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글은 드라마 장월신명을 보고 원작 소설이 있다고 해서 찾아봤는데, 국내에서는 출간돠지 않아서. 중국어 본을 찾아보게 되었고 제가 보기 위해 한국어로 번역했습니다, 궁금해 하시는 블러그 이웃분들이 많아, 블러그에 적게 되어, 혹시라도 저작권 문제가 생긴다면 이 블로그의 글은 추후에 비공개 될수 있음을 미리 말씀 드립니다.
장월신명 원작소설 [黑月光拿稳] 흑월광나온(한국어 번역)
29장. 경세화(드라마-경세지옥)
** 설명 : 이번 장 제목의 경세화는 원작제목 [신기 경세화(神器 倾世花)]로, 드라마에서 '경세지옥'이라고 나오는 신기(神器. 신의 도구) 이름입니다. 여기서는 [경세화]로 작성하였습니다.**
두 사람은 함께 복숭아꽃 고치에 갇혔다.
소소가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이제 좀 놔줄래?"
그러자 허리를 감싸고 있던 손이 순간 더 꽉 조여졌다가, 천천히 풀렸다.
소소는 고개를 들고, 거대한 고치를 살펴보았다.
그녀는 란안이 담태신을 배신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란안은 가장 힘든 시기에 담태신을 키웠고, 오랫동안 치욕을 참아가며 담태신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도왔다.
그러나 결국 세상에서 마지막으로 그를 걱정해 주던 사람조차 하루아침에 그를 버렸다.
란안에게 배신당한 이상, 담태신은 이제 절대로 누구도 쉽게 믿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소소는 그의 신뢰 따위 필요 없었다.
그와 나를 믿으라고 다툴 시간에, 차라리 이곳에서 빠져나갈 방법을 생각하는 것이 나았다.
복숭아꽃의 꽃잎에는 독성이 있어 닿으면 위험했다.
소소가 사용한 부적은 물의 속성을 띠고 있어 투명한 물막을 형성하며 두 사람을 감쌌고, 덕분에 일시적으로 복숭아꽃과의 접촉을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물막은 언젠가 깨질 것이다.
그때가 바로 그들의 죽음이 될 터였다.
소소가 말했다. "넌 나보다 먼저 왕원외 저택에 들어갔으니까, 이 복숭아나무 요괴가 어떤 존재인지 알고 있겠지?"
담태신은 그녀의 벌겋게 달아오른 손바닥을 흘긋 보고 나서 말했다.
"이 나무는 왕 공자의 몸에서 온 기운을 빨아들여, 껍데기만 남긴 채 인형처럼 조종하고 있었어. 그리고 그 몸을 이용해 여자들의 정기를 빼앗고 있었지."
소소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정기를 빼앗긴 여자들은 아마도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지난번 신마대전 이후, 거의 모든 요괴들이 봉인되었다.
그 뒤로 인간의 형태를 갖춘 요괴들은 대부분 법력이 미약하거나, 눈에 띄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이 복숭아나무는 너무나 거대했다.
애초부터 이 마을에서 자라난 것이 아닐 가능성이 컸다.
아마도 황연에서 탈출한 존재일 것이다.
인간 세상에 숨어든 이런 요괴들은 모두 조용히 다음 마신의 부활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날이 오면 요괴와 마물들이 축제를 벌이겠지.
하지만 다행히도, 그들은 아직 자신들의 마신이 누구인지 모르고 있었다.
소소는 무심한 척하며 담태진을 흘끗 쳐다보았다.
마침 담태신도 고개를 들어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그는 그녀를 안고 복숭아꽃 고치 안으로 뛰어들었던 일에 대해 전혀 부끄러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이 사람은 정말……
소소는 말없이 몸을 뒤로 빼며 그와의 거리를 벌렸다.
하지만 복숭아꽃 고치는 애초에 그리 크지 않았다.
그들은 나란히 밀착될 수밖에 없었고, 키도 크고 체격도 큰 담태신과 나란히 있는 그녀는 마치 그의 품에 안긴 듯한 자세가 되어버렸다.
담태신의 체온은 여전히 차가웠다.
언제인지 모르게, 그의 입술에 발라져 있던 연지가 지워져 있었다.
얇고 창백한 그의 입술.
