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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월신명] 长月烬明 원작소설 (黑月光拿稳 한국어)

[장월신명] 长月烬明 원작소설 - 5장. 과거 (黑月光拿稳 한국어 번역)

by 그릿몬스터 2025. 4. 12.

⭐  본 글은 드라마 장월신명을 보고 원작 소설이 있다고 해서 찾아봤는데, 국내에서는 출간되지 않아서, 중국어 본을 찾아보게 되었고 제가 보기 위해 한국어로 번역했습니다, 궁금해 하시는 블로그 이웃분들이 많아, 블로그에 적게 되어, 혹시라도 저작권 문제가 생긴다면 이 블로그의 글은 추후에 비공개될 수 있음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장월신명 원작소설 [黑月光拿稳] 흑월광나온(한국어 개인번역)

5장. 과거

 

(九)공주는 소늠의 뒤에서 비웃으며 소소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엽석무가 육(六)황자 앞에서 망신당하는 모습을 보는 걸 가장 좋아했다.  

소소는 답답했다. 분명 시합의 결과는 구(九)공주가 감당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이렇게 말을 바꾸는 사람이라면, 수련 세계에서는 실력자들에게 수없이 살해당하고 보물을 빼앗겼을 것이다.  

춘도는 무척 걱정했다.  

삼소저는 평소 육(六)황자의 시선을 가장 신경 썼고, 그가 냉정하게 말 한마디만 던져도 미칠 듯이 화를 냈다.  

최근 들어 가까스로 성격이 부드러워졌는데, 돌아가면 다시 큰 화를 낼 게 뻔했다.  

춘도는 조심스레 고개를 들어 삼소저의 표정을 살폈지만, 예상과 달리 그녀의 얼굴에는 슬픔이나 괴로움이 비치지 않았다.  

소소는 곧바로 마음을 다잡았다.  

오백 년 전, 대사형은 아직 자신을 알지 못했었고, 친동생을 감싸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오백 년의 시공간을 넘어,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더없이 기쁜 일이 아닐까.  

대사형은 종문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쳤다. 그는 진정한 영웅이었다.  

소소는 생각을 정리한 후, 소늠에게 말했다.  
"전하께서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먼저 구(九)공주를 도발한 적이 없습니다. 여기는 황궁이고, 저는 태후의 부름을 받고 왔습니다. 설마 구(九)공주를 괴롭히려고 일부러 이곳을 막고 서 있었겠습니까?"  

소늠은 잠시 멍해졌고, 무의식적으로 소소를 한 번 더 바라보았다.  

그동안 엽 가문의 삼소저는 늘 광기에 휩싸인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았고, 잘못을 저질러도 절대 뉘우치지 않았으며, 하는 행동마다 악독하고 가차 없었다.  

그의 기억 속 엽 석무는 추악하게 일그러진 얼굴을 한 여자였다.  

소늠은 그녀가 자신을 미치도록 사모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볼 때마다 혐오감이 들었다.  

그런데 오늘은 완전히 달랐다.  

그녀의 눈빛은 맑았고, 눈썹과 이마에는 거리낌 없는 태도가 배어 있었다.  

몸에 걸친 분홍빛 솜저고리는 그녀를 한층 부드럽게 보이게 했고, 땅에 남은 작은 신발 자국들이 그녀를 더욱 가벼운 존재처럼 보이게 했다.  

이전의 살기와 원망은 자취를 감추었고, 그제야 그는 엽 삼소저의 얼굴이 전혀 흉측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새하얀 눈이 비치고 있었으며, 부드러운 뺨에는 순수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그녀의 반박을 들은 소늠은 구(九)공주를 돌아보며 물었다.  


"동생아, 네가 먼저 엽 삼소저에게 시합을 요청한 것이냐?"  

(九)공주의 눈 속에서 순간적으로 당황한 기색이 스쳤고, 그녀는 소늠의 소매를 잡아당기며 애원했다.  


"황형……"  

소늠이 이 사실이 거짓이 아님을 알지 못할 리 없었다.  

그는 강직한 성품을 가진 진정한 군자(君子)였다. 이 일이 여동생이 먼저 벌인 일이라면, 당연히 소소를 더 이상 책망하지 않을 터였다.  

"내가 사정을 알지 못했다. 삼소저, 용서해 주길 바라오."  

그가 소소에게 말했다.  

