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글은 국내 미 출간된 드라마 장월신명 원작소설 흑월광나온(黑月光拿稳BE剧本)을 제가 직접 번역한 것입니다. 무단으로 복제하지 말아 주세요 ⭐

장월신명 원작소설 흑월광나온 [黑月光拿稳] 한국어 번역
50장. 관례식(성년례)
소소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들고 이를 갈며 말했다.
"이게 내가 너한테 줄 수 있는 대답이야."
그녀는 한 방 날리고 바로 물러났다. 지금 자신의 힘으로는 담태신을 상대할 수 없다는 걸 알기에, 즉시 거리를 벌렸다.
담태신은 몸을 살짝 웅크렸는데, 그의 얼굴은 창백했고 눈가에는 붉은 기운이 스며들어 있었다. 그는 이를 꽉 물며 그녀를 노려보았다.
소소는 그를 보며 화가 반쯤 사그라졌고,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
"너 그냥 태의(太医)한테 가보는 게 어때?"
담태신은 소매를 휘둘러 돌아섰다.
그가 걸어가는 모습은 분명 어딘가 부자연스러웠다. 소소는 혀를 차며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정말로 대가 끊겼다면 좋은 일이네. 마신(魔神)이 대를 남길 필요가 뭐 있겠어?’
곁에서 내시가 긴장한 채 담태신을 부축하려 했지만, 그는 거칠게 밀쳐냈다.
그는 어두운 표정으로 홀로 몸을 지탱하며 걸어갔다.
내시는 뒤돌아보았다. 촛불 아래 서 있는 소녀는 하얀 제사복을 입고, 냉소적인 얼굴로 자신들의 황제를 바라보고 있었다.
내시의 마음이 이상하게 뒤틀렸다.
"방금 황제가 자신의 여인을 거두려고 했는데, 오히려 여인에게 두들겨 맞은 꼴이잖아?"
그는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감히 입 밖에 낼 수 없었다.
급히 몸을 돌려 황제를 따라갔다.
소소는 닫힌 문을 바라보며 머리를 헝클어뜨렸다. 마음이 복잡했다.
‘담태신이 저 미친 짓을 계속해서 시요(尸妖)를 건져 올리려고 하는데, 이 일을 어떻게 막아야 하지?’
보통 제왕이라면 군대를 훈련해 성을 공격할 텐데, 이 자식은 마신이 되기도 전에 온갖 요괴들의 힘을 이용해 대하(大夏)를 전복시키려고 한다.
소소는 그가 진짜 대하를 멸망시키는 걸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동시에, 담태신이 절대 멈추지 않을 거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의 본성 깊숙이 자리 잡은 잔혹함은, 그가 반드시 대하를 향해 칼을 겨누고, 자신을 괴롭혔던 자들을 하나하나 찾아내 잔혹하게 죽일 거라는 걸 보여주고 있었다.
그는 대하를 증오한다. 물론 주국(周国)도 마찬가지다.
그는 대하 사람들을 사람으로 여기지 않으며, 주국 병사들의 목숨조차 아까워하지 않는다.
그는 그들을 제멋대로 가지고 놀며 자신의 쾌락을 채운다. 그는 어떤 것에도 관심을 두지 않는 광인이다.
아니, 어쩌면 한 명 있긴 했다. 그는 엽빙상만큼은 신경 쓰는 것 같았다.
적어도 그녀 앞에서는 훨씬 얌전해지는 듯했다.
소소는 머리가 아파왔다.
시요를 없앨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지만, 좋은 방도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날 밤, 궁녀들이 그녀의 방으로 들어와 목욕물을 준비해 주었다.
소소는 조금 놀랐지만, 웃으며 말했다.
"고마워요."
하지만 궁녀들은 그녀를 한 번도 제대로 쳐다보지 않았다. 심지어 가까이 다가오지도 않았다. 마치 그녀를 위험한 존재라도 되는 듯이 두려워하는 듯했다. 궁녀들은 서둘러 물을 놓고 황급히 방을 나갔다.
