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드라마 장월신명 원작소설 흑월광나온(黑月光拿稳BE剧本)을 제가 번역한 것이라, 의역 있을수 있습니다⭐
장월신명 원작소설 흑월광나온 [黑月光拿稳BE剧本] 한국어 번역
41장. 증오
민물조개는 얕은 물에서만 살아간다. 어떤 조개도 깊은 바다에서 생존할 수 없으며, 하물며 모든 요괴가 살 수 없는 약수(弱水)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소소가 약수로 뛰어들었을 때, 조개껍질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태생적으로 요태(妖胎)였고, 조개껍질 가장자리는 은은하고 아름다운 분홍빛을 띠고 있었다.
하지만 그 분홍빛이 약수에 녹아들자, 마치 한 방울 한 방울 떨어지는 고통스러운 눈물 같았다.
그날 밤, 그녀는 명야에게 말했다.
“나 아파하는 거 싫어. 내 조개껍질이 깨지지 않게 해 줘. 인간이 뼈가 부서지는 것보다 훨씬 아플 거야.”
그러나 막상 그녀의 조개껍질이 조금씩 녹아내리는 때가 오자, 소소는 눈물 한 방울도 흘리지 않았다.
그저 눈을 크게 뜨고 저 아래 어둠 속에서 검은 옷을 입은 그를 찾을 뿐이었다.
조개껍질은 점점 얇아졌고, 그녀의 여리고 부드러운 발이 실수로 약수에 닿자 극심한 고통에 몸을 떨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계속 아래로 내려갔다.
수만 년을 살아온 교룡(蛟龍), 그는 강하고 아름다웠지만, 수련하는 길은 외로웠고, 사실 그에게는 아무것도 없었다.
성격은 냉담하고 언제나 홀로였다.
그가 약수에 떨어졌을 때도 즉시 그를 찾아오는 이는 없었다.
비록 신선의 길을 걸었으나, 명야 또한 태생이 요괴였다. 약수 속에서 삼 일을 보냈으니, 어찌 고통스럽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소소는 인간에게 뼈가 몇 개 있는지, 그것이 어떻게 부서져야 말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아픈지를 알지 못했다.
그녀가 마침내 그 검은 그림자를 끌어안았을 때, 조개껍질은 이제 아주 얇은 한 겹만 남아 있었다.
그녀는 조개껍질을 벌려 그를 감싸고, 함께 위로 헤엄쳐 올라갔다.
약수 속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수초도, 물고기도 없었고, 아무도 보지 못했다.
조개 공주가 끊임없이 울면서도 그를 위로 데려가고 있는 모습을.
사실 소소는 원래 잘 우는 아이가 아니었다.
상우가 말했던 것처럼, 그녀는 어릴 적 묵하에서 제멋대로 날뛰던 작은 공주였다.
그러나 명야를 알게 된 후, 그녀의 눈에서는 끝없이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그때는 몰랐다.
좋지 않은 사람을 사랑하면 이렇게 힘든 삶을 살게 되고, 눈에는 언제나 눈물이 고이게 된다는 것을.
작은 조개 정령은 명야 곁에 축 늘어져 있었다.
그녀의 여린 발은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그녀의 조개껍질은 이미 투명해져 있었고, 만약 지나가던 인간이 가볍게 톡 하고 건드리기라도 한다면 그대로 산산조각이 날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만족스럽게 명야의 옷자락을 아귀로 물고 그를 데리고 갔다.
그는 창생을 수호했으나, 창생은 전쟁의 신을 잊었다.
하지만 그녀는 영원히 그를 기억할 것이었다.
전장에서 싸우던 그의 모습을 기억하고, 어떤 일이 있어도 그를 저버리지 않을 것이다.
그녀가 대나무 숲으로 돌아왔을 때, 작은 지선과 버섯 요괴는 모두 떠나 있었다.
대나무 숲은 처참한 모습으로 변해 있었고, 소소가 지나온 길에는 붉은 피가 길게 이어져 있었다.
그녀는 명야를 침대에 눕힌 후, 힘겹게 몸을 이끌고 물항아리로 갔다. 그리고 자신의 몸을 그 안에 담갔다.