소소는 소늠이 사과할 줄은 몰랐다. 급히 고개를 저었다.  

대사형은 천하에서 두 번째로 좋은 사람이었다. 

 

첫 번째는 아버지였고, 그 누구도 탓할 수 있어도 대사형만큼은 탓할 수 없었다.

소소의 생각에, 원래의 주인은 성격이 좋지 않았지만, 안목만큼은 뛰어났다. 


그녀의 대사형은 고결하고 정직했으며, 그릇이 컸다. 다만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난 것이 안타까웠다.  

이전까지 소늠이 원래 몸의 주인을 그렇게 싫어했던 것도 사실 이유가 없지는 않았다. 


첫째, 원래의 주인은 정말로 하는 짓마다 못됐고, 둘째, 잘못을 저질러도 끝까지 우기며 뻔뻔하게 나섰다.  

소늠이 비록 방금 소소에게 사과했지만, 그렇다고 그녀에 대한 인식이 바뀐 것은 아니었다.  

어쨌든 그날 그의 아내, 엽빙상이 물에 빠진 건 분명 엽 삼소저가 벌인 짓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단지 소소에게 가볍게 고개만 끄덕이고는, 그녀를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돌아서서 걸어갔다.  

(九)공주는 예상치 못했다.  

과거라면 미친 듯이 소란을 피웠을 엽 석무가, 오늘은 조용히 황형에게 해명을 하다니.  

황형이 자신을 도와 소소를 꾸짖어 주지 않을 것이 분명해지자, (九)공주는 발을 구르며 돌아서서 뛰어갔다.  
“황형, 저도 같이 가요!”  

소씨 남매가 자리를 떠나자, 소소는 고개를 돌려 봤다.  



그런데 춘도가 멍하니 웃고 있었다.  

소소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  
“뭐가 그렇게 웃겨?”  

춘도는 무의식적으로 대답했다.  
“이게 처음이에요. (六)전하께서 소저에게 한 발 물러선 건.”  

엽 장군은 막강한 병권을 쥐고 있었기에, 황제조차 삼소저를 쉽게 건드리지 못했다.  

하지만 고결하고 품격 있는 (六)하는, 언제나 삼소저에 대한 혐오감을 숨기지 않았다.  

늘 차가운 얼굴로 그녀를 꾸짖었고,  

가장 심했던 한 번은, 그때는 대소저 엽빙상이 아직 출가 전이었는데, 삼소저가 그녀를 때리려 하자 (六)하가 삼소저를 거칠게 밀쳐버린 적도 있었다.  

그날 삼소저는 분노에 차서 방 안의 모든 것을 내던져 부쉈다.  

춘도의 말을 듣고, 소소는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이 바보 같은 아이는 속이 참 넓구나.  

방금 (九)공주의 채찍이 얼굴을 가격했더라면, 춘도는 그 자리에서 평생 흉터를 남겼을 터였다.  

그런데도 그녀는 주인의 사랑과 증오에만 신경 쓰고 있으니.  

하지만 두 사람은 이미 각자 혼인을 했고, 이제는 다시 엮일 일이 없었다.  

그저 소늠이 무덤덤하게 “이해해 달라”고 말했을 뿐인데, 춘도는 그것만으로도 마냥 기뻐하고 있었다.  

도대체 원래의 주인은 얼마나 사람들이 싫어했던 걸까?  

어린 시절, 대사형이 다정하게 자신의 머리를 묶어주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는 웬만하면 사람을 미워하지 않는 사람이었지만, 지금 그는 이 몸의 주인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었다.  

소소는 자신이 지금 어떤 존재로 인식되고 있는지, 다시금 절망감을 느꼈다.  

태후는 소소를 잠시 머물게 한 뒤, 곧 돌려보냈다.  

엽 대장군의 말대로, 태후는 겉보기엔 인자하고 온화해 보였다.  

하지만 소소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九)공주가 그녀에게 시합을 신청한 일은, 당연히 태후가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단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소소는 추측했다.  

어쩌면 (九)공주가 이곳에 온 것 자체가, 태후가 묵인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고.

결국 (九)공주의 계획대로 일이 흘러갔다면, 지금쯤 소소는 채찍을 맞아 처참한 몰골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면 태후가 몇 마디 위로의 말을 건네며 오히려 좋은 사람인 척할 수도 있었다.  

