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글은 드라마 장월신명을 보고 원작 소설이 있다고 해서 찾아봤는데, 국내에서는 출간돠지 않아서. 중국어 본을 제가 보기 위해 한국어로 번역했습니다, 궁금해 하시는 블로그 이웃분들이 많아 적게 되어, 혹시라도 저작권 문제가 생긴다면 이 글은 추후에 비공개 될수 있음을 미리 말씀 드립니다.

장월신명 원작소설 [黑月光拿稳] 흑월광나온(한국어 번역)
32장. 비극의 완성
“둘째 오라버니, 지금 무슨 짓을 하는지 알고 있어?” 소소는 다급하게 외쳤다.
지금 하국과 주국이 전쟁 중인데, 엽저풍이 장군의 아들임에도 불구하고 적 앞에서 무릎을 꿇고 애원하다니, 학자로서의 기개를 꺾는 것은 물론, 이건 엽가(叶家)조차도 저버리는 행동이었다.
하지만 엽저풍은 일어서지 않았다. 그의 눈물이 옷깃을 적셨다.
그는 소소보다도 더 이 행동의 결과를 잘 알고 있었다. 그도 알고 있었다. 저 여우 요괴가 많은 사람을 해쳤다는 것을. 한때 그는 생각했다. 이쯤에서 이 악연을 끊어야 한다고.
하지만 여우 요괴의 꼬리가 하나둘 잘려 나가며, 담태신에게 서서히 잔혹하게 죽임을 당하는 모습을 보고, 그는 더는 참을 수 없었다. 비틀거리며 뛰쳐나왔다.
엽저풍의 옷은 누더기가 되었고, 먼 길을 달려 한 요괴를 찾아 헤맸다.
그는 철창 속에 갇힌 여동생을 감히 바라보지도 못했다. 누구보다도 냉철하게 현실을 인식하고 있었지만, 그 누구보다도 절망하고 있었다.
그의 뒤에서 여우 요괴가 처절하게 울부짖었다. 피가 그의 옷깃을 붉게 물들였다.
그녀를 그렇게나 아끼고, 소중히 여기며, 그녀가 울 때, 가슴이 아팠던 그였다.
엽저풍의 눈에서 조용히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는 다시 무표정하게 머리를 조아렸다. “부디 전하, 그녀를 살려 주십시오.”
담태신은 말했다. “엽저풍 공자는 총명한 사람이군. 원하는 것이 있다면, 대가도 치러야겠지. 그녀가 살 수 있을지 없을지는 네가 무엇을 내놓느냐에 달려 있다.”
엽저풍은 단호하게 말했다. “소인은 가진 것이 없습니다. 다만 이 목숨, 전하를 위해 불 속이라도 뛰어들겠습니다. 만 번을 죽더라도 마다하지 않겠습니다.”
그는 소소의 놀란 시선을 외면한 채, 눈을 감았다. “다만 단 한 가지만 간청드립니다. 전하께서… 소인의 가족을 건드리지 않기를.”
담태신은 비웃듯 말했다. “엽가를 상대하는 데 네 따위가 무슨 영향이나 미칠 수 있을 것 같으냐.”
그는 옥함(玉盒) 하나를 꺼내 들고, 엽저풍에게 명령했다. “손을 내밀어라.”
엽저풍이 옥함을 받자, 그 안에서 온몸이 푸른빛을 띠는 벌레가 기어 나와, 그의 몸속으로 파고들었다.
엽저풍의 입술이 창백해졌다. 몸이 가늘게 떨렸지만, 그는 이를 악물고 단 한 마디의 신음도 내지 않았다.
벌레가 완전히 사라지자, 담태신은 차갑게 말했다. “오늘 네 맹세를 기억해라. 만약 배신한다면, 만 마리의 벌레가 네 심장을 갉아먹게 될 것이다.”

엽저풍은 가슴을 움켜쥐었다. 아무 말 없이, 피투성이가 된 여우 요괴를 조심스럽게 안아 올렸다.
그녀의 이름은 편연(翩然). 이제는 단지 작은 황색 여우로 변해 있었고, 잘려 나간 세 개의 꼬리에서 피가 계속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 순간, 담태신이 월영위의 검을 뽑아 들었다.
검날이 서늘한 빛을 반사하며 그의 얼굴을 비추었다. 담태신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엽저풍, 피를 본 적이 있나?”
소소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가 이렇게 묻는 것은 단순히 엽저풍이 피를 본 적이 있느냐가 아니라, 사람을 죽여 본 적이 있느냐는 의미라는 것을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엽저풍은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그렇군.” 담태신은 낮게 읊조렸다. “그렇다면 첫 번째 임무로, 저 시체 요괴를 죽여라.”