소소는 옷을 벗고 오랜만에 개운하게 목욕을 했다.
그러다 갈아입을 옷을 들어 올리고는 순간적으로 멍해졌다.
그 옷은 그녀가 입었던 제사복과 거의 똑같았다.
하얀색 저고리와 치마, 그리고 가장자리는 금실로 정교하게 장식되어 있었다.
치맛자락에는 오래된 문양이 새겨져 있어 신성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소소는 자신이 벗어 놓은 제사복을 흘끗 바라보았다.
기분이 묘하게 복잡했다.
그때, 한동안 조용했던 구옥(勾玉)이 갑자기 말했다.
"그가 네가 이런 옷을 입는 걸 좋아하거든."
소소는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냥 다시 자는 게 어때?"
구옥은 장난스럽게 웃으며 더는 말하지 않았다. 이제는 어느 정도 회복되어, 전처럼 힘들어하지도 않았다.
소소와 구옥은 모두 알고 있었다.
담태신이 소소에게 품고 있는 감정은 분명 특별했다.
하지만 그것이 따뜻한 불길인지, 얼어붙은 서리인지 알 수 없었다.
구옥은 속으로 생각했다.
'소소는 절대 담태신에게 감정을 품어서는 안 돼. 그녀는 멸혼주(灭魂珠)를 손에 쥐고 있고, 결국 그를 죽여야만 해. 감정이 생기면 나중에 더 힘들어질 테니까.'
그날 이후, 담태신은 며칠 동안 소소를 찾아오지 않았다.
한 번은 구옥이 말했다.
"그가 밖에 있어."
잠시 후,
"그가 떠났어."
그는 단순히 지나가는 것이었을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었을까?
소소는 감금된 상태였기에 밖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담태신이 분명 또 무슨 짓을 꾸미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담태신이 예고했던 시요(尸妖)를 건져내는 날이 다가왔다.
이제 소소도 마침내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날씨가 좋지 않았다. 잿빛 구름이 하늘을 뒤덮었고, 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소소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오늘은 기운이 몹시 탁했다.
이런 날씨에 시요를 건져 올린다면, 사람들에게는 엄청난 재앙이 될 것이다.
하지만 시요들에게는 최적의 환경이었다.
역시, 그는 마신이 될 운명을 타고난 존재였다.
그는 인간을 보호하지 않고, 요괴만 보호하는구나.
소소가 생각에 잠겨 있는 동안, 한 여인이 칼을 들고 다가와 그녀를 살펴보았다.
곁에 있던 병사가 말했다.
"이분은 입백 대인(廿大人)이다."
소소는 그녀의 성(姓)을 듣자마자, '입백우(廿白羽)와 관련이 있는 사람이겠구나.'
하고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아마도 그의 누이거나, 아니면 여동생일 것이다.
입백목응(廿木凝)의 검은 복숭아나무 검이었다.
소소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 여자, 무술을 제대로 익힌 사람이군. 그러니 담태신이 나를 감시하게 시켰겠지.'
소소가 그녀를 살펴보듯, 입백목응 또한 소소를 유심히 관찰했다. 입백목응은 이미 동생에게 소소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폐하를 두 번, 세 번이나 농락한 여인이 있다고.
이제 직접 눈으로 보게 되니, 입백목응의 표정은 자연스레 차가워졌다.
눈앞의 소녀는 흰색 실루엣이 흐르는 치마를 입고 있었고, 그 치마에는 금색 수가 고급스럽게 수놓아져 있었다.
날이 이렇게 흐린데도, 그녀의 청결하고 신성한 아름다움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소녀는 긴 검은 속눈썹을 들어 올리며, 맑은 물처럼 깨끗한 눈빛으로 입백목응을 바라보았다.
