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글은 국내 미 출간된 드라마 장월신명 원작소설 흑월광나온(黑月光拿稳BE剧本)을 제가 직접 번역한 것입니다. 무단으로 복제하지 말아 주세요 ⭐

장월신명 원작소설 흑월광나온 [黑月光拿稳] 한국어 번역
52장. 병적 집착
그녀가 기도를 마치자, 주위의 병체련(并蒂莲. 쌍둥이 연꽃)이 더욱 아름답게 피어났다.
분홍빛과 흰색이 조화를 이루는 연꽃은 순수하고 깨끗했다.
담태신의 손끝이 그녀의 다리를 스치듯 지나왔다.
소소는 모든 것이 낯설고 어리둥절했지만, 담태신이 일부러 절제하고 있다는 것은 느낄 수 있었다.
담태신의 길고 고운 손가락은 깊이 다가가지 않았고, 단지 맛보듯이 스치며 멈췄고, 곧 그녀의 얼굴을 조심스럽게 어루만젔다.
소소의 얼굴이 순간 창백해졌다.
그의 손가락이 그녀의 입술을 향해 내려오자, 소소는 깜짝 놀라 입을 다물었다.
그가 뭘 못 할 사람이던가? 그는 원하는 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소년의 숨결은 흐트러져 있었고, 목소리는 점점 올라갔다.
"내게 빌어봐. 응?"
그의 목소리에는 위협이 담겨 있었고, 심지어 스스로도 설명할 수 없는 희열이 섞여 있었다.
소소는 깊이 숨을 들이쉬었다.
그때, 그녀가 벗어 놓은 옷 사이에서 작은 하얀 벌레가 기어 나왔다.
그 벌레는 빛나는 흰색이었다.
담태신은 그것을 보지 못했지만, 소소는 갑자기 그것을 보았다. 그녀의 눈이 반짝였다. 소산이 준 그 곤충이었다. 혹시 이것으로 꼭두각시술을 풀 수 있을까?
곤충은 마치 그녀의 생각을 들은 듯 정말로 움직였다.
작아 보였지만 실제로는 매우 빠른 속도로 소소에게 다가왔고, 순간적으로 그녀의 몸에 저릿한 감각이 퍼졌다.
곧이어 그녀의 손가락이 움직였고, 빠르게 온몸의 감각이 돌아왔다.
곤충은 꼭두각시술을 풀 수 없었다. 구옥은 소소에게 거짓말하지 않았다.
꼭두각시술은 오래 지속될 수 없는 법이었으며, 그 시간을 연장해 준 것은 방 안의 향기였다.
이는 이월족의 향으로, 꼭두각시술을 보조하는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그 곤충은 모든 독과 환각을 풀어낼 수 있었다.
담태신은 그것의 존재조차 몰랐다.
그는 빠른 속도로 말을 쏟아냈고, 그 말투는 어딘가 신경질적이었다.
"네가 예전에 나를 바라보던 눈빛, 마치 땅에 기어 다니는 하찮은 개미를 보는 것 같았지. 그런데 이제 보이지? 지금은 네가 개미보다도 더 낮은 곳에서 애원하고 있어."
그는 낮게 웃으며 중얼거렸다.
"난 널 죽여야 했어."
그러다가 다시 천천히 말했다.
"하지만 순순히 따른다면 당장은 살려줄 수도 있지. 나는 황제야…"
그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앞으로 대하국도 나의 것이 될 거고. 네가 나와 대립하지 않는다면, 오늘처럼…"
"오늘처럼? 이렇게?"
연꽃 뿌리처럼 하얀 두 팔이 그를 거칠게 조여왔다.
물속이었기에 힘을 쓰지 않아도 단순한 기술만으로 담태신을 물속 깊이 빠뜨릴 수 있었다.
"커헉!"
그녀는 몸을 틀어 재빨리 물 밖으로 올라왔고, 바닥에 놓여 있던 옷을 집어 단숨에 입었다.
소소는 손가락을 살짝 움직여 긴 천을 손에 감았다.