사부 숙부가 말했었다.
그런 입술을 가진 사람은 가장 무정한 법이라고.
소소는 그의 천으로 덮인 눈에서 끊임없이 피가 흐르는 것을 보고 말했다. "눈, 어떻게 된 거야?"
담태신은 피가 흐르는 눈을 감싸 쥐고,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왕 공자는 이미 죽어 있었어. 그의 눈은 쓸 수 없더군."
소소는 어이가 없어 웃어야 할지, 화를 내야 할지 몰랐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눈을 스스로 도려냈단 말인가? 그것도 망설임 없이, 그렇게 단호하게?
소소가 말했다. "나무 요괴에게도 줄 눈 따위는 없어. 그건 단지 인간의 모습을 본떠 만든 환영일 뿐, 실제로 존재하는 눈이 아니야. 이제 어떻게 할 건데?"
담태신의 새까만 눈동자가 말없이 소소를 바라보았다.
소소는 그를 째려보며 말했다. "나는 절대 내 눈 안 줘."
담태신은 아무런 표정도 없이 가만히 있었다.
소소는 천천히 말했다. "세상엔 사람의 눈으로 변할 수 있는 영물이 있긴 해. 다만 사람의 눈만큼 유용하진 않지. 예를 들면 식양(息壤)이나 천수(天髓) 영혼 같은 것들……"
그러나 그녀는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이런 보물들은 마신의 몸과 융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 물막이 일렁이며 파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담태신이 말했다. "우선 이 복숭아꽃 고치에서 나가야 해."
소소가 말했다. "오행상극(五行相克)에 따르면 나무 요괴는 불을 두려워해. 중화주(火呪)를 써볼게."
그러자 담태신이 냉소했다.
소소는 의아한 눈길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왜?"
"내가 방에서 나오기 전, 이 복숭아나무는 저택 가장 깊은 안뜰에 뿌리를 내리고 있었어. 나는 지살진(地煞阵. 살상용 봉쇄형 진법)을 깨고 집에 불을 질렀지. 나무를 태워 죽이려고. 그런데 지금은 이 나무 요괴가 호숫가로 이동해 있잖아."
담태신이 말을 이었다. "그건 이 녀석이 뿌리를 따라 움직일 수 있다는 뜻이야. 내 예상이 맞다면, 이 마을 땅속 전체가 다 이 나무 요괴의 뿌리로 가득 차 있을 거야. 원하는 곳으로 이동할 수도 있겠지."
소소는 그 장면을 상상해 보고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마을 전체의 지하가 거대한 복숭아나무 뿌리로 뒤덮여 있다면?
그렇다면 아까 자신이 땅을 뚫고 들어오려 했을 때 막힌 것도 설명이 됐다.
아마 천옌옌의 마을 역시 땅속에 이 나무 요괴의 뿌리가 퍼져 있어서, 그 요괴가 거리낌 없이 사람을 죽여온 것일 수도 있다.
더 끔찍한 생각을 해보자면, 마을 전체의 젊은 여자들이 이미 이 나무 요괴의 꽃을 피우는 비료가 되어버렸을지도 모른다.
만약 오늘 이 요괴를 없애지 못한다면, 그 뿌리는 어디까지든 뻗어나가며 계속해서 사람을 죽일 것이다.
그 순간, 물막이 격렬하게 떨리며 금방이라도 깨질 듯했다.
그리고 마침내 물막이 깨지는 순간, 복숭아꽃잎들이 흩날리며 살기를 품고 두 사람을 덮쳐왔다.
담태신은 손을 들어 올렸고, 피로 물든 손이 복숭아꽃을 스치자, 꽃잎들이 차례로 검게 변하며 부서져 내렸다.
그는 소소를 향해 외쳤다. "멍하니 있지 말고, 나가!"
소소는 그가 뚫어낸 구멍을 통해 몸을 날려 빠져나왔다.
그녀는 재빠르게 반응하여 허리춤에 숨겨둔 유연한 채찍을 풀어내더니, 한 번의 휘둘림으로 복숭아꽃 고치를 갈라놓았다.
그리고 채찍을 담태신의 허리에 감아, 그 역시 바깥으로 끌어냈다.
