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글은 드라마 장월신명을 보고 원작 소설이 있다고 해서 찾아봤는데, 국내에서는 출간돠지 않아서. 중국어 본을 찾아보게 되었고 제가 보기 위해 한국어로 번역했습니다, 궁금해 하시는 블러그 이웃분들이 많아, 블러그에 적게 되어, 혹시라도 저작권 문제가 생긴다면 이 블로그의 글은 추후에 비공개 될수 있음을 미리 말씀 드립니다.
장월신명 원작소설 [黑月光拿稳] 흑월광나온(한국어 개인번역)
19장. 알사탕
소소는 그가 왜 화가 났는지 깊이 따질 생각은 없었다. 인질이 있으니 이제 모든 게 수월해졌다.
하지만 담태신을 계속 이렇게 묶어둘 수는 없었다. 정지부적의 효과는 단 반 시간뿐. 시간이 지나면 곤란해지는 건 자신과 소늠이었다.
소소는 그의 몸에서 내려와 ‘가춘(담태신이 꿈속에서 빙의한 몸)’의 물건을 뒤지기 시작했다.
담태신은 몸을 움직일 수 없었지만, 싸늘한 눈빛으로 계속 그녀를 바라보았다.
역시나 ‘가춘’이라는 자의 신분답게 온갖 독약을 가지고 있었다. 소소는 절명산 한 병과 일시적인 산공약 한 병을 집어 들고, 담태신의 입을 억지로 벌려 약을 먹였다.
“해독제는 내가 가지고 있을 거야. 네가 뭘 먹었는지 똑똑히 봤겠지? 이제 부적을 풀 테니까, 우리를 꿈에서 나가게 해.”
그녀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쓸데없는 짓 하지 마. 살고 싶으면 손해만 보는 일은 그만하는 게 좋을 거야.”
담태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소소는 부적을 떼어냈다. 그녀는 이미 한 번 담태신의 꿈을 경험했기에, 이자가 목숨을 아끼는 성격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어릴 때는 죽은 쥐까지 먹어가며 살아남으려 했던 사람이니, 꿈속에서 허무하게 죽는 걸 용납할 리 없었다.
“가자, 소늠을 찾으러.” 그녀는 담태신을 툭툭 찔렀다.
과연, 담태신이 움직였다.
그는 정말 죽고 싶지 않았다. 잠깐의 방심이 지금의 불리한 상황을 초래했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니 그는 조용히 다른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소늠은 소소와 담태신을 보자 깜짝 놀라며 말했다.
“삼소저(三小姐)? 무사하십니까?”
소소는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요.”
“그는…….” 소늠은 ‘가춘’을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소소는 말했다.
“그는 담태신이에요. 이전에 우리가 알아보지 못해서 오해가 있었지만, 이제 오해도 풀렸고, 담태신이 우리와 힘을 합쳐 같이 나가기로 했어요, 그렇지?”
그녀는 대충 둘러대면서도, 슬쩍 담태신을 툭툭 찔러 위협했다.
담태신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
소늠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 질자전하(质子殿下. 볼모 담태신을 높여 부르는 말) 이셨군요.”
소늠은 소소와 담태신이 모두 꿈속에 있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담태신에게 특별히 적대감을 가지지는 않았다.
소늠은 속이 좁은 사람이 아니었고, 담태신은 어린 시절부터 궁에서 고생하며 살아왔다. 소늠은 그를 몇 번 본 적이 있었고, 가끔은 도와주기도 했다.
“왕야(전하를 사적인 관계에서 높여 부르는 말), 지금 상황은 어떤가요?” 소소가 물었다.
“사실 어젯밤, 나는 이미 성공했소. 암살 시도 중 일부러 실수한 척하며 빙상이 ‘황제’의 신물을 보게 만들었지.
그녀는 내가 황제가 보낸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소.”
소늠의 말에 소소는 매우 놀랐다.
이미 성공했는데도, 왜 엽빙상이 여전히 떠나려 하지 않는 걸까? 혹시 그들이 잘못 짐작한 걸까?
그녀가 가장 집착하는 것이 소늠의 사랑이 아니었다는 뜻인가?
소늠이 말했다.
“보아하니 이 방법은 통하지 않는것 같더군.”
