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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월신명] 长月烬明 원작소설 (黑月光拿稳 한국어)

[장월신명] 长月烬明 원작소설 - 30장. 빼앗으십시오 (黑月光拿稳 한국어 번역)

by 그릿몬스터 2025. 4. 23.

  본 글은 드라마 장월신명을 보고 원작 소설이 있다고 해서 찾아봤는데, 국내에서는 출간돠지 않아서. 중국어 본을 찾아보게 되었고 제가 보기 위해 한국어로 번역했습니다, 궁금해 하시는 블러그 이웃분들이 많아, 블러그에 적게 되어, 혹시라도 저작권 문제가 생긴다면 이 블로그의 글은 추후에 비공개 될수 있음을 미리 말씀 드립니다.

장월신명 원작소설 [黑月光拿稳] 흑월광나온(한국어 번역)

30장. 빼앗으십시오


명주가 주위의 어두운 공간을 환하게 밝혔다.  

경세화는 한 번 각성되면 파괴할 수도, 되돌릴 수도 없는 신기였다. 오직 의식이 완전히 끝나기 전에 강제로 주인을 바꾸는 것만이 가능했다.  

소소의 영혼은 선천적인 신성한 몸이었다. 당연히 신기는 그녀에게 더 친밀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제 경세화는 그녀를 주인으로 인정했다. 소소는 눈을 감고 담태신의 몸속에 남아 있던 경세화의 일부 힘을 끌어냈다.  

보랏빛 광채가 담태신의 몸에서 빠져나와 소소의 몸으로 스며들었다.  

세상의 온갖 감정 중에서도, 보라색 경세화는 가장 깊은 슬픔과 원한, 그리고 아픔을 지니고 있었다.  

의식이 없던 담태신의 목젖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사실 그는 일부러 나무 요괴에게 자신을 삼키게 했다. 그 나무 요괴는 멍청했다. 
 
한 번 도발하면 이성을 잃고 아무것도 가리지 않았고, 담태신은 이를 역이용해 나무 요괴가 숨기고 있던 경세화를 빼앗을 수 있었다.  

그는 이 꽃이 무엇인지 몰랐다. 그러나 경세화가 그의 피와 닿는 순간, 강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그가 그것을 버리려고 했을 땐 이미 늦어 있었다. 머릿속을 찢는 듯한 고통이 밀려왔고, 그는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  



끝없는 어둠과 공포 속에서, 그는 희미하게 어린 시절의 대하(大夏) 궁정으로 돌아갔다.  

그는 정원의 조경석 뒤에 기대어 앉아, 적국의 황후가 어린 황자의 땀을 닦아주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 여인의 표정은 한없이 부드러웠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그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온기가 서려 있었다.  

담태신은 그녀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묻는 것을 들었다. “늠아, 오늘은 무엇을 배웠느냐?”  

분홍빛 얼굴의 소년, 소늠(萧凛)은 공손히 두 손을 모으며 대답했다. “어머니께 아룁니다. 오늘 태부께서는 치수(治水)의 도리를 가르쳐 주셨고, 유 장군께서는 저에게 기마와 궁술을 지도해 주셨습니다.”  

황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 아들은 아직 어리니, 태부와 장군께서 가르쳐주신 것들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을까?”  

소늠은 고개를 끄덕였다. “글로 배운 지식은 결국 피상적인 것일 뿐이라고 태부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이치를 빨리 깨우치면, 실천도 일찍 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황후의 곁에 서 있던 노비가 부드럽게 말했다. “황후마마께서 전하께서 고생하실까 염려하여 따뜻한 국을 준비해두셨습니다. 오랫동안 여기서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궁녀가 정성스레 싸 온 음식 상자를 들고 다가왔다.  

그윽한 향기가 퍼지는 가운데, 허름한 옷을 입은 담태신은 조경석 뒤에 웅크린 채 차갑게 그들을 바라보았다. 배는 텅 비었고, 마지막으로 음식을 먹은 것이 언제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그는 구멍이 난 낡은 신발을 들어, 진흙 바닥 위를 기어 다니던 개미를 짓밟아 버렸다. 그리고는 눈을 들어 황후를 노려보았다.  

