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글은 드라마 장월신명을 보고 원작 소설이 있다고 해서 찾아봤는데, 국내에서는 출간돠지 않아서. 중국어 본을 찾아보게 되었고 제가 보기 위해 한국어로 번역했습니다, 궁금해 하시는 블러그 이웃분들이 많아, 블러그에 적게 되어, 혹시라도 저작권 문제가 생긴다면 이 블로그의 글은 추후에 비공개 될수 있음을 미리 말씀 드립니다.
장월신명 원작소설 [黑月光拿稳] 흑월광나온(한국어 번역)
27장. 알 수 없는 수치심
담태신은 사실 깨어 있었다. 노란 개가 그에게 다가왔을 때부터 이미 의식을 잃지 않았다.
이후 그 개가 그의 피에 중독되어 죽었고, 한 무리의 아이들이 가까이 다가왔다.
그는 조용히 엎드린 채로 속으로 차갑게 생각했다. 저 아이들이 다가오면, 설령 함께 죽는 한이 있어도 반드시 어떻게든 그들을 해치우겠다고.
온몸이 극심하게 아팠다.
현빙침이 아직도 그의 왼쪽 눈을 파고들어 있었고, 굳어진 피 사이로 차가운 기운이 몸속 깊이 스며들었다. 얼굴의 반쪽이 눈 속에 묻혔지만, 그는 의식을 잃지 않으려 애썼다.
잠들면, 다시는 눈을 뜨지 못할지도 모른다.
설령 죽더라도, 자신이 어떻게 죽는지는 직접 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예상치 못한 목소리를 들었다.
숲속에서 소녀가 뛰쳐나와 아이들의 귀를 잡아 비틀며 그들을 쫓아냈다.
그 순간, 이미 무너져 버린 그의 몸이 잠시 굳어졌다.
만약 담태신이 선택할 수 있었다면, 지금 이 순간 가장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이 바로 소소였다.
그는 만약 그녀가 살아 있다 하더라도,
다음에 마주칠 때는 자신이 높은 곳에서 군림하는 왕이 되어 그녀를 마음대로 모욕하고,
그녀의 생사를 결정하는 상황일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모습으로 다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그는 사지가 망가졌고, 왼쪽 눈은 찔려 실명했으며, 완전히 폐인이 되어버렸다.
소소는 가벼운 걸음으로 그에게 다가왔다.
담태신의 머릿속에는 수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하늘도 알고 있을 것이다.
지금 이 상황이 그에게 얼마나 끔찍할 만큼 견딜 수 없는 수치와 당혹감으로 다가오는지를...
소소가 그를 뒤집기 직전, 담태신은 이를 악물고 차라리 그녀에게 소리쳐 당장 꺼지라고 외치고 싶었다.
하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조용히 그녀가 자신을 뒤집게 내버려 두었다.
눈이 마주쳤고, 담태신은 소녀의 얼굴에서 걱정이 점점 사라지고, 마침내 완전히 절망한 표정으로 바뀌는 걸 보았다.
담태신은 쉰 목소리로 차갑게 말했다.
“비웃고 싶으면 실컷 웃어라.”
소소 역시 예상하지 못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오만하게 자신을 죽이려 들던 사람이, 이렇게 처참한 모습으로 눈앞에 나타날 줄은.
담태신의 얼굴 한쪽은 피로 뒤덮여 있었고, 왼쪽 눈구멍에서 흘러나온 피는 이미 굳어 있었다.
그의 눈동자는 흐릿한 회색빛이 감돌며 텅 빈 듯 보였다.
그의 까만 속눈썹에는 눈송이가 몇 알 붙어 있었고, 사지는 힘없이 축 늘어져 있었다.
소소는 시선을 돌려 그의 손목과 발목을 보았다. 거기에는 선명하고 끔찍한 상처가 남아 있었다.
어쩐지 아이들이 그가 완전히 폐인이 되어 움직이지 못하는 걸 알고, 감히 그를 괴롭히러 온 것이었다.
