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글은 국내 미 출간된 드라마 장월신명 원작소설 흑월광나온(黑月光拿稳BE剧本)을 제가 직접 번역한 것입니다. 무단으로 복제하지 말아 주세요 ⭐
장월신명 원작소설 [黑月光拿稳] 흑월광나온 (한국어 번역)
38장. 대립
담태신은 약을 뱉어내려고 했지만 이미 늦었다. 소소가 그의 목을 손가락으로 살짝 눌러버리자, 그는 그대로 삼켜버렸다.
품속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한 순간, 담태신의 원래 차분했던 표정이 순식간에 어둡게 일그러졌다.
소소는 목적을 달성하자마자 곧장 도망쳤다.
방금 전까지 그의 눈앞에서 웃고 있던 소녀의 얼굴은 순식간에 멀리 사라졌다.
담태신의 얼굴에서 악취 나는 진흙이 흩어졌다.
그는 소소를 바라보며 비틀린 미소를 지었다.
“엽, 석, 무(叶夕雾)…”
입백우 역시 소소를 알아봤다. 지난번 황제에게 춤을 바치겠다며 나타나, 그를 거의 목 졸라 죽일 뻔했던 그 처녀였다.
입백우는 날카롭게 외쳤다. “요녀! 네가 폐하께 무슨 짓을 한 거냐!” 그의 눈빛에는 마치 죽은 사람을 보는 듯한 살기가 서려 있었다.
담태신은 강바닥의 돌을 붙잡으며 다시 한 번 약을 뱉어내려 했으나 실패했다.
그 역시 가장 궁금한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위장이 뒤틀리는 듯한 불쾌감 속에서, 그는 소소를 똑바로 노려보았다.
소소는 태연하게 말했다. “당연히 내장이 녹아내리는 독이야. 빨리 해독하지 않으면 죽을지도 몰라. 내 조언 하나 해줄까? 빨리 담태신을 데리고 돌아가서 치료하는 게 좋을 거야. 너무 늦으면 독이 퍼져서 그대로 황제 폐하가 저세상으로 가버릴지도 모르잖아?”
대체 왜 다들 그녀를 요녀라고 부르는 걸까? 그녀보다 오히려 저들이 훨씬 더 요물 같은데.
소소의 말이 끝나자, 담태신의 얼굴이 더욱 험악해졌다. “이 무능한 놈들! 한낱 여자 하나도 막지 못하다니, 대체 무슨 쓸모가 있다는 거냐!”
입백우는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며 즉시 두 무릎을 꿇었다.
담태신은 곁에 있던 도사들을 흘겨보며 명령했다. “잡아라!”
노도(老道. 늙은 도사)는 그 말을 듣자마자 기뻐하며 혼을 빨아들이는 깃발, ‘식혼번(嗜魂幡)’을 꺼냈다.
검은빛이 물속에서 번져 나갔고, 도사는 주문을 외우며 깃발을 소소를 향해 날려 보냈다.
소소는 식혼번을 보자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이런 마도(魔道)들이 살아있는 사람을 제물로 깃발을 만드는구나. 정말 끔찍하군.”
늙은 도사는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식혼번에는 수많은 원한이 서려 있었고, 깃발이 펼쳐지자마자 교룡의 머리 위에 있던 원한이 마치 동류를 알아본 듯 격렬하게 요동치며 흥분하기 시작했다.
식혼번이 소소에게 다가오자, 그것은 갑자기 커지더니 그녀를 집어삼킬 듯했다.
소소는 피할 방법이 없었다. 결국 부적을 꺼내 한 손으로 그대로 막아냈다.
그러나 부적은 그녀의 손바닥에서 산산이 부서졌다.
식혼번은 집요하게 소소를 놓아주지 않고 공중에서 한 바퀴 회전하더니 다시 한 번 그녀를 공격하려 들었다.
소소는 간신히 몸을 피했다. 그녀가 가진 부적은 이미 전부 소진되었고, 결국 식혼번에 어깨를 얻어맞으며 바닥으로 나동그라졌다.