두 사람은 복숭아꽃 고치에서 탈출했다. 소소는 정신을 가다듬고 복숭아나무를 바라보았다.
과연, 담태신이 말한 대로였다. 원래 호숫가에 뿌리내리고 있던 나무가 이제는 호수 반대편으로 이동해 있었다.
마치 대화재를 피하려는 듯, 저택 내 호수에 바짝 붙어 있었다. 뿌리가 언제든 호수의 물을 빨아들여 불을 끌 수 있도록 말이다.
이 나무 요괴는 다른 요괴들처럼 지능이 높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어마어마한 크기의 나무줄기는 보는 것만으로도 섬뜩했다.
그때, 소소는 등 뒤로 서늘한 기운을 느끼고 돌아보았다. 아까 껍데기만 남은 시체가 되었던 왕 공자가, 언제 다시 일어서 있었던 걸까.
왕 공자의 뒤편에는 왕 원외와 하인들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모두 고개를 푹 숙이고, 손에는 날카로운 칼을 들고 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소소와 담태진을 향해 칼을 휘두르며 다가오고 있었다.
복숭아나무가 사람들을 조종해 자신들을 죽이려 하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모든 사람들의 목에는 복숭아나무의 뿌리가 연결되어 있었다.
담태신이 눈을 가늘게 뜨는 순간, 혈까마귀 떼가 하늘에서 몰려와 조종당한 인형들을 막아섰다.
소소는 그제야 한숨을 내쉬었다.
"방법이 하나 있어." 소소가 말했다. "복숭아나무는 불을 두려워해. 그래서 물 가까이로 이동한 거고. 너한테 겁을 먹고 나서 뿌리 대부분을 물속에 숨겼지. 그런데 물은 번개를 잘 전도하거든. 내가 진을 만들어 번개를 유도해서 복숭아나무를 벼락으로 쳐버릴 생각이야. 하지만……"
담태신은 그녀가 무엇을 우려하는지 바로 이해했다.
"네가 걱정하는 건, 복숭아나무가 진의 핵심에서 벗어나 도망칠 거란 거지?"
소소는 고개를 끄덕였다.
진을 만들려면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정지 부적 따위로는 이 요괴를 붙잡아 둘 수 없었다.
담태신이 말했다. "내가 붙잡아 둘 수 있어. 넌 진을 만들어."
소소는 그를 의심스럽게 바라보았지만, 결국 수긍했다.
무엇보다도 복숭아나무가 가장 증오하는 사람은 담태신이었다. 그는 나무의 정수를 일부 빼앗아 자신의 경맥을 이었고, 또 뿌리를 불태워버렸다. 담태신이 이 마을을 벗어나지 않는 한, 복숭아나무는 반드시 그를 죽이려고 할 것이다.
소소는 작게 중얼거렸다. "조심해."
그녀는 몸을 날려, 허공에 뻗은 나무 가지 위를 가볍게 밟으며 복숭아나무와 호수를 중심으로 진을 짜기 시작했다.
한편, 담태신은 천천히 나무 요괴를 향해 걸어갔다.
거대한 나무 앞에서 그는 한없이 작아 보였다. 그가 가까이 다가가자, 나무 요괴는 분노에 찬 듯 미친 듯이 가지를 휘둘렀다. 가지가 담태신의 몸을 강하게 후려쳤고, 그는 낮은 신음을 흘렸다.
'맞으면 이런 느낌이구나.'
그가 그렇게 생각한 순간, 또다시 가지가 빠르게 날아들었다.
이번에는 담태신이 재빨리 손을 뻗어 가지를 움켜쥐었다.
그의 손바닥에는 아직 눈에서 흘러내린 피가 가득했다. 담태신은 싸늘하게 웃으며, 나무 가지를 자신의 팔에 깊숙이 찔러 넣었다.
복숭아나무는 그의 피가 닿자마자 광란하듯 떨며 뿌리를 되돌리려 했다.
그러나 담태신은 이를 악물고 나무 가지를 놓지 않았다. 나무의 일부분이 점점 시들어가며, 움직임이 둔해졌다.
이윽고, 나무 요괴는 스스로 그의 피를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한낱 인간이 얼마나 많은 피를 가졌겠어?’
담태신이 비웃으며 말했다. "그래, 계속해 봐."
