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글은 드라마 장월신명을 보고 원작 소설이 있다고 해서 찾아봤는데, 국내에서는 출간돠지 않아서. 중국어 본을 제가 보기 위해 한국어로 번역했습니다, 궁금해 하시는 블로그 이웃분들이 많아 적게 되어, 혹시라도 저작권 문제가 생긴다면 이 글은 추후에 비공개 될수 있음을 미리 말씀 드립니다.
장월신명 원작소설 [黑月光拿稳] 흑월광나온(한국어 번역)
34장. 애정실
편연의 모습이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되자, 소소는 균열 속으로 발을 들였다.
천지가 뒤흔들리며, 그녀는 반응할 새도 없이 허공에서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른 채, 소소는 땅에 세게 부딪혔고, 억눌린 신음이 새어 나왔다.
비틀거리며 일어난 그녀는 통증에 울고 웃으며 중얼거렸다. "저 여우가 마지막까지 날 골탕 먹이는구나."
아마도 그동안 쌓인 원한 때문인지, 소소에게 일부러 고생을 시키려고, 황연으로 들어오면 계속 추락할 거라는 사실을 알려주지 않은 것 같았다.
주변을 둘러보니, 마치 묘지 같은 곳이었다. 공기 중에는 잿빛 같은 것이 떠다녔고, 하늘에는 놀랍게도 푸른색 달이 걸려 있었다.
소소는 신기한 듯 그 달을 바라보다가, 구옥의 목소리를 들었다. "저건 요월(妖月)이야. 황연에서만 볼 수 있지."
소소가 물었다. "넌 어떻게 깨어난 거야?"
구옥이 답했다. "네가 황연의 수호신를 찾으러 간다기에 걱정돼서. 공중에 떠다니는 재에는 되도록 닿지 마. 전부 탁기로 변한 거라, 지금 네 몸이 인간이니까 너무 많이 닿으면 수명이 줄어들 거야."
말하고 나서야, 구옥은 자신이 헛된 걱정을 했음을 깨달았다. 소소의 몸속에는 이미 보랏빛 경세화(傾世花)가 심겨 있으니, 애초에 오래 살 운명이 아니었다. 다만, 어떤 방식으로 죽을 것인지가 남아 있을 뿐.
소소는 황연의 입구를 바라보았다. 황량하기 그지없었다.
잡초가 무성했고, 땅에서 나는 냄새는 썩고 비릿했다. 뱀, 벌레, 쥐, 개미들이 기어 다니고, 나무 위에는 몇 마리 박쥐가 붉은 눈으로 소소를 노려보고 있었다.
구옥이 말했다. "전부 하등 요물들이야. 신경 쓸 필요 없어. 우리는 선배님을 찾기만 하면 돼."
소소는 고개를 끄덕이며 잡초를 헤치고 안으로 걸어갔다.
"선배님은 어디 계실까?"
구옥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지난 신마대전(神魔大战) 이후로 만 년이 흘렀어. 황연을 수호하고 있는 신은 상고(上古) 현무(玄武)의 혈통을 이어받았고, 황연을 지켜온 지도 만 년이 넘었지. 어쩌면 그의 의식은 이미 황연과 하나가 되었을 수도 있어. 그는 세상에 남은 마지막 신(神)이야."
신족(神族)은 본래 번식이 어려웠고, 상고의 혈통은 더욱 희귀했다.
인간들은 수련을 통해 최고의 도(道)를 깨우쳐 신이 되려 하지만, 본래 신의 혈통을 타고난 천신(天神)들은 이미 삼계를 지키기 위해 모두 전사했다.
그들은 막대한 희생을 치르고 이전 마신(魔神)과 대요(大妖)들을 멸했다.
이후, 수련자들은 그들의 뜻을 따라, 황연으로 계속해서 요마들을 봉인했다. 그러나 이제, 새로운 마신이 곧 깨어나려 하고 있었다. 천신도, 인간도, 그를 막을 존재는 남아 있지 않았다.
구옥은 마음 한구석이 씁쓸해지며 말했다. "소소, 네가 꼭 성공해야 해."
소소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알고 있어."