이것은 원래 희귀한 마기(魔器)였다. 대체 저 늙은 도사가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였기에 이토록 깊은 원한이 서린 것일까.
식혼번은 소소의 주위를 맴돌았다. 거대한 깃발 아래서 소녀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노도는 소소가 부적을 사용하는 것을 보고 그녀가 범상치 않음을 깨달았다. 어쩌면 자신의 천적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그는 즉시 결단을 내렸다. 반드시 그녀를 제거해야 한다.
엽저풍(叶储风)은 눈살을 찌푸리며 막 담태신에게 소소를 살려달라고 청하려 했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 늙은 도사가 흔들던 방울이 누군가의 손에 의해 붙잡혔다.
그 손은 길고 창백했다.
늙은 도사가 고개를 들어 올렸다. “폐하?”
담태신은 무표정하게 얼굴의 진흙을 닦아내며 늙은 도사에게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너더러 그녀를 잡으라고 했지, 죽이라고는 안 했다!”
노도는 허둥대며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식혼번을 거두려 했다. 그러나 그 순간, 바닥에 쓰러져 있던 소소가 대담하게도 손을 뻗어 식혼번을 움켜쥐었다.
일반인이 마기의 깃발을 손에 쥐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깃발에서 더욱 짙은 흑기가 뿜어져 나왔고, 식혼번은 그녀를 집어삼키려는 듯 강한 흡입력을 발산했다.
그때, 그녀의 몸속에서 구옥이 깜짝 놀라며 깨어났다.
“주인님! 대체 무슨 짓을 하시는 겁니까! 어서 손을 놓으세요!”
그러나 소소는 입술을 굳게 다물고 검은 깃발을 노려보며 마음속으로 대답했다.
“식혼번은 수많은 인간의 영혼을 삼켜왔다. 오늘 이 늙은 도사를 죽이지 않으면 반드시 더 큰 재앙이 될 거야.”
구옥은 식혼번의 색을 한 번 살펴보더니, 마음이 무거워졌다. 소소가 결심을 굳혔다는 것을 알았기에 더 이상 말릴 수 없었다. 대신 단 한 마디를 남겼다.
“그렇다면 조심하세요.”
노도는 난감한 표정으로 담태신을 돌아보며 말했다. “폐하, 저 여자가 손을 놓지 않습니다. 이러다간 결국 식혼번이 그녀를 완전히 삼켜버릴 겁니다. 한낱 미천한 도사인 저로선 어찌할 방법이 없습니다.”
담태신의 눈빛이 더욱 차갑게 가라앉았다.
“엽석무, 당장 손을 놓아라!”
그러나 소소는 그의 말을 무시한 채 두 손으로 식혼번을 꽉 움켜쥔 채, 공중에 신혈(神血)로 부적을 그려 나갔다.
노도는 점점 불안한 기운을 느끼고 급히 담태신에게 간청했다.
“폐하! 이대로 두면 안 됩니다! 저 여자가 식혼번을 파괴하려 합니다! 식혼번이 사라지면 요교(妖蛟)를 깨울 방법이 없어집니다! 반드시 그녀를 죽여야 합니다!”
담태신의 눈동자는 한없이 어두워졌다. 그는 입술을 꾹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손에 쥔 방울을 더욱 세게 움켜쥐었다.
반면 소소는 이미 부적을 완성했다. 그녀는 늙은 도사를 향해 눈을 들고 차갑게 말했다.
“너 같은 요도도 한번 혼을 빼앗기는 맛을 봐야지.”
손을 놓자, 식혼번에 황금빛 문양이 새겨졌다.
식혼번은 그녀의 손을 떠나 빠르게 공중에서 회전했다. 소소는 미소를 지으며 크게 외쳤다.
“흡수해라!”
그녀의 눈동자는 맑게 빛났고, 식혼번이 늙은 도사를 뒤덮었다.
“이럴 수 없어! 말도 안 돼!”
노도는 필사적으로 몸부림쳤다.
