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글은 드라마 장월신명을 보고 원작 소설이 있다고 해서 찾아봤는데, 국내에서는 출간돠지 않아서. 중국어 본을 찾아보게 되었고 제가 보기 위해 한국어로 번역했습니다, 궁금해 하시는 블러그 이웃분들이 많아, 블러그에 적게 되어, 혹시라도 저작권 문제가 생긴다면 이 블로그의 글은 추후에 비공개 될수 있음을 미리 말씀 드립니다.
장월신명 원작소설 [黑月光拿稳] 흑월광나온(한국어 번역)
28장. 나를 보호하는 거냐
그렇게 해서 일이 결정되었다.
노인이 나가자마자, 소소는 문을 닫고 담태신을 바라보며 물었다.
"또 무슨 일을 꾸미려는 거야?"
"마을 사람들을 돕겠다고 한 건 너 아니었어? 내가 무슨 일을 꾸민다는 거지?"
"너, 그 왕 공자한테 관심이 많아 보이던데?"
소소는 눈을 좁히며 추측했다. "설마 그의 눈을 노리는 거야?"
담태신은 그녀를 힐끔 보며 미소 지었다. "네가 그렇다고 생각하면 그런 거겠지."
그가 이렇게 나오니, 오히려 소소는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녀가 아는 한, 현빙침(玄冰针)에 의해 실명된 눈은 한기(寒气)가 눈꺼풀을 파고들어 일반적인 눈을 이식해도 한 달을 넘기지 못하고 썩어버렸다.
범인의 눈은 안 되고, 요괴의 눈은 탁기가 너무 심해 더욱 적합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담태신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오는 걸 보니, 뭔가 꿍꿍이가 있는 게 분명했다.
담태신이 말했다. "왕 공자의 사람들이 밤에 마을에 와서 신부를 데려갈 거야. 그때 네가 신부로 변장해 꽃가마를 타고 들어가면, 우리가 왕 원외의 저택을 직접 조사할 수 있겠지."
소소는 짜증이 난 듯 말했다.
"내가 보기엔, 내가 왕 원외 저택에 들어가는 건 문제없어. 하지만 넌 지금 손발의 힘줄이 다 끊어진 상태잖아? 차라리 네가 신부로 변장하는 게 낫지 않겠어? 어차피 신부는 그냥 가마에 앉아 있기만 하면 되고, 사람들도 부축해 줄 텐데."
소소는 그가 화를 낼 줄 알았다. 하지만 담태신은 잠시 고민하더니 담담하게 말했다.
"그래, 내가 하지."
소소: "……"
그녀는 백 년 넘게 살아오면서 담태신 같은 사람은 처음이었다.
마치 절벽 틈새에서 자라난 독초처럼,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온 힘을 쏟는 존재였다.
소소는 처음엔 그가 일부러 자신을 위험에 빠뜨리려는 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 보니, 그는 정말 이런 것에는 신경조차 쓰지 않는 듯했다.
자존심이나 타인의 시선 따위는 그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그를 죽이지 못한 모든 것은, 결국 그를 단련시켜 더 강하게 만들었다.
소소는 더욱 그가 뭔가를 꾸미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를 막아야겠다고 생각했지만, 그의 눈을 보자 다시 머리가 아파왔다.
만약 그녀가 선인의 몸이라면, 그를 치료할 방법이 있을 텐데, 지금은 인간일 뿐이라 마땅한 해결책이 없었다.
그리고, 그가 어떤 음모를 품고 있든, 그가 살아남기 위해 처절하게 버티는 그 마음만큼은 막을 수 없었다.
소소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좋아, 도와줄게. 네가 신부로 변장하고, 나는 몰래 신부의 가마 뒤를 따라가서 저택에 잠입할 방법을 찾아볼게. 하지만 먼저 약속해야 해. 사람을 해치는 요괴만 처단하고, 무고한 인간은 해치지 않을 것."
담태신은 그녀를 한 번 쳐다보더니 무심하게 말했다. "나는 인간 따위엔 관심 없어."