소소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역시 엽가는 너무 강성해서 시샘을 불러일으키는구나. 
황실이 이미 엽가를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때로는 누군가가 너에게 관대하게 대하는 것이 애정 때문이 아니라 두려움 때문일 수도 있다.  

과거엔 전쟁이 끊이지 않았고, 소가 황실은 엽 대장군이라는 ‘전쟁의 신’이 필요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국태민안이 이어지고, 황제가 안정적으로 자리를 지키게 되면서, 이제는 자신에게 위협이 될 만한 신하들을 못마땅하게 여기게 된 것이다.  

소소는 세상 물정을 잘 모르지만, 이 정도 이치는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엽 대장군은 이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궁으로 돌아가는 길, 소소는 문득 한 가지가 떠올랐다.  

그녀는 길을 안내하던 어린 환관에게 물었다.  


“넌 담태신이 예전에 어디에 살았는지 아니?”  

환관은 이미 엽가의 삼소저가 성질이 고약하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그녀를 안내하는 내내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소소가 질문을 하자 깜짝 놀라며 대답했다.  
“질자 전하(볼모 담태신을 높여 보르는 말)께서는 예전에 냉궁에 거처하셨습니다.”  

“냉궁이구나. 날 거기로 데려다줄 수 있어?”  

환관의 표정이 살짝 난처해졌다.  

소소는 아버지가 인간 세상에서 사람들과 잘 어울리려면 인정과 사정을 배워야 한다고 했던 것을 떠올리며, 머리에서 비녀 하나를 뽑아 그에게 건넸다.  
“신세 좀 질게.”  

환관은 황급히 손사래를 쳤다.  
“감히 받을 수 없습니다. 소저께서 저를 때리지만 않으셔도 감지덕지입니다.”  

소소는 태연하게 말했다.  
“괜찮아, 받아.”  

환관은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비녀를 받아들였고, 소소를 안내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소소는 한 채의 황폐한 궁전을 보게 되었다.  

“여기가 바로 질자전하께서 머물던 곳입니다. 엽 소저, 저는 이제 돌아가 봐야 합니다. 냉궁은 황폐하고 음산하니, 오래 머무르지 마세요.” 
그는 소소에게 물건을 받은 만큼 호의로 충고 한마디를 덧붙였다.  

소소는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  

환관은 서둘러 떠났다.  

춘도는 처음으로 냉궁에 와보는 터라, 마당에 자란 잡초가 세 손가락 높이까지 무성한 것을 보고는, 냉궁에 귀신이 자주 출몰한다는 소문이 떠올라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가씨, 여기까지 와서 뭘 하시려는 거예요?”  

소소는 안으로 들어가면서도 싸늘한 기운이 감도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이제는 인간의 몸이 되었으니,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무서우면 밖에서 기다려. 난 잠깐만 보고 나올 거야.” 소소 가 말했다.  

춘도는 고개를 재빨리 저었다.  
“아뇨, 아가씨를 따라갈 거예요.”  

엽 삼소저는 신분이 얼마나 고귀한가? 만약 그녀가 여기서 다치거나 사고라도 나면, 춘도 역시 살아남지 못할 것이었다.  

춘도가 완강하게 따라오려 하자, 소소도 더 이상 말리지 않고 치맛자락을 살짝 들어 올리며 냉궁 안으로 발을 들였다.  

그녀는 담태신의 과거를 알고 싶었다.  

 



수천만 년 동안, 세상에는 단 두 명의 ‘사골’을 지닌 선천적인 마신이 나타났다.  

첫 번째 마신이 출현했을 때, 수많은 고대 신들이 목숨을 잃었고, 스스로 만 년의 수명을 희생해 겨우 그를 없앴다. 
신기(神器)마저 하나씩 부서지고 나서야 간신히 제압할 수 있었다.  

그리고 수많은 세월이 흐른 후, 두 번째 마신 담태신이 세상에 등장했다.  

하지만 그 시점에서 수련자들은 이미 예전처럼 강하지 않았다. 수만 년이 지나도록 신선으로 비상한 자들은 손에 꼽을 정도였고,  

게다가 신기(神器) 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그들은 담태신에게 대항할 방법이 전혀 없었다.

‘사골’을 지닌 자는 태생부터 반신(半神)의 영혼을 타고난 존재였다.

 

태고 이래로, 신들은 이런 존재를 극도로 경계해 왔다. 
담태신 이전에 나타난 마존(魔尊)은 상고 시대의 신물(神物)을 거의 전멸시켰다.  

