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글은 국내 미 출간된 드라마 장월신명 원작소설 흑월광나온(黑月光拿稳BE剧本)을 제가 직접 번역한 것입니다. 무단으로 복제하지 말아 주세요 ⭐

장월신명 원작소설 흑월광나온 [黑月光拿稳] 한국어 번역
45장. 마지막
그 시절의 명야는 상주가 품은 증오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그의 어깨를 단검이 꿰뚫었지만, 굳건한 도심(道心)은 그에게 큰 고통을 주지 못했다. 신선의 육체는 그토록 강인한 것, 그는 손을 들어 눈 깜짝할 사이에 단검이 남긴 흔적을 지워버릴 수 있었다.
요괴의 붉은 눈을 가진 조개족 공주를 바라보며, 그는 오랫동안 침묵했다가 말했다.
“너에게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지켜줄 거야.”
그는 손가락을 들어 그녀의 미간에 가볍게 닿았다.
공주의 흐릿하던 눈빛이 점차 맑아졌다. 그는 그녀의 감정이 가라앉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가 그의 얼굴을 똑바로 마주 본 순간, 그 눈동자에 더욱 깊고 강한 증오가 소용돌이쳤다.
그녀는 그의 손을 거칠게 쳐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너였구나.”
하늘 위의 존재 같던 명야 선군이 잠시 당황한 듯 손가락을 떨었다. 그는 예전처럼 후배들에게 도를 설하듯 말했다.
“비록 요괴의 눈동자가 나타났더라도, 아직 돌이킬 수 있다. 도심이 굳건하다면, 여전히 바른 길로 돌아갈 수 있어.”
공주는 그의 말을 듣고, 마치 우스운 농담을 들은 듯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도심? 도심! 너 따위가 나한테 도심을 말해?” 그녀는 그를 밀쳐내며 웃었고, 웃는 그 눈가에는 눈물이 가득 고여 흘러내렸다. “백 년 전 내 도심은 너였어. 그런데 넌 날 사랑하지 않았지. 날 천하디 천한 존재라 여겼어. 그래서 나도 널 포기했어. 그다음 내 도심은 조개족의 미래였는데, 이제 조개족은 없어졌고, 아버님도 돌아가셨어.”
그녀는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나는 상청(上清)의 신선들에게 백 년 동안 요괴라 불렸어. 이제야 마침내 마(魔)가 되었는데, 그런 나한테 도심을 논하겠다고?”
명야의 얼굴은 핏기 없이 하얗게 질렸고, 그의 입술이 떨렸지만 단 한 마디도 내뱉지 못했다.
공주는 한바탕 웃음을 터뜨리고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그녀의 이마에는 붉은 마문의 무늬가 떠올랐다.
소소는 몸을 돌려 비경 안쪽으로 더 깊이 들어가려 했다. 그러나 명야가 그녀를 붙잡았다.
그는 차분하고 냉랭한 목소리로 물었다. “너는 누구를 구하려는 거지?”
소소는 뒤돌아보며 웃었다. “내 오라버니, 상우요. 선군님, 백 년이나 지났는데, 아마 당신은 내가 오라버니가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겠죠?”
명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사실 그는 알고 있었다.
그와 작은 조개공주가 함께 지내던 몇 해 동안, 그는 서서히 그녀에 대해 알아가고 있었다. 조개공주는 잘 웃고 잘 울며, 대담하기 그지없었지만 그의 앞에서는 마치 아이처럼 조심스러웠다.
그녀는 단 것을 좋아했고, 시냇물 속에 몸을 담그는 걸 즐겼으며, 누구와도 잘 어울렸다. 나비와 꽃의 정령들조차 그녀를 좋아했다.
그녀에 관한 자잘한 모든 것들을 그는 알고 있었다. 비록 처음엔 조개족을 미천하게 여겼지만, 시간이 지나며 그들 또한 이해하려 노력했었다.
하지만, 주마령(誅魔令)이 떨어진 뒤, 조개족은 멸망했다.
명야는 시선을 내리깔며 말했다. “내가 들어가겠다.”
그는 기쁨도 슬픔도 없는 얼굴로, 조개족 공주보다 한발 앞서 비경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소소는 따라 들어가려 했지만, 자신이 결계에 갇혔다는 걸 깨달았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를 무렵, 명야는 온몸이 상처투성이인 강의 조개 하나를 안고 나왔다.