원래, 자신에게도 어머니가 있었다.  

그러나 어머니가 살아 있는 한, 그는 죽어야만 했다.  

결국 그는 태어나는 길을 택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시절, 이미 그는 자신의 어머니를 죽이고 말았다.

담태신은 소늠을 바라보며 무심코 손에 쥔 풀잎을 더욱 강하게 움켜쥐었다. 그는 궁인들이 늘 수군거리는 소리를 들어왔다.  

육(六, 여섯째)전하는 얼마나 대단한지, 일곱 살에 시를 읊을 줄 알았고, 열두 살의 사전하조차 그를 당해내지 못했다.  

육(六)전하는 마음이 넓고 인자하며, 궁녀가 실수로 그를 건드려도 오히려 그녀를 위로했다.  

황제는 육(六)전하를 가장 사랑하여 직접 글을 가르쳤고, 훗날 대통을 이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인물이었다. 그는 반드시 훌륭한 군주가 되어 천하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아내로 맞이하고, 온 백성의 존경을 받을 것이었다.  

육전하, 소늠.  

가장 훌륭한 어머니, 가장 존귀한 신분, 무술의 천재, 뛰어난 문재(文才), 그리고 찬란한 미래.  

담태신은 조경석에 기대어 있었다. 어두운 눈동자에는 한 줄기 빛도 없었다.  

얼마나 오랜 시간이 흘렀을까, 황후와 소늠이 자리를 떠난 후 한 남루한 옷차림의 여인이 그를 찾아왔다.  

유씨는 조경석 뒤에 웅크린 담태신을 보며 조용히 말했다. 
 
“보셨나요, 전하. 원래 저것이 바로 전하의 삶이었어야 했습니다.
그는 대하의 육황자이고, 전하는 주국의 육황자로 같은 황자 이지요.
하지만 그는 하늘 위의 구름이 되었고, 전하는 땅바닥의 진흙이 되어 버렸습니다..
원래 이 모든 것이, 전하의 것이어야 했습니다.”  

담태신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내 것이었다고?”  

유씨는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 그럼요! 그러니 언젠가 반드시 주국으로 돌아가셔야 합니다.
그리고 원래 전하의 것이었던 모든 것을 되찾으셔야 합니다.
권력, 힘, 미녀, 소늠이 가진 모든 것, 그의 나라까지 전부.
언젠가 네가 천하를 호령하게 되면, 그들은 전하 발밑의 개미일 뿐입니다.”  

담태신은 오랫동안 침묵을 지켰다. 그리고 마침내 미소를 지었다. 
 
“모두 내 것이 될 거야.”  


그러나 그로부터 십사 년이 지나도 소늠은 여전히 소늠이었고, 그는 여전히 그저 자신일 뿐이었다.  

냉궁에서 누구에게든 짓밟힐 수 있는 담태신.  

소늠이 원하기만 하면 발끝으로 간단히 밟아 죽일 수 있는 하찮은 개미.  

그런데도 착하고 올곧은 소늠은 그를 짓밟기는커녕 오히려 여러 번 도와주었다.  

담태신은 생각했다. 만약 입장이 바뀌었다면, 내가 소늠을 도와줬을까?  

아니, 절대 아니다. 그는 잘 알고 있었다. 그의 내면 깊숙한 곳에서 들려오는 속삭임이 말했다. ‘너라면 그를 괴롭히고, 그를 철저히 유린한 뒤, 기쁨에 차서 죽여 버릴 거야.’  

세상은 기묘하고 알 수 없는 곳이었다. 그는 숨이 막혀왔다.  

냉궁의 여름은 무더웠고, 겨울은 얼어붙을 듯 추웠다. 옷은 부족했고, 음식도 변변치 않았다.  

유씨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끊임없이 그의 귓가를 파고들었다.  

‘빼앗으십시오. 차지하십시오. 이렇게 무능하게 살 수는 없습니다. 전하의 것입니다. 모두 전하의 것이란 말입니다!’  

장월신명(드라마) 10화-빼앗아라 경왕의 자리는 네 것이다 / 출처:티빙


보라색 경세화의 힘이 그의 몸속에서 퍼져 나갔다.  

그의 마음속에서 폭력성과 파괴욕이 서서히 자라났다. 
 