자신이 얼마나 오랫동안 잠들어 있었는지 알지 못했다.
아마도 칠 일이었을지도, 반 달이었을지도.
소소는 마침내 눈을 떴다.
침대에 누운 명야는 여전히 깨어나지 못했다.
심지어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 몸을 회복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태였다.
아무런 감각도 없이, 그저 침대에 고요히 누워 있을 뿐이었다.
마신(魔神)의 일격을 받아낼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그녀는 오직 다행이라고 여길 뿐이었다.
명야가 즉시 목숨을 잃지 않은 것, 설령 약수에 떨어졌을지언정 여전히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소소는 지난 며칠 동안 회복한 자신의 영력을 그에게 나누어 주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영력 차이는 너무도 컸다.
그녀의 힘은 마치 마른땅에 한 방울의 물을 떨어뜨리는 것처럼,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소는 낙담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를 품에 안고 영기가 충만한 샘으로 데려가 요양하게 했다.
명야는 깊은 수련을 쌓아온 존재였다.
충분한 영력이 깃든 곳이라면, 그는 스스로 서서히 회복할 수 있을 터였다.
그는 인간계의 영험한 샘에서 무려 7년 동안 잠들어 있었다.
그리고 그 7년 내내, 소소는 그의 곁을 지켰다.
시간이 날 때마다 몸을 회복하는 영약을 찾아 나섰고, 돌아오면 가끔 그를 위해 노래를 불러주기도 했으며, 때로는 그의 머리를 정성껏 묶어주었다.
그가 말을 하지 않고, 깨어나지도 않았으며, 검은 눈동자는 단단히 감겨 있었지만, 소소에게 이 7년은 가장 행복한 시간이 되었다.
신마(神魔) 대전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었으나, 그들은 이곳 외진 곳에서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은 채 머물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일곱 번째 해의 아침, 마침내 그가 눈을 떴다.
그날 아침, 소소는 이슬을 모아 그에게 마시게 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 순간, 남자가 조용히 눈을 떴고, 깊고도 어두운 눈동자는 감정 없이 숲 너머를 바라보고 있었다.
소소의 손이 순간적으로 떨렸다. 손에 들고 있던 연잎 위의 이슬이 거의 쏟아질 뻔했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사리자사건 이후, 그가 여전히 자신을 미워하고 있다는 것을.
그래서 그녀는 급히 손가락을 움직여 법결을 맺고, 단정한 모습의 열여섯, 열일곱 살 소년으로 변신했다.
소소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다가갔다.
“드디어 깨어났구나.”
그러나 명야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소소는 순간 당황했다.
변신한 모습 그대로 그의 곁으로 바짝 다가갔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소소는 손을 뻗어 그의 눈앞에서 흔들어 보았지만, 그는 한 번도 눈을 깜빡이지 않았다.
그녀의 마음이 서서히 가라앉았다.
명야는 심각한 부상과 약수의 영향으로 인해 지금 오감(五感)을 모두 잃어버린 상태였다.
그는 청각도, 후각도, 미각도, 시각도, 심지어 통각조차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걱정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이제 굳이 다른 모습으로 변할 필요가 없었다.
소소는 다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연잎을 그의 입술 가까이에 가져갔다.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마셔.”
명야가 눈을 떴을 때, 세상은 텅 빈 공간처럼 느껴졌다.
그는 경계심을 품고 다가온 이의 손목을 움켜쥐었다.
잡아본 손은 너무도 가늘고 부드러워, 마치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그는 강하게 힘을 주었지만, 그녀는 전혀 화를 내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손등을 살짝 두드리며 겁내지 말라는 듯한 신호를 보냈다.
소소는 그의 손을 조용히 들어 올려, 손바닥 위에 글자를 한 획씩 써 내려갔다.
“난 널 해치지 않아. 단지 물을 마시게 하려는 것뿐이야.”
그는 오감을 잃었지만, 영식을 열어 감각을 느낄 수 있었다.