담태신은 소소가 비웃기는커녕 자신의 상처를 유심히 살펴보는 것을 보고, 알 수 없는 수치심이 갑자기 밀려왔다.
"보기에 역겨워? 눈에 거슬려? 아니면 폐인을 직접 본 적이 없어서 똑똑히 보고 싶은 거냐?"
소소는 그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자신을 음울하게 쏘아보자 몹시 짜증이 났다.
그녀는 그의 머리를 한 대 퍽 내려치며 말했다.
"닥쳐, 너는 왜 이렇게 말이 많아."
그녀는 담태신을 내려놓고 그대로 돌아서서 걸어갔다. 꽤 멀리 갔음에도 등 뒤에서 느껴지는 시선이 따라붙는 듯했다.
그러나 소소는 그가 무슨 생각을 하든 상관하지 않고 뒤돌아보지도 않았다.
자신의 밤색 조랑말을 찾아 끌고 다시 돌아왔을 때, 담태신은 멀쩡한 눈으로 어두컴컴한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날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그의 음침한 표정은 하늘보다 더 어두웠다.
이제야 소소는 조금 웃음이 나올 것 같았다. 그녀의 발소리가 다시 다가오자, 담태신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떠난 거 아니었나? 다시 돌아와서 뭐 하려는 거지?"
소소는 중얼거렸다.
"분명히 살려주기를 바라면서도, 왜 한 마디라도 곱게 못 하는 거야?"
담태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소소는 문득 떠올렸다. 예전 엽가 저택에 있을 때, 사람들 앞에서는 꽤 얌전한 척이 능청스러웠던 그였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자신 앞에서는 입만 열면 독을 바른 듯 차가운 말들뿐이었다.
소소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그를 힘껏 들어 올렸다.
왔다 갔다 하는 동안 숨이 턱까지 차올랐지만, 품 안의 온기는 예상보다 따뜻했다.
담태신의 몸이 소녀의 여린 몸에 기댔고, 그는 그녀의 머리카락에서 은은한 향을 맡을 수 있었다.
그는 고개를 돌리며 그 향이 '합환화'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냉소적으로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 여자, 몸에서 나는 향조차 방탕하군.'
소소가 그의 속마음을 알았다면, 분명 그를 눈밭에 내던지고 구덩이를 파서 묻어버렸을 것이다.
소년의 체중은 생각보다 훨씬 무거웠고, 소소는 휘청이며 겨우겨우 그를 말 위에 올려놓았다.
그녀가 자신을 구할 거라는 걸 깨닫자, 담태신은 의외로 조용해졌다.
소소는 콧방귀를 뀌었다. 그의 꿈속을 본 적이 없었다면, 틀림없이 속아 넘어가 '이 녀석은 정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구나'라고 믿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생명도 담태신만큼 필사적으로 살아남기를 원하는 존재는 없었다.
"너 대체 무슨 꼴이야? 란안 부인과 함께 주국으로 간 거 아니었어? 누가 널 이렇게 만든 거지?"
담태신은 간결하게 답했다.
"담태명랑."
그는 시선을 들지 않은 채, 마치 무심한 듯 말굽을 바라보며 쉰 목소리로 물었다.
"넌 왜 나를 구한 거지?"
소소는 말고삐를 잡은 채 일부러 그를 자극했다.
"누가 알겠어? 어쩌면 네 말대로, 폐인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 구경이나 하려고 하는 걸지도 모르지."
담태신은 냉소했다.
"묵하에 뛰어들었는데도, 네가 죽지 않았다니."
소소는 나뭇가지를 집어 그의 어깨를 툭툭 치며 못마땅하게 말했다.
"내가 죽었으면, 너도 오늘 살아남지 못했을 거야."
"넌 날 구할 수 없어. 내 눈에 현빙침이 박혀 있어."