“오라버니!” 소소는 원형으로 돌아온 상우를 조심스럽게 받아 안았다.
상우는 상처가 너무 깊어, 거의 전신의 수련이 흩어져버린 상태였다.

소소는 다급히 상우를 데리고 떠났고, 뒤에 있는 명야를 한 번도 돌아보지 않았다.
명야의 입가에는 피가 흘렀고, 이마의 하얀 신선 문양은 모두 검게 변해 있었다.
그는 상우를 안고 점점 멀어지는 소소의 모습을 바라보며 몇 걸음 뒤따랐지만, 곧 비경 안에 쓰러졌다. 그의 반쪽 원신은 영원히 비경 속에 남게 되었다.
명야는 비경 출구에 쓰러진 채, 오래전 상주의 눈 속에 자신밖에 없던 시절을 떠올렸다.
그가 출정했다가 다쳐서 돌아오면 누구도 알아채지 못했지만, 다음 날이면 어김없이 창가에 치료를 위한 영약이 놓여 있었다.
그는 그런 약을 눈길조차 주지 않고, 냉정하게 선녀에게 명해 버리라고 했다.
하지만 이번엔, 조개족 공주는 다시는 돌아보지 않았다.
12월, 명야는 인간 세상에 한 마녀가 나타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녀는 사람을 죽여 수련했고, 요괴도 죽였으며, 심지어 상청의 신선 몇 명까지 살해한 후 그들의 영혼을 생생히 삼켜버렸다.
마로 수련하는 데에는 영수(靈髓)가 필요 없었고, 마녀의 수련은 급속히 강해졌다. 상청의 여신선의 혼백이 그녀에게 박살나자, 천환은 더는 참지 못했다.
그녀는 명야의 동굴로 찾아와 애타게 간청했다. “명야, 모두가 봤어요. 그 마수는 상주예요. 당신은 상청을 영원히 지키겠다고 약속했잖아요.”
명야는 눈을 떴다.
그는 동굴을 나와 기운을 따라 움직였다.
명야는 자신의 두 눈으로 상주가 사람을 죽이는 모습을 보았다. 그녀의 검은 머리카락이 흩날렸고, 요괴의 붉은 눈에는 짜릿한 희열이 떠올랐다. 그가 다가오는 것을 본 상주는, 자신이 상대가 되지 않음을 깨닫고 분노에 차 떠나려 했다.
명야는 눈을 감았다가 조용히 말했다. “너는 지금까지 이백삼십사 명을 죽였어.”
소소는 비웃듯 물었다. “이번에도 선군님께서 제 죄업을 씻어주고, 제가 다시 바른 길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주시겠어요?” 신과 마족의 전쟁은 끝났지만, 지금의 그녀는 학살에 물든 요마가 되어 있었다.
명야는 묵묵히 침묵할 뿐이었다.
삼지창이 그의 손에 나타났고, 조개족 공주는 그에게 선기 안에 갇혔다. 그때 명야는 말했다.
“너를 망진산에 가둘 거야.”
잠시 멈춘 후, 그는 덧붙였다. “내가 직접 지킬 거다.”
백년이든, 천년이든, 만년이든.
그 말에 그녀는 선기 안에서 격렬하게 몸부림쳤다. 차라리 그 안에서 죽더라도 선기를 부수겠다는 결심이었다.
명야의 손이 떨렸고, 거의 반사적으로 선기를 열어버렸다.
그녀는 흔적도 없이 달아났다.
그는 달빛 아래 오랫동안 서 있었다. 그제야 처음으로, 다시는 되돌아갈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녀가 그랬듯, 그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 이후 마녀는 점점 더 기세등등해졌고, 부서진 신기를 찾아 헤맸다. 끝내 그녀가 초록빛의 경세화를 써버렸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뿐만 아니라, 그녀는 화양정(火陽鼎)까지 손에 넣었다.
모든 이가 알고 있었다. 마녀 상주는 언젠가는 천뢰(天雷)에 맞아 죽게 될 거라는 것을. 하지만 그녀는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았고, 이미 미쳐버린 상태였다.
황연을 지키는 직택을 제외하고는, 세상에 더 이상 신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녀를 막을 자는 없었다. 신에 가장 가까운 존재는 명야였다.
