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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월신명] 长月烬明 원작소설 (黑月光拿稳 한국어)

[장월신명] 长月烬明 원작소설 - 7장. 결춘잠 (黑月光拿稳 한국어 번역)

by 그릿몬스터 2025. 4. 13.

⭐ 본 글은 드라마 장월신명을 보고 원작 소설이 있다고 해서 찾아봤는데, 국내에서는 출간되지 않아서, 중국어 본을 찾아보게 되었고 제가 보기 위해 한국어로 번역했습니다, 궁금해하시는 블로그 이웃분들이 많아, 블로그에 적게 되어, 혹시라도 저작권 문제가 생긴다면 이 블로그의 글은 추후에 비공개될 수 있음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장월신명 원작소설 [黑月光拿稳] 흑월광나온(한국어 번역)

7장. 결춘잠


결국 이 사건의 최종 결과는 담태신이 일단 잠시 갇히게 되는 것이었다.  

그는 낡고 황폐한 동원(东苑)에 감금되었고, 여러 첩들과 이소저(二小姐)의 의견은 그가 장물을 처분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는 것이었다.  

삼소저(三小姐)가 계속 조사해도 좋지만, 만약 그를 억울하게 몰아간 것이 확인되면 그때 풀어주면 된다는 것이었다.  

소소는 이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사라진 물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다름 아닌 노부인이 가장 아끼는 옥관음(玉观音)이었다.  

노부인은 불교를 믿으며 그 옥관음을 무척이나 소중히 여겼고, 심각하게 말하자면 그것은 거의 그녀의 신앙과도 같았다.  

그래서 연 이냥(姨娘:아버지의 첩)과 그녀의 편에 선 사람들은 이렇게나 급하게 범인을 찾으려 한 것이다.  

소소는 적녀(嫡女)일 뿐이고, 이 집안의 살림을 담당하는 주부가 아니었다. 그녀가 직접 다시 조사할 권한을 가진 것만으로도 일단은 성급히 담태신을 범인으로 몰고 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 되었다.  

그리고, 조사하는 동안 감금된다고 해도 죽지만 않으면 되는 일이었다.  


다음 날은 보름이었다.  

비류가 잠시 외출했다가 기쁜 얼굴로 돌아와 소소에게 말했다. 

 
“삼소저, 노비가 들은 소식인데요! 육황자(六皇子)께서 선왕(宣王)으로 책봉되셨답니다. 오늘 책봉 성지가 내려온다네요. 황상께서 하사하신 저택이 우리 장군부와 멀지 않은 곳에 있답니다.”  

“장군께서도 초대장을 받으셨으니 며칠 후에 소저를 데리고 선왕전하의 저택에 가서 축하하실 거예요.”  

그러나 소소의 반응은 무덤덤했다.  
“아, 그래.”  

비류는 흥분하며 말했다.  
“소저, 걱정 마세요. 이번에는 반드시 소저를 가장 아름답게 꾸며서, 엽빙상 같은 천한 계집이 기죽게 해 드릴게요!”  

소소는 아직 그 서자(庶姐, 첩의 자녀)를 직접 본 적이 없었고,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도 몰랐다.  

하지만 남의 남편을 빼앗는 일에 이렇게까지 열광하는 걸 보면, 대체 뭐가 문제인 거야?  

소소는 더 이상 비류를 보고 싶지 않아 말을 돌렸다.  
“가서 이번에 집안에서 도난당한 물건들을 전부 알아봐. 각각 누가 잃어버린 물건인지도 확인하고.”  

비류는 마지못해 나가다가 밖에 있던 춘도와 마주쳤다. 그녀를 툭 밀치며 말했다.  
“비켜, 길 막지 마.”  

춘도는 황급히 길을 비켜주었다.  

비류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이런 잡일을 하는 것보다 삼소저가 과연 선왕전하와 혼인할 수 있을지가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예전엔 자기가 육전하(六殿下)에 대해 말할 때마다 소저의 눈빛이 반짝였고, 기대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런데 이번에 돌아와서 다시 선왕에 대해 얘기하니 소저는 별로 관심조차 없는 것 같았다.  