소소는 부싯돌을 꺼내 불빛을 밝히며 말했다. "나는 언젠가 형양종(衡阳宗)의 제자들이 자유롭게 산을 내려가 세상을 경험할 수 있길 바라. 그리고 인간 세상이 다시는 자식을 서로 먹는 일이 없었으면 해."
구옥이 말했다. "마지막 남은 신족 혈맥이 홀로 황연을 지키며, 벌써 만 년이나 외로움을 견뎌 왔어. 그의 지각은 어쩌면 이미 황연의 한 그루 나무, 혹은 한 무더기 풀숲이 되어버렸을 수도 있어. 잘 살펴봐야 해."
소소가 말했다. "칠미호 같은 요괴들이 황연에서 도망쳤는데, 선배님께서 알고 계실까?"
구옥이 한숨을 쉬며 답했다. "알고 계신다고 해도, 황연에서 나와 도망친 요괴들을 잡을 방법이 없어."
결국, 황연에는 여전히 수천, 수만의 요마들이 봉인된 채 남아 있으니.
소소와 구옥은 이야기를 나누며 주위를 살폈다.
황연은 거대한 묘지처럼 어두운 입을 벌리고 있었다.
사방이 온통 황량해서 방향을 가늠할 수도 없었고, 끝없는 황무지처럼 보였다. 소소가 지나가는 곳곳에 백골이 널브러져 있었다.
구옥이 말했다. "당시 황연에 던져져 봉인된 작은 요괴들은 이제 어엿한 대요괴로 성장했을지도 몰라. 반면, 그때의 대요괴들은 아마도 황연에서 늙어 죽었겠지."
하지만 요괴들은 방종한 존재들이니, 황연 안에서 작은 요마들을 낳았을 가능성도 있었다.
일부 요괴들은 번식력이 약하지만, 어떤 요괴들은 번식력이 강했다.
구옥은 그런 요괴들의 방종한 행태를 더 이상 언급하지 않았다. 혹여나 순진한 소소가 잘못 배울까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마신(魔神)이 후손을 남기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만약 그가 자손을 남겼다면 세상은 걷잡을 수 없이 혼란스러워졌을 것이다.
구옥은 은근히 음흉한 생각을 했다. 어쩌면 마신이 그다지 능력이 없는 것일 수도 있다. 역사에 기록된 마신은 잔인하고 학살을 즐겼지만, 여자와 잠자리를 좋아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담태신 역시 마찬가지였다.
다만, 그 소문 속의 아름다운 우호법(右护法)과는 무슨 관계가 있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때, 소소가 갑자기 말했다. "소리가 들려."
구옥이 말하기도 전에, 소소는 즉시 몸을 숨길 곳을 찾았다.
바로 옆에 몇 구의 해골이 있어서, 소소는 그것들을 바깥쪽으로 밀어놓고, 숨을 죽인 채 검은 바위 뒤에 몸을 웅크렸다.
희미한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소소가 몰래 고개를 내밀어 보니, 몇 마리 뱀이 한 개의 얼음 관 주위를 둘러싸고 있었다.
뱀의 몸을 한 여자 요괴가 얼음 관 주변을 맴돌며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균열을 찾으라고 했더니, 이런 쓸모없는 것만 찾아왔단 말이야? 너희는 한심한 놈들이야!"
작은 뱀들이 혀를 날름거리며 말했다. "사녀(姒女)님, 노여움을 푸십시오. 저희도 막 균열을 발견했는데, 이 물건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바람에 맞고 기절했어요. 정신을 차려 보니 균열이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사녀라는 이름의 뱀 요괴는 분노로 몸을 떨며 얼음 관을 훑어보았다. "이건 인간이잖아? 겨우 인간 아이 하나 때문에 너희가 기절을 했다고? 내가 간신히 만들어낸 무계옥(无界玉)이 결국 너희 같은 멍청이들 손에서 부서지고 말았구나!"
그녀는 몹시 화가 났지만, 결국 억지로 분노를 삼키며 혀를 날름거렸다.
"됐어. 오랜만에 인간을 먹어볼 수 있겠군. 그냥 이 녀석을 잡아먹자."
그녀는 손을 뻗어 관을 열어보려고 했다.
그러나 금빛 바늘이 튀어나와 그녀의 손을 튕겨냈다.