소소는 발걸음을 멈추고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현빙침이 어떤 물건인지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은 사악한 물건이었고, 무엇보다 서서히 사람을 고통 속에서 무너뜨리는 흉악한 도구였다.
현빙침이 눈에 박히면, 그 고통에 몸부림치며 울부짖게 된다고 했다. 어떤 사람들은 그 지독한 고문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하지만 담태신은 눈물 한 방울도 흘리지 않았고, 얼굴에서도 극심한 고통이 드러나지 않았다. 그래서 소소는 처음에는 그것이 현빙침 때문이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다.
이제야 알게 되자, 소소의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그녀는 아직 황연에 도착하지도 못했지만, 담태신이 죽게 내버려 둘 수 없었다.
하지만 현빙침이 박힌 눈은 이미 괴사했고, 그를 살리려면 냉기가 몸에 퍼지기 전에 눈을 바꿔야만 했다.
말굽이 눈 위를 밟으며 뽀드득 소리를 냈다.
소소가 말했다.
"곧 해가 질 거야. 아까 아이들을 본 걸로 봐서 근처에 마을이 있을 거야. 잠시 후에 가서 하룻밤 묵을 곳을 찾아보자. 겨울엔 추워서 숲에서 밤을 보내면 위험해. 네 꼴을 보면 마을 사람들이 놀랄 수도 있으니, 네가 내 오라버니라고 하자. 우리가 산적을 만나 산속으로 떨어졌다고 하면, 분명 우리를 받아줄 착한 사람이 있을 거야."
담태신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아직 자신의 눈에 대한 생각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었다.
소소의 말대로 그들은 곧 마을에 도착했다.
소소가 먼저 나서서 문을 두드리자, 문 틈새로 경계심 가득한 눈동자가 그들을 살폈다.
"어서 가시오. 우리는 낯선 사람을 들이지 않소."
소소는 정중하게 사정을 설명했지만, 집주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그녀는 다음 집의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몇 집을 돌았음에도 반응은 모두 똑같았다.
그때 담태신이 말했다.
"이 마을, 뭔가 이상해."
소소가 물었다.
"뭐가 이상한데?"
"마을에 불을 켜 놓은 집이 하나도 없어. 밤이 되었는데도 가축 소리가 들리지 않아. 네가 문을 두드릴 때, 사람들은 모두 겁에 질려 있었고, 문틈으로 몰래 살피고만 있었지. 이 마을 근처엔 산적이 있거나, 아니면 요괴가 있어."
담태신은 차분하게 분석했다.
소소는 속으로 감탄했다.
뼛속까지 아파서 몸을 떨고 있을 텐데도, 주변을 경계하며 관찰하는 걸 잊지 않다니.
그녀는 담태신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다음 집 문을 두드릴 때 먼저 말했다.
"우리는 나쁜 사람이 아니에요. 요괴도 아니고. 그저 마을을 지나가던 주술사에요. 혹시 하룻밤만 재워줄 수 있을까요?"
"주술사"라는 단어를 듣자, 이번에는 집주인이 망설이기 시작했다.
잠시 후, 나이 든 목소리가 여전히 단호하게 거절했다.
"안된다. 여기서 떠나라."
소소는 크게 실망하며 발길을 돌리려 했다. 그런데 그때, 어린 여자아이의 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할아버지, 이분들을 들여보내요. 저 언니, 정말 대단한 사람이에요."
그 순간, 닫혀 있던 나무문이 천천히 열렸다.
두 노인과 한 여자아이가 문가에 서 있었다. 그들의 얼굴엔 불안과 망설임이 서려 있었지만, 조심스럽게 소소와 담태신을 바라보았다.
소소는 깜짝 놀랐다. 이 여자아이는 바로 해 질 녘에 마주쳤던 그 아이였다.
할머니는 손짓하며 말했다.
"어서 들어오너라."
그들이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할머니는 급히 문을 닫고 빗장을 걸었다.
어린 여자아이는 할아버지의 옷자락을 꼭 잡은 채, 겁먹은 눈으로 말등에 누워 있는 담태신을 힐끗힐끗 바라보았다.