소소는 속으로 생각했다. 어젯밤에는 그 작은 여자아이의 눈을 원하더니.
그들이 요괴를 퇴치하러 간다는 걸 알게 된 노파는 급히 말했다.
"왕 공자가 점 찍은 집에는 며칠 전에 미리 혼례복이 도착한다오. 오늘 밤 출가할 아이는 마을 동쪽 첸 씨 댁의 옌옌 이고,
옌옌이는 며칠째 울고 있소. 아가씨와 공자께서 정말 우리를 도와주신다면, 온 마을이 진심으로 감사할 거요."
담태신이 소소에게 말했다. "첸옌옌 집으로 가자."
소소는 밤색 털의 말을 끌고 와서 그를 말에 태웠다.
손발의 힘줄이 끊어진 몸이었지만, 그는 단정히 앉을 수 있었다. 얼굴은 창백했지만, 금세 정신을 가다듬었다.
소소는 자신도 모르게 그를 몇 번이나 더 쳐다보았다.
현빙침이 몸에 박혀 힘줄이 완전히 끊어졌는데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수련계에서도 이런 인내심을 가진 자는 드물었다.
그가 마도를 선택하지 않고, 만약 선도를 수련했더라면 큰 깨달음을 얻었을지도 모른다.
두 사람은 노파를 따라 첸옌옌의 집으로 갔다.
첸옌옌의 아버지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놀람과 기쁨이 뒤섞인 얼굴로 믿기지 않는다는 듯, 당장이라도 담태신과 소소에게 무릎을 꿇으려 했다.
창백한 얼굴의 첸옌옌도 눈에 희망을 품고 소소에게 예를 올렸다.
"정말 저를 대신해 시집가 주시겠어요?"
소소는 웃음을 참으며 담태신을 가리켰다. "나는 아니고, 이분이."
첸옌옌은 고개를 들었다가, 말 위에 앉아 있는 청아한 미소년을 보고 굳어버렸다.
그녀는 평생 이렇게 아름다운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멍하니 담태신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담태신이 눈을 내려 차갑게 그녀를 한 번 쓱 훑어보자, 첸옌옌은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얼굴이 붉어졌다.
"소녀가 공자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담태신은 무심하게 대답했다. "응, 네 혼례복을 내놔."
그는 너무도 잘생겼다. 이 말도 안 되는 대리혼례도 아무도 반대하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은 그의 앞에서 잡초처럼 보였고, 그는 스스로 빛을 발하는 존재였다.
심지어 마을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그를 강력한 요괴 사냥꾼이라 여기며, 감히 의심하지도 못했다.
첸옌옌은 곧장 혼례복과 머리 장신구를 가져왔다.
"왕 공자의 가마는 오늘 밤 자시에 사람을 데리러 올 거예요."
소소는 속으로 생각했다. '자시(밤 11시~1시)... 정상적인 사람이 아내를 맞이하는 시간이 저런 불길한 시각일 리가 없지. 깊은 밤에는 음기가 무겁다. 마을 사람들이 왕 공자가 요괴로 변했다고 의심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군.'
첸옌옌은 걱정스럽게 물었다. "만약 일이 들통 나면, 두 분께서 위험해지는 건 아닌가요?"
담태신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고 첸옌옌을 바라보았다.
그 시선을 받은 첸옌옌은 얼굴이 더 붉어지며, 입술을 깨물고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그런데 소소는 담태신의 웃음 속에서, 그가 첸옌옌의 눈을 관찰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순간적으로 소소는 담태신의 눈을 손으로 가려버렸다.
그러고는 첸옌옌에게 말했다. "첸 아가씨,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 오라버니는 요괴를 사냥하는 데 아주 능숙하시니, 절대 위험하지 않을 거에요."