소소는 무언가 떠오른 듯 미소를 지으며 담태신을 바라봤다.
“너는 어떤 방법을 쓸 건데?”
담태신은 그녀를 흘겨보더니 입꼬리를 올렸다.
“당연히 너희보다 효과적인 방법이지.”
아마도 그는 지금 ‘가춘’의 몸을 쓰고 있기 때문에, 그의 미소는 더욱 음흉하고 불길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하얀 나비는 이제 거의 붉게 물들었고, 이는 현실 세계가 곧 동이 틀 것임을 의미했다.
이제 다른 방법을 찾기엔 시간이 부족했다. 결국 그들은 담태신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담태신은 여유롭게 걸음을 옮겨 어화원(御花园)으로 향했다.
그때 궁녀 한 명이 어린 남자아이를 따라가며 외쳤다.
“태자 전하, 천천히 가세요! 넘어지면 안 됩니다!”
그 아이는 비단 옷을 입고 있었고, 세 살이나 네 살 정도로 보였다. 통통한 볼과 앙증맞은 이목구비가 마치 옥 조각처럼 귀여웠다.
그는 정원에서 나비를 쫓으며 즐겁게 뛰어다니고 있었다.
소늠은 그 아이를 보며 잠시 정신이 멍해졌다. 어차피 이곳은 꿈속이지만, 저 아이는 엽빙상과 ‘그 남자’의 아이였다.
어린아이는 나비를 쫓다가 결국 담태신의 다리에 부딪혔다.
그는 땅에 나동그라졌고, 눈에는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한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담태신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내려다보았다.
그러다, 모두가 경악하는 가운데, 그는 단 한 손으로 아이를 번쩍 들어 올렸다.
궁녀는 그의 행동을 보고 깜짝 놀라 땅에 무릎을 꿇었다.
“가춘 대인! 태자 전하는 일부러 그런 게 아닙니다. 부디 제가 태자를 모시고 가게 해주세요.”
공중에 매달린 채 다리를 허우적대던 어린 태자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깨닫고 겁에 질려 엉엉 울기 시작했다.
그제야 소소는 담태신이 무엇을 하려는지 깨달았다.
“설마…… 이 아이를 죽이겠다는 거야?”
담태신은 차갑게 말했다.
“너희도 나가고 싶지 않나? 어차피 가짜일 뿐인데, 죽이면 어때.”
그는 아이를 소늠에게 휙 던졌다. 소늠은 반사적으로 아이를 받아 안았다.
작은 태자는 소늠의 품에서 덜덜 떨며 담태신을 쳐다볼 엄두도 내지 못했다.
“네 자식이라면서, 직접 처리하지 그래.”
소늠은 품에 안긴 아이를 내려다보았다. 어린 태자는 두려움에 몸을 떨며 그를 꼭 끌어안았다.
소늠은 무심결에 말했다.
“그럴 순 없어.”
작은 태자는 흐느끼며 눈물을 뚝뚝 흘렸다. 너무나 가련한 모습이었다.
소소도 골치가 아파졌다. 그녀는 담태신에게 물었다.
“다른 방법은 없어?”
담태신은 정원석에 기대어 내려다보며 비웃듯 말했다.
“이게 유일한 방법이다. 뭐야? 차마 못 하겠어?”
소늠과 소소가 망설이는 모습을 보자, 담태신은 냉소하며 말했다.
“어리석은 감상주의자들.”
그에게는 이 상황이 우스울 따름이었다. 세상에, 어째서 어떤 사람들은 남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목숨을 포기할 수 있는 걸까?
그는 다가가 어린 태자의 목을 움켜쥐었다.
아이는 그의 손에 들려 공중에 매달렸고, 담태신은 무표정하게 손에 힘을 주었다.
소늠은 눈살을 찌푸렸지만, 담태신이 틀린 말을 한 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이 아이는 가짜다. 심지어 몽요의 마기로 만들어진 환상일 뿐이다. 더 이상 망설이면 모두 이곳에서 영원히 갇혀버릴 것이다.
담태신이 힘을 주자, 원래 파랗게 질려가던 아이의 몸이 갑자기 검은 연기로 변하며 허공으로 흩어졌다.
소소는 담태신을 한 번 바라봤다. 그는 여전히 ‘가춘’의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표정은 냉혹하기 짝이 없었다.