그는 담태명랑을 따르며 삼 년 동안 수많은 영혼을 제물로 바쳐 겨우 식혼번을 다룰 수 있게 되었는데, 저 어린 계집아이가 어떻게 감히 그것을 조종할 수 있단 말인가!
노도는 도망치려 했지만, 그는 신혈도 없고 경세화(傾世花)도 없었다.
그녀로부터 도망칠 방법 따위 존재하지 않았다.
소소는 손가락을 빠르게 움직이며 식혼번을 조종했다.
“크아악—!”
노도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너무 가까이 있었던 담태신의 얼굴도 식혼번의 기운에 의해 한 줄기 상처가 생겼다.
“폐하!”
입백우가 재빠르게 그를 끌어당겼다. 덕분에 담태신은 식혼번의 공격을 피할 수 있었다.
담태신은 조용히 소소를 올려다보았다.
흰색 제사복을 입은 소녀는 황금 실이 수놓인 옷을 걸치고 있었다.
수면 아래에서 그녀의 눈동자는 평소보다 더 짙은 보랏빛을 띠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신녀와도 같았다.
신성하면서도 무정하게 요술을 부리는 도사를 죽이려 하며, 단 한 번도 자신을 돌아보지 않았다.
담태신은 얼굴의 상처를 누르며 중얼거렸다.
“넌 항상 나랑 엇나가네……”
그때, 피 웅덩이에 쓰러진 늙은 도사가 마지막 비명을 지르며 숨을 거두었다.
그의 죽음과 함께 주인을 잃은 식혼번은 몇 차례 공중에서 회전하다가 땅으로 떨어졌다.
늙은 도사의 머리를 박살 내고 나자, 소소는 눈을 깜빡이며 장난기 어린 웃음을 지었다.
가슴이 아려왔지만, 그녀는 손으로 꾹 눌렀다.
자신의 몸속에 경세화가 있는 한, 정해진 시간이 오기 전까지는 다른 사람이 그녀를 쉽게 죽일 수 없을 터였다.
이제 늙은 도사가 죽었으니 제사를 이어가기 어려울 것이고, 요교를 악한 존재로 만들기도 쉽지 않을 터였다.
그러나 바로 그때—
“하하하.”
담태신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얼굴의 피를 닦아내더니, 냉랭한 목소리로 명령했다.
“전부 죽여라.”
소소는 잠시 멍해졌다가 담태신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는 그녀를 보지 않고 교룡 위를 맴도는 원기를 주시하며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입백우는 재빠르게 도사들 뒤로 몸을 날려 검을 휘둘렀다.
순식간에 피가 사방으로 튀었고, 어린 도사들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목이 날아갔다.
단 몇 분 만에 모든 도사들이 쓰러졌다.
그들의 피는 강물 속으로 퍼지지 않고 오히려 원기에 빨려 들어갔다.
입백우와 몇 명의 월영위는 칼을 손에 쥔 채 연완 등 다른 소녀들에게 다가갔다.
소소는 그 앞을 가로막으며 외쳤다.
"멈춰!"
그러나 그녀가 한 소녀의 목숨을 구할 수는 있어도, 다른 이들까지는 막을 수 없었다.
곧이어 남아 있던 소녀들은 눈을 크게 뜬 채 숨이 끊어졌다.
꽃가지는 그녀들의 피로 물들었고, 원기는 더욱 짙어졌다.
연완은 차가운 눈빛을 한 젊은 황제를 바라보며 비로소 진정한 구원자가 누구인지 깨달았다.
그녀는 두려움에 소소의 옷자락을 붙잡고 흐느끼며 애원했다.
“아가씨, 제발 저를 구해주세요!”
소소는 입백우를 막아서며 말했다.
"빨리 도망가!"
이미 도사들은 전부 죽었고, 만약 연완까지 희생된다면 원기는 더욱 강대해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결국 요교의 육체를 완전히 빼앗아 버릴지도 몰랐다.
