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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월신명] 长月烬明 원작소설 (黑月光拿稳 한국어)

[장월신명] 长月烬明 원작소설 - 3장. 보살펴 주다(黑月光拿稳 한국어 번역)

by 그릿몬스터 2025. 4. 11.

⭐  본 글은 드라마 장월신명을 보고 원작 소설이 있다고 해서 찾아봤는데, 국내에서는 출간돠지 않아서, 중국어 본을 찾아보게 되었고 제가 보기 위해 한국어로 번역했습니다, 궁금해 하시는 블러그 이웃분들이 많아, 블러그에 적게 되어, 혹시라도 저작권 문제가 생긴다면 이 블러그의 글은 추후에 비공개 될수 있음을 미리 말씀 드립니다.

장월신명 원작소설 [黑月光拿稳] 흑월광나온(한국어 번역)

3장 보살펴 주다( 照顾 )

 

소소는 이 사람이 훗날 마궁에서 자신을 바라보던 그 눈빛을 떠올리며 살짝 어금니를 깨물었다.  

눈앞의 소년은 겁에 질린 듯 위축되어 보였지만, 그녀는 믿지 않았다. 마왕이 어린 시절부터 이런 성정을 가졌을 리 없었다.  

분명 연기하는 게 틀림없었다.  

수많은 위패가 그녀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잔혹했던 ‘만선총(万仙塚)’의 기억이 그녀의 분노를 끓어오르게 했다.  
 

침대 아래에서 꺼낸 상자 안에는 핏빛으로 물든 채찍이 있었다.  

담태신은 그 채찍을 바라보며 소매 속 손가락을 서서히 움켜쥐었다.  

그를 올려다보며, 문득 원래 몸의 기억이 떠올랐다.  

솔직히 말해 꽤 변태적인 일이었다. 
이 몸의 원래 주인이 평생 가장 화가 났던 일은 바로 담태신과 혼인한 것이었고, 그 때문에 매일 밤 그를 채찍질하며 화를 풀곤 했다.  

그것은 이미 일종의 습관이 되어버렸다. 단 하루라도 그를 때리지 않으면 온몸이 찜찜했다.  

소소는 한 번도 채찍으로 사람을 때려본 적이 없었지만, 이 타고난 흉물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그녀는 모든 요괴와 마물이 다 나쁜 존재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눈앞의 이 존재는 결코 좋은 인물이 될 리 없었다.  

천 년이 지나도 단 한 명 나올까 말까 한 ‘타고난 사골(邪骨)’을 지닌 자.  

그는 운명적으로 재앙을 부르는 외로운 별이며,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폭력적이고 잔혹한 성격이 되어 결국 본인조차 제어할 수 없게 된다.  

소소는 채찍을 휘둘렀다. 채찍이 바람을 가르며 소리를 내더니, 소년을 향해 내리꽂혔다.  

담태신은 피하지 않았다. 채찍이 그의 가슴을 강타하자 그는 비틀거리며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장월신명 2화 엽석무에게 채찍맞는 담태신


그의 검은 눈동자는 짙은 먹물처럼 깊숙이 가라앉아 있었고, 그 시선은 곧장 소소를 응시했다.  

그 눈 속에서, 소소는 마침내 아주 깊숙이 감춰져 있던 혐오와 고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바로 이렇게 되어야 했다.  

선과 악은 본래 양립할 수 없는 법.  

소소는 원래 몸의 기억을 따라 매일 밤 그를 때리며 내뱉었던 말을 뱉었다.  

"네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육황자(六殿下)께서 나를 맞이하려 하지 않는 거야! 차라리 죽어버리는 게 어때!"  

그녀는 다시 한 번 채찍을 휘둘러 소년의 팔을 내리쳤다.  

그는 낮게 신음을 흘렸고, 몸도 함께 떨렸다.  

얼음 위에서 오랫동안 무릎을 꿇고 있었던 그의 몸은 이미 붓고 통증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런 상태에서 맞은 두 번의 채찍질은 이미 마비된 팔의 감각을 다시 끌어올리며, 몇 배나 증폭된 고통을 선사했다. 
뼈마저도 경련하듯 아려왔다.  

소소는 채찍을 쥔 손을 잠시 멈추었다.  