첸옌옌은 소소를 보며, 방금까지 쿵쾅거리던 가슴이 조금 가라앉았지만, 어딘가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소소는 연분홍빛 비단 치마를 입고 있었다. 허리를 감싼 옷매듭이 그녀의 잘록한 허리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다. 그녀의 빼어난 미모는 첸옌옌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첸옌옌은 자기도 모르게 밀려오는 열등감과 부끄러움을 억누를 수 없었다. 급히 마음을 다잡고는, 마치 도망치듯 방을 빠져나갔다.
소소는 손을 거둬들이며 말했다. "넌 나한테 약속했어. 평범한 사람은 해치지 않겠다고."
담태신은 비웃듯 코웃음을 쳤다. "내가 한 말을 네가 곧이곧대로 믿다니. 난 네 정인이었던 소늠이 아니야. 마음이 바뀌면 언제든 약속을 깰 수 있지."
그는 눈을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일부러 그녀를 자극해 화를 내게 하고, 자신의 말을 반박하게 하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소소는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맞아. 네가 상기시켜 줘서 다행이야. 자칫하면 널 믿을 뻔했네. 앞으로는 더 조심해야겠어."
담태신의 칠흑 같은 오른눈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스스로도 어이없다는 듯 입을 다물고, 본론으로 돌아갔다. "옷을 갈아입혀라."
소소는 말했다. "할아버지를 불러서 네 옷을 입혀 드리라고 할까?"
담태신은 침대 가장자리에 몸을 기대어 앉은 채,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소소는 문득, 그의 피에 닿아 죽어버린 강아지가 떠올랐다.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녀는 재빨리 혼례복을 펼쳤다. "내가 할게."
소소는 그에게 겉옷과 바지를 벗겨 내고, 안에 입고 있던 눈처럼 하얀 속옷만 남겼다.
그는 마른 듯 보였지만, 사실은 넓은 어깨와 잘록한 허리를 가진 탄탄한 체형이었다.
소소는 더 이상 함부로 보지 않으려고 애쓰며, 곧장 혼례복을 그의 몸에 걸쳤다.
왕 공자가 보내온 혼례복은 성의가 없어 보였다. 평범한 여자가 입기에도 헐렁한 치수였는데, 막상 담태신이 입자 되려 작아 보였다.
그녀는 옷 매듭을 묶어주려 했지만, 옷이 너무 꼭 끼어서 손이 잘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아래로 눈길을 내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소녀는 이 까다로운 혼례복을 묶기 위해 거의 그의 가슴에 얼굴을 대고 있었다.
담태신은 짜증 난다는 듯 재촉했다. "빨리 끝내."
소소가 말했다. "거의 다 됐어."
담태신은 키가 컸고, 이 혼례복은 그에게 너무 짧았다. 하지만 지금 그는 앉아 있을 뿐, 일어설 수도 없는 상황이니, 그 정도 문제는 대수롭지 않았다.
소소는 그의 옷을 정돈해 주고 고개를 들어 그를 보았다. 그리고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확실히 아름다웠다. 원래도 날카롭게 정돈된 눈썹과 조각 같은 이목구비를 가졌는데, 여성의 옷을 입어도 어색하지 않았다. 다만 그의 뼈대가 넓어 어깨가 도드라졌고, 가슴이 지나치게 평평했다.
소소는 말했다. "뭔가 이상한데. 혹시 내가 찐빵 두 개라도 구해다 줄까?"
담태신은 검은 눈동자로 그녀의 가슴을 흘끗 내려다보더니, 조소했다.
"그럴 필요 없겠는데? 너처럼 평평한 가슴도 아무도 남자라고 의심 안 하잖아. 나도 문제없을 거야."
소소는 그가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닫고 얼굴이 화끈거리며 붉어졌다.
하지만 아무리 해도 그녀는 그만큼 뻔뻔해질 수 없었다.
게다가… 사실 엽석무의 가슴은 크지 않았다. 작고 아담해서 귀엽기는 하지만, 색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것 또한 엽석무가 늘 엽빙상을 질투했던 이유 중 하나였다.