비류가 떠난 후, 소소는 다른 장부 하나를 꺼냈다.  

이것은 어젯밤 희희에게 정리해 두라고 지시한 목록이었다.  

소소는 비류를 전혀 믿지 않았다.

소소는 목록을 내려다보며, 물건을 도난당한 사람이 노부인, 두 이냥(姨娘:아버지의 첩), 이소저, 대공자, 사공자, 그리고 운 이냥(姨娘) 라는 것을 확인했다. 운 이냥(姨娘)은 몇 개의 금비녀를 도난당했다.  

이 도둑은 나름대로 신중하게 훔친 듯했다. 감히 장군과 소소의 물건은 손대지 않았고, 노부인의 옥관음과 이소저의 혼수품이 가장 값어치 있는 물건이었기에 위험을 감수할 가치가 있었다. 대공자와 운 이냥(姨娘) 은 성격이 비교적 너그러워 큰 문제를 삼지 않을 가능성이 컸고, 사공자는 아직 어리니 아무것도 모를 터였다.  

곰곰이 생각한 끝에, 그녀는 춘도를 불렀다.  

“춘도, 이(二)공자와 삼(三)공자가 요즘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아느냐?”  

춘도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아가씨, 제가 아는 것은 대공자께서 최근 아버님과 함께 군영에 가서 훈련을 받고 계신다는 것뿐입니다. 이공자와 삼공자의 행적은 알지 못합니다. 아가씨께서 알고 싶으시다면, 저와 희희가 며칠 안에 알아보겠습니다.”  

소소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수고스럽겠구나, 춘도야.”  




담태신은 동원에 갇혀 있었다.  

동원은 바람이 심하게 부는 곳에 위치해 있어, 장군부에서 가장 추운 정원이었다.  

오랫동안 방치된 채 나무 장작을 쌓아두는 용도로 사용되어 왔다.  

창문은 부서져 있어, 찬바람이 안으로 스며들어 사람을 뼛속까지 얼어붙게 만들었다.  

담태신은 구석에 몸을 기대고, 메마른 입술을 핥았다.  

밤이 될 때까지 아무도 식사를 가져오지 않았지만, 그는 평온한 표정이었다.  

이런 일은 이미 예상했던 터였다.  

그에게는 익숙한 나날들이었고, 가끔 하루 이틀 굶는다고 해서 사람이 죽지는 않는다.  

겨울밤의 하늘은 달조차 보이지 않았고, 바깥은 고요하기만 했다. 다시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그는 손으로 몇 줌의 눈을 움켜쥐어 삼켰다.  

그럼에도 속이 여전히 쓰라렸다.  

다시 자리로 돌아가 앉은 그는 소매 속에서 평안부(平安符)를 꺼냈다.  

원래도 세월이 묻어 있는 평안부였는데, 어제의 실랑이 끝에 실밥이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그는 깊은 연못처럼 고요한 눈길로 망가진 부분을 바라보았다.  

그 틈에서 악의가 서서히 피어올랐다.  

그는 조용히 숨을 들이쉬며, 억지로 속에서 끓어오르는 감정을 눌러 담았다. 그리고 다시 평안부를 품 안에 집어넣었다.  

안타까운 것은 그녀의 귀걸이를 잃어버렸다는 것이었다.  

그는 눈을 감고, 벽에 기대어 휴식을 취했다.

반드시 살아남아야 했다. 이렇게 초라하게 장작 창고에서 죽을 수는 없었다. 그는 엽석무가 자신을 도와줄 거라 믿지 않았다. 만약 어떤 변수가 생긴다면, 스스로 이곳을 빠져나가야 했다.  

한밤중, 눈보라가 휘몰아칠 때, 담태신은 문 밖에서 비틀거리는 발소리를 들었다.  

그는 눈을 떴다.  

발소리를 들어보니, 두 명의 여자였다.  