담태신은 물을 들이켰고, 간신히 얼굴을 내밀었을 때 그녀는 그를 긴 천으로 다시 끌어당겨 물 밖으로 끌어냈다.
그의 젖은 흑발이 물에 흩어졌고, 창백한 피부에는 희미한 복숭아빛이 스며들었다.
가련함이 삼할 이라면, 칠할은 병약한 모습이였다.
만약 그가 이전에 저지른 행동이 없었더라면, 소소는 자신이 그를 괴롭히는 것 같다고 착각할 뻔했다.
그녀는 웅크린 채 그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이번엔 네 차례야. 나한테 빌어볼래?"
그는 비웃듯 짧게 웃었고, 소소는 그의 대답을 알 수 있었다.
이 각도에서 그녀는 물속을 그대로 볼 수 있었다.
소년의 길고 가느다란 다리가 미세하게 움츠러들며 수면에 붙었다.
소소는 그가 반응했는지까지 확인하지 않았다.
입을 삐쭉이며 속으로 생각했다. 다행히도 더러운 것을 보지 않아서.
"알아? 난 싫어하는 사람이 내 몸을 만지는 걸 제일 싫어해."
그녀는 그의 사람들 오기 전에 끝내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
소소는 그의 가까이 다가가 차가운 눈빛으로 화난 듯이 속삭였다.
"네 손가락 하나쯤 잘라버려도 괜찮지 않을까?"
소년의 방금 전 숨 가쁘던 광기는 사라졌고, 그는 반대로 그녀의 천을 강하게 잡아당기며 노기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엽.석.무, 네가 감히!"
소소는 단호하게 대꾸했다.
"넌 왜 이렇게 쓸데없는 말이 많아?"
그녀는 한 손을 비워서 지나치게 내려간 옷깃을 가렸다.
"널 죽이지 않는 대신, 시체 요괴를 없애."
"꿈 깨!"
그녀는 소년의 말끔한 얼굴을 한참 바라보다가 갑자기 그에게 바짝 다가갔다.
담태신은 반사적으로 피하려 했지만, 잊고 있던 목에 감긴 천 때문에 쉽게 움직일 수 없었다.
정말 웃긴 일이었다.
그녀가 눈이 보이지 않았을 때 그는 그녀를 제멋대로 능욕하려 들었고, 흥분해서 목소리까지 변할 정도였다.
그런데 그녀가 그를 마주 보며 다가가니 오히려 도망치려 한다.
소소의 품속에서 멸혼주루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순간 복잡한 감정을 느꼈다.
차가운 표정으로도 붉게 물든 그의 눈가를 보며, 문득 물었다.
"너 나 좋아하는 거야?"
공기는 순간 기이한 정적에 휩싸였다.
담태신은 천천히 고개를 들며 조소를 머금은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마치 터무니없는 우스꽝스러운 이야기를 들은 것처럼.
그가 좋아하는 사람은 분명 엽빙상이었다.
소소의 품속에서 빛나던 멸혼루주는 그대로 꺼져버렸다.
소소는 순간 자신이 착각한 것 같아 헛웃음을 지었다.
담태신은 냉랭하게 시선을 돌렸다.
그러다 풀가의 흰색 곤충을 보았다. 그의 눈빛이 어딘가 의미심장하게 바뀌었다.
마치 저 곤충을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것 같다는 듯이.
소소는 황급히 그것을 감추었다.
지금 상황이 상당히 난처했다. 그녀는 정말로 그를 죽일 수는 없었다. 하지만 분노를 삭일 수도 없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자신은 지금 너무 약하며, 담태신 곁에 있는 것이 무척 위험하다는 사실을.
담태신은 매일 전쟁과 살육만을 궁리하고 있었다. 그를 묵하에서 데려고 나가면, 지금의 상황을 조금이라도 완화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생각할수록 이 방법밖에 없다고 확신했다.
"일어나. 옷 입고 나랑 가."
담태신은 잠시 머뭇거리다 결국 물에서 올라왔다.
