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글은 드라마 장월신명을 보고 원작 소설이 있다고 해서 찾아봤는데, 국내에서는 출간되지 않아서, 중국어 본을 찾아보게 되었고 제가 보기 위해 한국어로 번역했습니다, 궁금해 하시는 블로그 이웃분들이 많아, 블로그에 적게 되어, 혹시라도 저작권 문제가 생긴다면 이 블로그의 글은 추후에 비공개될 수 있음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장월신명 원작소설 [黑月光拿稳] 흑월광나온(한국어 개인번역)
6장. 도둑 누명
막 저택으로 돌아오자, 춘도는 장군부 앞에 서 있는 한 시녀를 보았다.
그녀는 스무 살쯤 되어 보였으며, 갸름한 얼굴형에 가느다랗게 다듬어진 눈썹이 인상적이었다.
그녀를 보자, 춘도는 겁에 질려 급히 고개를 숙였다.
가느다란 눈썹의 시녀는 코웃음을 치며 춘도를 밀치고 앞으로 나섰다.
“아가씨, 비류(碧柳)가 돌아왔습니다. 비류가 아가씨를 부축해 드릴게요.”
소소는 가마의 발을 들추고 낯선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스스로를 비류라고 부르자, 소소는 단번에 그녀가 누구인지 깨달았다.
원래 몸의 주인은 네 명의 측근 시녀를 두고 있었다. 은교는 할머니의 명으로 장원에 보내져 시집을 갔고, 최근 소소의 곁을 지킨 것은 춘도와 희희였다.
하지만 이 두 명은 지나치게 소심했고, 원래의 주인 입장에서는 너무나 멍청하고 답답해 보였다. 그래서 그녀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그 대신, 원래 몸의 주인이 가장 아꼈던 시녀가 바로 지금 눈앞에 있는 비류였다.
기억 속의 비류는 영리하고 일을 깔끔하게 처리했으며, 입도 달콤해서 그녀의 마음에 쏙 들었다.
그러나 소소는 이 비류라는 사람이 어떤 본성을 가진 자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그녀가 고민하는 사이, 비류는 조심스럽게 소소를 부축해 가마에서 내리게 했다.
한편, 춘도는 한쪽에서 마치 호랑이를 본 메추리처럼 움츠러들어 있었다.
춘도가 비류를 두려워한다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희희의 모습까지 확인하자, 소소는 대충 감이 왔다.
이 비류라는 여자는 확실히 원래의 주인 곁에서 상당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었던 것 같다.
소소가 이 세계로 처음 왔을 때, 춘도는 사소한 일에도 겁을 먹고 머리를 박았지만, 지금 이 비류는 소소 앞에서 전혀 주눅 들지 않고 있었다.
그들은 함께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던 중, 비류가 말했다.
“삼 아가씨, 비류가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그녀의 표정은 묘하게 들떠 있었다.
비류는 뒤를 돌아 춘도와 희희를 향해 말했다.
“나와 아가씨께서 이야기를 나눌 테니, 너희는 할 일을 하러 가거라.”
소소는 표정을 바꾸지 않은 채 가만히 있었다. 이 비류라는 여자가 대체 무슨 일을 꾸미려는지 한 번 보자는 생각이었다.
비류는 소소를 데리고 정원석 뒤쪽으로 가더니, 소매에서 종이 한 장을 꺼냈다.
“삼 아가씨, 보세요. 비류가 대단한 것을 찾아냈어요!”
소소는 종이를 펼쳤다. 그 위에는 정교하게 그려진 한 미녀의 초상화가 있었다.
연못가에 앉아 있는 여인은 고개를 살짝 숙이고 부드럽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수줍음이 서려 있는 모습이었다.
비류는 흥분한 표정으로 가득 차 있었고, 온 얼굴에 ‘날 칭찬해 주세요’라고 쓰여 있는 듯했다.
소소는 얼떨떨한 눈으로 그림을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이게 대체 뭐라는 거지?
“소저, 낙관(그림의 서명)을 보세요.”
낙관: 방의지(庞宜之).
이건 바로 장원 급제 출신으로 현재 예부시랑(礼部侍郎)을 맡고 있는 방의지였다. 지난번 급하게 물에 뛰어들어 엽빙상을 구했던 그 사람이었다.