담태신이 심하게 다친 것을 본 두 노인은 소소를 도와 그를 빈방으로 옮겼다.
마을의 집들은 대체로 허름했고, 방 안에서 쉴 만한 곳이라고는 흙을 다져 만든 침상뿐이었다.
방 안에는 나무 탁자 하나와 작은 나무 의자 두 개뿐이었다.
그래도 산속 마을이라 나무 땔감만큼은 넉넉했다. 여자아이는 벌겋게 달궈진 화로를 방 안으로 들여놓았고, 방은 금세 따뜻해졌다. 차가운 겨울바람도 한결 누그러졌다.
할아버지는 촛불을 밝혔다.
소소는 담태신을 침상에 눕히고는, 품속에서 은덩이 하나를 꺼내 할머니에게 건넸다.
"저와 오라버니가 여기 신세를 지게 되어 송구합니다."
할머니는 그 커다란 은덩이를 보고는 깜짝 놀라며 손사래를 쳤다.
"아이고, 이럴 수는 없지. 처녀도 보다시피, 우리 집이 변변치 않다네. 그대와 공자께서 불편하지 않으시길 바랄 뿐이라오."
그러나 소소는 끝까지 은덩이를 할머니 손에 쥐여 주었다.
"저희에게는 잠시 몸을 뉘일 곳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행운입니다. 바깥은 너무 춥고, 만약 머물 곳을 찾지 못했다면 내일쯤 병이 났을지도 몰라요. 저희 오라버니는 크게 다쳤기에 며칠 동안 폐를 끼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이 은덩이를 받아주세요, 할머니."
몇 차례의 사양 끝에, 결국 할머니는 은덩이를 받았다.
이윽고 할머니는 따뜻한 물과 깨끗한 천을 가져왔다. 소소는 얼른 감사 인사를 전했다.
한편, 어린 여자아이는 문가에 서서 한참을 망설이는 듯했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러자 할머니가 조용히 그녀를 데리고 나갔다.
소소는 이 마을에 뭔가 이상한 기운이 감돌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지금 당장 물어보지는 않았다. 이미 깊은 밤이었고, 설령 이유를 안다 해도 당장 해결할 방법이 없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건 담태신의 처참한 상처를 치료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수건을 따뜻한 물에 적셔 그의 얼굴에 묻은 피를 닦아냈다.
담태신은 검은 눈동자로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소녀의 손끝이 그의 뺨을 스칠 때, 그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려 했지만 꾹 참았다.
그녀의 손끝은 놀랍도록 부드러웠다.
몸 곳곳의 상처에서 느껴지는 극심한 고통과는 전혀 다른 감각이었다.
만약 손과 발이 성한 상태였다면, 그는 차갑게 그녀의 손을 쳐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소소는 그의 손목과 발목의 상처도 정성껏 치료했다. 피범벅이 된 곳을 닦아내고, 깨끗한 천으로 상처를 단단히 감쌌다.
그녀는 검을 배운 사람이라, 공격자의 의도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상대는 기묘한 각도로 공격해 단순히 담태신의 손과 발을 망가뜨리는 데 그치지 않고, 극한의 고통을 느끼게 만들었다.
그가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짐작할 수 있었기에, 그녀는 최대한 부드럽게 손을 놀렸다.
담태신은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촛불 아래, 소녀는 조용히 눈을 내리깔았다. 그녀의 긴 속눈썹이 작은 부채처럼 그림자를 드리웠다. 그녀는 매우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지금은 약이 없어. 그러니 조금만 참아. 날이 밝으면 산에 들어가서 약초를 구해 올게."
담태신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 날 도와주고 싶다면, 저 여자아이를 잡아 와."
소소는 의아한 얼굴로 되물었다.
"잡아 와서 뭘 하려고?"
담태신은 조소 어린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네가 생각하는 그대로야."