꿈속 태자가 사라지자, 그들은 곧바로 엽빙상의 궁전으로 향했다.
앞장서 걷는 소늠의 얼굴에는 무거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비록 가짜라 해도, 방금 전까지 그의 품에 있던 아이가 사라진 것이 마음에 걸렸던 것이다.
소소는 담태신 쪽으로 다가갔다. 뭐라고 말을 꺼내려던 찰나, 그가 먼저 싸늘하게 말했다.
“왜? 나더러 잔인하다느니, 인정머리 없다느니 하려는 거냐?”
소소는 그의 반응이 의외였다.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조용히 말했다.
“아니, 그냥 고맙다고 하려던 거야.”
만약 담태신이 없었다면, 그녀와 소늠은 끝내 마음을 굳히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담태신은 그녀를 힐끗 보더니 말했다.
“그렇다면, 해독제를 내놔. 다른 속셈은 없다. 확실히 너희를 꿈에서 나가게 해주지.”
소소는 잠시 고민하더니, 품에서 작은 병을 꺼내 그에게 건넸다.
그녀가 이렇게 순순히 해독제를 넘길 줄은 몰랐다. 담태신은 속으로 그녀를 어리석다고 비웃었다. 해독제를 먹고 나면, 그는 반드시—
그러나 약을 입에 넣는 순간, 뭔가 이상했다.
붉은색 작은 알약이 입 안에서 녹아들었다...설마 이건.. 알사탕??
소소는 활짝 웃으며 고개를 들고 물었다.
“달콤해?”
“네가 날 가지고 놀았어?”
그의 입술에는 사탕의 붉은 색이 살짝 물들었고, 창백했던 얼굴이 순간 일그러졌다. 소소는 웃음을 참으며 고개를 저었다.
“내가 언제 해독제라고 했어? 그리고 꿈에서 나가면 독도 자연스럽게 풀릴 거야. 어차피 아무런 고통도 없는데, 그냥 좀 참아.”
담태신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며, 이가 사탕을 씹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그녀를 죽이고 싶다는 표정이었다.
소소는 웃음을 억누르며 말했다.
“뱉지 마, 뱉으면 네 체면 떨어진다고.”
그는 분을 참지 못하고 손을 들어 사탕을 내던졌다.
소소는 가뿐히 병을 받아내더니, 앞으로 달려가며 소늠에게 명랑하게 외쳤다.
“ 왕야(전하를 사적인 관계에서 높여 부르는 말), 사탕 먹을래요?”
좋은 것은 함께 나눠야 하는 법이다.
소늠은 피식 웃었다. 그는 귀가 밝아, 소소와 담태신의 대화를 자연스럽게 들을 수 있었다.
비록 그들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이런 모습의 삼(三)소저는 전혀 미워할 수 없었다. 오히려 꽤 사랑스럽다고 생각했다.
방금 전 꿈속 태자를 죽여야 했던 답답함도 사라지는 듯했다.
“괜찮습니다. 감사하지만 사양하겠습니다, 삼(三)소저.”
엽빙상의 궁전 앞에 도착했을 때, 담태신은 잠시 생각하더니, 한 장의 빈 조서를 꺼내 소늠에게 던졌다.
“써. 폐후 조서다.”
소늠이 올려다보니, 그 종이에는 실제 ‘황제’의 옥새가 찍혀 있었다.
이를 보아 담태신은 애초부터 꿈에서 나갈 계획을 세우고 있었던 듯했다.
설령 우리와 함께하지 않더라도, 그는 혼자서 엽빙상을 찾아 꿈에서 빠져나갈 방법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소늠은 경계심을 품었다. 담태신은 뛰어난 지략과 재능을 갖춘 인물이며, 결단력도 강했다.
만약 그가 언젠가 주국(周国)으로 무사히 돌아간다면, 이는 하국(夏国)에 있어 큰 위협이 될 터였다.
소늠은 시선을 내리깔고, 자신의 필체로 폐후 조서를 작성했다.
엽빙상은 태자의 옷을 꿰매고 있었다.
창밖의 해당화를 바라보며, 그녀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곁에 있던 궁녀가 분노를 감추지 못한 채 말했다.