담태신의 손가락이 서서히 오므라졌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 누군가가 그의 입술을 벌리고, 부드러운 감촉이 입술 위에 닿았다.  

그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렸다. 퍼져 가던 폭력적인 감정이 멈칫하며, 이질적인 혼란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그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모든 감각이 오직 입술에 집중되었다.  

그는 유씨를 잊었고, 소늠과 황후를 잊었으며, 오로지 권력을 쫓던 집념도 잊었다.  

오직 단 하나의 감각만이, 이 순간 또렷하게 존재하고 있었다.

담태신의 목젖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아직 의식이 또렷하지 않았지만, 그는 이 감각을 붙잡고 싶었다.  

아늑하면서도 은은한 단맛이 느껴졌다. 
 
마치 그가 홀로 궁전에서 세상을 내려다보며 한바탕 쏟아지는 장대비 속에서도 가녀리지만 완강하게 피어나는 한 송이 꽃을 바라보던 순간 같았다.  

그는 한순간도 눈을 떼지 못했다. 다가가서 그 꽃을 으스러뜨리고 싶었지만, 결국 궁전 위에 가만히 앉아 손끝 하나 움직이지 못했다.  

그것은 그가 드물게 느껴본 두려움이었다. 간절한 갈망 속에서 동시에 엄습하는 공포.  

잡고 싶었지만, 결국 다가가는 것조차 두려웠다.  

입술 위의 감각이 더욱 뜨거워졌다. 마치 그 두려움을 덮어버릴 듯했다. 그는 거의 본능적으로 더욱 깊이 반응하며, 더 많은 것을 갈구했다.  

그러나 아직 완전히 탐할 수 없었을 때, 이마에 가느다란 손가락 하나가 닿았다.  

담태신은 낮게 신음을 흘리고는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소소는 곧바로 그를 기절시켰다.  

그녀는 살짝 부어오른 자신의 입술을 만지며 약간 화가 났다.  

역시 사악한 것은 사악한 것이다.  

그녀는 경세화의 힘을 흡수하고 있었을 뿐인데, 그는 대체 뭘 하고 있었던 걸까?  

그녀는 담태신이 꼭 쥐고 있던 자신의 옷자락을 떼어내고는 그의 옆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담태신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반드시 한쪽 눈이 필요했기에, 그녀가 자신의 한쪽 눈을 담태신에게 주었다.  

신기 경세화가 그녀의 몸에 깃들어 눈을 대신 하였으니, 그녀의 눈은 맑고 썩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그는 인간과 요괴의 눈을 미친 듯이 빼앗지 않아도 된다.  


구옥은 깨어나기를 거부했다.  

아마 울까 봐 두려운 듯했다.  

그는 소소가 자라는 것을 지켜보았고, 백 년 동안 그녀를 지켜왔다.  

이제 와서 그녀가 고통받는 것을 차마 볼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소소는 아주 평온했다.  

소위 말하는 ‘도(道)’라는 것은, 남의 것을 내어주며 생색내는 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누구의 눈이든, 눈은 눈일 뿐이다.  

그녀가 사람을 살리기로 했다면, 그 책임은 그녀 자신이 져야 한다.  

소소는 담태신의 눈을 가리고 있던 천을 풀었다.  

핏방울이 스며든 천 조각이 바닥에 떨어졌다.  

소소는 낮게 속삭였다.  

“오늘은 널 살려주지만, 언젠가 황연의 깊은 곳에서 다시 만나게 되면, 나는 너를 죽일 거야.”  

소년은 눈을 감은 채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그녀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그의 눈가를 스쳤다.  

그리고 자신의 왼쪽 눈을 감싸 쥐었다.  

그녀는 너무나 아파서 울고 싶었다.  

이 외로운 길, 차가운 달빛이 내리는 세상.  

어떻게든, 그녀는 걸어가야만 했다.  


 
담태신이 깨어났을 때, 그는 여전히 복숭아 나무 요괴의 몸속에 갇혀 있었다.  

그의 다리 위에는 작은 머리 하나가 기댄 채 누워 있었다.  

소소의 검은 머리칼이 흩어져 있었다.  