여자들 사이에서는 외모, 몸매, 남편까지 모든 걸 비교하는 법이었다. 엽석무는 자신이 어떤 면에서도 엽빙상보다 나을 게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거의 트라우마가 생길 지경이었다.
소소는 발끈하며 말했다. "내가 뭐 어쨌다고? 너랑 아무 상관도 없잖아. 계속 그런 눈으로 보면, 남은 눈까지 못 쓰게 해줄 테니까."
그는 입꼬리를 올리며 여전히 비웃는 표정을 지었다.
소소는 속으로 화를 삭였다.
어디까지나 그녀도 여자였다. 여자로서 외모와 몸매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창생이 혼란에 빠진 지 500년 후, 그녀는 삼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녀가 되었었다.
그때 그녀의 신체는 엽석무의 것과는 전혀 달랐다. 엽석무보다 키가 크고, 다리는 길고 날씬했다.
백 살이 되어서야 성인이 되는 작은 영조(靈鳥)족의 특성상, 성인식 전까지 그녀는 어린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성인식 날, 그녀는 완벽한 비율을 가진 절세미인으로 변했다.
신과 마족이 한 번 보면 만 년이 지나도 잊지 못할 미모였다.
예전에는 그런 외모가 특별하다고 느끼지 못했지만, 이제 인간 세상의 어린 소녀로 변하고 나니, 이 땅의 남자들이 하나같이 외모만 따진다는 사실을 깨닫고 실망스러웠다.
소소는 그런 남자들을 몹시 경멸했다.
하지만 그녀 스스로는 자신의 현재 모습이 만족스러웠다. 동그란 눈, 새하얀 피부, 귀엽기 그지없었다.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문제는 그들의 눈이 멀었다는 것이었다.
악몽 속에서 담태신이 유리 신녀가 아름답다고 말했던 것이 떠올랐다.
소소는 속으로 생각했다. 저 변태가 말하는 '아름다움'이란 도대체 어떤 모습일까?
그러나 이내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자신과는 아무 상관없는 일이었다.
소소는 화장 상자를 꺼내 담태신의 얼굴에 화장을 해주기 시작했다.
그는 원래 피부가 새하얘서 별다른 화장이 필요 없었다. 하지만 화가 난 소소는 그의 창백한 입술에 짙은 붉은색을 칠해 주었다.
'마신이라면 피가 뚝뚝 흐르는 입을 가져야 하지. 그래야 제격이지.'
소소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며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무의식중에 입술을 살짝 내밀며 여전히 기분이 좋지 않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담태신은 그런 그녀를 보며 소리 없이 입꼬리를 올렸다.
소소가 화장을 마치고 고개를 들었을 때, 그는 웃고 있었다.
그의 남아 있는 검은 눈동자에는 부드러운 웃음이 서려 있었다. 화장을 하고 혼례복을 입은 그는, 차가운 듯한 이목구비에 은은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고, 그 모습은 예상외로 치명적인 매력을 뿜어냈다.
소소는 속이 넓은 아이였기에, 진심으로 감탄하며 말했다.
"너, 이렇게 보니까 진짜 잘생겼다."
어쩌면 후세의 마신이 얼굴을 드러내길 꺼렸던 건, 이렇게 생긴 얼굴이 너무 위엄 없고 사납지 않아서였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담태신의 미소는 찰나에 지나갔고, 이내 다시 차갑게 식어버렸다.
그는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밤에 내 발목 잡지 마라."
소소는 코웃음 치며 말했다. "누가 누구 발목 잡을지는 모르는 거지! 발목 잡는 사람이 거북이다!"
소소는 신부의 머리를 어떻게 올려야 하는지 몰랐기 때문에, 담태신의 머리는 천옌옌의 어머니가 손질해 주었다.
천 모는 솜씨가 좋아 머리를 다 손질한 후에도 멍한 표정을 지으며 혼잣말을 했다. "남자가 어쩜 이렇게 곱단 말이냐…"
소소는 밖에서 부적을 그리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이 가져다준 검은 개의 피는 제대로 사용하면 뜻밖의 효과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담태신이 배에서 그녀가 모아둔 보물들을 몽땅 빼앗아 가는 바람에, 지금은 쓸 만한 것이 별로 없었다.
