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드라마 장월신명 원작소설 흑월광나온(黑月光拿稳BE剧本)을 제가 번역한 것이라, 의역 있을수 있습니다⭐
장월신명 원작소설 흑월광나온 [黑月光拿稳BE剧本] 한국어 번역
33장. 탈출
밖으로 나가기 전에, 소소는 잠시 고민했다. 여전히 마음이 불안했다.
부적을 꺼내어 한참 바라보았다.
저 변태는 성격이 괴팍하고 의심이 많다. 방심해서는 안 된다.
전송부적은 그녀의 마지막 탈출방법이였다.
반드시 잘 지켜야 했다.
소소는 방 안에서 한참을 꾸물거리다가 밖으로 나왔지만, 곧바로 가로막혔다.
시녀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가씨, 잠시 멈춰 주십시오. 먼저 저희가 검사를 해야 합니다.”
그녀는 소소의 동의를 구할 생각조차 없었다. 소소는 시녀의 손목을 막아내며 물었다.
“담태신이 시켜서 하는 거야?”
시녀는 무표정하게 대답했다.
“전하께서 아가씨가 간계를 많이 부린다고 하셨습니다. 모든 위험이 될 만한 것은 없앤 뒤 내보내야 한다고요.”
검사는 매우 철저했다. 시녀는 소소의 허리춤에서 작은 약초 가루 주머니를 찾아냈다.
그녀는 가루를 살짝 맡아보더니, 소소를 의아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 부족의 몽혼향(迷香)이네요.”
소소는 민망하게 웃었다.
시녀의 손은 더욱 아래로 향했다.
자잘한 물건들을 하나둘 찾아냈고, 심지어 소소의 머리카락조차 그냥 넘기지 않았다.
그녀는 소소의 머리꽂이 장식을 빼내며 말했다.
“이런 것들은 전부 뾰족한 날붙이입니다. 아가씨는 춤만 추면 되니, 끈만 묶어도 충분합니다.”
그녀가 손짓하자, 다른 시녀가 다가와 소소의 머리카락을 간단한 흰색 끈으로 묶어 주었다.
소소의 손목에 있던 구옥(勾玉)이 변형된 팔찌를 보자, 시녀는 그것마저 벗기려고 했다.
그러나 구옥이 형체를 변형하며 손목에 꼭 맞게 밀착되어 있었다.
소소는 말했다.
“이건 어릴 때부터 차고 있어서 벗겨지지 않아요. 설마 손목을 잘라야 하나요? 손이 없으면 춤을 어떻게 춰요?”
시녀가 한참을 시도해 보았지만, 정말로 소소의 말대로 팔찌가 벗겨지지 않았다.
게다가 팔찌의 표면이 매끈해 아무런 장치도 없는 것 같아 결국 포기했다.
소소는 아픈 손목을 감싸 쥐며 불평했다.
“너희 전하가 그렇게도 죽음이 두려우면, 애초에 나를 내보내지 말았어야지!”
시녀는 아무런 반응도 없이 말했다.
“저를 따라 앞뜰로 가십시오.”
소소는 흰색 긴 소매를 손으로 살짝 들어 올리며 시녀를 따라갔다.
그리고 시녀가 방심한 순간, 그녀의 허리춤 옆을 스치듯 지나며 손을 뻗었다.
종이 부적 한 장이 소소의 소매 속으로 조용히 미끄러져 들어갔다.
소소는 입꼬리를 올리며 부적을 조심스럽게 감추었다.
예전에 아버지가 세상을 떠돌며 인간 세상의 마술을 본 적이 있었다.
산속에서의 나날이 지루했기 때문에, 그는 새로운 것들을 소소에게 보여 주며 즐겁게 해 주곤 했다.
소소는 흥미롭게 바라보았다. 인간들은 영력이 없지만, 그 대신 지혜로운 두뇌를 가지고 있었다.
시녀는 결코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다.
소소가 일부러 그녀의 손목을 막아내면서 물건을 그녀에게 숨겼다는 사실을.
정원 가까이 다다랐을 때, 시녀가 소소에게 물었다.
“어떤 곡을 원하십니까?”
소소는 별로 개의치 않는다는 듯 대답했다.
“아무거나.”