그는 오히려 한 발 한 발 더 다가갔다.
그가 가까이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나무 요괴는 가지를 더 깊숙이 박아 그의 피를 흡수하려 했다.
그러나 그는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나무의 뿌리가 있는 방향으로 천천히 접근하고 있었다.
하늘에서는 광란하는 듯한 복숭아꽃들이 거세게 춤을 추었다.
진을 만들던 소소는 그 광경을 보고 가슴이 철렁했다.
담태신은 대체 뭘 하고 있는 거지?
진을 완성한 순간, 소소는 기쁨을 느낄 새도 없이 곧장 담태신을 찾으러 달려갔다.
그러나 그녀가 본 것은, 복숭아나무의 중심부가 커다랗게 갈라지면서 나뭇가지가 담태신을 칭칭 감아 완전히 삼켜버리는 모습이었다.
소소는 손을 뻗어 그를 붙잡으려 했지만, 이미 늦어버렸다.
나무줄기가 다시 닫히고, 복숭아나무는 몸을 몇 번 떨더니 천천히 눈을 뜬 듯한 형상을 만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소소는 속으로 심상치 않음을 직감했다. 담태신의 피는 요괴와 마물에게 재앙과도 같은 존재였지만, 동시에 강력한 영양분이기도 했다. 단지 대부분의 요괴들이 그것을 견디지 못할 뿐이었다.
그러나 복숭아나무는 조금씩 그 피를 소화해가고 있었다. 나무의 절반가량이 시들어버릴 정도로 고통을 겪었지만, 동시에 막대한 힘을 흡수한 것이었다.
복숭아나무는 당황하면서도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제 불로 겁을 주어도 더는 도망치지 않을 터였다.
오히려 탐욕스럽게 소소를 바라보며 말했다.
"처녀의 육신, 내 것이 되거라."
그러나 복숭아나무는 눈앞의 소녀가 보통의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뛰어난 무공을 지녔고, 부적과 주문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었다. 쉽게 방심할 수 없는 상대였다.
소소는 날아드는 나뭇가지를 피하며 담태신이 나무에 삼켜졌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이 상태에서 번개를 부르면 담태신까지 위험해질 터였다. 그래서 우선 불을 사용해 나뭇가지를 태우려 했다.
그러나 복숭아나무는 비웃으며 말했다. "이제 난 불 따위는 두렵지 않다."
과연, 그녀가 불을 피우자마자 검은 안개가 스며들더니 불길을 서서히 삼켜버렸다.
소소는 화가 치밀어 소리쳤다. "담태신, 너 대체 뭘 한거야? 요괴들의 첩자 아니야?!"
지금 이 나무 요괴는 그의 피를 흡수한 덕분에 불까지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그녀는 함부로 번개를 부를 수도 없었다. 만약 담태신이 아직 나무 안에 있다면, 그 역시 벼락에 맞아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
그 사이, 나뭇가지들의 움직임이 한층 더 정교해졌다. 이전처럼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것이 아니라, 계산된 움직임이었다. 소소는 피하려 했지만 결국 발이 나무뿌리에 붙잡혔다.
그녀는 몸을 비틀며 벗어나려 했지만, 뿌리의 힘은 예상보다 강했다.
원래라면 복숭아나무는 곧바로 그녀를 죽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 요괴는 인간의 형체를 취하기 전, 왕 공자를 조종하며 악행을 저질러 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여자의 육신과 정기의 신비로움을 알게 되었고, 탐욕스러운 본성을 품게 되었다.
소소는 왕 공자가 끌고 온 다른 여자들보다 훨씬 아름다웠다. 복숭아나무는 순간적인 망설임 끝에 그녀를 죽이지 않기로 했다.
나무줄기가 그녀를 허공으로 들어 올리며 만족스럽게 말했다. "내가 완전한 몸을 얻으면, 너와 함께할 것이다."
소소의 두 손까지 묶이면서 움직임이 완전히 제한되었다.
그녀는 속으로 분노했다. 왜 모든 요괴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추악하고 방탕한 것인지.