그는 벗은 몸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세상에 태어난 모든 이들이 처음에는 같은 모습이었으니까.
소소는 손을 놓을 수 없었다. 여전히 '인질'을 꽉 붙잡고 있었다.
피할 수 없이, 그녀의 시선은 그의 몸을 스쳐 지나갔다.
소년의 몸은 지나치게 창백했다.
아마도 평소에 운동을 거의 하지 않았고, 무공을 연마할 수도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에게 근육은 없었지만, 몸의 선이 아름다웠다.
거의 자신의 몸보다도 더 하얀 듯했다.
그리고 그의 긴 다리와 함께, 그곳도 눈에 띄었다.
사실 어떤 의미에서는, 마족의 육체도 신족과 마찬가지로 완벽하고 아름다웠다.
소소는 애써 얼굴에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 하며, 마음속으로 그를 향해 ‘부끄러운 줄도 모르는군’이라고 생각했다.
담태신이 옷을 갖춰 입자, 소소는 그의 팔을 잡아끌며 밖으로 나가려 했다.
그녀는 이전에 여우 요괴를 데려갈 때와 같은 방법을 쓰려 했다. 그가 말하지 못하게 하고, 다른 사람들이 그들을 놓아주게끔 하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문을 열고 막 나가려던 순간, 투명한 화살 한 대가 그녀의 어깨에 깊숙이 박혔다.
명확히 감지했지만, 약수의 속박 때문에 피할 수가 없었다.
소소의 동공이 급격히 수축되었고, 몸이 힘없이 무너져 내리며 의식을 잃었다.
그녀가 담태신을 붙잡고 있던 손이 풀어졌다.
담태신은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그녀를 받아 안았다.
그리고 어둠 속을 향해 무심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만해라. 정말로 그녀를 죽이고 싶은 거냐?"
그러자 무수한 화살들이 조용히 사라졌다.
담태신은 품 안의 소소를 차갑게 내려다보았다.
그는 같은 곳에서 두 번이나 실수하지 않을 사람이었다.
단지 확인하고 싶었을 뿐이다. 그녀가 정말로 자신을 죽이지 못하는지...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비록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소년 황제의 검은 비단 옷이 흐트러진 채, 그는 소소를 안은 채 문턱에 걸터앉았다.
밖에는 여전히 가랑비가 내리고 있었다.
하늘은 칠흑같이 어두웠다.
담태신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녀가 이번에는 자신에게서 무엇을 얻어가려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는 소소를 끌어안지도, 밀어내지도 않았다.
그저 그녀가 자신의 품에 기대도록 놔둔 채, 비 내리는 하늘을 무표정하게 바라보았다.
빗속에서 단정한 차림의 궁녀가 허둥지둥 달려왔다.
그녀는 두려움에 가득 찬 얼굴이었다.
"폐하, 의식은 무사히 끝났습니까?"
그녀는 담태신 앞에서 조금도 거만한 태도를 보이지 못한 채, 극도로 공손한 자세로 절을 올렸다.
그 뒤에는 의식에 참여했던 여러 궁녀들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상고의 신께서 이제 폐하께 장수를 내리시고, 나라가 영원히 번성하도록 가호하실 것입니다."
담태신은 비웃듯이 웃었다.
"그래?"
그러나 그는 안다.
의식은 완성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어떤 상고의 신도 자신을 축복해 주지 않을 것이라는 걸...
이들이 만약 자신이 태어난 대가를 알게 된다면, 비명을 지르며 기절해버릴지도 모른다.
양기가 담태신이 소소를 안고 들어오는 것을 보고, 급히 다가와 말했다.
"폐하,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담태신은 짧게 대답했다.
"응."
그는 소소를 약수 속에 조심스레 내려놓았다.

지금의 약수는 아주 얕은 층으로 남아 있어, 간신히 소소의 몸을 덮을 정도였다.
그녀의 옷자락은 젖지 않았다.
순백의 옷이 약수 속에서 마치 부서진 은조각처럼 반짝이며, 더욱 아름답게 빛났다.