사녀는 "쓰읍!" 하고 숨을 들이마시며 손을 재빨리 거뒀다. 그녀의 손은 불에 덴 것처럼 벌겋게 타올랐다.
그녀는 깜짝 놀라며 아이를 바라보았다. 이번에는 눈빛에 흥미가 더해졌다.
"약수(弱水)로 만든 얼음 관이라니."
이 말을 듣고 구옥도 놀랐다.
"신마대전(神魔大战) 당시, 약수가 한때 인간 세상으로 흘러들어간 적이 있지. 하지만 이렇게 오랜 시간이 흘렀으니 이제 거의 남아 있지 않아야 해. 도대체 누가 약수를 모아 얼음 관을 만들 생각을 했을까?"
소소가 물었다. "약수로 만든 얼음 관은 어떤 효과가 있어?"
구옥이 답했다. "신체가 썩지 않도록 보존하고 생명을 유지해. 하지만 단순히 그런 효과뿐만이 아니야. 약수로 얼음 관을 만드는 과정 자체가 굉장히 어렵지. 저 안에 있는 사람은 분명 대단히 중요한 존재일 거야."
소소는 생각을 정리하며 말했다. "그럼 명라주(冥罗珠)와 비슷한 효과를 가진 거네?"
구옥이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는 않아. 명라주는 단순히 시신을 부패하지 않게 보존하는 역할만 하지만, 약수 얼음 관은 신체를 회복하는 기능까지 있어. 명라주보다 훨씬 유용하지."
소소와 구옥이 대화를 나누는 동안, 저쪽에서 뱀 요괴가 손에서 갈색 빛을 뿜어내며 얼음 관을 녹이려고 시도하고 있었다.
구옥이 그녀의 의도를 간파하고 말했다. "만약 네가 저 아이를 구하고 싶다면, 몰래 움직이는 게 좋아. 뱀 요괴가 약수 얼음 관을 녹이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릴 거야. 그러니까 그녀가 떠난 후, 작은 뱀들이 보초를 설 때 그때 가서 아이를 데리고 나오면 돼."
소소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과연 구옥의 예상대로 뱀 요괴는 한참을 애를 쓰다가 결국 포기하고 떠났다.
이제 남은 것은 작은 뱀들이 얼음 관을 지키는 것이었다.
하지만 주변을 가득 메운 뱀들은 보기만 해도 소름 끼칠 정도로 징그러웠다.
소소는 팔을 문지르며 솟아오른 소름을 가라앉혔다. 그런 다음, 치마 자락을 찢어내고 손가락을 깨물어 피를 흘려 두 장의 부적을 그렸다.
경세화(倾世花)와 융합된 그녀의 피는 맹수의 주사(朱砂.부적 그리는 재료)보다도 훨씬 강력했다.
소소는 손가락으로 결을 맺고 명령을 내렸다. "가라!"
부적이 날카로운 눈빛을 가진 매로 변하더니, 뱀 무리 속으로 돌진했다. 원래 매는 뱀의 천적이었다. 뱀들은 순간적으로 당황했지만, 곧 그 거대한 매가 자신들을 먹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매는 발톱으로 얼음 관을 움켜쥐고 순식간에 날아갔다.
매가 소소 앞에 도착하자, 소소는 다른 한 장의 부적을 얼음 관에 붙였다. 그녀는 얼음 관 속의 아이의 얼굴을 살펴볼 틈도 없이 얼음 관을 품에 안고 빠르게 크기를 줄였다.
소소는 얼음 관을 소매 속에 넣고 전력 질주했다.
구옥이 다급하게 말했다. "더 빨리 뛰어! 저 뱀들이 쫓아오고 있어!"
소소는 뒤를 돌아볼 여유도 없이 달렸다. 이 순간, 그녀는 자신의 날개가 그리웠다.
황연 속에서 있는 힘껏 달리는 그녀의 뒤로 수많은 뱀들이 따라붙었다.
다행히도 그들은 하급 요괴들이라 지능이 높지 않았다. 소소가 몇 가지 눈속임을 쓰자, 뱀들은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허둥댔다.
소소는 한숨 돌리려는 순간, 갑자기 어깨 위로 묵직한 손이 내려앉았다.