하지만 그는 은거를 택했고, 세상 일에 등을 돌렸다.
세상 사람들은 소문을 퍼뜨리기 시작했다. 상주가 한때 명야의 아내였다고. 예전의 명야 선군 역시 차츰 나쁜 평판을 얻게 되었다.
오십 년째 되던 해, 천벌의 벼락은 마녀를 죽이지 못했다.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그녀는 상청으로 달려가 천환 성녀와 천호 존자를 죽였다.
조개족 공주는 화양정을 사용해, 상청의 하늘 위에서 천환을 칠칠사십구 일 동안 불태웠다.
마지막 날, 모든 사람들이 보았다. 처음에는 천환이 분노에 찬 욕설과 비난을 퍼부었고, 그 다음엔 울면서 살려달라고 애원했으며, 마지막엔 서서히 불에 타며 재가 되어 흩어졌다. 상주는 화양정을 품에 안은 채 상청을 지나갔고, 상청에는 풀 한 포기 자라지 않게 되었다.

신선들은 모두 도망쳤고, 그날 이후 상청 신선계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늑대 요괴 소서는 산꼭대기에서 그녀를 연민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았지만, 그녀의 걸음은 멈추지 않았고, 그 눈 속엔 오직 학살의 쾌감만이 가득했다.
그녀는 한 걸음 한 걸음, 명야 선군의 동굴 앞까지 걸어갔다.
소서가 뒤쫓아가며 외쳤다. “상주, 멈춰! 너는 이런 사람이 아니야. 이렇게 계속 가다간 천뢰에 맞아 죽고, 영원히 환생하지 못한 채 다음 생도 없을 거야.”
상주는 그를 거칠게 밀쳐냈다. 그녀의 마문이 기괴하게 빛나며, 거의 순간적으로 소서를 죽일 뻔했다.
그때 하늘 위에서 갑자기 천벌의 벼락이 요동쳤다.
소서는 깜짝 놀라 순간적으로 그것이 상주를 내리칠 벼락이라 생각했으나, 보라색 벼락이 동굴 주위를 감싸고 떠나지 않았다. 놀랍게도 그것은 명야가 신이 되기 위한 천뢰였다!
삼계가 충격에 빠졌고, 모든 존재가 경악하며 천뢰를 바라보았다.
그들은 환호했다. 명야 신군이 마침내 신의 시련을 겪고 있었다. 시련을 성공적으로 넘긴다면, 그는 마녀 상주를 죽일 수 있을 것이었다.
동굴의 문이 열렸고, 오십 년 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선군이 천천히 걸어나왔다.
그는 본래부터 무뚝뚝하고 차가운 사람이었지만, 지금의 그는 더욱 성스럽고 엄숙한 기운을 풍겼다.
그는 곧장 조개족 공주에게 다가갔다.
붉은 옷과 흰 옷.
두 사람을 마주하자, 모든 수련자들의 사기가 올라갔다.
“선군님, 아니, 신군님! 마녀를 죽여 주세요!”
“맞습니다! 그녀가 편히 죽도록 두어선 안 됩니다. 당장 죽이세요!”
사람들의 외침 속에서, 명야는 손을 뻗어 조용히 조개족 공주의 뺨을 어루만졌다.
소소는 얼어붙었다.
명야가 말했다. “네가 믿든 믿지 않든, 나는 대나무 숲에서의 그 7년을 알고 있어.”
“네가 얼마나 조심스럽고, 두려워하면서도 나를 향해 모든 것을 걸었는지.”
“너는 믿지 않겠지만, 네 이마에 새겨진 그 입맞춤은 우연이 아니라, 내가 의도한 것이었다.”
조개족 공주는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그래서 어쩌라고.”
천뢰가 요동쳤다.
명야는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상주, 네가 예전에 나에게 물었지. 죄업을 씻고 바른길로 갈 수 있느냐고. 이제 대답해 줄게. 가능해.”
그는 갑자기 웃었다. 백육십 년 만에 처음으로 짓는, 어쩔 수 없는 미소였다.
“나의 신수를 대가로, 너의 마골을 바꾼다.”
이제부터 너는 공덕을 쌓고, 모든 죄업은 내가 대신 짊어진다. 너는 깨끗한 몸으로, 작은 선녀가 되든, 신이 되든 상관없다.