이제 보니, 그림 속의 인물이 누구인지 말하지 않아도 뻔했다.
솔직히 말해, 과연 장원이 된 인재답게 그림 실력이 상당했다. 단 몇 붓만으로도 엽빙상의 풍취와 매력을 완벽하게 담아냈다.
비류가 흥분한 얼굴로 말했다.
“아가씨, 저를 보내서 대공녀가 몇 년 전 요양하던 장원에서 조사하라고 하셨죠? 역시나 둘 사이에 부정한 관계가 있었습니다! 그 천한 여자는 육전하와 혼인하기도 전에 이미 방 대인과 몰래 정을 통하고 있었어요.”
“방 대인은 그녀를 그리워하며 이 그림까지 그렸답니다.”
“그리고 방 대인이 상경하기 전, 하인을 시켜 이 그림을 불태우라고 했는데, 그 하인이 아까워서 몰래 간직하고 있었대요. 비류가 다행히도 임무를 잘 마쳐서 이 그림을 사 왔습니다!”
비류는 들뜬 목소리로 덧붙였다.
“아가씨, 육(六)전하께서 이 그림을 보시면 분노를 참지 못하고 당장 그 천한 여자를 버릴 거예요! 그러면 그 여자가 사라지고, 육(六)전하의 눈에 들어올 사람은 아가씨 뿐이겠죠!”
소소: “……”
진심이야?
소소는 이제야 전후 사정을 깨달았다.
이전에 원래 몸의 주인과 엽빙상이 물에 빠졌을 때, 육(六)황자는 엽빙상의 남편이었으니 뛰어드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방 대인이 뛰어든 것은 좀 의아했다.
원래의 주인은 이를 의심했고, 그래서 자신이 가장 신뢰하는 시녀 비류를 보내 조사하도록 한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방 대인과 언니의 부정한 관계를 밝혀내 육(六)전하가 그녀를 버리도록 만들려 했던 것이다.
비류가 다가와 묻는다.
“아가씨, 제가 사람을 시켜 이 그림을 육(六)전하께 전해드릴까요?”
소소는 그림을 접으며 말했다.
“당장은 필요 없어.”
어차피 원래 몸의 주인은 이미 결혼한 몸이었고, 소소는 전혀 소늠의 애정 문제에 끼어들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그림 한 장 가지고는 방의지가 엽빙상을 흠모했다는 것밖에 증명할 수 없었다. 엽빙상이 그림 속에 그려졌다고 해서 그녀의 잘못은 아니었다.
비류는 아쉬운 표정을 지었지만, 감히 소소의 뜻을 거스를 수는 없었다. 그녀는 속으로 소저께서 더 나은 방법을 준비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소소는 그림을 잘 간직한 후, 적절한 때를 봐서 이 문제의 그림을 불태워버릴 생각이었다.
그녀가 막 나가려던 찰나, 춘도가 불안한 얼굴로 다가와 알렸다.
“삼 아가씨, 큰일 났어요! 문제가 생겼어요.”
비류가 나무라듯 말했다.
“말을 똑바로 하세요! 그렇게 허둥대면 어디서 체통이 서겠어요?”
소소는 눈살을 찌푸리며 비류를 흘깃 본 후, 춘도에게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
“천천히 말해 봐.”
춘도는 침을 삼키며 말했다.
“오늘 아침 연 이냥(姨娘:아버지의 첩)께서 창고에서 많은 물건이 사라진 것을 발견하셨어요. 노부인께서 아끼시던 옥관음상이 없어졌고, 확인해 보니 두 이냥(姨娘:아버지의 첩)의 방에서도 도난이 있었습니다. 이(二)이냥(姨娘)께서 이(二,둘째)소저의 혼수로 준비한 물건 중 절반 이상이 사라졌어요.”
“대공자의 옥패, 사공자의 월급까지 모두 사라졌어요. 지금 연 이냥(姨娘), 이 이냥(姨娘) 그리고 이 소저께서 대청에서 심문 중입니다…”
소소는 불길한 예감을 느꼈다.
“누구를 의심하는데?”
“질자전하(质子殿下)입니다.”
소소는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
“그를 왜 의심하는 거지?”
춘도는 조심스럽게 소소를 훔쳐보며 말했다.