반응할 틈도 없이 그녀는 공중으로 튕겨 나가더니, 바닥에 세게 내팽개쳐졌다. 그리고 입에서 핏덩이를 토해냈다.
사녀는 몸을 비틀며 소소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구옥이 중얼거렸다. "큰일 났네, 작은 놈들 손 좀 봤더니 이번엔 큰 놈이 나왔어."
소소는 입가의 피를 훔치며, 구옥에게 대꾸할 새도 없이 다시 일어나 도망치려 했다.
방금 맞은 그 한 방에 어깨뼈가 으스러질 것 같았다. 경세화가 몸 안에 없었다면, 그녀는 이미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구옥이 다급하게 외쳤다. "소소, 차라리 얼음 관을 그녀한테 던져 버리고 우리만 도망치는 게 어때?"
소소는 단호하게 말했다. "던져줘도 우린 못 도망가." 뱀 요괴는 절대 자신을 놓아주지 않을 것이었다.
이 순간, 소소는 담태신이 그리워졌다. 그 변태는 요괴를 처리하는 데 능했지만, 자신을 이기지는 못했다. 그야말로 요괴 사냥의 달인이었다.
사녀의 몸이 거대하게 부풀어 오르더니, 순식간에 푸른 비늘이 뒤덮인 거대한 구렁이가 되어 소소의 앞길을 가로막았다.
사녀는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네 몸에서 그 천한 년의 냄새가 나는군."
그녀는 혀를 날름거리며 공기 속 냄새를 감지했다.
소소는 태연하게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편연을 말하는 거야?"
사녀는 눈을 번뜩이며 물었다. "네가 그 천한 년을 알아?"
소소는 속으로 생각했다. 원래 편연의 원수였구나. 하긴, 다 같은 황연에 갇혀 있으니 서로 마주칠 수밖에 없지.
하지만 뱀 요괴는 분명히 칠미호보다 훨씬 강했다. 소소는 그녀의 손에서 한 수조차 버티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소소는 재빨리 눈을 굴렸다. "맞아, 난 그 칠미호랑 원수야."
뱀 요괴는 예상대로 당장 소소를 죽이지 않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칠미호? 그 천한 년이 원래 구미호 아니었나?"
잠시 후, 뱀 요괴는 갑자기 크게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 그렇군. 그 천한 년이 억지로 균열을 통과하려다 꼬리 두 개를 스스로 잘랐구나. 그 덕에 수천 년 쌓아온 도력이 사라졌겠지. 네가 아직 살아 있다면, 그년은 분명히 죽었을 거다."
소소는 순간 멍해졌다. 편연이 원래 구미호였다고?
아까 뱀 요괴가 작은 뱀들에게 균열을 탐색하라고 했던 말을 떠올리며, 소소는 깨달았다. 요괴나 마물들이 균열을 통과하려면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했다. 수천 년, 심지어 만 년에 걸쳐 쌓은 도력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었다.
아마도 예전에는 이 뱀 요괴가 편연의 상대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균열을 통해 빠져나온 편연은 너무나도 쇠약해져, 인간조차 이길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그러니 이 뱀 요괴도 감히 스스로 도망치려 하지 않고, 상황만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었다.
뱀 요괴는 혀를 날름거리며 말했다. "네가 그녀의 원수라 해도, 난 여전히 널 잡아먹을 거야."
그 말이 끝나자마자 그녀의 뱀꼬리가 날아왔다. 소소는 이미 대비하고 있었기에 간신히 피하고, 다시 전력으로 도망쳤다.
소소는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무작정 뛰었다. 앞에 무엇이 있는지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온몸을 비틀며 필사적으로 피했다.
뱀 요괴는 여유롭게 소소를 갖고 놀듯이 쫓아왔다. 그녀가 손을 가볍게 들어 올리자, 소소는 순식간에 공중으로 떠올랐다. 그녀는 숨이 막혀 고통스럽게 목을 움켜쥐었다.
사녀(뱀 요괴)는 사악하게 웃으며 손가락을 더욱 조였다.
"하찮은 인간이 감히 나와 겨루려고 해?"