그가 곧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  

어디까지나 인간의 몸, 너무도 연약했다.

소소는 깊이 숨을 들이마시고, 마음속으로 몇 번이나 청심주(清心咒. 잡념과 번뇌를 없애는 주문)를 외웠다. 
그녀는 자신의 부드럽고 희고 고운 손가락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임무는 이 어린 마존을 죽이는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설령 죽여야 한다 해도, 고통 없이 깨끗이 끝내야 할 일이지, 모욕을 더해선 안 됐다.  

어릴 적부터 아버지는 그녀에게 가르쳤다. 강자가 약자를 함부로 괴롭혀선 안 된다고. 
천지는 무정하여 만물을 짚으로 만든 개처럼 여긴다. 수련자는 결코 스스로 업을 쌓아서는 안 된다.  

소소는 사문(師門)의 원수를 갚겠다는 생각을 억누르고 채찍을 거둬들였다. 
"오늘은 피곤하다. 네 얼굴만 봐도 짜증이 나. 다음번에 네가 엽빙상과 얽힌 걸 알게 되면, 그땐 절대 가만두지 않겠다."  

그녀는 채찍을 담태신에게 던지고는 몸을 돌려 등을 보였다.  

눈을 감고 청심주를 열 번쯤 외운 후에야 비로소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그런데도 마음 한구석이 어딘가 불편했다.  

이것은 도심(道心)이 흔들리는 증거였다.  

자신의 잘못을 회피하지 않았다. 오늘 밤, 원래 몸의 습관을 따라 그를 모욕한 것은 그녀의 잘못이었다.  

다시는 그러지 않을 것이다.  

담태신은 채찍을 받아 들었다. 
원래도 창백했던 그의 얼굴은 채찍 두 대를 맞고 더욱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그는 고개를 들어 소녀의 등을 바라보았다.  

본래 오늘도 엽석무에게 반쯤 죽을 정도로 맞을 각오를 하고 있었는데, 오늘은 예상보다 수십 대나 덜 맞았다.  

머리에는 식은땀이 맺혔고, 간신히 몸을 가눠 이불을 꺼내 바닥에 깔았다.  

그때 목덜미에 무엇인가 걸려 상처가 아릿하게 쑤셨다. 꺼내 보니, 그것은 오래전에 빛이 바랜 평안부(平安符)였다. 
검은 실에 꿰어진 부적은 오랜 시간 동안 그의 옷깃 속에 감춰져 있었다.  

촛불이 그의 눈을 비추며 차가운 눈빛을 조금 누그러뜨렸다.  

담태신은 조심스럽게 평안부를 다시 넣고 몸을 돌렸다. 겨울밤, 밖에서는 거센 바람이 울부짖고 있었다.  

창문에는 나무 그림자가 드리워져 마치 날카로운 손톱을 세운 귀물처럼 일렁였다.  

그는 문득 이틀 전, 온몸이 칼에 찔려 죽어간 하녀 은교를 떠올렸다.  

그녀는 이미 사후강직이 찾아와 굳어 있었고, 표정은 고통에 일그러져 있었다. 
그녀는 후회했을까? 엽석무가 도망칠 수 있도록 선택한 것을.  

담태신의 눈동자는 고요하게 가라앉아, 깊은 어둠과도 같았다.  

그때 그녀의 시신은 아직 완전히 식지 않았고, 흘러나온 피는 붉은 선이 되어 눈 위를 타고 그의 발끝까지 닿아 있었다.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무심히 발을 들어, 그 위를 밟고 지나갔다.  
 




소소는 한밤중까지 잠들지 못했다.  

침상 아래에서 사악한 존재가 잠들어 있는데, 아무리 대범한 성격이라도 태연히 눈을 감고 잘 수는 없었다.  

이미 인간 세상은 한겨울로 접어든 때였다. 갑자기 차가운 바람이 창문을 밀어젖히며 방 안으로 몰아쳤다.  

방 안에 피워둔 화로의 불이 꺼져버렸다.

원래 몸의 주인이 혼인한 후로는 하녀들이 안방에서 시중들지 않았다. 
소소 역시 한밤중에 하녀를 불러 창문을 닫게 할 생각은 없었다.  