하지만 제대로 된 자료가 남아 있지 않았기에, 수련자들은 마왕이 어떻게 태어나는지, 왜 그렇게 강력한지, 약점이 무엇인지 전혀 알지 못했다.  

수련자들이 마군(魔軍)의 공격을 견디지 못하고 한계에 다다랐을 때, 마침내 누군가가 제안했다. 


신기(神器)인 ‘과거경(过去镜)’을 이용해 방법을 찾아보자는 것이었다.  

수많은 신선들이 온 힘을 다해 부서진 ‘과거의 거울’의 조각을 모았고, 가까스로 수리해 냈다.  

그러나 손상된 거울이 보여준 것은 마지막 단서뿐이었다. 

 

500년 전, 마왕의 본래 모습은 ‘담태신’이라는 이름을 가진 나약한 인간이었다.  

그의 약점도, 그가 타락한 이유도 거울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게다가 ‘사골’이라는 것은 육체와 영혼을 파괴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었다. 


담태신이 육체적으로 죽으면, 18년 후 그의 육체는 다시 재구성되었고, 더욱 강력한 존재로 돌아왔다.  

즉, 그를 죽이는 것은 오히려 그를 더 강하게 만들 뿐이었다.  

신선들: "……"  

장로들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눈앞의 선계가 무너질 위기에 처하자, 결국 결단을 내렸다. 
거의 만 년에 달하는 수명을 희생하여 운명을 뒤집기로 한 것이다.  

점괘를 통해 소소가 적임자로 선정되었고,

그들은 소소를 500년 전으로 보내 담태신‘사골’ 을 뽑아내어 완전히 파괴하기로 했다.  

‘사골’이 사라진 마왕은 더 이상 힘을 발휘할 수 없는 나약한 존재가 될 것이며, 다시는 천지의 원한과 사기를 흡수하여 부활하지 못할 것이다.  

이것이 그들이 생각해 낸 최후의 방법이었다.  

이론상으로는 완벽한 계획처럼 보였다.  

출발하기 전, 소소는 아버지에게 진지하게 물었다.  
“아버지, 그럼 ‘사골’은 어떻게 뽑아내서 없애야 하죠?”  

푸른 옷을 입은 문파 장문인은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딸아, 네가 직접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의 과거를 이해하고, 그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을 알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때가 되면 네 어머니가 남긴 옥팔찌 '구옥'이 너를 도와줄 거야.”  

이 말을 듣고도 들은 것 같지 않았다. 결국 어떻게 하라는 거야?  

소소는 이런 허점투성이의  선문(仙門)의 방식에 기대지 않고, 직접 방법을 찾기로 했다.  

 



그녀는 고민 끝에, 한 사람의 과거를 이해하려면 그가 머물렀던 장소를 조사해 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냉궁 한가운데에는 오직 하나의 우물이 있었다.  

소소는 다가가 무릎을 꿇고 우물 속을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단번에 바닥에 쌓인 해골들을 발견했다.  

오래된 마른 우물이었다. 이곳에 얼마나 많은 시신이 버려졌을지 알 수 없었다.  

담태신은 이런 시체더미 속에서 살았던 것인가.  

소소는 황급히 뒤에 있는 춘도에게 말했다.  
“너는 여기 오지 마.”  

춘도는 무슨 일인지 몰랐지만,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소소는 몇 개의 돌을 주워 우물가에 ‘왕생진법(往生阵法)’을 그렸다. 이곳에 떠도는 원혼들이 원한을 풀고 하루라도 빨리 환생하기를 바랐다.  

그녀에게는 영력이 없었기에, 해줄 수 있는 일이 이것뿐이었다.  

춘도는 사방에서 스며드는 음산한 기운에 몸을 웅크렸다.

그녀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다. 질자전하(质子殿下)가 이런 곳에서 자라났다는 것이.  

그러나 두려움이 커질수록 그녀의 시선은 더욱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소저, 저 방에서 뭔가 소리가 나는 것 같은데요?” 춘도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소소는 돌아서서 그 방을 바라보았다.  

“소저……”  

“괜찮아.”  

소소는 문을 밀어 열었다. 그러자 쌓였던 먼지가 와르르 떨어지며 사방으로 퍼졌다. 
방 안에는 거미줄이 빼곡하게 얽혀 있었고, 소소는 먼지를 들이마시고는 기침을 했다.  