시녀는 눈살을 찌푸리며 속으로 생각했다. ‘참 건방지군. 설마 어떤 곡이든 박자에 맞출 자신이 있다는 거야?’
정원 앞에 도착하자, 시녀가 안을 향해 말했다.
“전하, 데려왔습니다.”
양기가 담태신의 잔에 술을 따랐다. 그는 사람을 잘 살피는 성격이었다.
담태신이 이월족의 고유한 독술(蛊毒)에 흥미를 보이자, 그는 일부러 그런 이야기를 골라 들려주었다.
양기는 알고 있었다.
담태신은 국경에 오래 머물지 않을 것이다. 모든 준비를 마치면 곧바로 주국으로 돌아갈 것이다.
바깥에서는 이미 전쟁이 시작되었고, 담태신은 야심이 컸다.
반드시 천하를 손에 넣겠다는 뜻을 품고 있었다.
그에게 아첨하는 것은 나쁠 것이 없었다.
담태신이 승리하면, 그는 황제의 측근이 될 것이고, 만약 패배한다 해도 이월족은 언제든 숨어들어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었다.
이월족은 본래 숨어 지내는 데 능했다.
오랜 세월이 지나며 왕조가 바뀌고 강산이 변했어도, 이월족은 끊임없이 명맥을 이어왔다.
담태신이 군대를 이끌고 떠나기만 하면, 양기는 순식간에 모습을 바꿔 교활한 부유한 상인으로 살아가면 그만이었다.
담태신은 술잔을 들다가, 시녀의 보고를 듣고는 동작을 멈췄다. 그리고 시선을 문 쪽으로 돌렸다.
양기도 덩달아 문을 바라보았다.
이월족의 무희들은 외모와 몸짓 모두 뛰어났다.
그런데 전하께서는 어째서 굳이 한낱 죄인을 불러 춤을 추게 하는 걸까?
곧, 양기는 그 ‘죄인’을 보게 되었다.
소녀는 이월족의 흰색 무희 의상을 입고 있었다.
그러나 누군가가 골라준 옷이었는지, 그녀의 체격에 비해 조금 컸다.
허리끈이 그녀의 가느다란 허리를 강조했고, 느슨한 깃이 살짝 내려와 있었다.
성숙하고 요염한 매력을 지닌 무희들에 비하면, 그녀는 다소 풋풋한 느낌의 소녀였다.
머리 뒤로 늘어진 흰색 머리끈에는 단출한 진주 몇 개가 달려 있었다.
양기가 그녀를 본 첫인상은 ‘참 깨끗한 아이로군’이었다.
마치 차갑고 순수한 기운이 감도는 듯했다.
하지만 양기는 소소에게서 특별한 점을 찾지 못했다.
미인이라고 하기엔 담태신 자신이 이미 세상에서 손꼽히는 준수한 외모를 지니고 있었다.
눈앞의 소녀도 얼굴이 예쁜 편이긴 했고, 피부도 다른 이들보다 희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사람을 압도할 만큼 놀라운 미모는 아니었다.
그런데도 양기는 그녀가 들어오자마자, 담태신의 몸이 조금 굳어지는 것을 눈치챘다.
그의 짙고 어두운 눈동자는 단 한 번도 그녀에게서 벗어나지 않았다.
담태신의 손가락이 무의식적으로 주먹을 쥐더니, 입술 가까이에 가져갔다.
그렇게 소녀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은 분명 혐오와 조롱이 담긴 행동이었지만, 양기는 그 속에서 어렴풋한 기대감까지 읽어낼 수 있었다.
그의 분위기에 영향을 받은 양기도 자신도 모르게 기대하게 되었다.
‘설마 저 소녀가 춤을 굉장히 잘 추는 건가?’
그들뿐만 아니라 마당에 있던 하인들 또한 조용히 소소를 살펴보았다.
모두가 그녀가 펼칠 ‘세상을 놀라게 할 춤사위’를 기대하고 있었다.
소소는 안으로 걸어 들어오면서, 긴 소매에 발이 걸려 넘어질 뻔했지만 간신히 균형을 잡았다.
춤을 출 줄 몰랐기에 얼굴을 간신히 굳게 유지하며, 도도하고 차가운 표정을 만들었다.