소소도 꽤 빼어난 외모를 가졌기에, 천 모는 그녀의 머리를 단정히 올려 주고 얼굴에는 솥의 그을음을 발라 최대한 눈에 띄지 않도록 했다.
소소는 고개를 들어 올려 그녀를 바라보며 순순히 협조했다.
준비를 마친 후, 소소는 담태신을 보러 갔다.
그는 방 안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다가 인기척을 듣고 눈을 떴다.
소소가 그를 보니, 아름답긴 했지만 문제는 그가 넓고 평평한 가슴을 가졌다는 것이었다. 왕 공자가 한 번만 손을 대어도 이상하다는 걸 눈치챌 것이 뻔했다. 사지를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담태신이 대체 어디서 그런 자신감을 가지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곧 자시야."
담태신은 가볍게 "응" 하고 대답했다.
"너 이렇게 가만히 있어도 괜찮겠어? 신부가 전혀 움직이지 않으면, 맞이하러 온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담태신은 담담하게 말했다. "마을 여자들 중 왕 공자에게 시집가고 싶어 하는 이는 없어. 천가 부모는 온 가족이 몰살당할까 두려워 딸에게 미약을 먹이고 가마에 태워 보낸 거지. 충분히 그럴듯한 이야기다."
알고 보니, 담태신은 약에 취해 강제로 시집가는 신부 행세를 하려는 것이었다.
그가 확신을 가지고 있는 걸 보고, 소소는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천옌옌의 방 안에서 대기했다. 진짜 천옌옌은 이웃집에 숨어 있었다.
어둠이 짙어질수록, 자시가 가까워질수록 공기 중의 음기가 점점 더 짙어졌다.
그리고 마침내, 멀리서 피리 소리가 들려왔다.
바깥에서 천가 부모의 불안한 목소리가 들렸다. "아가씨, 공자님, 왕 공자의 맞이 행렬이 도착했소."
담태신은 명령했다. "들어와서 나를 부축하라."
천가 부모는 문을 열고 들어와 그를 부축해 일으켰다.
셋이 함께 밖으로 나갔다. 소소는 장작더미를 찾아 몸을 웅크리고 숨어서 조용히 상황을 살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맞이 행렬이 천가에 도착했다.
천 부부의 손바닥에는 땀이 가득했다. 그들은 의식이 없는 척하는 담태신을 가마에 태웠다.
소소는 원래 맞이 행렬이 신부를 확인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뜻밖에도 그들은 신부를 태우자마자 아무런 확인도 없이 곧장 떠났다. 마치 마을 사람들이 속임수를 쓰는 것을 전혀 걱정하지 않는 듯했다.
이렇게까지 자신만만하다는 것은, 왕 공자의 부하들이 멍청해서이거나, 아니면 그들이 절대적인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소소는 감히 이렇게까지 대놓고 악행을 저지르는 걸 보면, 후자의 가능성이 더 높다고 생각했다. 이 요괴, 상대하기 쉽지 않겠다.
기악대가 흥겨운 곡을 연주하며 가마를 따라갔다. 가마꾼들은 앞만 바라보며 무표정한 얼굴로 걸어갔다.
어둠 속에서 이 지나치게 화려한 분위기는 오히려 더욱 섬뜩하게 느껴졌다.
그들이 떠난 뒤, 소소는 조용히 기척을 감추고 가볍게 몸을 날려 그 뒤를 따라갔다.
가마꾼들의 걸음은 빨랐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을을 벗어나 작은 읍내에 도착했다.
그러나 소소를 놀라게 한 것은, 이곳의 모든 집들이 붉은 등롱을 걸어놓았다는 점이었다. 그녀는 왕 공자의 악행이 마을에만 국한된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 보니 읍내 사람들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고, 그의 위세에 눌려 모든 집들이 일제히 붉은 등을 걸어놓은 것이었다.