생각해보면, 담태신은 요괴와 마물들의 근원이 된 존재나 다름없었다. 그가 깨어난다면 결국 이런 족속들과 다를 바 없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복숭아나무는 그녀에게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담태신의 힘을 더욱 빠르게 흡수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소소는 활짝 핀 복숭아꽃들이 점점 더 붉고 요염해지는 것을 보고, 담태신이 버티지 못할까 두려워졌다. 순간 그녀는 결심하고 번개를 부르기로 했다.
그때, 목걸이에 매달린 구슬, 구옥(勾玉)이 갑자기 반짝이며 말했다. "응?"
소소는 놀랐다. 이번에는 그녀가 의도적으로 깨운 것도 아닌데 스스로 반응한 것이다.
구옥은 급히 말했다. "주인님, 잠깐! 아직 서두르지 마세요. 복숭아나무 안에 무언가 있어!"
소소는 당황하며 물었다. "뭐가 있다는 거야?"
구옥은 부드러운 빛을 발하며 말했다. "안에, 부서진 신기가 있어!"
소소는 깜짝 놀랐지만, 동시에 어느 정도 이해가 갔다.
예전에 신들이 요괴와 마물을 진압하기 위해 사용했던 신기가 산산이 부서져 사방으로 흩어졌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었다.
그 후, 수련계에서는 그중 하나인 ‘과거경’만을 발견했을 뿐이었다. 그렇다면 신기가 흩어진 이상, 황연에 떨어졌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었다.
복숭아나무는 우연히 그 신기를 손에 넣었고, 이를 지닌 채 황연을 탈출해 이 마을에 도착했다.
그리고 마구잡이로 악행을 저지르며 짧은 시간 만에 지금처럼 무시무시한 존재가 되었던 것이다. 심지어 담태신의 피조차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소소가 말했다. “담태신이 나무 안에 있어. 혹시 그도 신기가 있다는 걸 감지하고 일부러 들어간 건 아닐까?”
구옥이 대답했다. “그럴 가능성이 아주 높아.”
소소는 얼마 전 겪었던 악몽을 떠올리며 한숨을 쉬었다. “저 인간은 정말 힘을 얻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군.”
그러자 구옥이 말했다. “하지만 신기는 그와 맞지 않아.”
소소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그는 단순한 힘을 추구하는 미치광이일까? 대단하다고 칭찬해야 할지, 불쌍하다고 한숨을 쉬어야 할지 모르겠다.
그는 자신을 쓸모없는 존재라고 여기며 끝없이 강해지려고 했다.
하지만 아무도 그에게 가르쳐주지 않았다. 그는 대체 무엇이며, 어떻게 수련해야 하며,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어쩌면 과거에 삼계를 뒤흔든 마신(魔神)들도 처음에는 이렇게 갈팡질팡하며 혼란스럽고 집착에 사로잡혔을 것이다.
그리고 결국, 모든 이들이 두려워하는 존재가 된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몇 마디 대화를 나누는 사이, 복숭아나무 역시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렸다.
나무 안에 있는 이 연약한 인간을 ‘소화’할 수 없었다. 당황한 복숭아나무는 황급히 담태신을 밖으로 던져버리려고 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활짝 피어 있던 복숭아꽃들이 하나둘씩 시들어 떨어지기 시작했다.
복숭아나무는 온몸을 떨며 극심한 고통에 몸부림쳤다. 그 와중에도 소소를 붙잡고 있을 여유조차 없었다.
구옥이 외쳤다. “담태신이 신기를 손에 넣었어! 복숭아나무가 본원의 힘을 잃었고. 주인님, 그 신기는 바로 ‘경세화(倾世花)’야!”
소소는 그제야 떠올렸다. 고서(古書)에서 읽은 바에 따르면, 경세화는 운명을 관장하는 신기로, 세 개의 꽃잎을 지니고 있으며, 각각 다른 색을 띠고 있다.
초록색 꽃잎은 ‘생(生)’, 순수한 선함을 의미하고,
붉은색 꽃잎은 ‘력(力)’, 무상의 도(道)와 힘을 의미하며,
보라색 꽃잎은 ‘사(死)’, 고통과 타락, 그리고 악을 지배하는 힘을 갖고 있다.
경세화는 신의 운명조차 바꿀 수 있으며, 신을 구할 수도, 죽일 수도 있는 존재였다.