장월신명 3화 냉궁에 가본 소소(엽석무), 정신을 놓은 담태신의 우모



방구석에는 한 노파가 웅크린 채 앉아 있었다. 그녀의 눈빛은 텅 비어 있었고, 몸을 안은 채 가만히 흔들리고 있었다.  

소소는 잠시 멍해졌다. 이곳에 사람이 있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노파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노파는 전혀 반응이 없었다.  

그리고 곧 악취가 코를 찔렀다. 그것은 노파의 몸에서 나는 냄새였다.  

“할머니, 어쩌다가 여기 계신 거예요?”

노파는 아무런 반응도 없이,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춘도는 살아 있는 사람인 것을 확인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소저, 듣자 하니 질자전하께서 주국(周国)에 볼모로 보내졌을 때 겨우 여섯 살이었고, 그를 돌보는 유모가 함께 따라왔다고 합니다.”  

하지만 어린 황자의 유모라면 그때 고작 스무 살을 조금 넘겼을 텐데, 지금 겨우 14년이 지났을 뿐인데 어떻게 이렇게 야위어 60세 노파처럼 변해버린 걸까. 게다가 미쳐버리기까지 했다.  

소소도 놀랐다. 이 노파가 담태신의 유모라니?  

그녀는 500년 후의 혼란한 세상에서도 이런 불쌍한 노인을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 시기에는 아직 마왕이 존재하지도 않는데, 어째서 이런 사람이 있을까?  

순간, 그녀는 여전히 이전의 참혹한 난세 속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소소는 아무 말 없이 노파의 머리카락에 엉킨 거미줄을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떼어냈다.  

춘도는 불안한 기색을 띠며 말했다.  
“아가씨……”  

“우선 나가자.”  

논리적으로 생각하면 담태신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바로 이 노파일 텐데, 그녀는 이미 정신을 놓아버린 상태였다.  

소소는 가마에 앉았지만 바로 돌아가지는 않았다. 그녀는 궁녀 한 명을 불러 말했다.  
“냉궁을 관리하는 상궁마마를 한 명 불러다 줄 수 있을까?”  

한낮의 태양이 머리 위에 떠 있을 때, 보랏빛 옷을 입은 상궁마마가 두꺼운 눈을 밟으며 다가와 예를 올렸다.  

소소가 물었다.  
“담태신의 유모는 왜 미쳐버린 거죠?”  

그녀는 다른 이들이 하는 것처럼 은근슬쩍 금비녀 하나를 내밀었다.  

담태신이란 존재는 자신의 유모조차도 가만두지 않았을 것이 분명했다.  

마마는 기쁘게 금비녀를 받았다. 냉궁에서는 얻을 것이 별로 없었기에, 소소가 이렇게 후하게 대하자 상궁마마는 뭐든 다 말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어차피 담태신의 이야기는 궁궐에서 비밀도 아니었다.  
“소저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사실 이 일에 대해 조금 알고 있습니다. 질자와 그 유모 유씨는 14년 전에 냉궁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때의 질자는 정말 예뻤지요. 하지만 냉궁은 더러운 곳이라, 궁 안의 많은 시위병이나 내시들이 그쪽 취향을 가지고 있었어요……”  

춘도의 얼굴이 붉어졌다가 다시 창백해졌다.  

“유씨는 질자를 지키려다가 자신이 봉변을 당했어요. 그들은 본디 궁에서 신분이 낮았기 때문에, 먹을 것이 없거나 겨울에 입을 옷이 없을 때면 유씨는……”  

“그만하세요.” 춘도는 더 이상 듣지 못하고 끼어들었다. 그녀조차도 충격적인 이야기였다. 이런 말을 소저께서 듣게 해서는 안 됐다.  

“계속 말하세요. 담태신에 대해 알려주세요.”  

“아이구, 소저. 질자전하에 대해서는 저도 많이 알지는 못합니다. 어릴 적 황자들이 노는 것을 좋아해서 가끔 질자를 불러 친구처럼 놀기도 했는데, 그때마다 질자의 몸은 온통 상처투성이였어요.”  

마마는 애둘러 말했지만, 사실 그녀는 여러 번 목격한 적이 있었다. 

 

황자들이 담태신을 짐승 취급하며 괴롭히는 모습을.  