“누군가 질자전하의 평안부(부적)에서 몰래 숨겨둔 귀걸이를 찾아냈답니다…”
비류가 듣자마자 분노하며 말했다.
“아가씨, 질자가 이렇게 부끄러운 짓을 저지르다니, 완전히 아가씨의 체면을 망가뜨렸어요!”
춘도는 무언가 말하려다, 비류가 옆에 있는 것을 의식하고 결국 고개를 숙였다.
소소는 비류를 한 번 흘깃 본 뒤 단호하게 말했다.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함부로 말하지 마.”
입 다물어, 안 그러면 한 대 때리고 싶어질 테니까.
소소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에게 예의를 지키고 옳고 그름을 분별하라는 가르침을 받아왔다.
그런데 이 비류라는 아이는 입만 열면 “천한 년”이니 “간통”이니 하며 입을 함부로 놀렸다. 제대로 말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소소는 듣기만 해도 몸이 불편해지는 느낌이었다. 더 화가 나는 것은, 비류가 노골적으로 희희와 춘도를 억누르고 있다는 점이었다.
소소는 이 시녀가 원래 몸의 주인을 부추겨서 여러 가지 일을 저지르게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남의 관계를 망가뜨리려 드는 것이 정말 좋은 아이가 할 짓인가?
하지만 지금 비류를 상대할 시간은 없었다. 소소는 춘도에게 말했다.
“우리 대청으로 가보자.”
춘도는 급히 예를 갖추고 앞장섰다.
비류는 소소가 자신에게 함부로 말하지 말라고 경고하자,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그녀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보통이라면 소저가 질자가 자신의 체면을 깎아먹었다는 말을 듣고 당장이라도 죽이고 싶어 했어야 했다. 그런데도 삼소저는 자신에게 입 다물라고만 했다.
비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녀는 앞서 가는 춘도의 뒷모습을 노려보았다. 분명 자신이 없을 때 춘도와 희희가 아가씨께 자기 험담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 내일이면 보름날이었다. 문득 어떤 생각이 떠오르자, 비류는 깨달았다. 아마도 아가씨가 질자를 크게 나무라지 않은 것은 지금 질자가 곤경에 처하면 안 되기 때문이겠지.
비류는 재빨리 소소를 따라갔다.
소소가 대청에 도착하기도 전에, 이미 누군가가 연 이냥(姨娘.아버지의 첩)에게 알렸다.
“삼 소저가 돌아왔습니다.”
그 말이 나오자, 의자에 앉아 있던 모든 사람이 일제히 담태신을 바라보았다.
소년의 두 팔은 붙잡혀 있었고, 그는 입을 꾹 다문 채 시선을 바닥에 내리깐 채 있었다. 눈동자는 어둡고도 차가웠다.
소소가 들어서자,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이러했다.
세 명의 첩실 중 연 이냥(姨娘)이 주석에 앉아 있었고, 나머지 두 명이 양옆에 자리 잡고 있었다. 이(二)소저 엽난음은 안색이 좋지 않은 채 두 이냥(姨娘) 옆에 앉아 있었다.
그들 외에도, 집안에서 가장 어린 사공자도 있었다.
사(四)공자는 올해 겨우 여섯 살로, 나이가 어린 데다 장군이 애지중지한 탓에 통통하게 살이 오른 작은 공 같은 모습이었다. 그는 운 이냥(姨娘)의 품에 파묻혀 과자를 먹고 있었다.
하인들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앉아 있었지만, 담태신만이 서 있었다.
먼저 입을 연 것은 연 이냥( 姨娘 아버지의 첩)이었다.
“삼 소저가 돌아왔군요. 잘 오셨습니다. 마침 집안에 큰일이 생겨서 말입니다. 아마 소저도 소식을 들으셨겠지요? 질자는 소저의 사람이지 않습니까? 저로서는 곤란한 일이군요. 소저께서 직접 이 일을 심문하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러면서 그녀는 주석을 소소에게 내어 주었다.
연이냥(아버지의 첩)은 가끔 노부인을 도와 살림을 돌보기도 했지만, 어디까지나 첩의 신분이었다. 반면 소소는 집안의 유일한 적녀(嫡女)였다. 그녀가 들어오자, 연 이냥은 감히 주석에 앉아 있을 수 없었다.