조금만 더 참아보려 했지만, 인간의 몸으로는 추위를 견디기가 어려웠다. 결국 이불을 걷어차고 일어나 창문을 닫으러 갔다.  

창문을 닫고 돌아오던 길, 바닥에 누운 소년을 지나칠 때 뭔가 이상한 기운을 느꼈다.  

그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고 있었고, 온몸이 무의식적으로 떨리고 있었다.  

소소는 유리등을 가져와 그의 곁에 쪼그려 앉았다.  

소년의 창백했던 얼굴이 이제는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본능적으로 이를 악물고 있었다.  

뭔가 심상치 않았다.  

소소는 순간 놀라며 생각했다. 안 된다, 그는 죽어선 안 된다.  

아직 그에게서 사골(邪骨)을 뽑아내지도 못했다. 만약 그가 죽으면 그녀의 임무는 실패다. 
그리고 이 시공에서 튕겨 나가면, 수련계 전체가 몰락할 위기에 처할 것이다.  

장월신명 2화 병이 난 담태신 (출처:티빙)


잠시 망설이던 소소는 손을 뻗어 그의 이마를 만져보았다.  

손끝으로 전해지는 뜨거운 열기.  

손을 거두며 생각했다. 인간이 이렇게 열이 오르면, 아마 이대로 타 죽을 수도 있겠지?  

소소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 오백 년 뒤의 사악한 마물이 이렇게까지 연약할 줄이야.  

부상을 입을 수도 있고, 불구가 될 수도 있지만, 죽어서는 안 된다. 그가 죽으면 사골이 각성해버린다.  

소소는 서둘러 책상 위의 찻잔을 들고 문 밖으로 나갔다.  

밖에 쌓인 흰 눈을 몇 줌 모아 잔에 담고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하아…" 숨을 불어보니 찬 공기가 얼굴을 스쳤다. 너무 춥다.  

더 지체할 수 없었다. 옷장에서 치마를 하나 꺼내 찢어 헝겊으로 만든 뒤, 그 안에 눈을 싸서 소년의 이마에 얹었다.  

그는 아직 가을용 얇은 이불을 덮고 있었고, 몸을 떨며 추위에 시달리고 있었다.  

소소는 자신의 침대에서 두꺼운 이불을 가져와 그에게 덮어주었다.  

그의 곁에 다리를 모으고 앉아 얼굴을 찡그렸다.  

죽이려 해도 죽일 수 없고, 이제는 살려야까지 하다니.  

"하아… 한밤중에 밖에 나갔다 오니, 너무 추워서 이가 덜덜 떨린다…"  

소소는 외투를 몸에 둘러 겨우 추위를 견뎠다.  

그러면서도 담태신 곁을 지키며 그의 이마에 얹은 얼음을 계속 갈아주었다.  

침대에 기대어 앉은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생각했다.  

대체 이게 뭐 하는 짓이람.  

이럴 줄 알았으면 아까 때리지나 말 걸.  

장월신명 2화 병이난 담태신을 돌봐주는 엽석무



담태신은 자신이 곧 죽을 것 같았다.  

몸이 한순간 뜨거워졌다가, 다시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 온몸이 아프지 않은 곳이 없었다.  

그는 눈을 감은 채, 깊고 어두운 심연 속에 가라앉고 있는 기분이었다.  

죽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지금까지의 모든 고통은 무슨 의미란 말인가.  

잠들면 안 된다. 반드시 스스로를 살려야 한다.  

눈을 뜨려고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눈꺼풀이 천근만근 무거워 도저히 뜰 수가 없었다.  

그는 이 고통과 오랫동안 맞서 싸웠고, 거의 포기하려던 순간, 부드러운 손길이 그의 이마를 덮었다.  

얼음처럼 차가운 감촉이 닿자, 그의 속눈썹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였다.

다행히 곧 그 손길이 다시 돌아왔다. 이마에 다시금 시원한 감촉이 닿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몸도 점점 따뜻해졌다.  

겨울밤의 차가운 방 안에서, 그는 은은한 소녀의 체온과 향기를 느낀 듯했다.  

차가운 마음으로 생각했다. 이런 터무니없는 착각이 들다니, 웃기는군.  

장월신명 2화 병이난 담태신을 돌봐주는 엽석무 (출처:티빙)

 




날이 밝아올 무렵, 담태신의 열이 드디어 내렸다.  