불빛이 환하게 밝혀져 있었지만, 거리는 텅 비어 있었고, 모든 집의 문과 창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맞이 행렬은 꽃가마를 들고 한 대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소소는 현판을 보자마자 여기가 왕원외(王员外)의 집이라는 것을 알았다.
담태신은 가마와 함께 안으로 사라졌다. 소소는 대놓고 따라 들어갈 수 없어 조용히 저택 주위를 살폈다.
한적한 곳을 찾아 담을 넘으려 했지만, 벽에 손을 대는 순간, 보이지 않는 힘이 그녀를 튕겨내며 땅에 나동그라뜨렸다.
소소는 아픈 몸을 일으키며 곰곰이 생각했다.
손을 조심스레 가져다 대자, 그녀는 투명한 결계의 존재를 느낄 수 있었다.
‘망했다, 망했어…’ 소소는 속으로 생각했다.
결계를 펼칠 수 있는 요괴라면 분명 대요괴일 것이다. 그녀는 결계를 부술 방법을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 하면 요괴를 자극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결계를 깨지 않으면, 안에 혼자 남은 담태신은 괜찮을까?
담태신은 혼례용 침상에 단정히 앉아 있었다.
맞이 행렬을 이끌던 노파는 그를 이곳까지 데려오고는 문을 닫고 떠났다.
창문도 닫혀 있었지만, 이런 밤에 바람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는 건 이상했다.
담태신은 자신의 가리개를 벗겨내고 방을 둘러보았다.
어릴 적 그는 온갖 것을 몰래 배웠고, 모든 것에 호기심이 많았다. 지금 이곳을 살펴보니, 이 방에는 꽤나 흥미로운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
붉은 초가 바닥 위에서 희미하게 타오르고 있었고, 침대는 벽에 붙어 있지 않았다. 공기 중에는 살기(煞气)가 가득 퍼져 있었으며, 담태신은 눈을 가늘게 뜨고 살펴보다가 이것이 지살진(地煞阵. 살상용 봉쇄형 진법)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그는 진을 깨뜨릴 줄 몰랐지만, 당황하지도 않았다.
과연 이 왕 공자라는 자가 어떤 존재인지 직접 확인해 보고 싶었다.
그때, 무겁고 둔탁한 발소리가 들려왔고, 문이 열렸다가 다시 닫혔다.
방 안으로 들어온 사람이 몸을 돌리자, 담태신은 곧바로 신랑 옷을 입은 왕 공자를 보게 되었다.
그의 눈은 텅 비어 있었지만, 얼굴에는 웃음이 걸려 있었다. 다만 그 미소는 지나치게 굳어 있었고, 마치 사고능력이 없는 꼭두각시 인형 같았다.
"왜 가리개를 쓰고 있지 않지?" 왕 공자가 쉰 목소리로 물었다. 그 음성은 듣는 사람을 소름 끼치게 만들었다.
담태신은 입가를 비틀어 웃으며 말했다. "내가 그딴 게 필요할 것 같나?"
왕 공자는 고개를 푹 숙이며 말했다. "그래, 번거로운 예법은 생략하지."
그는 기계적으로 자신의 옷을 벗으며 담태신에게 다가왔다.
그제야 담태신은 확신했다. 이 왕 공자는 이미 자신의 사고능력을 상실한 상태였다.
자신의 목소리는 분명 낮고 굵은 남자의 음성이었음에도, 왕 공자는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그는 오직 본능적으로 움직일 뿐이었다. 그리고 그가 처녀를 강제로 빼앗아왔던 목적을 생각해 보면, 아마 여자의 정기를 흡수하려는 것이 분명했다.
이런 수련 방식은 오직 요괴나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담태신은 왕 공자에게서 요괴의 기운을 느낄 수 없었다.