그의 음흉한 미소를 본 순간, 소소는 모든 걸 깨달았다.
그는 그 아이의 눈을 원하고 있었다.
담태신은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자신의 눈을 되살리려면 가능한 한 빨리 새로운 눈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하지만 노인의 눈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는 젊고 생기 넘치는 눈을 원했다.
소소는 단호하게 말했다.
"그런 생각은 꿈도 꾸지 마. 그분들은 우리를 받아준 고마운 분들이야. 그런데도 네가 이런 끔찍한 짓을 생각하다니!"
담태신은 냉정하게 말했다.
"사람은 자기 자신을 위해 살아야 하는 법이야. 그렇지 않으면 하늘과 땅이 저주할 거다."
소소는 그가 얼마나 삐뚤어진 성격을 가졌는지 잘 알기에, 더 이상 말싸움을 할 생각도 없었다.
대신 그의 얼굴을 꽉 잡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런 악독한 생각은 당장 멈춰. 만약 네가 정말 그런 짓을 한다면, 내가 후회라는 게 뭔지 확실히 가르쳐 줄 테니까."
담태신은 차갑게 그녀를 노려보았다. 마치 그녀의 뼛속까지 꿰뚫어 보겠다는 듯한 시선이었다.
소소는 손을 놓으며 말했다. "나도 현빙침이 어떤 건지 알아. 그게 당장 네 목숨을 앗아가진 않아. 우리에겐 아직 시간이 있어."
담태신은 눈을 감았다. 그녀의 말을 전혀 믿지 않는다는 태도였다.
하지만 소소는 그가 믿을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지금 상태로는 그가 누군가를 해칠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방 안에는 침상이 흙으로 만든 것 하나만 있었고, 그것을 담태신에게 내주었기에 소소는 어쩔 수 없이 의자에 앉아 잠을 청해야 했다.
며칠 동안 길을 재촉하느라 너무나 피곤했던 그녀는 이불을 몸에 두르고 책상에 엎드린 채 금세 잠이 들었다.
그녀의 고른 숨소리가 들려오자, 담태신은 눈을 뜨고 그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촛불이 흔들리며 그녀의 모습을 희미하게 비췄다.
소녀의 입술은 살짝 오므려져 있었고, 그녀는 깊은 잠 속에서도 불안한 듯 몸을 움츠리고 있었다.
(이 장면은 BGM과 함께 보시길 추천 해서,드라마 감상 추천 드려요.)
소소는 아침 일찍 눈을 떴다. 온몸이 뻐근하고 아팠다. 밤새 책상에 엎드려 잤더니 목이 뻣뻣해져 떨어져 나갈 것만 같았다.
담태신은 이미 깨어 있었다.
그의 멀쩡한 눈은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노인이 죽을 가져왔다.
죽은 아주 묽었고 반찬도 없었다. 소소는 그래도 환하게 웃으며 감사 인사를 건넸다. 노인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뒤 어색한 듯 서둘러 방을 나섰다.
소소는 이런 상황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고, 곧바로 죽을 몇 숟갈에 털어 넣었다. 그런 다음, 담태신을 향해 말했다.
"입 벌려."
그는 별다른 저항 없이 소소가 떠먹여 주는 대로 죽을 받아먹었다.
분명 두 사람 다 고귀한 가문 출신이었지만, 지금 이 순간, 서로 이 묽은 죽 한 그릇을 마다할 처지가 아니었다.
소소는 그릇을 들고 나가 깨끗이 씻은 후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문 앞에 어제 본 소녀가 서 있었다.
담태신도 깨어 있었고, 그 아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소소는 문득 어제 담태신이 했던 말이 떠올라 재빨리 소녀를 등 뒤로 숨기고 물었다.
"무슨 일이야?"
소녀는 입술을 꼭 깨물며 조용히 물었다.
"정말로 요괴를 퇴치하는 사람이에요?"
소소는 고개를 끄덕였다.
완벽하게 맞는 말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 세상의 많은 요괴 퇴치사보다는 훨씬 나았다.