“왕비마마, 폐하께서 어젯밤 또 그 천한 계집의 궁에서 밤을 보내셨습니다. 왕비마마야말로 정궁이신데, 폐하께서는 점점 더 마마를 소홀히 하십니다. 저희 시녀들은 이를 지켜보며 가슴이 찢어질 듯합니다.”
그 순간, 엽빙상의 손끝에 있던 바늘이 손가락을 찔렀다. 그녀는 손가락을 입에 넣고 피를 빨아들이며 시선을 내리깔았다.
“왕비마마!” 궁녀는 당황하여 소리쳤다.
“괜찮아.” 엽빙상은 창백한 얼굴로 힘겹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앞으로 이런 말은 절대 하지 마라. 폐하는 천자의 지위를 가진 분이시다. 번개와 비, 이슬과 햇빛이 모두 임금의 은혜인 법이다.”
그녀의 손끝에서 번진 핏방울이 비단 위로 스며들었다. 궁녀는 서둘러 그녀의 상처를 치료하며 투덜거렸다.
“왕비마마께서는 너무 착하시고, 성격도 너무 유하십니다.”
엽빙상은 그 핏자국을 멍하니 바라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젯밤의 자객 습격 사건에 대해서도 그녀는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소늠’이 남긴 패옥(令牌)은 여전히 그녀의 화장대 안에 조용히 놓여 있었다.
그녀는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띠운 채 다시 아들의 옷을 만들기 시작했다.
궁녀는 웃으며 말했다.
“태자 전하께서 훗날 장성하시면, 반드시 왕비마마의 고생을 이해하고, 더욱 효를 다할 것입니다.”
말이 끝나자마자, 또 다른 궁녀가 급히 뛰어 들어왔다.
“왕… 왕비마마! 태자 전하께서… 살해당하셨습니다!”
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엽빙상의 얼굴빛이 급격히 변했다. 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옷을 떨어뜨리고 멍하니 말했다.
“뭐라고…?”
“제가 직접 보았습니다! 바로 어전(御花园)에서…”
엽빙상은 치맛자락을 움켜쥐고 급히 뛰어나갔다. 그리고 마침 마주친 것은 담태신 일행이었다.
궁녀는 온몸을 떨며 말했다.
“바… 바로 저들이…”
담태신은 엽빙상을 한 번 쳐다보더니, 간결하고 냉정하게 말했다.
“읽어.”
한 작은 내시가 성지를 펼쳐 폐후 조서를 읽어 내려갔다.
엽빙상은 다리에 힘이 풀려 휘청였고, 얼굴이 창백해졌다. 소늠은 그녀를 위로하려는 듯 발을 살짝 움직였으나, 끝내 참아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폐후가 되고, 남편의 마음이 변하고, 자식마저 잃었다. 이는 어떤 여자에게도 견디기 힘든 악몽이었다.
엽빙상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녀의 속눈썹이 끊임없이 떨렸다. 소소는 계속 그녀를 주시했다. 혹여라도 엽빙상이 극단적인 선택을 할까 봐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소소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강한 사람이었다.
엽빙상은 교지를 받아들고 눈물을 머금은 채 나지막이 말했다.
“첩…… 교지를 받들겠습니다.”
소소는 속에서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자신은 부애가 죽고, 종문이 위태로워졌을 때 거의 무너질 뻔했다. 심지어 종문을 지키기 위해 수호 진법이 되려 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엽빙상은 이토록 큰 충격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조용히 교지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마치 모든 것을 순순히 받아들이는 여자처럼, ‘황제’가 그녀에게 무엇을 하든 그저 받아들이는 것처럼 보였다.
소소는 지금까지 이런 순종적인 여자를 만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생각했다. 만약 자신의 아이가 해를 입었다면, 죽는 한이 있더라도 상대의 머리를 박살 내버렸을 거라고.
그때, 붉은 나비가 그들 앞을 날아들었다. 이제 나비의 날개 끝에 단 하나의 작은 부분만이 붉게 물들지 않은 상태였다. 곧 날이 밝아올 터였다.
소늠은 엽빙상을 부축하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빙상, 정신 차려. 이건 전부 꿈이야. 전부 가짜라고.”
엽빙상은 그를 밀쳐내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꿈이 아니야. 이건 진짜야.”