입백목응이 품고 있는 적대감을 느낀 그녀는 웃지 않았다.
오히려 차갑고 담담한 표정이, 그 신성한 옷차림과 더욱 잘 어울렸다.
입백목응은 거칠게 소소를 한 번 밀치며 말했다.
"얌전히 해라. 별수작 부릴 생각 마. 폐하께서 널 부르신 거다. 시요를 통제할 방법을 생각해내지 못하면, 넌 크게 혼날 거다."
소소는 약수로 만든 밧줄에 손목이 묶여 있었기에, 지금은 정말 입백목응을 이길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원래 손해 보는 성격이 아니었다.
방금 넘어질 뻔한 걸 겨우 버티고, 되려 고개를 돌려 입백목응을 보며 물었다.
"너, 담태신 좋아하지?"
입백목응은 눈을 부릅뜨며 소리쳤다.
"헛소리 마!"
소소는 가볍게 웃었다.
"아, 진짜구나."
입백목응은 얼굴을 굳히더니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
"여기서 말장난할 시간 없어. 방법을 생각해내지 못하겠다면, 네가 직접 가서 시체 요괴한테 먹혀."
입백목응과 입백우는 둘 다 이월족 사람으로, 어릴 때부터 자신의 사명을 알고 있었다.
바로 담태신을 보좌해 왕이 되게 하는 것.
입백목응은 그 사명을 위해 열심히 도법과 무공을 익혔고, 최근에야 산에서 내려와 드디어 자신의 능력을 쓸 기회를 얻었다. 무공 실력은 동생인 입백우보다 못하지만, 도법만큼은 매우 정밀하고 순수했다.
적어도 인간들 사이에서는 우수한 편에 속했다.
소소와 함께 묵하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강가에서 작업하고 있었다.
그들 발에는 족쇄가 채워져 있었고, 모두 불안에 떨며 시체를 끌어올리고 있었다.
이들은 모두 담태신에게 사로잡힌 대하국의 노예들이었다.
소소는 깊이 숨을 들이쉬고, 높은 단상에 앉아 있는 소년을 바라보았다.
하늘에서는 부슬비가 내리고 있었고, 그의 머리 위에는 검은 색 천막이 드리워져 있었다.
담태신은 느긋하게 의자에 기대어, 노예들이 시체 요괴를 건져 올리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첫 번째 시체 요괴가 끌어올려졌을 때, 반항할 힘조차 없는 노예 하나를 바로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담태신은 입가에 온화한 미소를 머금은 채, 그 노예의 몸이 두 동강 나고, 시체 요괴가 달려들어 뜯어먹는 모습을 지켜봤다.
소소는 그 모습을 보고 속이 서늘해졌지만, 입백목응은 별다른 반응 없이 소소를 담태신 앞으로 데려갔다.
담태신은 그녀를 힐끗 바라보며, 입가의 미소를 조금 거두었다.
그는 긴 손가락으로 자신의 검은 용포 위에 잡힌 주름을 천천히 쓸어내렸다.
그는 유독 이 잔혹한 색깔을 좋아했다. 용문양조차 은실로 수놓아져 있었다.
황제라 불릴 수 있는 존재지만, 정작 즉위하는 데는 관심이 없었고, 그렇다고 야망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성을 공격하고 사람을 죽이는 일에 열을 올렸다.
"봤지? 저들이 얼마나 처참하게 죽어가는지. 자, 고해봐. 시체 요괴를 어떻게 조종하는지, 응?"
소소는 무표정하게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방법이 없어."
담태신은 낮게 웃으며 입꼬리를 곧게 펴고 한숨을 쉬듯 말했다.
"그럼 아쉽군."
몇 마디 대화가 오가는 동안 또 몇 명의 노예가 죽었다. 소소는 잔뜩 찡그린 얼굴로 어쩔 수 없이 입을 열었다.