소년은 여전히 눈을 감고 있었지만, 이제는 더 이상 떨지 않았다.  

소소는 젖은 천과 녹아버린 눈을 치우고, 자신의 이불을 꼭 끌어안은 채 침대 위로 몸을 던졌다.  

너무 피곤했다.  

동이 트기 시작할 무렵, 춘도가 살며시 비단 장막을 젖히고 소소를 깨우러 왔다.  

하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일이 바로 삼(三)소저를 깨우는 것이었다. 삼(三)소저의 성격은 워낙 괴팍해서, 예전에 그녀를 깨우다 곤장 서른 대를 맞은 하인도 있었다.  

춘도는 나이가 어려 성격도 순하고 착했기 때문에 늘 이 일을 맡게 되었다.  

그녀는 긴장한 채 삼소저를 부르며 속으로 조마조마해했다.  

하지만 침대 위의 소녀는 비몽사몽한 표정으로 몸을 일으켰고, 춘도는 재빨리 그녀의 옷을 입혀주었다.  

삼소저는 하품을 하며 눈을 비볐다.  

그녀의 머리 위로 작은 잔머리 한 올이 삐죽하게 솟아 있었다.  

춘도는 몰래 그녀를 힐끔 바라보았다.  

이렇게 귀엽고 부드러운 얼굴이었다니, 처음 알았다.  

춘도는 순간 웃음이 나왔고, 덩달아 가슴을 짓누르던 두려움도 조금 사라졌다.  

무엇보다 삼소저가 이번에는 자신을 한마디도 꾸짖지 않았다.  

소소는 밤을 꼬박 새운 데다, 억지로 일어나야 하는 상황이어서 몹시 피곤했다.  

그녀는 침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담태신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언제 나간 걸까?  

하녀 희희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공손히 인사했다. 
"대장군과 노부인께서 삼소저와 함께 조반을 드시고자 기다리고 계십니다."  

소소는 고개를 끄덕였다.  

엽가의 아침 식사 자리에서 소소는 좌우를 살폈지만, 담태신은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그를 감시해야 한다는 생각이 떠올라 조용히 춘도에게 물었다.  

춘도가 답했다. 
"아가씨, 잊으셨어요? 아가씨께서 질자전하가 함께 식사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셔서, 전하는 하인방에서 다른 하인들과 함께 식사하고 계십니다."  

소소는 눈을 깜빡였다.  

좋아, 이거 꽤 강렬한 설정인데?  


 

장월신명 2화 엽가


그녀는 조용히 엽가의 가족들을 살펴보았다.  

노부인이 주석에 앉아 있었고, 그 옆에는 늠름하고 엄격한 인상의 남자, 엽 대장군 엽효가 앉아 있었다.  

엽효는 올해 서른여덟이었고, 덥수룩한 수염을 길러 더욱 단정하고 위엄 있어 보였다.  

그는 정실부인을 잃은 후 수년이 지나도록 재혼하지 않았다.  

그의 말에 따르면, 전장을 누비는 장수는 언제 목숨을 잃을지 모르기에, 다시 정실을 들여 그녀를 불안하게 만들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말은 그럴듯했지만, 정작 그는 세 명의 첩을 거느리고 있었다.  

소소는 세 명의 첩을 살펴보았다.  

셋 다 전혀 다른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고, 각자의 매력이 있었다.  

집안에는 네 명의 아들과 세 명의 딸이 있었다.  

그중에서 오직 소소만이 정실부인의 딸이었고, 나머지 형제자매들은 모두 서출이었다.  

둘째 공자는 어머니의 신분이 불명확하여 가장 애매한 처지였다.  

대공자와 삼공자는 연 이냥(姨娘:아버지의 첩)의 자식들이었다. 
연 이냥(姨娘:아버지의 첩)은 엽효가 젊었을 때부터 곁에 두던 시녀 출신으로, 그보다 두 살 많고 외모는 평범했지만, 장자를 낳았다는 이유로 집안에서의 위치가 상당히 높았다.  

노부인은 그녀에게 집안 살림을 돕게 했다.  