나머지 두 명의 첩도 급히 일어나 소소에게 예를 올렸다.
엽난음은 옆에 앉아 있던 두명의 이냥(姨娘)에게 살짝 밀쳐지자, 굳은 얼굴로 마지못해 인사했다.
“셋째 동생.”
소소는 태연하게 자리에 앉았다.
곧 하인이 다가와 차를 따랐다.
소소는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붙잡혀 있는 담태신을 바라보았다.
그의 옷자락은 흐트러져 있었고, 바닥에는 낡은 평안부(부적)가 떨어져 있었다. 그 위에는 발자국이 찍혀 있어, 누군가 일부러 짓밟았다는 것이 확실했다.
담태신의 시선은 그 평안부에 고정되어 있었다. 소소가 들어왔음에도 그는 아무 반응도 없었다. 심지어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소소는 말했다.
“연 이냥(姨娘.아버지의 첩), 애초에 이 일을 심문하던 것은 당신들이었으니, 계속하시죠. 저는 듣고 있겠습니다.”
소소는 이 일에 개입하고 싶지 않았다. 담태신에 대한 인상이 썩 좋지 않았기 때문에 그녀가 나서면 자칫 공정하지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었다.
그 말이 나오자, 담태신은 반응을 보였다. 그는 차가운 눈으로 소소를 한 번 쳐다보았다.
연이냥(아버지의 첩)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삼(三)소저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니, 계속하겠습니다.”
“질자전하, 첫째, 수년간 집안에서 단 한 번도 도난 사건이 일어난 적이 없었습니다.”
연이냥(아버지의 첩)은 하얀 옷을 입은 소년을 바라보며, 뻔한 사실을 말하는 듯한 어조로 이야기했다.
담태신이 장군부에 온 지 불과 석 달 만에, 이토록 많은 재물이 도난당했다는 점은 누가 보아도 이상했다.
“둘째, 창고에는 주인들만 접근할 수 있습니다. 집안의 모든 사람은 월급을 받지만, 질자 당신은…”
연이냥(아버지의 첩)은 말을 끊고 일부러 끝맺지 않았다.
그러나 모두가 그녀의 말을 이해했다.
담태신도 장군부의 ‘반쯤은’ 주인이긴 했지만, 그에게 월급을 줄 리는 없었다.
패전국의 포로에게 밥을 주는 것만 해도 감지덕지할 일인데, 그것도 오로지 그가 삼소저와 얽혀 있기 때문이었다.
담태신은 시선을 들어 올리며 단호하게 말했다.
“내가 한 일이 아니다. 난 그런 짓을 하지 않았다.”
소소는 깍지 낀 손가락을 꽉 쥐었다. 사실 그녀가 보기엔, 연 이냥의 말은 너무 억지스러웠다.
담태신은 이 집에서 지위가 낮았고, 원래 몸의 주인이 그를 박대했기 때문에 그의 처지는 하인과 다를 바 없었다.
창고에 접근하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에서, 단순한 추측만으로 그의 죄를 단정 짓는 것이 말이 되는가?
더구나 소소는 소년을 한 번 더 바라보았다.
이마를 덮은 앞머리가 그의 우울한 눈을 가려, 마치 어둠 속에 사는 존재처럼 보였다. 칙칙하고 매력 없는 모습이었다.
소소는 담태신이 언젠가 잔혹하게 사람을 죽일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적어도 이런 도둑질 같은 짓은 그가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두 이냥은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아니라면, 설마 집안의 다른 공자들이겠느냐? 질자, 우리 장군부가 너를 받아들여 보살펴 주었더니, 그 보답이 이거냐? 어릴 때부터 규율을 배우지 못했더니 이제 와서 도둑질까지 하는 거냐?”
이 말은 너무나 모욕적이었다.
운 이냥의 품에 있던 사공자가 그녀의 품을 벗어나 달려 나와 담태신을 발로 걷어찼다.
“장군부의 물건을 훔치다니! 아버지께 말해서 널 죽여 버리라고 할 거야!”
운 이냥은 서둘러 사공자를 끌어안으며 타일렀다.
“탁아, 함부로 말하면 안 돼!”
담태신의 눈가에는 미세하게 붉은 빛이 어렸다.