그는 검을 엽저풍의 발치에 던졌다. 엽저풍은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들었다. “전하!”
그의 품속에서 여우 요괴가 힘없이 몸부림쳤다. 엽저풍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오늘, 편연의 눈앞에서 강요를 죽인다면, 편연은 그를 평생 미워할 것이다.

담태신은 아무 말 없이, 희미한 웃음을 머금은 채 엽저풍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차갑기만 했고, 누구도 그가 농담을 하는 거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엽저풍은 눈을 내리깔고, 몸을 굳힌 채 바닥에 떨어진 검을 집어 들었다.
고요하던 편연이 날카롭게 비명을 지르며 엽저풍의 팔을 물었다.
그러나 엽저풍은 미동도 하지 않고, 칼을 들어 강요를 향해 내리쳤다.
이미 명라주를 잃은 강요는 그저 움직일 수 없는 한 구의 시체일 뿐이었다. 그의 머리는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고, 피 한 방울조차 흘러내리지 않았다.
여우 요괴의 눈에서는 증오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엽저풍의 팔에서 살점을 뜯어냈다.
엽저풍은 그녀를 더욱 꼭 끌어안았다. 그의 눈동자는 황량할 정도로 공허했다.
소소는 눈물이 맺혔다. 그녀는 엽저풍을 미워해야 할지, 아니면 그를 불쌍히 여겨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는 모든 것을 버리고 요괴를 위해 몸을 바쳤건만, 그 요괴는 그를 깊이 원망하고 있었다.
엽가의 네 형제 중에서도, 엽저풍이 가장 힘들게 살아왔다.
소소는 기대하고 있었다. 엽저풍이 여우 요괴와 인연을 끊고 과거 시험에 급제하여, 더 이상 가문의 냉대를 받지 않기를. 하지만 그가 담태신 앞에 무릎을 꿇은 순간, 그의 삶은 돌이킬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그러나 담태신은 마치 그들의 고통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듯했다. 그는 명라주를 손에서 굴리며 말했다.
“내 곁에 쓸모없는 자는 필요 없다. 창주로 가서 네 능력을 증명해라. 그곳에서 누군가 네게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말해 줄 것이다. 네가 잘하면 이 천한 짐승도 잘 살 것이고, 네가 형편없다면, 봄이 오기 전에 난 여우 털옷이 하나 필요할 것 같군.”
월영위는 엽저풍의 품에 있던 거의 죽어가는 여우 요괴를 빼앗아 갔다.
엽저풍의 온몸에는 피가 흥건했으나, 그것이 그의 피인지, 아니면 여우 요괴의 피인지 분간할 수도 없었다. 그는 쓸쓸하게 웃으며 여우 요괴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여우 요괴는 그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녀는 죽은 듯한 눈빛으로 오직 강요의 머리를 노려보고 있었고, 입에서는 계속 피를 토해냈다.
엽저풍은 시선을 거두며 낮게 말했다. “소인, 명을 받들겠습니다.”
그는 떠나기 전, 담태신을 향해 깊이 절을 올렸다.
“셋째 여동생은 아직 어리고 철이 없습니다. 그동안 전하께 실례를 범한 것이 많사오나, 바라건대 넓은 아량으로 용서하시어, 그녀를 놓아주십시오.”
담태신은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야 물론이지.”
엽저풍은 철창 앞까지 걸어가, 소소를 바라보았다. “소소야, 엽저풍은 이제 충성도, 효도도, 의리도 없는 인간이 되었다. 이후로 세상에 엽저풍이란 이름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허리춤에서 옥패를 풀어, 소소의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
이것은 엽가 남자들의 신분을 나타내는 옥패였다. 모든 엽가의 자손들은 이 옥패를 지니고 있었다.

소소는 입술을 꽉 깨물고, 그 옥패를 다시 그의 몸에 던졌다.
그녀의 마음은 아프고도 복잡했다. “꺼져! 내 오빠는 이미 죽었어!”
옥패는 바닥에 부딪혀 산산이 부서졌다.
엽저풍은 붉어진 눈으로 조용히 바라보았지만, 끝내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
소소는 엽저풍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가 이렇게 떠난 이상, 앞으로 그는 대하와 엽가를 위협하는 적이 될 가능성이 컸다. 그는 재능이 뛰어났고, 훗날 엽가를 겨냥한 날카로운 칼날이 될 것이 분명했다.