그러면서도 손등을 입술에 가져간 담태신과 시선을 맞췄다.
네 눈이 마주치자, 담태신은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옆에 있던 무희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들보다 못하면 끌어내서 목을 쳐라.”
“협상의 여지는 없어?”
소소가 물었다.
담태신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아무 쓸모도 없는 자가 살아있을 자격은 없다.”
소소는 그가 얼굴에 흉악한 웃음을 억지로 숨기고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녀를 일부러 무희들과 비교하는 그의 의도는 너무나도 명확했다.
좋아, 그럼 나도 봐주지 않을거야.
악사가 연주를 시작했다. 밝고 경쾌한 곡조였다.
소소는 선계의 산에서 살 때, 간혹 사람들이 거문고를 타는 것을 듣곤 했다.
덕분에 음악의 박자는 이해하고 있었다.
그녀는 원래 몸의 기억을 떠올리며 긴 소매를 펼쳤다.
담태신은 의자에 기대 앉아 그녀를 비웃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녀의 몸짓은 가벼웠고, 흰색 비단이 겹겹이 퍼지며 신비롭고 성스러운 아름다움을 자아냈다.
짧은 시간 동안 아무도 그녀가 춤을 출 줄 모른다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
양기는 작은 수염을 움찔거리며,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신기한 춤이라고 생각했다.
소소는 속으로 생각했다.
‘춤과 검무는 아마 비슷하겠지.’
그녀는 발끝을 가볍게 디디며 박자에 맞춰 부드럽게 회전했다.
그러면서도 눈에 띄지 않게 담태신 쪽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양기의 얼굴에 의아한 기색이 떠올랐다.
왠지 춤이라기보다는 장난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담태신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기에, 그 역시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
양기는 담태신을 슬쩍 쳐다보았다.
하지만 담태신은 여전히 소녀만 바라보고 있었다.
소소의 치맛자락은 마치 활짝 핀 꽃처럼 퍼져 나갔다.
그녀는 순간적으로 다른 생각을 했다.
‘조금만 더 가면 돼. 곧 이 긴 소매로 저 탁자 위의 따뜻한 술을 휘감아서 저 변태 얼굴에 전부 쏟아버릴 거야.’
그러나 사람의 계산은 하늘의 뜻을 이기지 못하는 법.
소소는 술주전자를 휘감으려 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걸 깨달았다.
춤과 수련은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몇 바퀴를 돌았는지 모를 정도로 계속 회전한 데다 이마에 열까지 나고 있었기에, 멈춘 순간 머리가 핑 돌면서 방향 감각을 잃어버렸다.
그녀의 소매가 술주전자를 스쳤으나 감아 올리지 못했고, 오히려 몸의 균형을 잃고 뒤로 넘어졌다.
양기는 그녀가 앞으로 쓰러지는 걸 보고 기습이라도 하는 줄 알고 다급히 외쳤다.
“전하, 조심하십시오!”
양기뿐만 아니라, 담태신 역시 입가의 조소가 굳어졌다.
그는 흩날리는 흰 비단 사이로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소녀가 휘청이며 쓰러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양기의 경악 어린 시선 속에서, 담태신의 동공이 미세하게 수축되었다.
양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들리지 않았다.
그의 머릿속에는 단 하나의 생각만이 가득했다.
‘엽석무, 대체 왜 이러지?’
이성적으로 판단할 틈도 없이, 그는 반사적으로 그녀의 소매를 붙잡아 소녀를 받아냈다.
결국, 소소는 그의 품 안으로 곤두박질쳤다.
두 사람은 엉켜 굴렀고, 그녀의 머리에 묶여 있던 비단 머리끈이 그의 손가락에 감겼다.
예상치 못한 그녀의 향기가 갑작스럽게 주변 공기를 가득 채웠다.
흰 치맛자락이 그의 검은 외투 위로 펼쳐졌고, 방향 감각을 잃은 소녀는 마치 길을 잃은 나비처럼 그의 품속으로 곤두박질쳤다.
양기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전하를 보호하라’는 말이 목구멍에서 막혀 나오지 않았다.
담태신은 그녀에게 깔린 채 바닥에 쓰러졌고, 눈앞에 갑자기 가까워진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멍해졌다.