어둠이 감각을 극대화시키는 가운데, 그는 가쁜 숨소리까지도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하얀 망토를 두른 소녀가 비틀거리며 동원 안으로 넘어졌다.  

그녀는 바닥에 쓰러진 채,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  

희미한 등불 사이로, 담태신은 바닥에 쓰러진 그녀가 다소 초라해 보인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벽류는 이불과 유리등을 내려놓고, 급히 넘어져 있던 소소를 부축했다.  

그러곤 담태신을 향해 경멸 어린 시선을 보내며, 입꼬리를 비뚤게 올렸다.  
"질자전하,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겠죠?"  

그 말을 남기고, 벽류는 동원의 문을 닫고 떠났다.  

이 좁은 공간 안에는 이제 소소와 담태신만 남았다.  

소소는 몸을 떨며, 반대쪽 벽에 몸을 기대었다.  

그녀의 손은 망토를 단단히 움켜쥐고 있었고, 뺨은 붉게 달아올라 있었으며, 숨결은 점점 거칠어졌다.  

담태신은 어두운 구석에서 천천히 일어나, 그녀에게 다가갔다.  

"삼소저?"  

"오지 마." 소소는 거친 숨을 내쉬며 말했다. 바깥에는 눈이 내리고 있었지만, 그녀는 견딜 수 없을 만큼 뜨거웠다.  

방금 막 잠이 들었을 때, 갑자기 몸이 달아오르는 듯한 이상한 감각이 들었다.  

그 순간, 벽류가 방으로 들어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이 보름입니다. 소저, 혹시 약 기운이 돌기 시작하셨습니까? 제가 모시고 질자 전하께 가겠습니다."  

소소는 이불을 꼭 끌어안은 채, 가쁜 숨을 내쉬었다.  
"무슨 뜻이야?"  

불길한 예감이 엄습했다.  

벽류가 말했다.  
"소저, 잊으셨습니까? 결춘잠의 독은 세 달에 한 번씩 발작합니다. 그리고 소저의 해독제는 질자 전하께서 드셨습니다."  

그제야 소소는 이 약의 사건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결춘잠이라는 약은 사실상 독에 가까웠다. 이름 그대로 ‘봄누에가 죽을 때까지 실을 뽑아내듯’ 이 독을 먹은 사람은 세 달에 한 번씩 발작하며, 해독제를 먹은 사람과 교합해야만 독이 완화되었다.  

하지만 해독제를 먹은 사람은 오직 첫날에만 약효가 작용할 뿐, 그 이후에는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갔다.  

전해지는 말에 따르면, 이 약은 이미 사라진 이월족의 비전 약으로, 과거 고위 관리들이 납치해 온 여인들을 평생 자기 곁에 묶어두기 위해 사용했다고 한다.  

원래의 소소는 엽빙상이 자신의 사랑을 빼앗아간 것을 증오한 나머지, 흔한 최음제를 쓰지 않고, 오히려 이 끔찍한 결춘잠을 찾아냈던 것이다.  


어떤 정절을 지킨 여자라 할지라도, 이 약을 먹고 나면 결국 견딜 수 없게 될 터였다.

원래의 주인은 엽빙상이 그 뚱뚱하고 추한 오(五)황자를 벗어나지 못하도록 만들고 싶었다.  

그런데 결국 이 약을 먹게 된 것은 자신이었다.  

소소는 처음부터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원래의 주인이 그런 신분을 가지고 있음에도, 왜 엽가(叶家)가 단순히 명예를 위해 그녀를 질자와 결혼시키려 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장월신명 2화 결춘잠을 먹고 혼례하게 된 엽석무와 담태신


이제야 알겠다.  

그녀는 이 혼례를 할 수밖에 없었다.  

혼례하지 않으면 죽을 운명이었다.  

물론, 결춘잠(结春蚕)의 독을 억지로 버틸 수도 있다. 하지만 발작할 때마다 점점 더 견디기 어려워진다.  

지난번 원래의 주인은 반 시간 정도 참아냈다. 이번에 소소가 버텨야 하는 시간은 두 시간이다.  