그는 싸늘한 목소리로 다시 한 번 반복했다.
“이미 말했잖아요. 내가 한 일이 아니라고.”
두 이냥와 사공자의 직설적인 공격으로 인해, 원래 형식적으로라도 유지되던 온건한 심문 분위기는 완전히 박살이 났다.
소소는 가슴이 답답해졌다. 입을 열어 무언가 말하려 했으나, 그 순간 머릿속에 아버지의 침통한 얼굴이 떠올랐다.
형양종 선존은 말했다.
“이 세월 동안, 우리 수련계에서 수많은 존자들이 전사했다. 네 대사형도 마찬가지다. 종문을 지키기 위해 사악한 존재의 손에 목숨을 잃었다. 소소야, 넌 수련계의 마지막 희망이다. 500년 전으로 돌아가면, 절대 마음 약해지지 마라.”
소소는 깊이 숨을 들이마시며, 반복해서 자신에게 되새겼다. 담태신은 결코 좋은 사람이 아니다. 그렇게 해서야 겨우 마음속의 충동을 억눌렀다.
연 이냥은 손을 펼쳐 보이며 정교하고 아름다운 백옥 귀걸이 하나를 내보였다.
“그렇다면 질자는 이 귀걸이에 대해 어떻게 설명하겠느냐?”
담태신은 연 이냥의 손에 들린 귀걸이를 보며 입술을 꾹 다물었다.
소소 역시 그 귀걸이를 바라보았다.
연 이냥이 말했다.
“비류야, 와서 봐라. 이 귀걸이가 삼소저의 것이냐? 만약 삼소저의 것이라면, 우리가 실례를 범한 것이겠지.”
그럴 리 없었다. 소소는 속으로 생각했다. 원래 몸의 주인은 담태신을 싫어했는데, 여자아이의 장신구를 그에게 줄 리가 있겠는가.
이건 소소도 알고 있었고, 다른 사람들도 알고 있었다.
소소는 문득 무언가 깨달았다. 담태신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이제 이 귀걸이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 것 같았다.
담태신이 그것을 몸에 지니고 있었다니, 이 비참하고도 어두운 마음은 감히 햇빛 아래 드러낼 수도 없는 것이었다.
비류는 앞으로 나아가 귀걸이를 확인한 후 말했다.
“연 이냥, 이 귀걸이는 우리 아가씨의 것이 아닙니다.”
“질자는 어떻게 설명하겠느냐?”
담태신의 눈빛이 차가웠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전까지 그의 눈에 남아 있던 분노조차 사라지고, 지금은 마치 죽은 듯한 고요한 눈빛만이 남아 있었다.
연 이냥은 소소를 향해 우아하게 인사하며 말했다.
“삼소저도 보셨겠지요. 질자는 변명조차 하지 않으려 하네요.”
엽난음은 원망스럽게 말했다.
“질자전하, 난 평소에 당신에게 원한을 살 만한 짓을 한 적이 없어요. 제발, 이 귀걸이를 돌려주세요.”
그들은 이렇게나 가벼운 말 몇 마디로, 담태신에게 모욕적인 죄명을 씌우고 있었다.
소소는 이 상황이 너무나 황당하다고 생각했다.
담태신 역시 상황을 깨달았다. 그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할 말이 없습니다. 마음대로 하십시오.”
소소는 처음으로 그가 이런 식으로 웃는 모습을 보았다.
그의 등은 곧게 펴져 있었고, 웃음이 사라진 후 그의 입술은 얼음처럼 차갑게 굳어 있었다.
연 이냥은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집안 하인이 귀중한 물건을 훔친다면, 두 손을 부러뜨리고 집에서 내쫓아야 합니다.”
운 이냥는 미간을 찌푸리며 조용히 중재에 나섰다.
“연 이냥, 질자의 신분은 특별하니, 하인들과 동일하게 처벌할 순 없지 않겠어요?”
연 이냥는 말했다.
“운 이냥, 오해하셨습니다. 저는 그런 뜻이 아닙니다. 질자는 당연히 하인들과는 다릅니다. 하지만 잘못을 저질렀다면, 누구든 마땅한 처벌을 받아야겠지요. 삼소저, 질자로 하여금 물건을 돌려주게 하고, 가벼운 처벌을 내리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어떻게 하냐고?