요괴의 몸은 인간과 다르기에, 손바닥을 스치는 가벼운 간지러움을 감지할 수 있었다.
명야는 지난 몇 년간의 깊은 잠 속에서 늘 누군가가 곁에 있었다는 것을 떠올렸다.
때때로 그녀의 손가락이 그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쓸어 넘기며, 정성스럽게 씻어주곤 했다.
그는 그녀의 손을 놓고 조용히 연잎 위의 이슬을 마셨다.
명야가 영천을 걸어 나왔을 때, 그는 방향을 구별할 수 없었다.
그때 작고 여린 손이 그의 소매를 붙잡고, 조용히 이끌었다.
그는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따라갔다.
오감을 잃은 신군은 평범한 인간보다도 못한 존재였다.
그는 아직도 부상을 회복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사람은 누구인가?
뼈대가 그렇게 작고 가녀린 걸 보니, 분명 여인이리라.
그는 처음으로 천환(天欢)을 떠올렸다.
그러나 천환은 상청(上清)에 머무는 존재였고, 이곳은 선경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는 조용히 며칠을 보내며 자신이 작은 대숲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천환이 아니다.
그 순간, 그는 문득 그 작은 조개 요괴를 떠올렸다.
미약한 영력을 지닌, 묵하에서 태어난 조개 요괴.
하지만 그녀가 자신을 약수에서 건져 올릴 만한 능력이 있을까?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게다가 그녀는…… 그토록 말썽꾸러기였으니.
명야는 본래 조개족에 대해 아무런 호감도 없었으며, 그중에서도 그 방탕하고 천진난만한 작은 조개 요괴를 가장 싫어했다.
그녀가 누구인지 알 수 없으니, 어떻게 대해야 할지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몹시 즐거워 보였다.
그가 최소한의 감각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나서, 때때로 그를 밖으로 데리고 나가 숲 속의 꽃을 만지게 해 주었다.
그녀의 부드러운 손끝이 그의 손바닥에 글씨를 써 내려갔다.
“향기가 참 좋아. 몸이 나아지면 네가 직접 맡을 수 있을 거야.”
어느 날은 남몰래 벌집에서 꿀을 훔쳐오다가 벌에 쏘여, 훌쩍이며 울기도 했다.
그는 볼 수도, 들을 수도 없었지만, 그녀가 손을 잡지 못하게 하는 순간, 벌에 쏘여 혹이 났음을 알 수 있었다.
그다음 날이면 그녀가 몰래 가져온 꿀을 영로(灵露. 치유효과가 있는 신령한 이슬)에 넣어,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에게 먹여졌다.
그의 마음속에는 알 수 없는 묘한 감정이 피어났다. 촘촘하고도 무거운 감정이 가슴을 짓누르는 듯했다.
그래서 그녀가 다시 밖으로 나가려 할 때, 그는 손을 뻗어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
“가지 마.”
그녀는 순간 멈칫하더니, 본능적으로 손을 빼려 했다.
명야는 그녀가 떠났다고 생각한 순간, 얼굴에 가볍고 부드러운 무언가가 닿았다.
너무나도 미세하고 여려서, 거의 감지조차 할 수 없는 정도였다.
역시나 그녀는 나가지 않았다.
마당에서 조용히 베를 짜고 있었다.
명야는 입가를 살짝 말아 올렸다. 이렇게 귀엽다니……
오랜 시간 동안 부상을 회복하는 동안, 그는 가끔 안개가 자욱한 상청과 끝나지 않은 신마대전(神魔大战)을 떠올리곤 했다.
상청은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
그가 없어진 뒤, 천환이 과연 선계를 지켜낼 수 있을까?
하지만 그런 생각보다 더 자주 떠오르는 것은 그녀였다.
그는 그녀가 창틀에 몸을 기대어 대담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가 가부좌를 틀고 있을 때, 창밖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그녀의 머리카락에서 풍기는 은은한 향을 실어 왔다.
그녀는 아무것도 모른 채, 자신이 들키지 않았다고 믿으며 계속해서 그를 바라보았다.
명야는 눈가에 맴도는 웃음을 감추고, 모르는 척하며 오롯이 수련에 집중했다.