왕 공자가 가까이 다가오자, 담태신이 품고 있던 평안잠(平安锁. 란안이 준 보호부적)이 강하게 진동했다.
그는 주변을 한 번 둘러보았다. 하지만 소소가 따라오지 않은 것을 확인하자, 그의 입가에는 잔인한 미소가 떠올랐다.
잘됐다.
그는 눈이 타들어 갈 듯이 아팠다.
이제 이 왕 공자의 눈과 근맥을 빼앗으면, 그는 원하는 대로 누구든 죽일 수 있었다.
인간이든 요괴든, 이 눈으로 오래 버틸 수는 없겠지만 그게 무슨 문제인가? 세상에는 끝없이 많은 눈이 있으니까.
소소는 결계를 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그때, 구옥(勾玉)이 깨어나 말했다.
"주인님, 지하로 들어가는 방법을 시도해 보죠."
구옥은 수만 년을 살아온 존재였다. 비록 지금은 영력이 부족하지만, 경험만큼은 누구보다도 풍부했다.
소소는 고개를 끄덕이고, 소매에서 둔지부(遁地符)를 꺼내어 사용했다.
부적이 빛나면서 그녀의 몸이 사라졌다. 하지만 다음 순간,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튕겨 나오고 말았다.
구옥이 말했다. "이 요괴의 결계는 지하까지 뻗어 있군요. 지하로 침입하는 것도 불가능하겠어요."
소소는 초조해졌다. "담태신이 아직 안에 있는데,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기지는 않겠지?"
구옥이 차분히 말했다. "그는 마신의 마태니까 괜찮을거에요. 웬만한 요괴라면 그를 두려워할 테니까요."
소소가 말했다. "하지만 그는 제대로 움직일 수도 없는 허약한 몸인데. 요괴들이 그를 두려워할지 몰라도, 인간이라면 몽둥이 한 방에 쉽게 그를 때려죽일 수 있을 거야."
구옥은 말문이 막혔다. 자신이 자주 휴면 상태였던 탓에, 깨어 있을 때마다 이런 신기한 설정이 추가되는 걸 미처 몰랐다.
둘은 새로운 대책을 논의하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 눈앞의 결계가 흔들리더니, 다음 순간 갑자기 허공으로 사라졌다.
구옥이 말했다. "결계가 깨졌어!"
소소는 직감적으로 담태신이 분명 무슨 큰일을 벌였다고 생각했다. 요괴가 결계를 유지하지 않고 그와 싸우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는 뜻이었다.
이 생각이 들자마자, 소소는 지체 없이 왕원외(王员外)의 저택 안으로 몸을 날렸다.
"구옥, 나는 혼자서도 대응할 수 있어. 넌 다시 휴면 상태로 돌아가."
왕 원외의 저택 안에는 작은 호수가 하나 있었다. 소소는 그 호수를 지나면서 공기 중에서 이상한 냄새를 맡았다. 그리고 그 앞에서 끝없이 번지는 불길 속에서 한 소년이 맨발로 걸어 나오는 것이 보였다.
그는 붉은 신부복을 입고 있었으며, 긴 흑발이 헝클어진 채 풀어져 있었다. 하지만 그의 왼쪽 눈은 텅 비어 있었고, 피가 끊임없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는 상처 입은 눈을 손으로 감싸 쥐고 있었으며, 다른 손에는 무엇인가를 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정면에는 거대한 복숭아나무가 서 있었다.
아직 2월도 되지 않았는데, 그 나무에는 흐드러진 복숭아꽃이 만개해 있었다.
어두운 밤 속에서 활짝 핀 복숭아꽃은 너무나도 몽환적인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그러나 더 충격적인 것은, 그 복숭아나무의 몸통이 작은 집 한 채만큼이나 굵다는 점이었다.
소소는 밖에서 결계에 막혀 이것을 보지 못했지만, 이제 안으로 들어오니 그 거대한 나무가 마치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 있었으며, 바람도 불지 않는데 스스로 흔들리고 있었다.