그가 사라지자, 소소는 가슴을 움켜쥐고 낮게 기침을 했다.
입안 가득 피비린내가 느껴졌다. 칠미호와 강요와 싸우는 동안 그녀도 부상을 입은 것이다.
월영위가 여우 요괴의 목덜미를 움켜쥐고 담태신에게 물었다. “전하, 이 요괴를 어떻게 처리할까요?”
담태신은 무심한 표정으로 소소를 바라보며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어딘가에 가둬 둬라. 죽이지만 않으면 된다. 만약 엽저풍이 쓸모없다면, 바로 죽여서 가죽을 벗기고 국을 끓여라.”
여우 요괴는 그렇게 끌려갔다.
담태신은 손을 뻗어 현철 우리를 가볍게 쓸어내리고, 몸을 낮춰 소소를 바라보았다.
소녀는 우리 안에 웅크리고 앉아, 그를 노려보았다.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와 시선을 맞췄다.
소소가 입을 열었다. “그동안 사라진 게, 네 수하들과 연락하기 위해서였어?”
“그래.”
“처음부터 칠미호의 정체를 알고 있었던 거지?”
“맞다.”
“엽저풍이 따라온 것도?”
“그렇다.”
소소는 이를 악물었다. “날 속여서 널 구하게 만든 거야?”
담태신은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다, 단 하나, 이건 그의 예상 밖이었다. 장명쇄에 새겨진 전송 진법의 최종 목적지는 오직 형란안만이 알고 있었고, 월영위조차 그를 찾는 데 며칠이 걸렸다.
그는 아무 말 없이 손을 뻗어 소소의 입가에 맺힌 핏방울을 닦아냈다.
소소는 순간 굳어졌고, 재빨리 뒷걸음질쳤다. “뭐 하는 거야?”
하지만 그녀의 뒤에도 우리가 있었고, 온몸이 현철 우리에 갇혀 있어 도망칠 곳이 없었다.
바로 그때, 월영위가 열쇠 하나를 들고 왔다. “전하, 시체 요괴에게서 발견한 것입니다. 아마 현철 우리를 여는 열쇠일 겁니다.”
담태신은 열쇠를 받아 들었다. 우리를 여는 열쇠 역시 현철로 단련된 것이었고, 이를 보면 여우 요괴가 강요의 안전을 위해 꽤 신경을 쓴 것이 분명했다.
그는 시험 삼아 열쇠를 자물쇠에 넣었다. 소소는 눈을 깜빡이지도 않고 자물쇠를 응시했다.
찰칵.
우리가 열렸다. 그러나 다음 순간, 담태신은 손목을 돌려 다시 잠가 버렸다.
심지어 그는 몇 번이나 더 돌려 자물쇠를 단단히 고정했다. 마치 현철 우리를 더욱 굳게 잠가버리려는 듯했다.
그는 우리 안에서 무기력하게 반항도 못 하는 소녀를 바라보며 묘한 빛을 띤 눈으로 쳐다보았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월영위에게 명령했다. “데려가라.”
소소는 무표정했다. 다행히도 애초에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제는 절차도 생략하고 마음속에서 그를 실컷 저주하기만 하면 됐다.
그녀는 몰래 자신의 전송부적을 시험해 보았지만,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이 우리가 도사를 가두기 위해 만들어진 것임이 분명했다. 이 안에서는 도망칠 방법이 전혀 없었다.
오직 담태신이 직접 우리를 열어야만 가능했다.
소소는 한 저택으로 끌려갔다.
지금의 담태신은 처지가 난감한 상태였다. 그의 형은 주국의 황제가 되었고, 그는 대하의 도망자로서 주국이든 대하든 그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었다.
소소는 옆방에서 많은 사람이 모여 무언가를 논의하는 소리를 들었다.
“담태명랑…… 요괴…… 기습…… 승리…… 선왕…… 감예군…… 출정…… 대하 황제……”
소소는 대화가 명확하게 들리지는 않았지만, 단편적인 정보를 종합해 대략적인 내용을 유추했다.
아마도 담태명랑이 길러온 요괴가 대하의 국경을 기습했고, 기습의 효과로 인해 뜻밖의 승리를 거둔 모양이었다. 그리고 소릉이 직접 출정하여 감예군으로 향하고 있었다.
소늠이 전장으로 나간다는 것은 이번 전투에서 엽소가 승산이 없어 조정에 지원을 요청했다는 뜻이었다.
소소는 마음이 무거워졌다.
이야기하는 소리가 점점 잦아들었다.