여기까지 말하고 마마는 문득 입을 닫았다.  

순간, 그녀는 눈앞의 이 소저가 이전 냉궁의 그 사람과 어떤 관계인지 떠올랐다.  

상궁마마는 마음속으로 조심스러워졌다. 소저가 질자에 대해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몰랐기에, 그녀는 가벼운 이야기만 전했다. 그래도 문제는 없겠지.  

소소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 마음이 묵직해졌다. 

유씨가 이렇게 변한 것이 담태신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녀의 눈앞에는 다시금 정교하고 아름다운 소년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의 눈빛 속에 자리한 차가운 어둠도 함께.  

그가 매질을 당하고 무릎 꿇는 벌을 받아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았다. 그에게는 그런 일이 익숙한 일상이었을 것이다.  

“담태신이 궁을 떠난 후, 유씨를 돌봐준 사람은 없었나요?”  

상궁마마는 눈치를 살폈다. 하지만 소소의 태도에 특별한 악의가 없어 보이자 솔직하게 답했다.  

“질자께서 출궁하기 전에, 세탁소의 조마마에게 약간의 은화를 주고, 유씨에게 식사를 챙겨달라고 부탁했다 합니다.”  

그러나 그 돈으로 조마마는 그저 생각날 때마다 유씨에게 마지못해 찐빵 하나를 던져주는 정도였다. 마치 개에게 먹이를 주듯이.  

소소가 말했다.  
“춘도.”  

그녀는 춘도의 손에서 주머니를 받아 금괴 몇 개를 꺼내 상궁마마에게 건넸다.  
“마마께서 시간이 날 때 유씨를 보살펴 주세요. 옷을 갈아입히고 몸을 닦아주세요. 식사도 좀 더 챙겨주시고요. 다음번에 제가 궁에 들어왔을 때 유씨가 좋아진 모습을 보이면, 반드시 마마께 보답하겠습니다. 이 일은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마세요.”  

보랏빛 옷을 입은 상궁마마는 기쁨에 눈이 반달이 되도록 웃으며, 묵직한 금을 받아들었다.  
“소저께서 무슨 말씀을, 분부 잘 알겠습니다.”  

상궁마마가 멀어지자, 춘도는 눈을 반짝이며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소저, 질자 전하를 동정하시는 건가요?”  

소소는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  
“헛소리 마. 내가 담태신을 동정한다고? 난 단지 유씨가 충성을 다해 주인을 지켰는데도 이런 결말을 맞이한 것이 안타까울 뿐이야.”  

그녀는 개미 한 마리를 동정할지언정, 담태신을 동정할 수는 없었다.  

춘도는 입을 손으로 가린 채 웃었다.


<계속>

 해당 글은 제가 열심히 작성하였으니, 무단으로 복제 하지 말아주세요 

 

  드라마와 소설이 다른 등장인물 소개

(드라마를 보시고, 소설을 보시는 분들 중, 등장인물이 약간씩 변경이 있어서 헷갈리실수 있어, 첨언 남깁니다.)

🔸 방의지 : 드라마에 나오는 방의지는 소설에 나오는 방의지(장원급제 문관)와 우경(정치적으로는 집안때문에 조왕의 사람이지만, 소늠과 소요종에서 함께 동문해서 요괴를 잡을수 있는 소늠의 친구)을 합해서 구축한 캐릭터로 보입니다. 

 

🔸 엽청우 : 드라마에서 나오는 엽청우는 소설에서 나오는 첫째 엽청우(국격의 가관을 지키는 무장. 융통성이 없는 성격) 와 둘째 엽저풍(학문에 조예가 깊음. 편연을 사랑함)을 합해서 만든 캐릭터로 보입니다.

 

🔸 엽철우 : 드라마의 첫쨰아들 엽철우는, 소설에 나오는 셋째(삼공자) 엽철운으로 캐릭터가 대체된것 같습니다. (도박을 하는 한량)

 

방의지를 제외한 엽가의 가족들 중 드라마에 나오지 않는 인물은들 큰 비중은 없으니, 소설은 소설대로 읽으시면 이해하시는데 큰 무리는 없을것 같습니다.


 

🎁 장월신명 드라마와 원작소설(#黑月光拿稳)가 어떻게 재미있게 각색되었는지, 드라마 비교 리뷰는 아래 링크에서 감상하세요! ❤️

https://blog.naver.com/acgmt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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