연완은 이를 악물고 뒤돌아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녀가 따라온 길을 되짚어 나가려는 순간, 월영위 몇 명이 소리 없이 그녀 앞을 가로막았다.
연완은 겁에 질려 다시 소소의 곁으로 돌아왔다.
소소는 이를 악물고 그녀를 붙잡아 탄백우의 검날을 피해냈다.
칼날이 스쳐 지나가며 연완의 머리카락 한 가닥이 잘려 나갔다.
그녀는 너무나 겁에 질려 울지도 못하고 떨고 있었다.
월영위들은 그녀들과 완전히 포위했다.
그때, 담태신이 단검을 그녀들 앞으로 던졌다.
그는 부드럽고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제 단 한 사람의 원기만 더 필요하군. 너희 둘 중 하나만 죽으면 된다.”
그가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그 누구도 그가 기분이 좋아 보인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소소는 담태신을 힐끗 바라보며 기회를 찾아 연완과 함께 포위망을 뚫고 나가려 했다.
그러나 담태신은 미치기 시작하면 아군조차 가리지 않는 자였다.
그 순간, 뒤에 있던 연완이 갑자기 움직였다.
그녀는 땅에 떨어진 단검을 집어 들더니, 곧장 소소를 향해 찔러왔다.
하지만 연완은 무예를 전혀 몰랐기에, 소소는 손쉽게 그녀의 손에서 단검을 쳐내 떨어뜨렸다.
소소는 연완을 바라보며 묻듯이 말했다.
"왜?"
연완은 원망스럽게 소소를 바라보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살아남고 싶었다. 그리고 영리한 사람이었기에 담태신이 소소를 알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소소는 무술을 할 줄 알지만, 자신은 전혀 할 줄 몰랐다.
그리고 '둘 중 하나만 살 수 있다'는 선택지는, 명백히 소소를 편들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었다.
만약 소소가 자신을 죽이고자 한다면, 자신은 저항조차 할 수 없다.
그래서 연완은 선제공격을 할 수밖에 없었다.
담태신은 비웃듯이 웃었다.
그가 조롱하는 대상이 연완인지, 아니면 소소인지 알 수 없었다.
소소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실망하지도, 상처받지도 않았다.
연완이 어떤 사람인지, 이미 그 방에서 충분히 알게 되었으니까.
연완은 이기적이고, 교활했다.
그때, 한 줄기 금빛 실이 소리 없이 나타나 그녀와 연완을 묶었다.
소소가 반응하기도 전에, 금빛 실이 그녀들을 세차게 뒤로 끌어당겼다.
그녀는 뜨거운 품속으로 부딪혔다.
상대는 예상치 못한 충돌에 그녀를 급히 받아냈지만, 이내 당황하며 황급히 밀어냈다.
소소는 몸을 가누고 한참을 바라보다가 겨우 깨달았다.
"방 대인?"
놀랍게도 방의지였다.
방의지는 그녀를 한 번 노려보더니 코웃음을 쳤다.
그리고 그의 뒤에는 하늘빛 비단옷을 입은 사람이 서 있었다.
바로 소늠이었다.
그 순간, 우경이 날아오는 연완을 보고 발로 걷어찼다.
연완은 땅 위를 몇 바퀴나 굴렀고,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고통스러워했다.
우경은 웃으며 말했다.
"어휴, 어휴, 일부러 그런 건 아닌데 말이야. 하지만 아가씨가 너무 배은망덕(은혜를 원수로 갚는 행위)해서 말이지. 괜히 도와줬다가 나까지 칼맞을까 봐 겁이 나서 그랬어. 나는 그저 약한 학사일 뿐인데, 아가씨의 칼을 버틸 힘이 없거든."
연완은 이 말을 듣자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얼굴이 붉어졌다가 창백해지기를 반복하며, 방금 자신이 한 행동을 모두가 알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소소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소늠이 말했다. "엽 삼 아가씨, 괜찮습니까?"
소소는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담태신은 눈을 가늘게 뜨고 그들을 노려보았다.