그때, 담태신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는 이전에 입고 있던 평민의 옷을 벗고 검은색 구름 문양이 새겨진 긴 옷으로 갈아입었으며, 그 모습은 위엄 있고 귀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는 책상 앞에 앉았다.
시녀들이 옆에서 술을 데우고 있었다. 소소는 그녀들을 힐끗 바라보았다. 시녀들의 머리 장식과 옷차림이 매우 독특한 걸 보니, 아마 이월족의 여인들일 것이다.
잠시 후, 방 안에는 따뜻한 술 향이 퍼지기 시작했다.
아직 봄이 오지 않은 시기라서, 날씨는 싸늘했다.
담태신은 턱을 괴고 무심히 술을 마셨다. 마치 우리 속에 갇힌 소소는 보이지 않는다는 듯했다.
그는 꽤 여유로워 보였다. 소소는 이곳이 이월족의 근거지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한편, 그를 시중들던 사람들 중에는 콧수염이 듬성듬성 나고, 눈빛이 교활한 사내가 있었다. 그 사내는 아첨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전하, 무희를 불러오겠습니까?”
그의 이름은 양기. 이월족에서 국경을 담당하는 관리였다. 그는 말솜씨가 능란하고 아부와 사교에 능하며, 장사에도 일가견이 있는 인물이었다.
대주는 사치스러운 풍습을 가지고 있었으며, 음악과 춤을 즐겼다. 양기는 이전까지 담태신과 접촉할 기회가 없어 그의 배경을 정확히 알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 담태신이 새로운 주인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그를 가장 귀한 대주 황자로 대접하기로 했다. 그래서 미리 흥을 돋울 춤과 음악을 준비해 두었다.
담태신은 묘한 표정을 지었으나 거절하지 않았다. “불러라.”
소소는 속으로 생각했다. 꽤 그럴듯하게 꾸며 놓았군. 모르는 사람이 보면, 정말로 그가 대주에서 자란 황자인 줄 알겠네.
잠시 후, 우아한 여인들이 줄지어 들어왔다.
아직 한겨울인데도, 무희들은 매우 얇은 옷을 입고 있었다.
잠자리 날개처럼 얇은 흰색 비단 옷에 길게 흩날리는 소매, 가느다란 허리가 어렴풋이 드러나서 무척 아름다웠다.
여인들은 담태신 앞에서 절을 하고, 악사들이 연주를 시작하자 가볍게 춤을 추기 시작했다.
소소는 구석에 쭈그려 앉아 잠시 지켜보다가, 가슴이 은은하게 아파오는 걸 느꼈다.
아직 상처가 아물지 않았기에, 이런 화려한 장면은 그녀에게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그녀는 힘없이 우리에 기대어 졸기 시작했다.
양기는 음악에 맞춰 손뼉을 치며 무희들을 감상하며 흠뻑 취해 있었다.
담태신은 턱을 괸 채, 무희들에게서 시선을 거두었다.
그들의 하얀 비단 옷 너머, 그는 우리 속의 소녀를 보고 있었다.
흰 비단 너머, 소소는 무릎을 감싸 안고 눈을 감고 있었다.
이런 처지까지 몰렸음에도, 그녀의 얼굴에는 치욕스러운 기색이 없었다.
애원하지도, 두려워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여전히 그를 눈에 두지 않는 듯했다.
담태신은 술을 한 잔 들이켰다. 어쩐지 마음이 껄끄러웠다.
양기는 담태신의 미묘한 변화를 눈치채지 못한 채, 여전히 흥에 겨워 이월족의 풍습을 이야기했다.
담태신은 조용히 듣고 있었다.
이후 쓸모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다음 날, 소소는 고열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이를 발견한 것은 이월족 시녀였다.
그녀는 평소처럼 우리 속의 소녀에게 음식을 가져다주려다, 그녀의 상태가 심상치 않다는 걸 깨달았다.
당황한 시녀는 곧바로 담태신에게 보고했다.
그 시각, 담태신은 양기와 함께 마당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양기는 그 말을 듣고 히죽 웃으며 말했다. “전하, 제가 여쭙지 않은 게 있군요. 저 아가씨는 어느 가문의 영애입니까?”
양기는 도무지 소소의 정체를 가늠할 수 없었다.
우리 안에 갇혀 있는 모습은 초라하고 더러웠으며, 기운 없이 축 처져 있었다. 전하께서 그녀를 아주 싫어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녀에게 음식을 주긴 했지만, 치료를 허락하지 않았다.
정말로 싫어한다면, 왜 가까이 두고 가둬 놓았을까? 혹시라도 그녀가 매일같이 고통받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편해지는 걸까?