때때로 그녀는 일부러 그 앞까지 다가오곤 했다.
명야가 앞을 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자주 그녀와 부딪혔다.
그러나 그의 반응은 빠릿빠릿해서, 그녀와 부딪힐 때마다 항상 재빨리 그녀를 붙잡아 주었다.
하지만 같은 일이 계속 반복되자, 명야도 깨닫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버릇이 너무 지나치다고 여긴 그는, 차라리 그녀를 피해 다니기로 했다.
그 후 며칠 동안, 그녀는 무척 의기소침해 보였다.
창가에서 한동안 머물다가 이내 풀이 죽어 떠나곤 했다.
명야는 잠시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말없이 시선을 떨궜다.
그녀가 기운이 없다.
....
그렇게 기운 없이 지내던 날이 얼마나 흘렀는지 모를 어느 날, 명야는 다시 한번 그녀와 부딪혔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의 입술이 정확히 그녀의 이마에 닿았다.
그녀는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
소소는 얼굴을 감싸 쥐며 말했다.
“아, 아냐, 괜찮아.”
얼굴이 새빨개진 채로 대나무 숲을 빠져나가더니, 맑은 샘물에서 몇 바퀴를 굴렀다.
명야는 다리를 포개고 앉아, 차가운 자신의 입술을 가만히 만져보았다.
소소는 정성껏 명야를 보살피면서도, 그의 오감이 서서히 회복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명야는 점점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었고, 대나무의 맑은 향을 맡을 수 있었으며, 흐릿하게나마 색을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그녀는 몰랐다.
그녀가 약초를 구하러 산에 오른 어느 날 아침, 명야가 눈을 뜨고 자신을 찾아온 천환을 보았다는 것을.
소소는 대나무 바구니에 영약을 가득 담아 돌아왔지만, 작은 대나무 숲은 이미 텅 비어 있었다.
한참 동안 멍하니 서 있던 그녀의 바구니 속에서, 작은 늑대 한 마리가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소소는 안팎을 몇 번이고 뛰어다니며 살폈고, 심지어 영천(靈泉. 영기가 충만한 샘)까지 가 보았지만, 아무런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
작은 늑대는 그녀가 뛰어다니는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오는 길 내내, 이 소녀는 자신의 신군을 계속해서 떠올리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런데 정작 도착하고 보니, 그녀는 그저 망연한 얼굴로 이곳저곳을 헤매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찾다가 지친 그녀는 나무 아래에 털썩 주저앉았다.
작은 늑대는 그녀가 울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뜻밖에도 그녀는 아주 차분한 모습이었다.
그녀는 작은 늑대를 품에서 꺼내며 말했다.
“너 원래 영수(靈獸. 신령한 짐승)라서, 원래는 우리 선군(仙君) 몸보신용으로 주려고 했거든.
그런데 네 운이 좋네. 상처도 다 나았으니까, 이제 집으로 돌아가.”
그녀는 늑대의 뒷다리에 아무런 쓸모도 없는 매듭을 묶어주고는, 손으로 살짝 밀며 떠나라고 신호를 보냈다.
작은 늑대는 “아우우” 하고 한 번 울더니, 망설이다가 그녀를 따라 걸었다.
소소는 돌아보며 으름장을 놓았다.
“조개가 고기를 안 먹을 거라고 생각하나 본데, 나 되게 고기 좋아해.”
작은 늑대는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소소는 옆에 있는 대나무를 발로 차며 투덜거렸다.
“좋아, 사실 나 고기 별로 안 좋아해.”
그녀는 대나무 숲에서 사흘을 기다렸지만, 명야는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소소는 작은 늑대를 안고 일어섰다.
“그는 돌아오지 않을 거야. 이제 나는 묵하로 가야 해.”
그녀는 영초(靈草. 신령한 약초)들을 전부 작은 늑대에게 남겨주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신마대전이 끝나가고 있어서, 지금 어디든 안전하지 않아.
작은 지선(地仙. 땅의 신선)한테 들었는데, 산속 동굴에 숨는 게 안전하대.