그 순간, 소소의 소매 속에서 얼음 관이 바닥으로 떨어지더니 원래 크기로 돌아왔다. 그녀의 피 한 방울이 얼음 관 위에 떨어졌다.
사녀는 살인을 즐기느라 그 장면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나 약한 흔들림과 함께, 약수(弱水)로 이루어진 얼음 관이 서서히 녹기 시작했다.
구옥은 상황이 심각해지자, 필사적으로 싸울 준비를 했다. 하지만 뜻밖에도 얼음 관이 갑자기 빠르게 회전하며 사녀를 세차게 밀쳐냈다.
"꺄아악!" 사녀는 처절하게 비명을 질렀다.
그녀의 몸에 약수가 녹아내리더니, 순식간에 커다란 구렁이로 변해 땅바닥에서 몸부림쳤다.
소소는 바닥으로 떨어졌고, 그 앞에는 얼굴이 창백한 어린아이가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소소는 통증을 억누르며 아이가 팔다리에 힘도 제대로 주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그의 앞에 쭈그려 앉았다. "자, 언니가 널 업고 도망칠게."
아이의 촉촉한 눈동자가 그녀를 바라보더니, 이내 팔을 벌려 그녀의 등에 매달렸다.
소소는 목구멍으로 차오르는 피비린내를 참으며, 아이를 업고 비틀거리며 달렸다.
아이도 조용히 그녀의 등에 엎여 있었지만, 고개를 돌려 뱀 요괴를 힐끗 보더니 입술을 꾹 다물고 말했다. "요괴가 또 따라오고 있어."
그는 그녀가 힘겹게 뛰는 모습을 보고 말했다. "나를 내려놓고 혼자 가."
소소는 말했다. "정말 나를 돕고 싶다면, 어디로 가야 할지 알려줘."
아이는 잠시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왼쪽에 사당 같은 곳이 있는 것 같아."
소소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곧장 왼쪽으로 뛰었다.
뒤쫓아오던 사녀는 앞에 나타난 사당을 보자 얼굴빛이 확 변했다. 그녀는 소소와 아이를 분한 눈빛으로 노려보다가, 이를 악물고 물러났다.
소소는 사당 안으로 뛰어들었고, 아이는 고개를 돌려보며 말했다. "요괴가 따라오지 않았어."
그때, 구옥이 기쁜 목소리로 말했다. "소소, 저쪽을 봐!"
그녀가 고개를 돌리자, 황폐한 자리에 놓인 한 개의 방석 위에 흰머리의 남자가 눈을 감고 앉아 있었다.
그의 몸에는 요기(妖氣)가 없었고, 주변에는 부드러운 흰빛이 감돌았다. 신성하고도 맑은 기운이 그의 몸을 감싸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펼친 결계가 흔들리는 것을 감지했는지, 천천히 눈을 떴다.
그것은 어떤 눈이었을까. 고독하고 쓸쓸하면서도, 냉정한 듯하지만 연민이 서린 눈빛이었다.
그의 눈을 마주하는 순간, 소소는 그 안에서 멀고도 긴 세월이 흘러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는 분명 신임에도 불구하고 이 황연 속에서 수만의 요마들과 함께 살아가며, 영원히 햇빛조차 들지 않는 이곳을 지키고 있었다. 그 사실을 떠올리자, 소소의 코끝이 시큰해졌다.
소소는 아이를 조심스럽게 내려놓고, 공손히 절을 올렸다.
"선배님, 후배 리소소입니다. 어쩔 수 없이 이곳에 발을 들이게 되었고, 폐를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부디 용서해 주십시오."
남자는 은빛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보았지만, 책망하는 기색은커녕 오히려 눈빛에 조금의 안도감이 스쳤다.
"드디어 왔구나."
소소는 놀란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았고, 그녀의 뒤에서 아이도 어리둥절해했다.
남자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바로 다음 순간, 아이가 그대로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그리고 그는 소소를 향해 말했다.
"이리 오너라."
소소는 서둘러 앞으로 나아갔다. 가까이 다가가서야 남자의 몸이 이미 반투명해졌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는 손을 들어 손가락을 소소의 미간에 살짝 얹었다.
그곳은 바로 소소 본체의 주사(朱砂)가 있는 자리였다.
“내 이름은 직택(稷泽)이다.” 그는 부드럽게 말했다.