소녀가 말했다. "그럼 제 언니를 구해줄 수 있어요?"
소소가 물었다. "너희 언니가 무슨 일을 당했는데?"
"읍내에 사는 원외 댁의 공자가 어느 날 갑자기 성격이 완전히 변했어요. 그리고 두 달에 한 번씩 마을에 내려와 젊은 여자를 데려갔어요. 제 언니도 그렇게 끌려갔어요."
소녀는 말하는 도중 결국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언니가 너무 보고 싶어요. 마을 사람들은 그 공자가 이미 요괴가 되어서 언니를 죽였다고 해요."
소소는 급히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며 말했다.
"너희가 나를 받아줬으니, 나도 약속할게. 반드시 네 언니의 소식을 알아봐 줄게."
"정말요?"
"응."
이때 할머니가 나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아가씨, 정말 우리를 도와줄 수 있겠소?"
소소가 말했다. "할머니, 구체적인 상황을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노인은 한숨을 내쉬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조광진(沼光镇)이라는 곳이 있다오. 그곳에서 가장 부자인 사람이 왕 원외(王员外)인데, 예전엔 그의 아들이 아주 인정이 많고 선량했지. 그런데 1년 전부터 갑자기 성격이 완전히 바뀌더니 첩을 들이겠다고 선언했소. 처음엔 마을 처녀들이 기뻐했지만, 두 달에 한 번씩 새 신부를 들이기 시작했소.
그렇게 시집간 여자들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고, 그 가족들도 그녀들을 찾을 수 없었소. 마을 사람들은 이상하게 여겨 따지러 갔지만, 난동을 부렸던 사람들은 다음 날 마을 입구에서 시체로 발견되었고...
그 후로는 아무도 왕 공자에게 '시집'을 가려고 하지 않았소. 그러자 그는 만약 자신이 점찍은 여자가 거부하면, 다음 날 그 가족들까지 모두 죽게 될 거라고 했고 실제로 그렇게 되었소.
두 달 전, 그자가 내 손녀 소유(小悠)를 점찍었소. 소유는 우리 가족과 소령(小玲)을 위해 스스로 꽃가마에 올랐다오."
노인의 눈가가 촉촉이 젖었다.
"아가씨가 정말 소유를 찾아줄 수만 있다면, 나는 기꺼이 아가씨에게 무릎을 꿇겠소."
소소는 급히 그녀를 부축하며 말했다. "최선을 다할게요."
사람이 요괴가 되었다? 신체를 빼앗는 것 말고는 다른 이유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능력을 가진 요괴라면 절대 쉬운 상대가 아닐 터였다.
노인은 계속해서 말했다. "마을 사람들은 왕 공자가 이미 요괴가 되었다고 말하오. 오늘이 또 그날이니, 아마도 그는 다시 마을에 와서 신부를 데려가려 할 것이오. 그래서 어젯밤 당신들이 문을 두드렸을 때, 마을 사람들 모두가 문을 열어주기를 꺼렸던 것이오."
소소가 담태신을 돌아보니, 그는 마찬가지로 깊은 생각에 잠긴 얼굴이었다.
그가 소소와 눈을 마주친 순간, 담태신은 갑자기 미소를 지으며 노인에게 말했다.
"걱정 마세요. 제 여동생이 분명 도와드릴 겁니다. 어차피 그 왕 공자에게는 신부가 필요하니까요. 이 마을 사람들을 대신해 시집갈 사람으로 제 여동생보다 더 적합한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소소는 이를 갈며 씩 웃었다.
"그래, 그래. 혹시, 내가 안 된다면 우리 오라버니가 있잖아. 살짝 꾸미기만 하면 여자보다도 더 예쁘다니까?"
<계속>
⭐ 해당 글은 제가 열심히 작성하였으니, 무단으로 복제 하지 말아주세요 ⭐
* 이미지 출처 : 구글, 티빙, YOUK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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