이 약초들을 가지고 좋은 곳을 찾아봐. 운이 좋으면 너도 언젠가 인간 형상을 가질 수 있을지도 몰라.”
작은 늑대는 그녀를 한 번 바라보더니, 고개를 돌려 달려가 버렸다.
소소는 홀로 묵하로 돌아갔다.
또 한 번의 10년이 지나갔다.
그녀는 묵하의 안전을 지켜야만 했다.
그리고 신마대전은 이제 곧 끝나가고 있었다.
마신이 죽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리고 남아 있는 요마들도 곧 심연에 봉인될 예정이었다. 삼계에겐 반가운 소식이었다.
다행히 묵하는 선계와는 달랐다.
신과 마, 어느 쪽도 탐낼 곳이 아니었기에 이번 전쟁에서도 무사할 수 있었다.
예전 같지 않은 영력을 가진 채, 서둘러 묵하로 향한 그녀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반달이 지나 있었다.
묵하는 선병(仙兵)들에게 포위당해 있었다.
그들 중에는 낯익은 얼굴들이 있었다. 소소는 그들이 상청(上清)의 선병들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보았다.
묵하는 범람하지 않았지만, 강 위로는 죽음의 기운이 짙게 드리워 있었다.
소소는 멍하니 서 있다가, 휘청이며 강 속으로 달려갔다.
주변의 선병들은 소소를 알아보지 못했지만, 상청의 선병들은 그녀를 알고 있었다.
잠시 머뭇거린 그들은 끝내 그녀를 막지 않았다.
소소는 주저앉아 죽어버린 산호 하나를 집어 들었다.
어릴 적, 막하 왕궁에서 가지고 놀던 장난감이었다.
흔들리는 걸음으로 더 깊숙이 나아가자, 물고기와 새우들의 끝없는 시체가 눈앞에 펼쳐졌다.
그러다가……
그녀는 거대한 조개껍데기 하나를 발견했다.
그것은 강가에 쓰러져 있었다.
세월이 흐르며, 옅은 금빛의 조개껍데기 위에는 가는 주름들이 새겨져 있었다.
한때 튼튼하고 아름답던 그것은 이제 텅 빈 껍데기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
소소는 조개껍데기를 끌어안으려 했지만, 너무 커서 품에 안길 수조차 없었다.
마치 잘못을 저지른 아이처럼, 울먹이며 아버지를 불렀다.
선병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 갑옷을 입은 한 여선(女仙.여자 신선)이 앞으로 걸어 나오더니, 손으로 입을 가리며 비웃었다.
“보아하니, 늙은 요괴가 죽었더니, 어린 요괴가 이렇게 가슴 아파서 우는구나.”
또 다른 여선도 비웃으며 말했다.
“요괴는 결국 요괴일 뿐. 대의를 구분할 줄 모르지.
고작 묵하 주제에 감히 마물을 숨겨주다니, 죽어 마땅하다.”
“실력도 없으면서 건방지게 감히 스스로 왕이라 자처하다니!”
여선은 손에 쥔 하얀 비단을 쓰다듬으며 혀를 찼다.
“천환 성녀의 금무릉(锦雾绫. 비단천으로 공격하는 무공) 백 번도 버텨내지 못했으니, 수천 년을 수련한 늙은 요괴라 한들 헛된 노력일 뿐이었지.”
소소는 조개껍데기를 내려놓았다.
낯익은 목소리들이 그녀의 귓가를 때렸지만, 그녀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그저 몸을 날려 막하의 강속으로 뛰어들었다.
여선은 혐오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이렇게 더러운 물에 뛰어들다니, 역시 그런 곳에서 태어난 요괴답군.”
"우리가 그녀를 잡아야 할까? 성녀께서 그녀를 잡으라고 특별히 말씀하시진 않았잖아?"
"잡아야지. 성녀께서 겨우 신군을 찾았는데, 이 아이가 방해하게 놔둘 순 없잖아."
그들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직접 손을 대기는 꺼려하며 선병들에게 묵하로 들어가 소소를 잡아오라고 명령했다.