연약한 얼굴이 물 위로 드러난 채였다.
그는 한동안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의 표정은 차갑고 굳어 있었다.
검은 도포를 입은 노도가 담태신에게 예를 갖추며 말했다.
"폐하, 안심하십시오. 틀림없이 성공할 것입니다."
이 노도는 바로 소소가 강바닥에서 죽였던 그 자였다.
젊은 시절, 그는 수행 중에 한 가지 영기를 얻었고, ‘식혼번(혼을 빨아들이는 깃발)’ 에 빨려 들어갈 때 간신히 찢기지 않고 살아남았다.
이후 담태신이 사람을 시켜 묵하에서 건져 올릴 때 식혼번도 함께 끌어올려졌다.
노도는 자신의 눈으로 보았다. 겉으로는 연약해 보이는 이 소년이 수많은 악귀들을 풀어놓고는 아무런 감정도 없이 그들을 삼켜버렸다. 그리고 다음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겁에 질려 벌벌 떨며 목숨을 구걸했다. 자신이 폐하를 위해 충성을 바칠 수 있다고.
담태신은 그의 목숨을 살려주었다.
늙은 도사는 그에 걸맞게 음험한 계책을 떠올렸다.
그는 약수에 잠겨 있는 소녀를 바라보며 원망으로 가득 찬 눈빛을 보냈다.
저 어린 계집이 아니었다면, 자신이 백 년간 쌓아온 도력이 이렇게 한순간에 무너질 일도 없었을 것이다. 지금처럼 식혼번 속에 갇혀 사는 신세가 될 일도 없었다.
구옥은 위험의 기운을 감지하고 깨어났다.
사실 꼭두각시술이 연장될 때부터 어렴풋이 후회하고 있었다.
순간적인 판단으로 만령곡을 풀어놓았다.
영력은 귀중한 것이며, 한 번 사용하면 소소는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세계로 가게 된다.
심각할 경우, 시간이 거슬러 올라가 그녀가 태어나기도 전으로 돌아가 버릴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이 세상에 소소라는 존재 자체가 사라지게 된다.
구옥은 자신의 주인이 사라지는 것도, 삼계가 멸망하는 것도 두려웠다.
그래서 그녀가 담태신에게 감정을 가르쳐주기를 바랐다. 그러나 소소가 행복하지 않은것도 바라지 않았다.
지금 구옥은 등골이 오싹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를 강제로 깨우려는 찰나, 구옥은 약수 속에 가라앉아 버렸다.
구옥: "……"
모든 생명을 삼키는 약수. 여기서는 구옥의 영력을 사용할 수 없다.
심지어 조개 공주조차 고통을 견디며 명야를 찾으러 갔어야 했다.
지금의 구옥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만약 이곳에서 사라지고 싶지 않다면, 자신도 약수와 하나가 되어야 했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자신의 주인도 영원히 이곳에 갇히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까?
담태신의 손바닥 위에는 한 마리의 흰색 벌레가 놓여 있었다.
양기가 흥분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건 우리 부족의 성물인 만령곡입니다! 제가 절대 잘못 본 것이 아닙니다, 폐하! 그런데…… 이게 왜 여기 있죠?"
담태신은 벌레를 가만히 들여다보며 태연하게 대답했다. "주웠다."
양기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오히려 흥분된 목소리로 설명했다.
"만령곡은 모든 곡충의 어미가 되는 벌레입니다. 전설에 따르면, 이 벌레는 모든 독을 해독할 수 있으며, 소유한 자는 백 가지 곡충의 독에 면역이 된다고 합니다!"
담태신은 입술을 내밀고 미소를 지었지만, 그러나 양기가 보기엔 그의 웃음이 묘하게 싸늘해 보였다.
그는 만령곡을 잡고있는 손가락을 천천히 힘을 주고 오므렸다.
그러자 양기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의 표정에는 말할 수 없는 고통이 스며들어 있었다.
소년은 장난스럽게 낮게 웃었다. "장난이야."
