, 바닥에 깊은 균열이 생겼다.
‘이건 거의 한발(旱魃. 가뭄요괴, 존재 자체가 재앙인 마고수)이 되어가는 과정이잖아!’
소소는 필사적으로 피했지만, 천 년을 넘게 버텨온 이 시괴(尸傀. 시체괴물)는 이미 칼과 창이 통하지 않는 단계에 이르러 있었다. 소소가 신혈을 머금은 검으로 공격했지만, 그의 몸에는 희미한 연기만 피어오를 뿐이었다.
여우 요괴는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강요(姜饶), 저 년을 죽여라!”
강요의 은빛 눈이 반짝였고, 소소는 재빨리 뒤로 물러섰다.
그런데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현철(玄铁) 우리에 갇혀버리고 말았다.
여우 요괴는 크게 웃으며 말했다. “내가 아무런 준비도 없이 널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았냐? 이건 바로 그 지긋지긋한 도사놈들을 위해 특별히 만든 거다. 네가 직접 시험해 보도록 해.”
땅바닥에 깔려 있던 요괴의 진법이 활성화되며, 소소를 우리 안에서 녹아내리게 만들려 했다.
여우 요괴는 천천히 걸어와, 그녀의 날카로운 발톱이 공중에서 섬광처럼 반짝이며 소소를 죽이려 했다.
그 순간, 날카로운 휘파람 소리를 내며 날아든 한 발의 소매 화살이 여우 요괴의 손바닥을 꿰뚫었다.
여우 요괴는 비명을 지르며 돌 의자에 꽂힌 채 붙들려 버렸다.
소소는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담태신이 소매의 화살을 쏜 채로 서 있었으며, 그의 표정은 냉랭했다.
그는 우리 너머로 소소를 한 번 바라보더니, 갑자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너도 오늘 같은 날을 맞이하는구나.”
소소는 우리를 붙잡은 채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여우 요괴는 잇따라 함정에 빠진 데다, 화살의 고통까지 겹쳐 숨을 가쁘게 몰아쉬었다. 그녀는 몸에서 화살을 뽑으려 했지만, 그 화살에는 담태신의 피가 묻어 있었다.
그 순간, 그녀의 비명이 점점 날카로운 여우 울음소리로 변하더니, 등 뒤로 일곱 개의 꼬리가 펼쳐졌다.
담태신의 뒤쪽에서 수십 명의 월영위가 모습을 드러내며 여우 요괴를 완전히 포위했다.
한 사람이 구슬 하나를 받쳐 들고 담태신 앞에 무릎을 꿇었다.
담태신은 그 구슬을 집어 들고 미소를 지었다. “명라주(冥罗珠)인가.”
여우 요괴의 얼굴빛이 급격히 변했다. 방금 전까지 상처를 입었을 때조차도 이렇게 다급해하지 않았던 그녀가, 이번에는 눈에 띄게 당황하며 외쳤다. “안 돼!”
그녀는 손의 상처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화살을 뽑아 던지더니, 곧바로 담태신을 향해 날아들었다.
담태신은 차갑게 말했다. “분수를 모르고 덤비는군.”
밤의 그림자처럼 움직이던 월영위의 소매에서 동시에 마령금선(魔靈禁線)이 튀어나왔다. 이번에 사용한 마령금선은 이전에 우경(虞卿)이 사용했던 가짜와는 비교할 수도 없이 강력한 것이었다. 여우 요괴는 단단히 묶여 꼼짝도 할 수 없었다.

궁지에 몰린 여우 요괴는 결국 본래의 모습으로 변했다. 그리고 내단을 강제로 활성화하여 마령금선을 찢고, 강제로라도 시괴 강요(姜饶)를 데리고 도망치려 했다.
소소는 황급히 강요를 바라보았다. 묘혈(墓穴)의 진안(阵眼)이 명라주의 억제를 잃자, 그동안 칼과 창이 통하지 않았던 강요가 은색 눈을 감아 버렸다.
소소는 전해 들은 적이 있었다. 명라주는 최고의 보물로, 인간의 시체를 불멸의 상태로 유지할 수 있다고. 아직 불화골(不化骨)이 되지 못한 강요는 명라주를 잃은 이상, 결국 서서히 부패해 갈 운명이었다.
담태신은 흥미로운 광경을 감상하듯 가볍게 웃으며, 얇은 입술을 열었다. “저 시괴를 죽여라.”
월영위가 명을 받고 움직였다.
여우 요괴는 비통한 비명을 지르며 필사적으로 강요를 보호하려 했다.
그러나 그녀의 세 개의 꼬리가 잘려 나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강요 앞을 끝까지 막아섰다.
담태신은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이곳에 온 이상, 그녀가 도망치도록 놔둘 리 없었다.
여우 요괴의 발톱이 잘려 나갔다. 피가 입가에서 흘러내렸지만, 그녀는 끝까지 떠나려 하지 않았다.
그녀는 죽을힘을 다해, 의식을 잃은 강요를 지키고 있었다.
소소는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담태신은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그 소리에, 소소의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녀는 참을 수 없었다. “그만해! 너, 이렇게까지 잔인하게 죽일 필요가 있어?”
담태신이 차가운 시선으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소소는 단호하게 말했다. “그들에게 최소한 고통 없이 죽을 기회는 줘야 하는 거 아니야?”
“고통 없이?” 그가 낮게 읊조렸다. “내가 왜 그래야 하지?”
그는 천천히 걸어와, 소소의 턱을 들어 올렸다. “너도 이제 죄인이다. 곧 나에게 목숨을 구걸할 날이 올 텐데, 지금은 조용히 입 다물고 있는 게 좋을 거야.”
소소는 그의 손을 내리치며 뿌리쳤다.
담태신은 손을 거두어들인 후, 자신의 붉게 변한 손등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는 차갑게 명령했다. “저 여우의 남은 꼬리도 잘라 버려라.”
월영위가 즉시 움직이려는 순간, 한 사람이 비틀거리며 달려와 여우 요괴 앞을 막아섰다.
“질……전하.” 그 사람은 창백한 얼굴로 간절히 말했다. “부디 그녀를 살려 주세요.”
소소는 경악하며 외쳤다. “둘째 오라버니!”
그 사람은 피곤에 절은 얼굴로, 긴 여행 끝에 도착한 듯 먼지가 뒤덮여 있었다.
예전에는 옥처럼 부드럽던 얼굴이, 이제는 지쳐 있고 슬픔에 가득 차 있었다.
그는 피투성이가 된 여우 요괴를 앞에 두고, 단호히 버티고 섰다.
그가 아니고서야, 누가 이런 모습을 할 수 있을까?
소소는 입을 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엽저풍(叶储风)……”
엽저풍은 천천히 옷자락을 정리하고, 조용히 눈물을 흘리더니, 담태신을 향해 머리를 조아려 땅에 닿도록 절했다.
“전하, 부디 그녀를 살려 주세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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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구글, 티빙, YOUK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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