천뢰가 떨어지는 순간, 삼계는 어둠에 잠겼다. 단 하나의 빛만이 존재했다.
모두가 보았다. 명야 선군이 마녀를 단단히 끌어안고, 천뢰를 이용해 신수를 그녀에게 넘기려 하고 있었다.
그가 성공한다면, 자신은 천뢰에 맞아 죽을 터였다.
명야의 이마에 새겨진 신문이 희미해졌다. 그는 품속의 여인을 더욱 세게 붙잡아 놓치지 않으려 했다. 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한 가지 말해주고 싶은 게 있어, 상주. 나는 이번 생에서 처음으로 남편이 되어 봤어. 어떻게 너를 아껴야 하는지도 몰랐고, 그동안 너를 위해 해준 것도 없었지. 심지어 꽃 한 송이, 보석 하나조차 준 적 없더라.”

그의 품속에 있던 조개족 공주의 눈물이 소리 없이 흘러내렸다.
“이제야 깨달았을 때, 넌 이미 아무것도 원하지 않게 되었어. 내가 너를 지켜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해.”
그는 그녀의 얼굴을 조심스레 어루만지다가, 손에 가득 묻어난 눈물을 보고 잠시 멈칫했다. 그리고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상주, 너는 요괴가 아니야. 넌 선이야
너를 요괴로 만들고, 마(魔)로 타락하게 만든 건 부족한 남편 때문이야..”
천뢰가 잇달아 내리쳤다.
조개족 공주는 억눌린 울음을 터뜨렸지만, 아무도 들을 수 없었다.
“하지만 난 이제 널 사랑하지 않아. 아주 오래전에 사랑이 끝났어.”
명야의 신문이 완전히 사라졌다. 그는 조용히 말했다. “알고 있어.”
“아니, 넌 몰라.” 그녀가 나지막이 말했다.
손에 들고 있던 화양정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조개족 공주는 입 안 가득 피를 토했다.
명야는 그녀를 받아 안으려 했지만, 그녀의 몸은 마치 물처럼 힘없이 스러졌다.
조개족 공주는 명야의 경악 어린 얼굴을 바라보며 나직이 속삭였다.
“넌 아무것도 몰라, 명야.”
그녀는 하늘을 뒤덮은 천뢰를 바라보았다. 명야는 이미 반쪽 원신을 잃어 신이 될 가능성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억지로 신벌을 감수한 것은 단 하나, 자신의 신수를 그녀에게 나누어 주기 위해서였다. 가진 것이 얼마든, 전부 그녀에게 주려 했다.
하지만 아주 오래전, 그녀가 약수를 뛰어내린 그 순간부터 그녀는 이미 보호받을 육신을 잃었다. 그때 그녀는 죽었어야 했다.
어쩌면 그보다 더 이른 순간부터, 그를 만난 것이야말로 가장 큰 실수였는지도 모른다.
그녀는 수많은 사람을 죽였고, 천도의 벌이 내려오면서 이미 산산조각이 났다. 다만 초록빛 경세화를 이용해 지금까지 버텨왔을 뿐이다.
그리고 이제, 여기까지 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조개족 공주의 육신이 점점 흩어져 사라졌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에는 고통이 아닌 편안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녀는 허공을 향해 손을 뻗으며, 마치 오래 기다려온 사람을 만난 듯 진심으로 기뻐하며 말했다.
"아버지, 저를 마중 나오셨군요."
명야가 그녀의 손가락을 잡으려는 순간, 조개 공주는 하늘로 흩어지는 재가 되어 완전히 사라졌다.
그리고 작은 분홍빛이 감도는 조개껍데기가 떨어졌다. 그것은 바닥에 닿자마자 산산이 부서져 버렸다.
구옥이 소소의 손목에서 빛을 발하며 응집되었다. 소소가 반야부생에서 벗어나려는 순간, 구옥은 급히 외쳤다.
"어서요, 주인님! 반야부생이 곧 끝나버려요!"
소소는 반드시 무언가 해야만 했다.
이것은 훗날 묵하 아래의 교룡이 선이 될지, 악이 될지를 결정짓는 일이었다.
이제야 소소는 상주의 감정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었다.