"정말 방법이 없어. 평범한 시체 요괴라면 복숭아나무나 검은 개의 피로 상대할 수 있어. 정말 안 되면 찹쌀로도 가능해. 하지만 이건 달라. 이들은 강바닥 아래에서 수천 년 동안 원기를 빨아먹으며 태어난 것들이야. 고수에게 영기 도구를 써서 죽이는 건 가능하지만, 조종은 불가능해."
담태신은 싱겁게 말했다. "그래?"
그는 소소 너머로 묵하를 바라보았다. 끊임없이 사람들이 쓰러지고 있었다.
다행히도 최근 며칠 동안 강바닥의 원기는 마흔여섯 마리의 시체 요괴가 모두 흡수해버렸기 때문에, 죽은 사람들이 새로운 시체 요괴로 변하지는 않았다.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틈을 타, 월영위와 병사들이 시체 요괴들을 검은 철창 안으로 몰아넣었다.
조금씩, 철창 안에는 빽빽하게 시체 요괴들이 가득 잡혀 있었다.
담태신은 꽤나 기분이 좋아 보였다. 그는 소소에게 물었다.
"너 생각엔 소늠의 군대가 몇 마리나 상대할 수 있을까?"
소소는 그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녀가 손가락을 조금 움직이자, 뒤에 있던 입백목응이 곧바로 그녀를 붙잡았다. 입백목응이 말했다.
"쓸데없는 짓 하지 마!"
소소는 입술을 꾹 다물며 약간 좌절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어떤 때는, 아무리 노력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 있었다.
오백 년 뒤, 그녀는 신선문과 인간들이 요마들에게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지금도 인간들이 시체 요괴들에게 죽어가는 모습을 눈앞에서 지켜봐야 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마침내 모든 시체 요괴가 끌어올려졌다.
양기가 가랑비를 뚫고 달려와 담태신에게 보고했다.
"총 마흔두 마리입니다. 한 마리는 도망쳤습니다."
담태신은 미세하게 눈썹을 치켜올렸다.
"도망쳤다고?"
양기가 말했다.
"묵하는 다른 강들과도 연결돼 있습니다. 시체 요괴는 지능이 없어서, 물살에 휩쓸려 다른 강으로 흘러갔을 수도 있습니다."
담태신은 말없이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았다. 어두컴컴한 하늘빛을 보더니 지친 듯 말했다.
"도망쳤으면 도망친 거지."
어차피 어디서건 사람을 죽일 것이고, 몇 명이 죽든 상관없다는 말투였다.
하지만 소소의 심장은 갑자기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혹시…… 소늠 쪽 사람들이 몰래 한 마리를 붙잡아간 건 아닐까?
담태신이 시체 요괴를 이용해 대하를 공격하려 한다는 걸 알고, 미리 한 마리를 확보해서 대책을 세우려는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담태신은 짙은 흑색 눈동자로 소소를 바라보다가, 턱을 괴고 웃으며 말했다.
"너는 소늠이 방법을 찾아낼 거라 생각하나?"
소소는 깜짝 놀랐다.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가 알아챈 것이다.
담태신은 하품을 한번 하더니 무심하게 말했다.
"기다려 보면 알겠지."
그는 핏빛으로 물든 대지를 한번 바라보고는, 흥미롭다는 듯 소소에게 물었다.
"이런 인간들이 죽어가는 걸 보고, 슬프냐?"
소소는 싸늘한 표정으로 또박또박 말했다.
"미친놈."
담태신은 눈을 가리더니 크게 웃기 시작했다.
소소는 생각했다. 며칠 전 자신이 그를 걷어찬 게 부족했나 보다. 제대로 차였으면 남자의 생명이 끊겼을 텐데, 이따위로 웃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녀는 깨달았다. 담태신은 애초에 소소가 시체 요괴를 어찌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고, 며칠 전 일부러 그런 말을 해서 자극하려 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잔혹한 장면을 보여주며 그녀를 흔들려 한 것이다.