그녀의 입술은 창백하게 바랬고, 그는 그녀가 자신의 품에 쓰러져 있는 것을 깨달았다.  

장월신명 - 공식이미지 중 일부 (출처 : 구글)


그는 손을 들어 자신의 오른쪽 눈을 만져보았다.  

눈이 멀쩡해져 있었다.  

그리고 손에 쥐고 있던, 강대한 힘을 지닌 그 기묘한 물건이 없어졌다.  

혹시 그 물건이 그의 왼쪽 눈이 되어버린 것인가?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품속의 사람의 뾰족한 턱을 붙잡았다.  

“깨어나.”

소소의 긴 속눈썹이 미세하게 떨리더니, 그녀는 힘겹게 눈을 떴다.  

두 눈이 초점을 맞추는 데 시간이 걸렸다. 왼쪽 눈에서는 희미한 보랏빛이 스쳐 지나갔고, 그녀는 몇 번 눈을 깜빡이며 건조한 느낌이 들었다.  

경세화가 변하여 만들어진 이 눈은 여전히 아름다워 겉보기에는 진짜와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이 눈은 마치 유리로 만든 옥과 같아,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오른쪽 눈을 가리면, 그녀의 세계는 온통 암흑뿐이었다.  

나무의 몸속에서는 우르릉거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도 함께 울렸다. 나무 요괴는 신기를 잃고 나자, 더 이상 버텨낼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담태신이 말했다. "일단 나가자."  

소소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복숭아나무 내부의 벽을 짚으며 일어서려 했지만, 인간의 몸으로 신기 경세화의 과정을 억지로 겪은 탓에, 이제 전신에 힘이 남아 있지 않았다.  

몸이 휘청이며 쓰러지기 직전, 담태신이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받쳐 주었다.  

붉은 옷을 입은 소년은 냉랭한 표정을 지은 채, 그녀를 업었다.  

소소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도 굳이 말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 듯 조용히 그녀를 업고 걸어갔다.  

복숭아나무의 내부는 넓었지만, 길이 아주 긴 것은 아니었다.  

그렇게 멀지 않은 거리를 지나며, 소소의 가녀린 팔이 그의 어깨 위로 축 늘어졌다.  

담태신이 복숭아나무 밖으로 나서자, 그는 뒤돌아보았다.  

복숭아나무 요괴는 이제 말라버린 나무줄기만 남은 상태였다.  

경세화를 잃고 난 뒤, 겨울에도 복숭아꽃을 피우던 힘을 잃었고, 자유롭게 이동할 수도 없게 된 것이다.  

나무 요괴는 두려움에 가득 찬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담태신은 싸늘하게 웃으며, 등에 업힌 소녀에게 말했다.  

"벼락을 불러서 이걸 없애."  

소소는 정신을 가다듬고 진법을 발동했다.  

순식간에 복숭아나무를 중심으로 현뢰가 떨어졌다.  

허벅지만 한 굵기의 보랏빛 벼락이 번쩍이며 내리치자, 복숭아나무 요괴는 처절한 비명을 내질렀다.  

경세화를 잃은 요괴는  더 이상 자유롭게 움직일 힘을 잃었다.  

담태신은 소소를 업은 채 멀리서, 복숭아나무가 반 시간 동안 내리치는 벼락을 맞고 마침내 거대한 굉음을 내며 쓰러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는 발길을 돌려 걸음을 떼었다.  

그러나 소소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  

"우리, 소유를 찾아야 해."  

담태신이 냉담하게 말했다.  

"그건 네가 약속한 거지, 내가 한 게 아니야."  

소소는 아무런 힘도 없이 그의 어깨에 기대었다.  

담태신은 그녀를 업은 채 저택을 거의 빠져나가려다, 갑자기 방향을 바꿔 다시 복숭아나무 요괴가 있던 곳으로 돌아왔다.  

나무 요괴는 이미 벼락을 맞아 새까맣게 타 있었다.  

그는 차갑게 말했다.  

"보고 후회하지 마."  

소소는 천천히 눈을 뜨고, 복숭아나무 아래에 널브러진 여인들의 시신을 보며 슬픔에 잠겼다.  

그녀들의 몸은 복숭아나무의 가지에 뚫려 죽어 있었다.