구옥이 불안한 목소리로 말했다. “초록색 꽃잎은 이미 오래전에 누군가 사용했어. 우리가 직접 확인해야 해. 신기가 아무리 부서졌다고 해도, 남은 꽃잎이 무엇이든 간에 담태진이 사용하게 해선 안 돼.”
붉은색 꽃잎이라면 즉시 그의 힘을 각성시킬 것이고,
보라색 꽃잎이라면 모든 것이 걷잡을 수 없이 위험하고 혼란스러워질 터였다.
소년 마신(魔神)이 만약 죽음을 맞이할 운명이라면, 그 힘이 작용하는 것은 어떤 육체일까? 그것이 삼계를 구원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지옥을 만들어낼 것인가?
소소는 이 말을 듣고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았다.
마침 복숭아나무가 나무 속에서 담태신을 내던지려고 나무굴을 열었을 때, 그녀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몸을 날려 안으로 뛰어들었다.
눈앞에는 칠흑 같은 어둠이 펼쳐졌다. 소소는 품속에서 작은 명주를 꺼내 들었다. 그 순간, 나무굴 안이 희미하게 밝아졌다.
그녀는 손을 뻗어 벽을 더듬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어딘가에서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마침내 나무굴의 끝자락에서, 붉은 옷을 입고 검은 머리를 늘어뜨린 소년이 나무줄기에 기대어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의 손에는 보라색 꽃잎이 쥐어져 있었고, 꽃잎에서 퍼져 나오는 신비로운 빛이 나무 속을 어슴푸레하게 비추고 있었다.
그 빛에 감싸인 담태신의 얼굴은 묘하게도 사악하고 날카로운 기운을 띠고 있었다.
구옥이 절망적인 목소리로 외쳤다. “주인을 죽음으로 이끄는 꽃잎이야… 그리고 꽃잎이 이미 담태신의 피를 흡수했어. 주인을 인정하기 시작한 거라구!”
소소는 입술을 꼭 다물고 있었다.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그의 앞에 쪼그려 앉아 손에서 명주를 내려놓으며 답답한 듯 말했다.
“누구보다도 살아남고 싶어 하면서도, 힘을 얻기 위해서는 죽음조차 두려워하지 않는구나.”
그녀가 막지 않는다면, 담태신은 보라색 경세화를 흡수하고 말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는 이성을 잃고 마음속 악이 증폭된 채 그저 살인을 일삼는 미치광이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소소는 그의 손을 억지로 벌려, 운명과 죽음, 그리고 사악함을 상징하는 그 꽃잎을 집어 들었다.
구옥이 다급히 외쳤다. “주인님!”
그러나 소소는 씁쓸하게 웃으며 그를 안심시키려 했다.
“내가 이미 이 몸의 운명을 점쳐봤을 때, 어차피 결국 일찍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어. 경세화는 그저 내가 가야 할 길을 더 뚜렷하게 보여줄 뿐이야.”
구옥은 애처롭게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주인님이 직접 경세화를 사용한다면… 인간인 이 생에서 아주 비참한 운명을 맞이할 거야. 어쩌면 온전한 시신조차 남기지 못할 수도 있어……”
소소는 단호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나는 이번 생에서 그를 구하겠다고 약속했어.”
거짓말을 하는 건 좋지 않은 일이었다. 설령 그 대상이 악인이라 해도. 만약 담태신이 보라색 경세화를 사용한다면, 그는 틀림없이 돌이킬 수 없는 파멸의 길로 들어설 것이다.
적어도 그녀는 경세화를 조종해 자신이 악에 물들지 않도록 시도해볼 수 있었다.
보라색 꽃잎이 소소의 손바닥 위에서 천천히 회전했다. 마치 더욱 순수한 영혼을 감지한 듯, 꽃잎은 점점 빠르게 회전하더니 결국 그녀의 몸속으로 흡수되었다.
하지만 일부 경세화의 힘은 이미 담태신의 몸에 스며들어 있었다. 소소는 반드시 그 힘을 되찾아야 했다.
구옥은 소소가 무엇을 하려는지 깨닫고 조용히 빛을 감추며 침묵 속으로 사라졌다.
소소는 담태신의 얼굴을 살며시 감싸 쥐고,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차가운 그의 입술 위로, 그녀의 선명한 입술이 닿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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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구글, 티빙, YOUK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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