담태신은 손을 펼쳐 들고 차가운 눈빛으로 손바닥 위의 벌레를 바라보았다.
그는 이 벌레를 누가 소소에게 주었는지 알 것 같았다.
그녀가 그 사람을 만난 것인가.
그 사람도 아깝지 않다는 듯이 이런 귀한 것을 그녀에게 준 것인가.
그 둘은 도대체 어떤 관계란 말인가.
이 만령곡이 있었기에 엽석무의 몸에 심어진 결춘잠이 발작하지 않았던 것이다. 원인이 바로 이 작은 벌레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결춘잠은 한 번 심어지면 죽을 때까지 사라지지 않는다.
유일한 해독제는 이미 그가 파괴했다.
만령곡이 있다 해도 결춘잠의 발작을 막을 수 있을 뿐, 그것을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다.

"그녀는 다시 돌아올까?" 소년은 냉랭하게 물었다.
노도사는 대답했다. "예, 미천한 도사가 어찌 감히 폐하를 속일 수 있겠습니까."
담태신은 만령곡을 옥상자에 넣어 소소의 품으로 던졌다.
양기가 놀라 외쳤다. "폐하?"
소년은 말했다. "모두 나가."
양기는 서둘러 밖으로 나갔고, 노도사는 식혼번 안으로 숨어들어 먼지 쌓인 회목 상자로 들어갔다.
밀실에는 이제 담태신과 소소만이 남았다.
아직 동이 트지 않았다. 밤새 비가 내렸고, 흙냄새가 상쾌하게 퍼져 있었다.
담태신은 약수 근처에 기대어 앉았다. 밀실 안은 어둑했고, 빛이라곤 없었다.
이제 그는 확신했다. 아무도, 단 하나의 생명도 이 순간의 그를 볼 수 없었다.
담태신은 약수에서 소소의 손을 건져 올렸다.
둘 다 요괴의 몸이 아니기에 약수는 그들을 해치지 않았다. 오히려 아홉 하늘의 부서진 은빛처럼 그녀의 손끝에서 조용히 떨어졌다.
그는 천천히 그녀의 연약한 손바닥을 자신의 목에 가져다 댔다. 그의 숨결이 미세하게 떨렸다.
소년, 아니, 이제는 청년이라 불러야 할 그였다. 다만 그는 지나치게 창백하고 연약하여, 누구도 그를 성숙한 전사로 보지 않을 터였다.
그는 필사적으로 입술을 깨물며 거친 신음을 억눌렀다. 그녀의 가녀린 손가락을 자신의 목에 누르게 하며, 그녀가 자신을 조르는 듯한 동작을 흉내 냈다.
숨이 막혀올 즈음에서야 그는 겨우 손을 조금 풀었다.
소녀의 하얗고 부드로운 손가락 마디가 그의 거친 손길에 의해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는 거칠게 숨을 내쉬며 목구멍에서 낮은 신음 소리를 흘렸다.
그는 아무것도 모르는 소녀를 내려다보며 손가락을 그녀의 입술에 가져갔다.
"마음에 들지 않아? 어쩔 수 없어."
소년은 손가락을 소녀의 꽃잎 같은 입술 사이로 밀어 넣었다. 한동안 그렇게 있다가, 그는 잔인하고 만족스럽게 웃었다.

꿈속에서 빛과 그림자가 뒤섞였다.
누군가 끊임없이 소소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그녀는 숨을 몰아쉬며 마치 질식한 듯 가슴을 부여잡았고, 본능적으로 외쳤다.
"구옥?"
구옥이 급히 대답했다. "주인님, 저 여기 있어요!"
죄책감이 파도처럼 밀려와 구옥을 삼켰다.
"주인님, 미안해. 내가 계속 상황을 살피지 못했요. 지금 우리는 창주의 국경 근처 작은 마을에 있어. 한 여인이 주인님을 발견하고 데려왔어."