소늠이 미간을 찌푸렸다.
소소는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며 물었다.
“담태신은?”
소늠도 그제야 깨달았다. 아까까지만 해도 멀리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담태신이 어느새 자취를 감추었다.
소소는 더 이상 담태신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녀는 황급히 엽빙상 앞으로 다가갔다.
“제발 정신 차려! 지금 나가지 않으면 우리 모두 여기서 죽고 말 거야. 이런 상황에서도 왜 가짜 꿈속에 남으려 하는 거야? 꿈에서 벗어나면 모든 것이 다시 나아질 거야. 육(六)전하께서 현실에서 널 기다리고 있다고!”
엽빙상은 입술을 깨물며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여섯 해 동안, 그녀는 대하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황후였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한낱 꿈이라니, 그게 가능할까?
황제가 그녀를 사랑했고, 정비였으며, 그녀에게는 귀여운 태자가 있었다. 비록 태자가 변을 당했지만…… 만약 폐하께서 다시 마음을 돌이킨다면, 두 사람에게는 또다시 새로운 아이가 생길 수도 있을 터였다.
엽빙상의 마음이 흔들리고 있었다. 소소는 애가 탔다.
붉은 나비의 마지막 남은 하얀 부분이 점점 붉게 물들고 있었다. 소소뿐만 아니라, 소늠의 얼굴에서도 점점 긴장감이 감돌았다.
설마 이대로 모두가 꿈속에 갇혀 버리는 것일까?
바로 그때, 엽빙상의 등 뒤에서 광기 어린 웃음소리와 함께 검은 안개가 소용돌이쳤다.
시간이 다 되었고, 마침내 몽요가 마지막 수확을 거두러 나타난 것이었다.
검은 안개가 막 엽빙상을 덮치려는 순간, 창백한 피부를 가진 한 남자가 허공에서 나타나 몽요의 등 뒤를 덮쳤다.
담태신의 손이 몽요의 가슴을 꿰뚫고, 검은색 마단을 움켜쥐었다.
소소는 두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보았다. 마단이 몸에서 분리되자, 몽요를 감싸던 검은 기운이 앞다투어 담태신을 향해 몰려들었다.
그는 피하지도, 막지도 않았다. 오히려 모든 기운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담태신은 손에 들어온 마단을 바라보며 입가를 살짝 말아 올렸다.
소소: ……!
그제야 그녀는 깨달았다.
그가 이 꿈속으로 들어오려 했던 이유는 단순히 마음속에 품은 사람 때문만이 아니었다.
바로 이 마단을 얻기 위해서였다. 그러니 처음부터 이렇게 협조적으로 움직였던 것이다. 결국, 몽요의 본체를 끌어내기 위한 계략이었던 셈이다.
몽요는 단순한 마물이 아니었다. 그 마단은 결코 약한 것이 아니었고, 담태신이 원하는 것은 바로 그 무한한 힘이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무공을 익힐 수 없는 몸이었다. 그래서 무시당하고 짓밟혔다. 그는 살인과 학대의 쾌감을 즐겼지만, 정작 자신의 힘은 부족했다.
그는 인간이었을 때부터 이미 광적인 수련자였다.
만약 누군가 그에게 “네가 한 번 죽으면 봉인이 풀릴 거야.”라고 말했다면, 그는 단 한 순간도 망설이지 않고 죽음을 선택했을 것이다.
소소는 경악했다.
그녀는 즉시 반응하여 그를 향해 몸을 던졌다.
“내놔!”
그러나 담태신은 차갑게 그녀를 바라보더니, 이번에는 미리 대비한 듯 뒷걸음질쳤다. 동시에 꿈속 세계가 산산이 조각났다.
소소가 마지막으로 본 광경은, 그가 망설임 없이 마단을 삼켜버리는 모습이었다.
그녀는 분노에 몸을 떨었다.
결국 또다시 그에게 빼앗겼다! 또! 또다시!
“이거 뱉어내라고!”
몽요가 사라지자, 꿈속 세계는 붕괴되었고, 검은 안개가 휘몰아쳤다. 소소는 담태신에게 손을 뻗었지만, 곧 강한 힘에 의해 꿈 밖으로 튕겨 나가 버렸다.
숲속, 하늘은 이미 밝아 있었다.