그녀는 단 한 잔의 차를 마실 동안 명상을 시도했지만,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고 고통스러웠다.  

벽류가 말했다.  
“삼소저, 차라리 노비가 모시고 질자전하께 가시죠. 그분 곁에 있으면 훨씬 나아지실 겁니다.”  

소소는 이를 악물었다.  
“아니야! 안 돼!”  

그녀는 또다시 한 잔의 차를 마실 동안 견뎠지만, 결국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벽류는 더 이상 그녀가 반항할 틈을 주지 않고, 억지로 그녀를 부축해 동원으로 데려왔다.  

소소는 온몸에 힘이 빠져, 거의 벽류에게 질질 끌려오다시피 했다. 의식마저 흐릿해지고 있었다.  

눈앞에 어지럽게 겹쳐지는 그림자 속에서 겨우 앞에 있는 사람의 윤곽을 알아볼 수 있었다.  

그가 바로 그 사악한 마물이라는 것을.  

소소는 입술을 꽉 깨물어 피가 맺혔다.  

손으로 팔을 감싸 안고, 간신히 옷을 벗으려는 충동을 억눌렀다.  

그제야 담태신은 상황을 이해했다.  

평소 온순하고 무해해 보이던 그의 얼굴이, 단숨에 차갑고 냉소적으로 변했다.  

그제야 알겠다.  

어제 그녀가 사람들에게 자신을 반쯤 죽이도록 내버려 두지 않은 이유가 바로 이거였군.  

자신이 오늘 밤 필요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소년은 그녀 앞에 쪼그려 앉아, 젖은 이마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넘겨주며 말했다.  
“삼소저, 굉장히 괴로워 보이시네요.”  

소소는 입을 단단히 다물었다.  

혹여라도 입을 여는 순간, 나오면 안 될 소리를 내뱉을까 봐 두려웠다.  

마치 온몸이 불에 타는 듯했고, 바로 가까이에 얼음덩어리가 놓여 있었다.  

소소는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멀리 가!”  

그제야 그녀는 깨달았다.  

왜 엽석무는 그렇게나 소늠을 사랑하면서도, 마지막에는 자존심조차 버린 채 담태신에게 자신을 도와달라고 애원했는지.  

이 약은 너무나 잔인했다!  

소년이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흐릿한 유리등 아래, 그는 병약하고 무력해 보였으며, 표정도 순진무구했다.  

하지만 목소리는 차가웠다.  

마치 얼어붙은 얼음을 망치로 천천히 깨뜨리는 것처럼.  

“삼소저, 무슨 일이신지 말해 주실 수 있습니까?”  

그의 몸에서 풍겨 나오는 악의는 은밀하면서도 서늘했다.

예전의 엽석무가 어떤 마음가짐이었는지, 지금의 담태신도 똑같았다.  

그는 어제 그 강렬하고 빛나는 광채가, 오늘은 자신의 발아래에서 존엄 없이 몸부림치며 흐느끼고, 애처롭게 흐트러지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그녀의 눈 속에 담긴 자존심이 완전히 부서지고, 자신처럼 어둠 속에서 꿈틀거리는 벌레가 되어, 한때 깔보던 사람에게 구걸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녀를 건드리지 않았다. 더럽기 때문이다.  

담태신은 차가운 벽에 기대어 서 있었다. 이제 더는 무해한 표정을 가장할 필요조차 느끼지 않았다.  

그저 그녀를 바라보았다.  

참 불쌍하기도 하지.  

새하얀 피부가 점점 연분홍으로 물들고, 입술 가장자리에서는 선홍빛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녀의 또렷하던 눈동자는 점점 흐려지고, 초점을 잃어가고 있었다.  

담태신은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소녀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떨렸다.  

입술 가장자리를 타고 흘러내리는 핏방울을, 그는 손가락으로 천천히 닦아냈다.  

“참 불쌍하네요.” 그의 목소리는 가볍고도 냉담했다.  

이제 체면 따위 던져버리고, 그에게 애걸하겠지.  