소소는 옥팔찌를 만져보며, 자신이 낯선 곳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무 침대는 낡고 군데군데 벗겨져 있었으며, 이곳이 부유한 집안이 아니라는 것이 한눈에 보였다.
"우리가 묵하성에 없는 거야?"
구옥이 대답했다. "내가 의식을 되찾았을 때부터 이미 이곳에 있었어."
구옥은 대략적인 상황을 소소에게 설명하며 몹시 안타까워했다. "앞으로 주인님이 어린 마신과 함께 있기 싫다면, 내 목숨을 걸고라도 도울게!"
하지만 소소는 오히려 고개를 저었다. "네 탓이 아니야."
그녀가 너무 고집스러웠던 것이다. 아버지, 형양종, 삼계의 모든 생명들, 그 누구도 희생될 수 없었다. 구옥이 잘못한 것이 아니다. 구옥은 본래부터 함부로 영력을 사용해 그녀와 담태신이 함께하는 것을 피할 수 없었다.
사골을 뽑아내는 것은 구옥뿐만 아니라 그녀의 최우선 임무였다. 소소는 몸을 더듬어보았다.
만령곡과 멸혼주루도 아직도 있었다.
그녀는 말했다. "구옥, 넌 잘못한 게 없어. 계속 쉬어."
언제까지나 구옥에게 의지할 수는 없었다.
담태신에게 무모하게 다가갔다가 약수 밧줄에 묶인 것도, 결국 그녀가 너무 안이하게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이제 약수 밧줄은 사라졌고, 그녀의 기억에도 공백이 생겼다. 언제 묵하성을 떠나 창주에 도착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창주는 위주와 가까운 지역으로, 대하의 영토에 속해 있었다.
그녀가 기절하기 전, 소늠은 위주를 지키고 있었다.
소소는 문을 밀어 열었다. 눈부신 햇살이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마당 한가운데, 머리에 꽃무늬 두건을 두른 한 여인이 돼지풀을 썰고 있었다.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자, 그녀의 눈이 반짝 빛났다.
"아가씨, 드디어 깨어났구먼!"
그녀는 앞치마에 손을 문지르며, 소소를 바라보았다. 마치 살이 통통하게 오른 고깃덩이를 보는 듯한 눈빛이었다.
소소는 단번에 그녀의 눈에서 탐욕을 읽어냈다.
귀걸이를 만져보니, 역시나 사라져 있었다.
하지만 소소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 일에 대해 그녀와 따질 생각도 없었다.
"아주머니, 지금 몇 월인가요? 그리고 위주와 묵하성의 상황은 어떻죠?"
여인은 입술이 바짝 마른 채로 대답했다. "팔월이여. 위주는 함락됐고, 저 주나라의 폭군이 말이여, 사람을 죽이는 데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괴물들을 만들어냈다더라. 우리 선왕께서 한 달 동안 성을 지키셨지만, 결국 어쩔 수 없이 창주로 물러났지."
그녀는 분통을 터뜨리며 투덜거렸다. "우리 여기서도 전쟁이 났다니까! 내 불쌍한 자식, 창주부에서 군에 나갔는데, 언제 저 꼬맹이 폭군의 괴물들한테 잡아먹힐지 모른다니까!"
소소는 놀랐다. 투명한 화살이 그녀의 어깨를 꿰뚫은 이후, 벌써 한 달이 지나버린 것이다.
담태신은 시체 요괴나 다른 요괴들을 이용해 위주를 함락시켰고, 결국 소늠은 창주로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표정이 무거워졌다. 이제서야 깨달았다.
담태신은 그녀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깊고 어두운 속내를 감추고 있었다.
그는 거짓말을 너무나도 능숙하게 했다. 지금껏 그와 함께했던 순간들을 떠올려 봐도,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그는 요괴를 죽일 때조차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러나 때때로, 그는 너무도 나약해 보였다.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그녀는 뒤늦게 두려움을 느꼈다.
이제 확신했다. 충분한 힘을 갖추기 전까지, 다시는 그의 곁으로 가선 안 된다는 것을.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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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구글, 티빙, YOUK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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