전날 밤, 소소가 내린 벼락 부적의 영향으로 나뭇가지들이 갈라져 있었다. 공기 중에는 탄내가 은은하게 남아 있었다.
소소는 땅바닥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러고는 저 멀리 쓰러져 있는 담태신을 발견했다.
그녀는 등을 만져보았다. 꿈속에서 입었던 부상의 흔적은 사라졌고, 통증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소소는 이를 악물며 담태신의 옷깃을 잡아 흔들었다.
“이 빌어먹을 놈아, 당장 일어나!”
창백한 얼굴을 한 소년이 그녀의 거친 흔들림에 서서히 눈을 떴다.
그의 속눈썹은 길고 검었으며, 아침 이슬에 젖어 약간 나약하고 순진해 보였다. 꿈속에서의 미친 개 같은 기세는 전혀 남아 있지 않았다.
소소는 그를 흔들며 소리쳤다.
“마단은? 너 진짜 먹은 거야? 뱉어내, 이 변태야!”
담태신은 그녀가 건드린 피부를 어루만졌다. 낯선 감각이었다.
소녀가 너무 가까웠고, 그녀의 차가운 향이 그를 휘감아 불쾌감을 주었다. 다시금 숨 막히는 느낌이 찾아왔다.
그는 손을 들었다. 그래…… 죽여야 했다.
그녀를 없애야 했다. 그는 확신했다. 지금 그녀를 죽이지 않으면, 언젠가 반드시 자신의 길을 방해할 거라고.
이제 그는 몽요의 힘을 손에 넣었다. 담태신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손을 들어 올리자, 검은 안개가 손끝에 모였다.
그러나 그 검은 안개는 형체를 이루기도 전에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소소는 그 장면을 똑똑히 보았다.
“어?”
담태신의 얼굴이 굳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그는 분명 몽요의 힘을 삼켰는데, 왜 여전히 무능한 폐물인 거지?
소소 역시 얼떨떨했다.
수련이든 마법이든, 분명 다른 존재의 힘을 빼앗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
이 방법은 빠르게 강해질 수 있지만, 하늘의 저주를 피할 수 없는 사악한 길이었다.
그렇기에 선택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오직 광기에 사로잡힌 마수들만이 대가를 두려워하지 않고 이 길을 택했다.
소소는 원래 걱정하고 있었다. 그가 마단을 삼켜 꿈속에서처럼 제멋대로 날뛰게 될까 봐.
하지만 지금 보니, 검은 안개는 그의 손에서 형성되기도 전에 힘을 잃었다.
소소는 아래에서 자신을 노려보는 소년의 음울한 눈동자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웃음이 나올 뻔했다.
이거……
그는 타고난 사악한 뼈를 지니고 있었다. 태어날 때부터 무한한 힘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 힘은 봉인되어 있었다.
각성하지 못한 마신은 수련도, 무공도 익힐 수 없으며, 영혼의 뿌리조차 없다. 그러니 아무리 봐도 쓸모없는 존재처럼 보일 뿐이었다.
담태신은 삐뚤어진 길을 선택했지만, 정작 그는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사골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그는 수만 년 동안 존재했던 가장 강력한 존재였다.
몽요의 힘이 그의 몸속으로 흘러들어가 봤자, 마치 한 방울의 물이 거대한 바다에 떨어지는 것과 같았다.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못했다.
그의 사골이 각성하지 않는 한, 그는 두려운 마신이 될 수 없었다. 아무리 많은 마단을 집어삼켜도 소용이 없었다.
소소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그의 뺨을 꼬집으며 말했다.
“질자전하, 나 죽이고 싶지? 그럼 해봐!”
그는 손목을 움켜쥐었고, 아침 안개 속에서도 느껴질 정도로 분노가 뚝뚝 묻어나왔다.
그러나 소소는 일부러 손을 놓지 않았다. 오히려 흙이 잔뜩 묻은 손으로 그의 얼굴을 마구 문질렀다.
문지르면서 불평했다.
“네가 꼭 꿈속으로 들어가겠다고 해서! 네가 남의 아내를 탐내서! 네가 요마의 마단을 욕심내서!”
담태신의 눈빛이 살기로 번뜩였다.
소년은 쉰 목소리로 말했다.