복숭아나무가 이렇게 거대하게 자라기까지, 수없이 많은 사람을 죽였다. 젊은 여인들의 시신도, 왕 공자처럼 결국 끔찍한 가죽만 남았다.  

그렇게 많은 사람이 희생되었고, 이제는 누구가 소유인지조차 구분할 수 없었다.  

소소가 말했다. "우리 가자."  

담태신은 짧게 "응" 하고 대답한 뒤, 왕 원외의 저택을 떠났다.  

아직 동이 트지 않아 거리에는 여전히 붉은 등롱이 걸려 있었다. 바람이 불자 등롱이 흔들리며, 그 그림자가 일렁였다. 묘하게도 으스스하고 섬뜩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이 모든 참극을 일으킨 원흉은 이제 한 무더기의 마른 나무로 변해버렸다.  

붉은 옷을 입은 소년은 맨발로 걸었고, 등에 소녀를 업고 있었다.  

그의 표정은 냉담했으며, 음산한 거리를 걸어가면서도 조금의 두려움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담태신이 입을 열었다. 
 
"네가 안에 들어왔을 때, 내가 손에 쥐고 있던 걸 봤어?"  

소소는 모르는 척하며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무슨 물건? 난 나무 요괴에게 삼켜졌을 때, 네가 기절해 있는 걸 봤어. 그리고 가까스로 너에게 다가갔을 때, 나도 의식을 잃었어."  

담태신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는 고개를 들어 마을 전체가 짙은 먹구름에 뒤덮여 있는 것을 바라보았다. 강렬한 요기가 퍼져 있어 눈에 보이기만 해도 섬뜩할 정도였다.  

그는 소소를 업고 한동안 걸었다. 등불 아래 비친 두 사람의 그림자가 겹쳐지며 흔들렸다.  

담태신은 어딘가 심란한 기분이 들었다. 
 
가슴 한편에서 차가운 무관심과 냉혹함이 고개를 들었다.  

그는 냉랭하게 말했다. 
 
"오늘 네가 나무 요괴를 죽이는 걸 도왔으니까, 내가 널 마을까지 데려다 줄게. 이후의 일은 네가 알아서 해."  

그러나 한동안 아무런 대답이 들리지 않았다.  

그는 고개를 살짝 돌려 뒤를 흘끗 바라보았다.  

소녀는 고개를 떨군 채, 언제 잠들었는지 그의 어깨에 기대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장월신명 - 공식이미지 (출처 : YOUKU)

 




아침이 밝아왔다.  

천옌옌은 밤새 한숨도 자지 못했다. 신부 대역을 쓴 것이 들통 나기라도 하면, 해가 뜨기 전에 가족 모두가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첫 닭이 울었을 때, 그녀는 자신이 무사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깊이 한숨을 내쉬었다.  

천가의 부모도 목숨을 건졌다는 사실에 감격하며 눈물을 흘렸다.  

천옌옌은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며, 저도 모르게 손을 가져가 조심스럽게 어루만졌다.  

그녀는 절세미인은 아니었지만, 소녀로서 가장 빛나는 나이였다. 사소한 몸짓과 눈길 하나에도 특유의 매력이 배어 있었다.  

천옌옌은 깨끗한 잔꽃무늬 옷으로 갈아입고, 두 갈래로 머리를 땋아 단정하게 정리한 뒤, 마을 어귀로 향했다.

숲속에는 희뿌연 안개가 피어올랐다. 천옌옌은 긴장된 마음으로 어제 본 그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운 남자를 떠올렸다. 
 
한편으로는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졌고, 또 한편으로는 가슴속에 은근한 기대가 차올랐다.  

그녀는 마을 어귀의 커다란 돌 위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그러다 숲에서 발소리가 들려오자, 황급히 돌에서 뛰어내렸다. 아니나 다를까, 붉은 옷을 입은 소년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제 묶었던 여성의 머리 모양은 이미 풀려 있었고, 검고 윤기 나는 머리카락은 그의 눈동자 색과 꼭 닮아 있었다.  

예복은 찢겨 있었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천옌옌의 심장은 빠르게 뛰었다. 
 
차가운 태도 속에서도 묘하게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느껴졌다.  