담태신은 복숭아나무와 대치하며, 손에 들고 있던 것을 휙 던졌다.
그것은 바로 왕 공자의 피부였다.
하지만 이미 그 피부는 썩어 문드러져 있었고, 나무 요괴에게 영혼과 정기가 완전히 빨려버린 상태였다.
담태신은 애초에 왕 공자의 눈을 노리고 있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왕 공자는 이미 오래전에 죽어 있던 시체였다.
그는 요괴의 눈을 원했지만, 문제는 그 요괴가 '나무'라는 것이었다.
나무에게 대체 어디 눈이 있겠는가?
그래도 헛수고만 한 것은 아니었다.
나무 요괴의 경맥은 수천 갈래로 뻗어 있었고, 그는 그중 몇 가닥을 자신의 몸에 주입했다. 그러자 마비된 그의 몸이 다시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눈을 스스로 도려낸 후에야 왕 공자가 이미 오래전에 죽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제 그의 눈구멍은 텅 비어 있었고, 피는 계속 흘러내렸다.
담태신은 자신의 옷자락을 찢어내어 눈을 가렸다.
나무 요괴의 가지가 갑자기 거대하게 뻗어 나와 그를 세차게 내려쳤다.
그의 피가 묻은 가지는 빠르게 시들어 갔다. 하지만 이 거대한 나무는 일부가 시들어도 여전히 무성한 가지와 잎으로 가득했다.
나무 요괴는 그를 두려워하면서도 동시에 죽이고 싶어 했다.
분노한 나무 요괴는 광풍과 같은 기세로 담태신을 향해 가지를 휘둘렀다.
담태신의 마음이 무거워졌다. 이 정도로 거대한 나무라면, 그의 온몸의 피를 전부 쏟아부어도 충분치 않을 것이었다.
그는 필사적으로 피했지만, 결국 나뭇가지에 맞아 땅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그 순간, 부드러운 몸이 그를 끌어안으며 함께 피했다.
"넌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소소가 그의 몸에서 넘쳐흐르는 요괴의 기운을 감지하고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말했다.
"잠깐 사이에 네가 요괴의 것을 흡수했다고?"
공중에서 복숭아꽃이 우수수 떨어지더니, 그것들이 한데 엉켜 그물처럼 변해 그들을 가두려 했다.
소소는 도망칠 곳이 없음을 깨달았다. 그런데도 담태신은 혹시라도 그녀가 자신을 버리고 달아날까 봐 그녀를 더욱 세게 끌어안았다.
"놓으라고!"
담태신이 말했다. "방법을 찾아. 그렇지 않으면 함께 죽게 돼."
소소는 그의 팔을 억지로 떼어내려 하며 말했다.
"나는 널 버리지 않아."
그러나 담태신은 더 강하게 그녀를 끌어안았다.
그의 차가운 검은 눈이 흔들림 없이 확신에 차 있었다. "넌 그럴 거야."
그가 살아오는 동안, 모든 사람이 그를 버렸다. 그래서 그는 그녀와 강제로 함께할 수밖에 없었다.
담태신은 그녀의 허리를 단단히 감아 안았고, 그의 눈에서 흘러내린 피가 소녀의 부드러운 뺨을 붉게 물들였다.
소소는 얼굴에 흐르는 피를 닦을 겨를도 없이, 소매 속에서 부적을 날려 보내 그들을 감싸며 복숭아꽃의 침식을 막았다.
담태신은 고개를 숙여 그녀를 바라보았다.
소녀는 매우 침착했다.
그는 그녀가 자신의 비열함에 분노할 거라 생각했지만, 그녀는 오히려 그를 진심으로 보호하고 있었다.
그 순간, 그녀는 자신을 향해 휘둘러진 가지를 손으로 막아냈고, 충격에 신음하며 얼굴을 찡그렸다.
담태신의 손이 멈칫했다.
그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나 곧, 복숭아꽃이 한데 모여 그들을 감싼 뒤 거대한 고치를 이루며 삼켜버렸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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