두 이냥(姨娘:아버지의 첩)은 가늘고 날카로운 눈매에 뚜렷한 화장으로 다소 천박한 느낌을 주었다. 
그녀는 둘째 아가씨, 엽 난음의 어머니였고, 세 첩 중 가장 화려한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노부인은 그녀를 가장 싫어했다.  

마지막으로, 소소의 시선이 운 이냥(姨娘:아버지의 첩)에게 향했다.  

앞선 두명의 이냥(姨娘:아버지의 첩)과는 달리, 그녀는 우아하고 온화한 분위기를 풍겼다.  

머리에는 단순한 비녀 하나만 꽂아, 맑고 단아한 느낌을 주었으며, 마치 연못에서 갓 피어난 연꽃처럼 청아한 기품이 넘쳤다.  

그녀는 엽 빙상과 사공자의 어머니이자, 엽 장군이 가장 총애하는 첩이었다.  

소소는 아직 엽 빙상을 본 적 없었지만, 운 이냥(姨娘:아버지의 첩)의 모습을 보니, 엽 빙상 역시 빼어난 미모일 것이라 짐작할 수 있었다.  

식탁에는 온 가족이 모여 앉아 있었다.  

소소는 엽 대장군을 보며 은근히 경멸했다.  

수련계에서는 첩을 두는 개념이 없고, 오직 하나의 도려(道侣:도인의 반려자)만 존재할 뿐이었다.  

소소의 어머니는 백 년 전에 세상을 떠났지만, 아버지는 여전히 그녀의 뼈로 만든 피리를 매일 닦고 있었다.  

때로는 피리를 닦으며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물론, 수련계에도 썩은 풍습이 없지는 않았다. 

이를테면 '노정爐鼎(수련자가 성적 에너지를 흡수하기 위해 이용하는 사람)'을 기르기도 했지만, 그런 일은 몰래 이루어졌으며, 공공연히 말할 경우 사람들 사이에서 경멸의 대상이 되었다.  

인간은 수련자들보다 강하지 않은데도, 이렇게 여러 첩을 두는 못된 버릇을 가지고 있었다.  

"삼소저, 어디 몸이 불편하십니까? 아직 병이 다 낫지 않은 듯한데, 얼굴이 이렇게 창백하시네요."  

운 이냥(姨娘:아버지의 첩)이 부드럽게 말을 건네자, 모두의 시선이 소소에게로 쏠렸다.  

소소는 천천히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그녀는 어젯밤 반쯤은 깨어 있었으니, 얼굴색이 좋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 이유를 대놓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운 이냥(姨娘:아버지의 첩)이 굳이 소소를 언급하지 않았더라면 괜찮았을 텐데, 그녀가 소소를 거론하는 순간 엽소는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불쾌한 눈빛으로 소소를 흘겨보았다.  

"지난번 궁연(宮宴:궁에서 열린 연회)에서 너와 큰누이의 일이 태후의 귀에 들어갔다. 태후께서 오늘 너더러 입궁 하라고 하셨다."  

소소는 입안에 있던 작은 탕위안을 삼키고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자기가 저지른 일도 아닌데, 이제 와서 모든 책임을 뒤집어써야 하다니.  

가만히 있다가 날벼락을 맞은 기분이었다.  

노부인은 사랑하는 손녀가 억울한 일을 당하는 걸 보지 못하는 성격이라, 곧바로 말했다.  

"효야, 석무(夕雾)는 아직 어린데, 지난번 자매 간에 벌어진 다툼은 오해가 많았을 것이다. 더군다나 큰애도 굳이 석무와 다툴 생각은 없을 테니, 그렇지 않니, 운 이냥(姨娘:아버지의 첩)?"  

운 이냥(姨娘:아버지의 첩)은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 그렇습니다."  

하지만 소소는 그 미소 속에서 어딘가 어색함이 묻어나는 것을 알아차렸다.  

자기 딸이 억울한 일을 당했는데도, 가해자를 향해 웃으며 용서해야 하다니.  

운 이냥(姨娘:아버지의 첩)의 마음이 편할 리 없었다.  

"석무가 궁에 들어가게 되면, 너는 석무를 잘 보호해야 한다." 노부인은 대장군에게 당부했다.  

엽효는 한숨을 쉬었지만, 어머니의 말을 거역할 수 없어 고개를 끄덕였다.  