소소가 격하게 반응하거나 대하의 포로들을 위해 애원이라도 하면, 그는 분명 기뻐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렇게 냉랭한 얼굴을 하고 있는 것도, 그에겐 꽤 즐거운 모양이었다.
소소는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무엇을 하든 그를 기쁘게 한다면, 차라리 아예 고개를 돌려버리자. 안 보면 속도 덜 상하니까.
담태신은 개의치 않는다는 듯 여전히 기분이 좋아 보였다.
목적을 달성한 그는 거대한 무리를 이끌고 묵하성으로 돌아갔다.
그는 금장 마차에 앉아, 빗속을 걷는 소소를 바라보았다.
오늘 소소는 아무런 쓸모도 발휘하지 못했다. 그래서 벌을 주는 것이었다. 입백목응도 역시 빗속을 걸으며 소소의 뒤를 따랐다.
소녀는 팔짱을 끼고 있었다. 부드러운 빗방울이 그녀의 백색 유선 치마 위로 떨어졌지만, 치마는 고급 얼음 실로 짜여 젖지 않았다. 맑은 빗방울이 금빛 치맛자락을 타고 미끄러지며 반짝였다.
입백목응은 고개를 돌려 담태신을 보았다. 황제가 앞을 걷는 그 실루엣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보고, 왠지 모를 불편한 감정이 마음속에 피어났다.
입백우가 이미 그녀에게 알려주었다.
저 소녀의 이름은 엽석무라고, 대하에서 담태신과 결혼한 아내라고 했다.
그녀는 과거에 아직 소년이던 황제를 자주 괴롭혔다.
하지만…… 담태신처럼 잔혹한 사람이 아직까지 그녀를 죽이지 않았던 것이다.
입백목응은 검을 움켜쥐며 차갑게 소소를 노려보았다. 확실히 약간의 미모는 있었지만, 그녀의 마음은 황제에게 있지 않았다. 황제는 언젠가 분명히 참지 못하고 그녀를 죽일 것이라고 입백목응은 확신했다.
소소는 억지로 피가 강처럼 흐르는 장면을 지켜봐야 했다.
구옥은 소소의 감정이 평온한 것을 보고 안도했다. 작은 주인의 도심은 단단히 다져져 있었다. 그녀의 도는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지, 세상의 불행을 한탄하는 것이 아니었다.
소소는 수련이란 무엇을 위한 것인지 알고 있었다. 지금 불리한 상황에 빠졌다고 해서 한탄하지 않고, 앞으로 어떻게 할지를 차분히 고민하기 시작했다.
인간 세상에 한번 내려온 것만으로도 그녀는 크게 성장했다.
그래서 나이가 어림에도 불구하고 종문에서 굳이 그녀를 보내려고 했던 것도 이해가 갔다.
다른 건 몰라도, 만약 정의감에만 불타는 사람이 왔다면, 오늘 같은 상황에서 한마디 툭 뱉는 순간 담태신과 목숨을 걸고 싸웠을 것이고, 결국 아무것도 남기지 못했을 것이다.
소소는 여전히 시체 요괴 문제를 생각하고 있었지만, 뚜렷한 실마리는 없었다.
구옥이 말했다. "괜찮아요. 우리도 소늠을 믿어야 해요. 그들은 모두 똑똑하고, 실력도 약하지 않아요. 작은 주인님, 모든 걸 혼자 짊어지려 하지 마세요."
소소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말이 맞아."
삼계는 모두의 삼계다. 자신 혼자만으로는 당연히 감당할 수 없다.
소늠의 영리함과, 엽빙상 손에 있는 호심린을 생각하면, 상황이 그렇게까지 절망적이진 않을 것이다.
며칠 연속 비가 내렸고, 밤에는 심지어 천둥과 번개가 쳤다.