소소 역시 이런 상황이 벌어질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녀는 담태신 위에 엎어진 채, 아래에 깔린 소년을 바라보았다.
먹빛 같은 머리카락과 붉은 입술, 창백하고도 음울한 표정. 그러나 그의 눈동자에는 어딘가 어리둥절한 빛이 서려 있었다.
그가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소소는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미안하네.”
‘스스로 내 품에 뛰어들었으니, 내가 마음껏 이용해 줘야겠어.’
소소는 소맷자락으로 담태신의 목을 세차게 조였다.
그러자 그의 얼굴에서 어리둥절한 기색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격노로 변했다.
소소는 소매를 더욱 조였다.
그녀의 정확하고 강한 손길에 그의 창백한 얼굴이 순식간에 붉게 물들었다.
담태신의 눈꼬리는 핏기 어린 붉은빛을 띠었지만, 눈동자 속에는 얼음 조각 같은 살기가 서려 있었다.
그의 표정은 더 이상 분노라는 단어로는 형용할 수 없었다.
소소는 확신했다.
지금 이 순간 그를 풀어준다면, 그는 주저 없이 옆에 놓인 검을 뽑아 자신을 가루가 되도록 난도질할 것이라고.
그녀는 그를 향해 싱긋 웃으며, 우렁차게 말했다.
“배은망덕한 늑대 같은 놈, 감히 날 이용해?”
담태신은 음침하고 잔혹한 표정을 지으며, 아무 말 없이 소소의 손목을 움켜쥐었다.
그 역시 결코 이대로 목이 졸려 죽을 수는 없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누구도 예상치 못한 듯했고, 양기는 다급히 외쳤다.
“이 요괴 같은 년, 어서 전하를 놓아라!”
소소는 담태신을 인질 삼아 몸을 일으켰다.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이 붙잡고 있는 이 인질이 어떤 미친놈인지.
그러니 더욱더 소매를 조이며 그의 말을 막아버렸다.
그녀는 양기를 노려보며 말했다.
“요괴는 네놈이다. 칠미호는 어디에 가뒀어? 말하지 않으면 이놈을 죽여버릴 거야.”
양기는 담태신의 얼굴을 흘깃 보았다.
그가 한마디도 내뱉지 못할 정도로 목이 졸리고 있는 것을 보니, 소소가 진심으로 목숨을 노리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는 서둘러 명령했다.
“칠미호를 데려와라.”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가 검은 철창에 갇힌 여우 한 마리를 끌고 왔다.
작은 여우는 몸을 웅크린 채 철창 안에 갇혀 있었다.
소소는 그것을 바라보며 물었다.
“황연은 어디야?”
솔직히 그녀는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
어차피 여우 요괴와도 원한이 있는 사이였으니까.
하지만 황연으로 가는 길은 오직 강력한 요괴들만이 알고 있었다.
그녀가 다른 요괴를 찾아갈 수도 있었겠지만, 그들과 마주칠 때마다 서로 싸우느라 대화를 나눌 틈조차 없었다.
철창 속 여우의 몸에서는 짙은 죽음의 기운이 풍겼다.
그러나 ‘황연’이라는 말을 듣자, 미세하게 귀를 움직이며 고개를 들었다.
요괴들 중에서도 여우 요괴는 지능이 가장 뛰어난 존재였다.
그녀는 소소를 한 번 바라보고, 담태신을 한 번 바라보더니, 갑자기 쉰 목소리로 말했다.
“나를 함께 데려가. 그러면 황연으로 가는 길을 알려주지.”
소소는 잠시 망설였다.
황연에 가고 싶기는 했지만, 이 여우 요괴는 수많은 사람을 죽였다.
맹수를 풀어주는 것은 위험한 일이었다.
그러자 여우 요괴가 마치 그녀의 생각을 읽은 듯 덧붙였다.
“난 도망치지 않아. 이젠 그저 죽고 싶을 뿐이야. 네가 나를 데려가서 죽여도 좋아.”
담태신의 손아귀에 붙잡혀 있는 한, 여우 요괴는 죽을 자유조차 없었다.
소소는 결심한 듯 말했다.