어떻게 하긴!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다!
이 사람들 다 미친 거야? 어떻게 이렇게 성급할 수가 있지!
소소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그녀는 수련계의 입장에서 보면, 미래의 마왕을 위해 변호해서는 안 됐다.
그가 살아만 있다면, 아무리 비참한 모습이라도 그녀는 그저 웃으며 구경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나든, 아무리 성장했어도, 그녀는 여전히 이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천천선지(天堑仙池:하늘의 연못)에서 눈을 뜨고 세상을 내려다보았던, 이마에 붉은 깃털을 지닌 호기심 많은 작은 영조(灵鸟)였다.
그녀는 떳떳하게 검을 쥐고 그를 죽일 수 있었다. 심지어 장차 반드시 무정하게 그의 신혼(神魂)을 짓밟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처럼 그를 모욕하고 비방하는 것을 즐길 수는 없었다.
그녀는 두 눈을 뜨고도 스스로 눈을 가려, 아무것도 모르는 척할 수 없었다.
소소는 자리에서 일어나 맑고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그가 내 사람인 이상, 이 일은 내가 조사하겠습니다. 반드시 여러 아씨들과 이모님들께 납득할 만한 설명을 드릴 겁니다.”
연 이냥는 크게 당황했다. 아니, 이미 다 조사한 거 아니었나?
소소는 작은 얼굴을 단호하게 굳히고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뭐예요? 이의라도 있나요? 아니면 저를 못 믿겠다는 겁니까?”
연 이냥는 곧바로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그럴 리가요. 당연히 삼소저를 믿습니다.”
소소는 바닥에 떨어진 평안부(平安符)를 주워 담태신 앞으로 걸어가 그의 손에 쥐여주었다.
“잘 간수해. 또 누가 빼앗아 짓밟게 놔두면, 내가 다 창피해서 견딜 수가 없을 것 같거든. 네가 아니라며? 그러면 제발 아니길 바라.”
담태신은 칠흑같이 어두운 눈을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만약 내가 조사해서 사실이 밝혀지면…”
소소는 잠시 숨을 고르며 눈을 부릅뜨고 그를 노려보았다. 자신이 아주 무섭게 보이려 애쓰면서.
“내 손으로 직접 널 반쯤 죽여 놓을 거야!”
그녀의 눈빛은 밝고 또렷했다. 마치 집 밖 12월의 얼어붙은 눈보다도 더 빛나는 듯했다.
담태신은 눈앞에서 잔뜩 화가 난 채 으르렁거리는 이 소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손에 쥔 더럽고 낡은 평안부를 꽉 움켜쥐었다.
<계속>
⭐ 해당 글은 제가 열심히 작성하였으니, 무단으로 복제 하지 말아주세요 ⭐
✅ 드라마와 소설이 다른 등장인물 소개
(드라마를 보시고, 소설을 보시는 분들 중, 등장인물이 약간씩 변경이 있어서 헷갈리실수 있어, 첨언 남깁니다.)
🔸 방의지 : 드라마에 나오는 방의지는 소설에 나오는 방의지(장원급제 문관)와 우경(정치적으로는 집안때문에 조왕의 사람이지만, 소늠과 소요종에서 함께 동문해서 요괴를 잡을수 있는 소늠의 친구)을 합해서 구축한 캐릭터로 보입니다.
🔸 엽청우 : 드라마에서 나오는 엽청우는 소설에서 나오는 첫째 엽청우(국격의 가관을 지키는 무장. 융통성이 없는 성격) 와 둘째 엽저풍(학문에 조예가 깊음. 편연을 사랑함)을 합해서 만든 캐릭터로 보입니다.
🔸 엽철우 : 드라마의 첫쨰아들 엽철우는, 소설에 나오는 셋째(삼공자) 엽철운으로 캐릭터가 대체된것 같습니다. (도박을 하는 한량)
방의지를 제외한 엽가의 가족들 중 드라마에 나오지 않는 인물은들 큰 비중은 없으니, 소설은 소설대로 읽으시면 이해하시는데 큰 무리는 없을것 같습니다.
🎁 장월신명 드라마와 원작소설(#黑月光拿稳)가 어떻게 재미있게 각색되었는지, 드라마 비교 리뷰는 아래 링크에서 감상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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