그녀는 서둘러 다가가 머뭇거리며 말했다. "저... 당신들... 무사한 거죠?"  

담태신은 소소를 업은 채 그녀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마을 안으로 걸어갔다.  

천옌옌은 그의 뒤를 따라가며 조심스레 말했다. "소녀는 은인께서 목숨을 구해주신 은혜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소소는 아무리 깊이 잠들어 있어도, 이쯤 되면 깨어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눈을 비비며 옆을 바라보았다. 천옌옌은 그녀가 깨어난 걸 보자 놀란 듯 급히 고개를 숙였다.  

소소가 물었다. "천 아가씨, 너희는 무사한 거지?"  
 
소소는 담태신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 
 
"나 이제 많이 나아졌어. 고마워, 내려줘."  

담태신은 말없이 그녀를 내려주었고, 소소는 스스로 걷기 시작했다.  

천옌옌은 소소를 바라보며 마음속 깊은 곳에서 질투심이 일었다.  

왕 공자는 그녀에게 너무나 두려운 존재였다. 어제까지만 해도 꽃가마에 오르기 전에 차라리 목숨을 끊겠다는 생각까지 들었었다. 만약 어머니의 간절한 부탁이 아니었다면, 그녀는 진작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담태신이 이렇게 무사히 돌아온 걸 보면, 왕 공자는 분명 죽었을 것이다.  

그가 자신을 지켜준 것이다.  

천옌옌은 손가락을 꼭 쥔 채, 소소에게 물었다. "엽 아가씨, 그 왕 공자는... 두 분이서 없앤 건가요?"  

소소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략적으로 나무 요괴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천옌옌은 놀란 듯 말했다. "그게 복숭아나무 요괴였다니... 이제 그게 죽었으니, 마을의 다른 처녀들도 더는 두려워할 필요가 없겠네요."

담태신은 고개를 돌려 담담한 시선으로 천옌옌을 바라보았다.  

천옌옌은 그의 시선을 즉시 감지하고 얼굴이 새빨개졌다.  

담태신의 검은 눈동자는 차갑게 빛났고, 입가에는 묘한 미소가 스쳤다.  

이들 사이의 분위기를 소소는 알아채지 못했다. 그녀의 눈 속에 있는 경세화는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았다. 앞서 사람을 구하는 데만 급급했던 탓에, 하나 중요한 일을 잊고 말았다. 나무 요괴에게 황연으로 들어가는 방법을 물어봐야 했던 것이다.  

게다가 소소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짓누르는 것은, 소요가 죽었다는 사실이었다. 소령과 할아버지, 할머니는 분명히 크게 상심할 터였다.  

그녀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앞서 걸었다. 소소의 옷은 천옌옌보다 깨끗하지 않았고, 단정히 묶었던 머리도 풀어져 있었다. 작은 얼굴은 흙으로 더러워졌고, 새벽 안개 속에서 그녀는 두 팔을 꼭 끌어안은 채 추위를 달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천옌옌은 갑자기 자신감이 생겼다. 그녀는 살짝 고개를 들어 담태신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가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앞서 걸어가는 소소였다. 그 눈빛에는 어떤 감정도 담겨 있지 않았다.  

천옌옌의 마음속에서 질투심이 독사처럼 꿈틀댔다. 그녀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조용히 집으로 돌아갔다.  

마을 촌장은 복숭아나무 요괴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분노와 안도감을 동시에 느꼈다. 그의 딸 또한 나무 요괴에게 잡혀갔기 때문이다.  

그날, 마을에서 딸을 잃은 사람들은 하나둘씩 읍내 왕 원외의 저택으로 가서 아이들의 시신을 찾았다.  

소령은 눈가가 붉어져서 수수에게 절을 하려 했다.  

소소는 그녀를 붙잡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소요는 너희를 지키려다 죽었어. 네가 잘 살아가는 게 소요의 가장 큰 바람일 거야. 소령, 네 언니 몫까지 잘 살아가야 해."  

소령은 훌쩍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소소의 귀에 바짝 다가와 목을 끌어안고 조그맣게 속삭였다. "엽 아가씨, 천옌옌을 조심하세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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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구글, 티빙, YOUK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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