“좋아.”
그녀는 담태신을 인질로 삼은 채, 여우 요괴를 가둔 철창을 열도록 명령했다.
양기는 감히 담태신의 얼굴을 쳐다볼 수도 없었다.
너무나도 무서웠다.
하지만 지금 담태신은 소소의 손에 완전히 넘어간 상태였다.
그녀가 무엇을 요구하든, 그들은 따를 수밖에 없었다.
피투성이가 된 여우 요괴가 힘겹게 걸어와 소소의 곁에 섰다.
소소는 그녀에게 물었다.
“네 몸에서 나는 요괴의 기운을 감출 수 있어?”
여우 요괴는 힘겹게 대답했다.
“가능해.”
소소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내 옷을 붙잡아.”
여우 요괴는 소소의 치맛자락을 움켜쥐었다.
그녀는 담태신에게 어떤 약을 먹였는지, 지금은 변신조차 할 수 없는 상태였다.
소소는 담태신을 놓아주고, 그를 양기 쪽으로 세차게 밀쳐버렸다.
그 순간, 담태신은 본능적으로 몸을 돌려 소소의 옷자락을 힘껏 붙잡았다.
소소가 올려다보자, 그의 눈꼬리는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고, 그녀를 향한 증오로 가득 차 있었다.
그의 목소리는 그녀에게 졸린 탓에 상해 있었고, 단 한 마디도 뱉지 못했다.
소소는 눈웃음을 지으며 입술을 움직였다.
“잘 있어라.”
이런 미친놈, 누가 너랑 계속 놀아주겠냐.
순간, 전송 부적이 발동되었다.
소소는 여우 요괴를 붙잡고 흰빛 속으로 사라졌다.
담태신은 그녀의 소매를 있는 힘껏 움켜쥐었지만, 결국 찢어진 가벼운 천 조각만이 그의 손에 남았다.
그는 그저 속수무책으로 소소가 눈앞에서 사라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가 진법 밖으로 튕겨 나오는 순간, 주위의 궁녀들은 그의 섬뜩한 얼굴을 보고는 모두 바닥에 엎드려 벌벌 떨었다.
양기는 애써 웃음을 지으며 다가갔다.
“헤헤, 전하께서 무사하시니 다행입니다.”
그러나 담태신은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그의 몸을 걷어찼다.
멍청한 놈!
그녀를 놓아주다니, 감히 그녀를 놓아주다니!
그는 검을 뽑아 들고, 그대로 양기를 향해 휘둘렀다.
이토록 광기에 사로잡힌 담태신을 본 적이 없던 양기는 혼비백산하여 무릎을 꿇고 울부짖었다.
“전하! 제발 목숨만 살려주십시오! 전하, 용서를 구합니다!”
그때, 검은 옷을 입은 그림자 같은 월영위 한 명이 앞으로 나와, 공손히 손을 모으고 무릎을 꿇었다.
담태신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감정을 다잡으려 애썼다.
이윽고 정신을 차리더니, 검을 바닥에 던졌다.
그리고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양기를 일으켜 세웠다.
양기는 두 다리가 후들거리며 담태신의 해맑은 미소를 바라보았다. 처음으로 깨달았다.
이전까지 자신이 이월족이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 얼마나 순진한 착각이었는지를.
담태신은 소소가 사라진 방향을 응시하며, 손가락으로 자신의 목에 남은 자국을 어루만졌다.
이번 생에서, 절대 다시 그녀를 마주치지 않길 바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계절이 바뀌고, 중원의 대지는 어느새 봄을 맞이했다.
하지만 극북의 땅에는 여전히 빙산들이 우뚝 서 있었다.
보랏빛 옷을 입은 한 소녀가 망토를 단단히 여미고, 품속에 여우를 안은 채 하늘에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설고(雪鹄. 흰 고니, 백조)가 넓은 날개를 펼쳐 천천히 하강했다.
땅에 닿자, 깃털을 털며 소소와 여우 요괴를 내려주었다.
소소는 설고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고마워.”
설고는 그녀의 손에 머리를 부비고는 몸을 작게 줄이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소소는 점점 멀어지는 설고를 바라보았다.
그녀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날 탈출한 후, 이 설고와 다시 마주치게 될 줄은.