이런 날씨는 기습 공격에 적합했지만, 이상하게도 묵하와 맞은편 우주 양쪽 모두 조용히 군을 움직이지 않았다.
어딘가 음모가 도사리는 듯한 기운이 맴돌았다.
어느 날 밤, 밖에는 붉은색 축하 등불이 걸려 있었다.
소소는 창틀에 기대어 밖을 내다보며, 밖에서 자신을 지키고 있는 입백목응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야?"
입백목응은 불쾌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랑은 상관없는 일이야."
소소는 귀를 기울였다. 멀리서 악기 소리가 들려왔고, 오늘은 드물게 비도 그쳤고, 앞마당은 꽤나 떠들썩했다.
듣기만 해도 경사스러운 일이 분명했다. 담태신의 경사라면, 자신에게는 나쁜 소식이나 다름없었다.
담태신이 기분이 나빠야 자신이 기분이 좋은 법이니, 이런 추측을 해보면, 오늘 밤에는 별로 좋은 일이 없을 것이다.
입백목응은 굳은 얼굴로 앞마당을 바라보았다.
소소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몰랐지만, 입백목응은 알고 있었다.
오늘은 황제의 생일. '관례식'(성년례)이었다. 양계와 신하들이 모여 생일을 축하하고 있었다.
담태신은 오만하고 잔혹해 누구도 그를 감히 거스를 수 없었고, 이번 생일에도 모두가 비위를 맞추느라 바빴다.
양기는 성대한 잔치를 준비했다. 시체 요괴를 포획한 것도 이번 잔치 분위기를 고조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이 연회는 전쟁 직전의 사기 고양을 위한 것이었고, 머지않아 전쟁이 터질 가능성이 높았다.
주국은 악기 연주와 미녀들의 노래와 춤이 유명했다. 생각만 해도 앞마당이 얼마나 열기로 가득했을지 그려졌다.
방 안의 소녀가 아니었다면, 입백목응도 입백우처럼 황제 곁을 가까이 모실 기회를 가졌을 것이다. 이런 생각에 그녀는 도무지 기분이 좋아질 수 없었고, 은근히 소소를 원망했다.
방 안에 갇힌 소소도 지루했다. 입백목응은 멀쩡한 젊은 처녀지만 말수가 턱없이 적었고, 담태신을 욕이라도 해야 그나마 대화가 두어 마디 오갔다. 평소엔 나무토막처럼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소소는 더 이상 소식을 얻을 수 없다고 판단하고, 아예 가부좌를 틀고 수련을 시작했다.
이 육체는 영근이 없지만, 경세화를 지니고 있으니 기운을 키우지 못하더라도 심지를 닦는 데는 도움이 됐다.
밖에서 들리던 악기 소리도 점점 그녀의 귀에 들어오지 않게 되었다.
밖에서 소소를 지키고 있던 입백목응은 지루하게 처마 밑의 개미가 집을 옮기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오늘 밤도 그냥 평범하게 지나갈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밤이 깊어가자 수백 개의 궁등불이 환히 밝혀졌다.
검은색 구두조가 새겨진 수레가 천천히 다가왔고, 바퀴가 청색 계단을 지나갔다.
술에 약간 취한 소년이 이마를 짚은 채 수레에 앉아 있었다. 얼굴에는 복숭아꽃 같은 연한 붉은 기운이 돌았고, 눈빛은 들뜬 기색을 띠며 마당을 바라보았다.
입백목응은 순간 멈칫했다. 이 마당에 누가 있는지 알기에 입술을 꾹 다물었다.
그녀는 문득 떠올렸다.
주국 황자의 관례식에는 터무니없는 규칙이 있다는 것을.
<계속>
* 추가설명 : 본 회차의 소제목 [관례식]은 '전통적으로 남자가 스무 살 전후가 되면 어른이 되었음을 알리는 의식' 의로 성년례(성인식)과 같은 의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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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구글, 티빙, YOUK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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