"태후께서는 자비로우신 분이니, 어린 아이의 잘못을 깊이 탓하지 않으실 것이다. 석무가 태도를 바르게 하면, 이 일은 자연스럽게 지나갈 것이다."  

노부인은 소소의 손을 가만히 두드리며 겁먹지 말라는 듯 다독였다.  

소소는 그녀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엽 장군이 있는 한, 적어도 태후가 과하게 꾸짖지는 않을 것이다.  

원래의 주인에게 이런 할머니가 있었다니, 참 부러운 일이었다.  



식사 후, 소소는 궁으로 가는 마차에 올랐다.  

그녀의 마음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어쨌든 현재 그녀는 엽 석무의 몸을 빌려 살고 있으니, 엽 석무가 저지른 문제도 해결해 줘야 하는 것이 당연했다.  

이미 온 이상, 적응하고 상황에 맞춰 대응하는 것이 답이었다.  

그녀는 모든 책임을 뒤집어쓸 각오를 단단히 하고, 몰아칠 폭풍우를 받아들일 준비를 마쳤다.  

그러던 중, 한 하녀가 다가와 공손히 인사하며 말했다.  

"장군께서 삼소저께 잠시 기다려 달라고 하셨습니다."  

기다리라고?  

이내 소소는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잠시 후, 담태신이 저택의 다른 쪽에서 걸어나왔다.  

소년의 입술은 창백하게 질려 있었고, 전반적으로 병약한 느낌을 풍겼다.  

그가 나온 방향은 엽가의 대청과는 반대쪽이었다.  

소소는 문득 춘도의 말을 떠올렸다. 담태신은 하인방에서 식사를 했다고 했지.  

장월신명 2화 하인들과 삭사하는 담태신 (식사도 제대로 못하는)


그녀는 그의 눈에서 원망스러운 감정을 찾아내려고 애썼다.  

어젯밤 그렇게 때렸으니, 당연히 원한이 남아 있을 텐데.  

그러나 그는 소소에게 가까이 다가오는 순간까지도, 줄곧 침착한 표정을 유지했다.  

그는 시선을 들어 소소를 바라보았다.  

그녀 역시 창백한 얼굴빛을 띠고 있었고, 그의 시선은 그 얼굴에서 잠시 멈추었다가 이내 냉정하게 다른 곳으로 돌아갔다.  

소소: '으잉? 뭐야, 뭐야? 이 사람이 왜 더 이상 비굴하고 소심한 척하지 않는 거지?!'

 
<계속>
 
 해당 글은 제가 열심히 작성하였으니, 무단으로 복제 하지 말아주세요 
 
✅  드라마와 소설이 다른 등장인물 소개
(드라마를 보시고, 소설을 보시는 분들 중, 등장인물이 약간씩 변경이 있어서 헷갈리실수 있어, 첨언 남깁니다.)
🔸 방의지 : 드라마에 나오는 방의지는 소설에 나오는 방의지(장원급제 문관)와 우경(정치적으로는 집안때문에 조왕의 사람이지만, 소늠과 소요종에서 함께 동문해서 요괴를 잡을수 있는 소늠의 친구)을 합해서 구축한 캐릭터로 보입니다. 
 
🔸 엽청우 : 드라마에서 나오는 엽청우는 소설에서 나오는 첫째 엽청우(국격의 가관을 지키는 무장. 융통성이 없는 성격) 와 둘째 엽저풍(학문에 조예가 깊음. 편연을 사랑함)을 합해서 만든 캐릭터로 보입니다.
 
🔸 엽철우 : 드라마의 첫쨰아들 엽철우는, 소설에 나오는 셋째(삼공자) 엽철운으로 캐릭터가 대체된것 같습니다. (도박을 하는 한량)
 
방의지를 제외한 엽가의 가족들 중 드라마에 나오지 않는 인물은들 큰 비중은 없으니, 소설은 소설대로 읽으시면 이해하시는데 큰 무리는 없을것 같습니다.


🎁 장월신명 드라마와 원작소설(#黑月光拿稳)가 어떻게 재미있게 각색되었는지, 드라마 비교 리뷰는 아래 링크에서 감상하세요! ❤️
https://blog.naver.com/acgmt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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