소소는 묵하의 강바닥을 걸었다.
잔잔한 물결이 일렁였지만, 이제 묵하가 범람하든 말든, 그건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강의 왕궁은 이미 파괴되었고, 물건들은 이리저리 널브러져 있었다.
그녀의 궁전은 무너졌으며, 아버지가 가장 아끼던 명주는 산산이 부서져 있었다.
소소는 피를 한 모금 토해내고도 멍한 표정으로 걸음을 옮겼다.
폐허가 된 궁전 터를 파헤치던 그녀는 마침내 한 알의 아름다운 백색 진주를 찾아냈다.
손끝으로 가만히 어루만지자, 진주 속에서 과거의 장면이 흘러나왔다.
묵하 왕궁이 파괴되고, 아버지가 살해당하기 직전의 순간들.
그 모든 것이 마치 유리구슬 속의 빛처럼 스쳐 지나갔다.
소소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강 속에서 살아가는 생명들은 원래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그래서 그녀의 눈가에서 빛나는 것은 눈물인지, 단순한 물속의 인광인지 알 수 없었다.
신마대전에서 많은 신들이 희생되었다.
그리고 남아 있는 신선들은 살아남은 요마들을 사냥하기 시작했다.
상청의 선경 역시 이 사냥에 가담했다.
그들은 묵하에 도착해, 강의 물이 탁하고 요기가 가득하다는 이유로 강 속 정령들을 닥치는 대로 붙잡기 시작했다.
분노한 나머지, 조개왕은 그들을 막아서 싸웠다.
선병들은 주저했다.
"묵하는 어디까지나 상주 선비(선군의 부인)의 고향이니, 우선 성녀께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여쭤보는 게 좋겠다."
하지만 천환은 단 두 명의 여선을 보낼 뿐이었다.
그들은 성녀의 말을 대신 전했다.
"천자(天子)라 할지라도 법을 어기면 범부(일반인)와 다를 바 없다.
조개왕이 요물을 감싸고 있다면, 결코 용서할 수 없다."
소소는 진주를 움켜쥐었다.
그녀는 생전 처음으로 한 사람을 이렇게 증오했다.
천환이 단 한 번만이라도 물어보았다면.
한 번만이라도 물어보았다면 알았을 것이다.
이 더럽고 탁한 묵하, 하늘을 찌를 듯한 요기의 근원이 누구 때문인지.
그것은 다름 아닌 천환과 그 곁의 ‘명야’ 때문이었다.
오라버니의 말이 맞았다.
백 년 전, 자신이 그 두 사람을 구하지 않았더라면……
소소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명야를 원망한 적이 없었다.
그가 천환을 좋아하는 것도, 그녀를 탓하지 않았다.
그가 백 년 동안 자신을 외면하고, 죽림에서 떠나며 단 한 번도 그녀를 떠올리지 않은 것 역시 원망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 그녀는 문득 십 년 전의 여름날을 떠올렸다.
그때 그녀는 나비 요정들이 부러워하며 수군대는 소리를 들었다.
"명야 신군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운금(云锦. 구름무늬를 수놓은 중국의 고급 비단)과 옅은 안개로 성녀의 법기를 만들어 주었대. 덕분에 사악한 기운이 그녀를 침범할 수 없게 되었지. 남은 운금으로 만든 것이 바로 저 ‘금무릉(锦雾绫)’이래."
그는 천환을 위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영기를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그 영기는 결국, 그녀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사람의 몸을 꿰뚫었다.
그녀는 묵하에서 그를 주웠고, 묵하에서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
하지만 오늘, 바로 이곳에서 그녀는 천환을 증오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와 함께 명야도 증오하게 되었다.
십 년 동안 지켜온 모든 것이 한낱 우스운 농담처럼 느껴졌다.
수많은 조개들이 죽어갔고, 그들의 몸에서 폭발하듯 튀어나온 진주들은 온 강바닥을 피로 물들였다.
소소는 그것들을 하나하나 줍기 시작했다.
그녀는 천환을 죽이러 갈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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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구글, 티빙, YOUK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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