“엽석무! 내 몸에서 당장 내려!”
소소는 그의 이마를 손바닥으로 꾹 눌렀다.
“네가 말하면 내가 무조건 들어야 해? 나는 어제 꿈속에 들어가지 말자고 했어! 그런데 넌 왜 안 들었어? 우리가 몽요의 꿈속에서 전멸할 뻔한 거 몰라?”
그는 차갑게 대답했다.
“네가 따라오겠다고 한 거잖아. 내가 죽든 말든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인데?”
소소는 그의 얼굴을 문지르던 손을 멈췄다.
손을 떼고, 얼굴에서 웃음을 거두며 나무를 짚고 일어섰다.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숲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담태신은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입술을 꼭 다물었다.
소소는 화가 난 게 아니었다. 다만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담태신과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애초에 선악을 구분할 줄 모르는 사람에게 뭘 기대한단 말인가.
아침 공기는 꽤 차가웠다. 그녀는 팔을 꼭 끌어안았다.
뒤에서 들려오는 발소리를 듣고, 담태신이 따라오고 있음을 알았다.
밤새 사라졌으니 얼른 저택으로 돌아가야 했다.
엽빙상과 소늠도 아마 깨어났을 터였다. 이번 일이 헛수고는 아니었다. 담태신의 과거 한 조각을 볼 수 있었고, 그가 타인의 힘을 빼앗을 수 없다는 사실도 확인했으니.
담태신은 소소의 뒤를 따라가면서도 기분이 최악이었다.
이 무능한 육체가 그를 미치게 만들고 있었다. 모든 걸 부수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앞서 걷는 소녀는 금색 저고리를 입고 있었고, 햇빛이 그녀의 치맛자락을 감싼 금빛 자수에 반사되어 찬란하게 빛났다.
그녀는 팔을 감싸 안고, 조금 추운 듯했다.
가느다란 허리, 흑발엔 아직도 풀잎이 엉켜 있었다.
그는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지만, 그녀는 단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았다.
어느샌가 그는 손을 들어, 자신의 더러워진 얼굴을 만져보았다. 검은 눈동자가 깊이를 더해갔다.
반드시 더 많은 마단이나 선단을 찾아 삼킬 것이다. 그리고, 그녀를 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만들 것이다!
엽가 저택으로 돌아가기 전, 소소는 거리에서 낯익은 사람의 그림자를 보았다.
백의의 남자가 고개를 숙인 채, 서둘러 걸어가고 있었다.
엽저풍?
그가 왜 여기 있지?
소소는 문득 얼마 전 작은 거지 소년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이(二)공자는 매일 아침 외출해서, 어느 저택에 들어가 황혼이 되어야 떠난다……”
그리고 그에게서 풍겨 나오던 익숙한 냄새.
그게 대체 뭐였을까?
소소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그의 뒤를 따라갔다.
<계속>
⭐ 해당 글은 제가 열심히 작성하였으니, 무단으로 복제 하지 말아주세요 ⭐
* 이미지 출처 : 구글, 티빙, YOUKU
🎁 장월신명 드라마와 원작소설(#黑月光拿稳)가 어떻게 재미있게 각색되었는지, 드라마 비교 리뷰는 아래 링크에서 감상하세요! ❤️
https://m.blog.naver.com/acgmt777
기록하는 블로그 : 네이버 블로그
기억하기 위해 기록하는 그림일기
blog.naver.com
'[장월신명] 长月烬明 원작소설 (黑月光拿稳 한국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월신명] 长月烬明 원작소설 - 21장. 네가 사랑하는 사람 (黑月光拿稳 한국어 번역) (7) | 2025.04.18 |
---|---|
[장월신명] 长月烬明 원작소설 - 20장. 주사(朱砂) (黑月光拿稳 한국어 번역) (2) | 2025.04.18 |
[장월신명] 长月烬明 원작소설 - 18장. 그의 분노 (黑月光拿稳 한국어 번역) (3) | 2025.04.17 |
[장월신명] 长月烬明 원작소설 - 17장. 산산이 부서지다 (黑月光拿稳 한국어 번역) (0) | 2025.04.17 |
[장월신명] 长月烬明 원작소설-16장. 박정 (黑月光拿稳 한국어 번역) (1) | 2025.04.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