담태신은 양기의 말을 무시한 채, 시녀에게 물었다. “병이 났다고?”
“네.”
양기가 말했다. “전하, 의녀를 불러 진찰을 받게 하시겠습니까?”
담태신은 무심하게 답했다. “그럴 필요 없다. 그녀는 귀한 손님이 아니다.”
양기는 빠르게 눈치를 챘다. “혹시 이 여자가 전에 전하의 심기를 건드린 일이 있었습니까? 전하를 불쾌하게 했나요?”
담태신은 짧게 답했다. “비슷한 셈이지.”
이날도 변함없이 무희들이 불려왔다. 국경 지역은 날이 따뜻해져서, 정원에는 꽃 몇 송이가 피어 있었다.
담태신은 말없이 술을 마시며 무희들에게 시선을 두었다가, 갑자기 말했다. “가서 물어봐라. 나를 위해 춤을 출 의향이 있는지. 잘 추면 병을 치료해 주겠다.”
그는 대상이 누구인지 정확히 말하지 않았지만, 모두가 그가 누구를 말하는지 알고 있었다.
양기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번에는 또 무슨 속셈이지?
평소라면 모든 걸 꿰뚫어볼 수 있는 자신도, 이번만큼은 전하의 마음을 읽을 수 없었다.
잠시 후, 시녀가 돌아와 보고했다. “그 아가씨가 동의했습니다. 다만……”
“뭐지?”
“그 아가씨가 옷을 갈아입어야 한다고 합니다.”
담태신은 미소를 지으며 열쇠를 시녀에게 던졌다. “잘 감시해라. 도망치지 못하게 해. 만약 그녀가 도망치면, 너희를 천등으로 쓸 것이다.”
그가 ‘천등’이라는 말을 할 때, 목소리는 다정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시녀는 온몸이 떨려, 얼른 고개를 숙이고 물러났다.
(*천등 형벌: 사람을 죽인 뒤, 그 시체의 머리를 등불처럼 만들어 불을 밝히는 매우 잔혹한 형벌)
소소는 목욕을 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그녀의 얼굴은 열이 올라 발갛게 물들어 있었다.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을 바라보며, 상태가 꽤 심각하다는 걸 깨달았다.
소소는 두 볼을 문질러 정신을 차리려 했다. 머릿속이 흐릿했다.
본래 수련자인 그녀는 병에 걸리지 않는다. 그리고 그녀가 빙의한 이 몸이 약한 편도 아니었다. 그래서 이렇게 병이 나는 건 아주 드문 일이었다.
대하의 귀족 여인들은 시문, 노래, 악기, 춤 등 여러 예술을 익혔다. 엽석무도 춤을 출 줄 알았지만, 소소는 달랐다. 그저 엽석무의 기억이 남아 있을 뿐, 몸이 익숙하지 않았다.
그녀는 이월족 무희들의 옷으로 갈아입으며, 대강 담태신의 의도를 짐작할 수 있었다.
그는 과거 자신과 엽석무가 그녀에게 줬던 굴욕을 그대로 돌려주려는 것이다.
무희는 천한 신분이었다. 담태신은 그녀가 자신 앞에서 춤을 추며 고개 숙이는 모습을 보고 싶어 했다.
그는 그녀가 자신을 기쁘게 하기를 바랐다.
담태신은 과거 극도로 비천한 처지에 있었다. 냉궁에서든, 엽부에서든, 어느 곳에서도 그는 환영받지 못했다.
이제야 힘을 쥐었으니, 이런 방식으로 마음속 울분을 풀고 싶을 것이다.
만약 그의 심리를 설명해야 한다면, 소소는 그가 완전히 비뚤어진 성격이라고 생각했다.
담태신은 본질적으로 독선적이고 잔혹하며 의심이 많았다.
타인의 고통에서 즐거움을 찾고, 고통이 없으면 일부러라도 만들어내는 사람이었다.
소소는 허리띠를 단단히 조이고, 탈출 할 수 있는 전송부적을 가슴 속에 넣었다.
누구도 이곳을 확인하지 않을 테니까.
그녀는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떠나기 전에, 그 비열하고도 나약한 소년을 위해 마지막으로 한 가지 해 주지.
아무렇게나 춤을 춰서, 그가 가장 기분 좋을 순간에,
그의 눈앞에서 도망쳐 줄 테다.
그가 이를 보고 피를 토할지, 궁금하군.
<계속>
⭐ 해당 글은 제가 열심히 작성하였으니, 무단으로 복제 하지 말아주세요 ⭐
* 이미지 출처 : 구글, 티빙, YOUK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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