그녀는 설고를 기억하고 있었다.
신기(神器)와 복숭아나무 요괴에게 끌려온 멍청한 요괴들 중 하나였다.
예전에 그녀가 풀어주었고, 부적 물을 먹인 적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설고는 다시 그녀를 만나자, 기꺼이 그녀를 이곳까지 태워다 주었다.
품속에 있는 여우 요괴, 편연은 날카로운 어조로 말했다.
“네 인간관계는 꽤 괜찮은 편이네.”
소소는 그녀의 말을 무시한 채 물었다.
“황연(荒渊) 입구는 어디야?”
편연은 대답했다.
“입구 같은 건 없어. 하지만 10년 전, 봉인에 틈이 생겼지.”
그 틈을 통해 그녀 같은 봉인된 요괴들이 도망쳐 나온 것이었다.
편연이 덧붙였다.
“그 틈으로 들어가는 방법을 알려줄 테니, 네가 날 죽여.”
소소는 복잡한 심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너…”
편연의 눈에는 자조 섞인 빛이 서려 있었다.
“강요가 죽었어. 내가 인간의 정기를 빨아들여 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어?
할머니께서 그러셨지. 마수의 길을 걷고 정기를 흡수하면, 결국 천둥벌거숭이처럼 벼락에 맞아 죽을 거라고.”
“네가 이 길이 돌아갈 수 없는 길이라는 걸 알면서도 걸어갔잖아.
네가 알아? 설령 강요가 한발(旱魃. 시괴에서 더 발전한 단꼐의 요괴)이 되었다 해도, 넌 그와 함께할 수 없다는 걸.”
편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당연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순간이 짧더라도, 아침에 피어 저녁에 지더라도, 후회 없이 모든 것을 바치고 싶었다.
소소는 엽저풍을 떠올렸다.
“우리 둘째 오라버니가 널 기다리고 있어.”
편연은 고개를 떨구며 말했다.
“그가 강요를 죽였어. 난 그를 미워해.”
소소는 여우의 얼굴에서 감정을 읽어낼 수 없었다.
소소는 편연이 둘째 오라버니를 사랑한 적이 있었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그리고 엽저풍이 편연의 죽음을 알게 되면 어떤 기분일지도.
편연은 설산을 바라보며 말했다.
“꼬마야, 넌 업화(業火)를 부를 수 있어?”
소소는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편연이 말했다.
“네가 황연에 들어간 후, 나에게 업화를 내려 줘.
그리고 만약 엽저풍을 다시 만나게 된다면, 전해 줘. 난 한 번도 그를 사랑한 적 없다고.
그도 날 사랑한 적 없다고. 모든 것이 단지 그가 내 매혹술에 걸렸기 때문이라고.”
소소는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았다.
편연은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비록 아홉 꼬리 여우라 해도, 사람의 마음을 흐리게 할 수는 있어도, 사랑의 감정을 만들어낼 수는 없었다.
사랑과 욕망은 본래 다른 것이었다.
법술이 만능일 수는 없다.
둘째 오라버니는 편연을 사랑하고 있었다.
어리석고, 멍청하고,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오직 진심으로 편연을 사랑했다.
소소는 모든 것을 깨닫고, 편연의 머리를 살며시 쓰다듬었다.
“알았어.”
편연은 웃으며 울면서 말했다.
“업화가 모든 걸 태우고 나면, 난 깨끗한 모습으로 강요를 찾으러 갈 거야. 자, 귀를 가까이 대봐…”
편연이 말한 방법대로, 빙산의 기슭, 허공에 검은 균열이 천천히 열렸다.
소소는 감개무량한 기분이 들었다. 드디어 황연을 찾은 것이다.
황연에 들어가기 직전, 소소는 눈 덮인 땅 위의 여우를 돌아보았다.
편연은 소소와 반대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곳에는 아주 작은 업화가 타오르고 있었지만, 그것으로 충분했다.
편연이 영혼마저 소멸할 수 있을 정도로...
업화에 휩싸인 채, 편연은 앞으로 걸어갔다. 단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았다.
얼음 위로, 여우의 눈물이 한 방울씩 떨어졌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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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구글, 티빙, YOUK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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