추악한 모습이 드러나야 할 텐데, 그래도 이번에는 지난번보다 오래 버티는군.  

그는 속으로 그녀가 무너지는 순간을 헤아렸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의 눈동자가 완전히 초점을 잃었을 때, 그의 앞에 있던 소녀가 드디어 움직였다.  

그녀는 가느다란 팔을 들어 올렸다.  

그러나 담태신이 예상했던 것처럼, 그를 껴안으려 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녀는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렸다.  

길고 촘촘한 속눈썹이 부드럽게 내려앉았다.  

바깥의 눈송이보다 더 조용하게.  

 

.

창가에 몸을 기대고, 하얀 눈이 사락사락 떨어지는 가운데, 그녀는 아무런 소리도 없이 조용히 웅크렸다.  

마치 한겨울 밤 속에서 날개를 오므린 채 가늘게 떠는 나비처럼.  

유리등이 그녀의 주위를 은은하게 밝혔다.  

바람을 타고 들어온 눈송이들이 그녀의 머리칼 위로 소리 없이 내려앉았다.  

담태신은 차가운 시선으로 이 기묘하면서도 신성한 광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감각이 다시금 그를 덮쳤다.  

그녀는 눈과 빛이 교차하는 경계에 서 있었고, 그는 여전히 자신의 어둠 속에 머물러 있었다.  

그 순간, 그는 눈앞의 존재가 더욱더 혐오스러워졌다.  

담태신은 차가운 손가락으로 자신의 입술을 가렸다.  

평소처럼 가볍고 조소 섞인 혐오가 아니었다.  

뼛속 깊이 스며드는, 몸을 떨게 만드는 혐오였다.  

이 답답하고 억눌리는 감각은, 아마도 그날 산적들의 소굴에서부터 시작되었겠지?  

소년은 다시 구석에 앉아, 거미줄처럼 끈적이고 어두운 시선으로 소소를 하룻밤 내내 바라보았다.  

그녀는 몸을 웅크린 채,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 듯했다.  



아침 햇살이 동원의 창을 통해 스며들었을 때, 소소는 마침내 살아난 기분이 들었다.  

온몸이 지쳐 있었고, 마치 그 약의 이름처럼, 고치를 벗고 나온 듯한 기분이었다.  

손바닥 아래로 느껴지는 마른 근육의 감촉.  

소소가 눈을 뜨자, 자신이 담태신의 다리 위에서 잠들어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녀는 화들짝 일어나, 황급히 그에게서 멀어졌다.  

그리고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속으로 외쳤다.  

아니, 아니겠지!  

그녀가 어젯밤 그렇게까지 버틴 이유가 무엇이었는데!  

마물 같은 존재와 엮이지 않기 위해서였는데!  

그런데 결국 그녀의 도심(道心)이 아직도 충분히 견고하지 못해서, 약 기운을 버티지 못하고 마지막엔 마물의 품속으로 뛰어든 건가?  

소소는 치가 떨렸다.  

방금 그를 만졌던 손끝이 불에 덴 것처럼 화끈거렸다.  

분노에 찬 눈으로 발밑에 누워 있는 이 사악한 소년을 노려보았다.  

소년의 속눈썹이 가늘게 떨렸다.  

담태신의 속눈썹은, 심지어 지금 그녀가 차지하고 있는 이 몸의 속눈썹보다도 길었다.  

마치 두 장의 까마귀 깃털 같았다.  

붉은 입술과 검은 머리칼.  

병약한 아름다움을 풍기며, 마치 언제라도 쓰러질 듯 창백하고 나약해 보였다.  

소소는 그가 눈을 뜨지 않기를 바랐다.  

그가 깨어나면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기 때문이다.  

설마 “나는 매 삼 개월마다 한 번씩 춘약을 먹는 취미가 있어.”라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그녀는 잔뜩 긴장하며 그를 지켜보았다.  

그런데 그는 여전히 깨어날 기색이 없었다.  