그녀는 깊이 숨을 들이쉬고, 빠르게 사라져가는 상주의 목에 걸려 있던 하얀 진주를 낚아채어 바닥에 흩어진 조개껍데기 조각들 사이로 던졌다.
부서진 조각들 속에서 한 알의 하얀 진주가 또르르 굴러 나왔다.

구옥은 요동치는 반야부생을 바라보며 다급히 외쳤다.
"빨리 떠나야 해요!"
떠나기 직전, 구옥은 뒤를 돌아보았다.
눈물로 얼룩진 얼굴을 한 ‘명야’의 표정이 갑자기 뒤틀리며 변화했다.
담태신의 의식이 깨어난 것이었다.
그 순간, 고통에 찬 표정을 짓던 명야의 얼굴은 곧 불신과 경악으로 물들었다.
그는 잠시 멈칫하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한심한 놈. 겨우 여자 하나 때문에 신의 힘을 버리다니."
담태신은 명야의 이 결정이 만 년 후 묵하의 교룡과 연관이 있다는걸 깨달았다.
반야부생이 무너지기 직전, 담태신은 아무렇지 않은 듯 얼굴에 흐르던, 명야에게 속했던 눈물을 닦아내며 냉소적으로 말했다.
"마(魔)가 되면 어때? 이렇게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는데, 그녀를 되찾지 못할까봐 두려운거냐?"
구옥은 그가 혼잣말을 하는 것을 보고 말문이 막혔다.
이건 정말 너무 심한 거 아닌가.
다음 순간, 반야부생이 완전히 붕괴되었다.
구옥은 소소와 함께 이 여정을 겪으며, 반야부생이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 어렴풋이 이해하게 되었다.
그것은 그들이 기억 속의 인물이 되는 것이 아니라, 기억 속의 인물이 그들을 선택해 자신이 되는 것이었다.
상주는 자신이 소소처럼 용감하고 단단해지길 바랐다. 사랑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부족을 지키길 원했다. 그래서 그녀는 소소를 선택했다.
명야는 처음에는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반야부생에 들어온 담태신이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것을 알아차렸고, 감정을 모르는 담태신이 어떤 선택을 할지 보고 싶어 했다. 하지만 담태 가문의 그 미친놈 마음속엔 오직 힘밖에 없었다.
소서는 대의를 품고도 온화한 성정을 가졌기에, 그와 비슷한 책임감을 가진 소늠을 선택했다.
상우는 말은 독했지만 속은 부드러웠다. 자연스럽게, 이상하게 끌려 들어온 방의지가 그와 가장 닮아 있었다.
그렇다면 천환은…?
구옥은 고민했다. 지금까지도 그는 천환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그가 유일하게 꿰뚫어 보지 못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엽빙상이 반야부생에 들어온 이유는 또 무엇이었을까?
천환과 엽빙상이 동일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은 분명했다. 마치 소소가 영원히 상주가 될 수 없는 것처럼.
그렇지만 구옥은 여전히 엽빙상에 대해 경계심을 거두지 않았다.
반야부생의 외부에서는 우경, 계사숙, 입백우, 그리고 엽저풍이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두 개의 빛이 서로 충돌하며 격렬히 대립하고 있었다.
차례로 몇 사람이 반야부생에서 빠져나왔다.
구옥은 장난스럽게 소소를 놀렸다.
"어때, 주인님? 기분이 어떤가요?"
소소는 생각했다. 반야부생 속에서 조개 공주는 너무 많이 울었다. 그녀가 흘린 눈물이 너무 많아서 머리가 다 아플 지경이었다.
눈이 시큰해지자, 소소는 눈가를 비볐다.
참 나쁜 사랑이었다.
마음속에는 아직도 상주의 절망적인 감정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소소는 구옥에게 대답했다.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아. 앞으로 내가 누군가를 사랑하게 된다 해도, 절대 상주처럼 비참하게 사랑하진 않을 거야."
군약무정(君若無情) 아변수(我便休). 그대가 정이 없고 사랑하지 않는다면, 나도 미련 없이 떠나겠다.
그녀는 무엇보다 먼저 '소소' 그 자체여야 했고, 그 후에야 누군가를 사랑하는 '소소'가 될 것이다.
세상에는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럴 자격조차 없는 사람도 있는 법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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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구글, 티빙, YOUK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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