소소의 몸속에 뱀 요괴가 남긴 내상이 서서히 치유되었다. 그녀는 검은 자와 흰자가 또렷한 눈을 크게 뜨고 한순간도 눈을 깜빡이지 않은 채 직택을 바라보았다.
그는 은빛 눈동자로 미소를 띠며, 가볍게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작은 친구.. 아주 강하구나.”
소소는 세상에 남은 마지막 신(神)에게 칭찬을 받았다. 드물게 아이 같은 모습을 보이며 어쩔 줄 몰라하다가, 수줍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 모습을 본 구옥조차 놀라며 말했다. “소소, 네가 부끄러워하기도 하는구나!”
직택은 눈을 내리깔고 말했다. “구천 구옥이라니, 보기 드문 존재로군.”
이 말을 듣자, 구옥도 살짝 당황했다. 수많은 세월 동안 아무도 자신이 정체가 무엇인지 알아보지 못했는데, 직택은 단번에 이름을 불러 주었다. 구옥은 얼굴이 뜨거워지는 것 같았다.
직택은 구옥의 감정을 더 이상 깊이 파헤치지 않고, 가라앉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소소에게 말했다.
“나는 이 황연을 너무 오래 지켜왔다. 신력이 점점 사라지면서 이곳에도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 세상은 머지않아 요마들이 날뛰게 될 것이다.”
소소는 말했다. “후배가 바로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왔습니다. 아버지와 장로님들께서 저에게 500년 전의 역사를 바꾸고, 사골을 뽑아내어 마신의 부활을 막으라고 하셨습니다. 선배님께서 방법을 가르쳐 주십시오.”
직택은 말했다. “사골을 뽑아내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상관없는가?”
소소는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직택의 은빛 눈동자는 맑고 깨끗했다. 그는 격려의 말도, 절망적인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너그럽게 말했다.
“그렇다면, 작은 친구여, 가서 시도해 보거라.”
그는 손바닥을 펼쳤고, 그 안에는 황금빛으로 빛나는 구슬이 떠올라 있었다.
구슬은 직택의 손에서 소소의 손으로 천천히 날아갔다.
구옥이 세심히 살펴보더니 말했다. “이건…… 멸혼주루(灭魂珠泪)! 들은 적이 있어. 멸혼주루는 아홉 개의 신정(神钉)으로 변하여 사악한 자의 몸에 박힐 수 있다고 하지. 하지만 지금까지 누구도 직접 본 적이 없어.”
“신이 몰락하기 직전에서야 멸혼주루를 만들 수 있다.”
소소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직택을 바라보며, 입술을 떨며 말했다.
“선배님…… 당신은……”
직택은 미소 지으며 말했다. “나는 곧 소멸할 것이다.”
그의 목소리는 담담하고 평온했지만, 소소와 구옥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한동안 침묵이 흐르다가, 구옥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멸혼주루가 어떻게 하면 멸혼정으로 변해 사골을 없앨 수 있습니까?”
이런 일을 해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니 당연히 경험도 없었다.
직택은 소소를 바라보았다.
“세상에서 사골을 뽑아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마신의 마음을 열어, 멸혼주루가 아홉 개의 멸혼정으로 변하도록 한 뒤, 그것을 하나씩 그의 심장에 박는 것이다.”
소소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더듬거리며 말했다.
“마, 마음을 연다고요?”
설마, 그녀가 생각하는 그 의미는 아니겠지?
직택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너는 영리하니, 반드시 내 뜻을 깨달을 것이다. 황연의 봉인은 앞으로 삼 년 안에 깨진다.
반드시 그 안에 멸혼정을 그의 심장에 박아야 한다.
그러나….”
직택은 그녀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
“세상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마신에게는 정(情)이 존재하지 않는다.”
소소는 손에 쥔 멸혼주루를 더욱 세게 움켜잡았다.
이번에는 구옥조차도 충격을 받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소소는 더 묻고 싶었지만, 직택은 이미 눈을 감아버렸다.
하얀 머리의 이 세상에 남은 마지막 신(神) 직택은 점점 더 투명해지더니, 마침내 공기 속으로 사라졌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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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구글, 티빙, YOUK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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