소소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 보니, 그의 안색이 지나치게 창백하고, 입술도 바싹 말라 있었다.  

어딘가 이상했다.  

“담태신, 일어나.”  

마물들의 속은 알 수 없는 법이다.  

설마 동정을 끌어내려고 일부러 자는 척하는 건가?  

“안 일어나면 널 연 이냥(姨娘:아버지의 첩을 부르는 말)한테 넘길 거야.”  

그녀는 그를 살짝 밀어보았지만, 소년은 여전히 아무 반응이 없었다.  

소소는 그의 이마에 손을 얹었다. 이번에는 열이 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얼음처럼 차가웠다.  

소소는 무표정하게 굳어졌다.  

아니, 설령 인간 세상에서 아이를 키운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연약하고 성가실 수는 없을 것이다.  
조금만 방심하면 금방이라도 병약해져서 죽을 것 같은 존재라니.  

소소는 좁은 방 안을 둘러보았지만, 물을 찾을 수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먼저 담요를 그의 몸 위에 덮어주었다.  

그리고 밖으로 나가자, 비류가 다가와 다급히 물었다.  
"아가씨, 괜찮으신가요?"  

소소는 비류를 곁눈질로 쳐다보았다.  

어젯밤, 비록 몸에 힘이 없고 정신이 또렷하지 않았지만, 만약 자신의 방에 남아 있었다면 끝까지 버틸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비류는 그녀의 의사를 무시하고 억지로 담태신 곁으로 끌고 갔다.  

그녀는 비류의 ‘충성심’이 가소로워서 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기억나는데, 결춘잠은 네가 내게 준 거였지? 비류, 그런데 넌 왜 그런 걸 가지고 있었지?"  

그녀는 이 하녀가 절대 평범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확신했다.  

비류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아가씨, 전에 말씀드렸잖아요. 저에게 먼 친척 오라버니가 있었는데, 그분이 예전에 이월족 여인과 혼인했어요. 이월족은 독을 잘 다루죠. 결춘잠은 그들의 비전(秘傳) 처방이에요."  

" 담태신이 삼킨 해독제 말고도 다른 해독제를 조제할 수 있어?"  

비류는 고개를 저으며, 어딘가 불만이 담긴 표정으로 말했다.  
"오직 하나뿐인 약재(藥引)만 존재합니다. 아가씨, 설마 저를 탓하시는 건 아니겠죠? 저는 그저 아가씨의 지시에 따라 움직였을 뿐인데요."  

소소는 덤덤하게 대꾸했다.  
"널 탓하지 않아. 하지만 오늘부터 널 곁에 둘 생각도 없어. 연 이냥을 찾아가서, 네가 갈 만한 다른 곳을 알아보라고 해."  

비류의 표정이 충격으로 굳었다.  

한참이 지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쫓겨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다급히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삼 아가씨, 제발 저를 내쫓지 말아 주세요!"  

이제 와서 살려달라고 빌다니?  

소소는 그녀를 무시한 채, 쌓인 눈 위를 밟으며 동원을 떠났다.  

원래는 비류를 한동안 곁에 두고 지켜볼 생각이었다.  

이 비류라는 여자는 단순한 하녀가 아닐 것 같은 느낌이 들었으니까.  

하지만 비류는 겉으로는 충성을 다하는 척하면서도, 속으로는 따로 속셈이 있었고, 주인의 방을 제멋대로 드나드는 것도 모자라, 춘도와 희희를 자주 괴롭히고 있었다.  

차라리 내쫓는 게 낫겠다.  

사람을 붙여 그녀를 감시하면, 혹시 뭔가 새로운 걸 알아낼 수도 있을 것이다.  

원래 주인의 총애를 받아 버릇없어진 이런 하녀는, 주인 곁을 떠나는 순간 어디로 가든 고생길이 훤할 것이다.  

 

.

소소는 잠시 후 다시 돌아왔고, 이번에는 의원을 한 명 데리고 왔다.  

열이 날 때는 대충 어떻게 처치해야 하는지 알겠지만, 몸이 얼음처럼 차가울 때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구석에 웅크리고 있는 소년은, 그녀가 떠났을 때와 똑같은 자세로 있었다.  

“선생님, 이 사람을 좀 봐 주세요.”  

나이든 의원는 앞으로 나아가 담태신을 진찰했다.  

그는 이미 장군부의 삼 아가씨가 잔혹하다는 소문을 익히 들어 알고 있었기에, 원래는 나서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의원는 부모와 같은 마음으로 환자를 대해야 하는 법.  

그는 가볍게 예를 표하며 말했다.  
“이 소년은 아직 어린 나이임에도 몸이 이토록 허약한 걸 보니, 오래된 지병이 있는 듯하군요. 내상이 심각한 상태입니다. 삼 아가씨께서 그의 죽음을 원하지 않으신다면, 조금이라도 자비를 베푸시는 게 좋겠습니다.”  

소소는 입술을 꾹 다물고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선생님께서 모르시는 게 있어요. 저 사람은 결코 좋은 사람이 아니에요. 죽지 않도록만 해 주시면 됩니다.”  

몸을 보살펴 줄 필요는 없다.  

그런 사악한 존재는 병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의원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삼 아가씨께서 단지 그가 죽지 않기만을 바라신다면, 약을 지을 필요는 없겠군요. 저 사람은 단순히 너무 오랫동안 밥을 먹지 못하고, 물을 마시지 못해 저런 상태가 된 것입니다. 그냥 음식을 좀 먹이면 됩니다.”  

소소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담태신이 이곳에 갇혀 있으면서 밥도 먹지 못하고, 물도 마시지 못했다는 사실을.  

그녀는 순간 멍해졌다.  

어째서 이렇게 된 거지?  

연 이냥(姨娘)은 단순히 그를 가둬놓기만 했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들은 고의로 이런 짓을 한 걸까, 아니면……  

이 집안에서는 담태신을 무시하는 것이 이미 당연한 일이 되어 버린 걸까.  

그들은 그가 인간이라는 사실조차 잊어버린 채, 그도 밥을 먹어야 하고, 물을 마셔야 하며, 숨을 쉬어야 한다는 기본적인 사실마저 무시했다.  

무정하게 그를 마음대로 휘두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그가 강하지 않다고 조롱하고 있었던 것이다.  


<계속>


 해당 글은 제가 열심히 작성하였으니, 무단으로 복제 하지 말아주세요 

 

  드라마와 소설이 다른 등장인물 소개

(드라마를 보시고, 소설을 보시는 분들 중, 등장인물이 약간씩 변경이 있어서 헷갈리실수 있어, 첨언 남깁니다.)

🔸 방의지 : 드라마에 나오는 방의지는 소설에 나오는 방의지(장원급제 문관)와 우경(정치적으로는 집안때문에 조왕의 사람이지만, 소늠과 소요종에서 함께 동문해서 요괴를 잡을수 있는 소늠의 친구)을 합해서 구축한 캐릭터로 보입니다. 

 

🔸 엽청우 : 드라마에서 나오는 엽청우는 소설에서 나오는 첫째 엽청우(국격의 가관을 지키는 무장. 융통성이 없는 성격) 와 둘째 엽저풍(학문에 조예가 깊음. 편연을 사랑함)을 합해서 만든 캐릭터로 보입니다.

 

🔸 엽철우 : 드라마의 첫쨰아들 엽철우는, 소설에 나오는 셋째(삼공자) 엽철운으로 캐릭터가 대체된것 같습니다. (도박을 하는 한량)

 

방의지를 제외한 엽가의 가족들 중 드라마에 나오지 않는 인물은들 큰 비중은 없으니, 소설은 소설대로 읽으시면 이해하시는데 큰 무리는 없을것 같습니다.


 

🎁 장월신명 드라마와 원작소설(#黑月光拿稳)가 어떻게 재미있게 각색되었는지, 드라마 비교 리뷰는 아래 링크에서 감상하세요! ❤️

 

https://blog.naver.com/acgmt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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