"너희, 죽고 싶구나."
소늠은 태연하게 말했다.
"누가 이길지는 두고 봐야 알겠죠."
그의 뒤에서 부드러운 인상의 한 여인이 걸어 나왔다.
소소는 자신의 몸을 감싸고 있던 금빛 실을 뜯어내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 여인은 바로 엽빙상이었다.
엽빙상이 모습을 드러내자, 모두의 시선이 그녀에게로 쏠렸다.
그녀는 긴장한 듯 담태신을 한번 훑어보더니, 다시 소소를 바라보았다.
"셋째 동생……"
소소는 그녀를 향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대신했다.
담태신은 엽빙상을 바라보며 미세하게 눈썹을 찌푸렸다.
엽빙상은 담태신에게 말했다. "질자전하, 묵하의 교룡은 당신과 아무런 원한도 없는 존재인데 왜 굳이 그것을 요물로 만들고 깨우려 하는 건가요?"
담태신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엽빙상의 질책에도 불구하고, 그는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뜻밖에도 온화한 태도를 보였다.
소년은 원래부터 빼어난 외모를 지니고 있었다.
그가 아무 말 없이 입술을 꾹 다문 채 서 있는 모습은, 마치 억울하고 가련해 보였다.
마치 모두가 그를 괴롭히기 위해 몰려든 악인이라도 되는 듯한 느낌이었다.
엽빙상은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질자로 살아온 그의 지난날이 결코 쉽지 않았음을 알기에, 차마 더 이상 책망할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그녀는 소매에서 하얀 비늘 모양의 조각을 꺼냈다.
그 빛을 본 순간, 구옥은 깜짝 놀라 외쳤다.
"어떻게 이런 일이!"
소소는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무슨 일이야?"
구옥은 오랜 세월을 살아온 존재였기에, 늘 침착하고 냉정했다.
그런 그가 이토록 놀라는 모습은 처음이라, 소소도 본능적으로 그 비늘 조각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것은 눈부신 광채를 발하고 있었으며, 단번에 범상치 않은 물건임을 알 수 있었다.
"저게 뭐야?" 소소는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물었다.
그녀는 장서각에서 수많은 책을 읽었고, 여러 신기한 보물들의 모습도 보았지만, 저런 비늘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그것은 두 손바닥 크기였고, 옥보다도 투명하고 빛이 났으며, 그 표면에는 희미한 황금빛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구옥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말도 안 돼… 이럴 리가 없는데…"
소소가 한순간도 눈을 떼지 않고 그 비늘을 바라보자, 구옥은 정신을 차리고 대충 얼버무렸다.
"그냥… 신수(神獸)나 요수(妖獸)의 호심린(護心鱗) 같은 거야."
소소는 감탄하며 말했다.
"보아하니 굉장히 대단한 거겠지? 분명 아주 강한 요수의 호심린일 거야."
구옥은 어색하게 대답했다.
"뭐… 그런 셈이지."
소소는 들은 적이 있었다.
호심린이라는 것은 요수들에게 있어 목숨보다도 중요한 보호막 같은 것이었다.
대부분의 요수들은 차라리 죽어서 호심린을 재로 만들어도, 결코 그것을 남기려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호심린에 대한 정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거의 알지 못했다.
그런데 소소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엽빙상은 분명 평범한 인간인데, 어떻게 이런 만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보물을 가지고 있는 걸까?
그리고 지난번 엽빙상을 괴롭혔던 몽요도, 혹시 이 호심린 때문에 그녀를 따라다녔던 건 아닐까?
엽빙상의 손에서 호심린이 빛을 내뿜고 있었다.
그녀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소늠을 향해 말했다.
"왕야, 교룡의 품 안에 있는 조개 속이야."
소늠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담태신의 눈빛은 어두워 알 수 없었다. 그는 교룡의 품속에 있는 조개껍데기를 한 번 바라보았다.
거대한 교룡의 몸에 비하면, 그 조개껍데기는 너무도 보잘것없어 보였고, 하찮고 평범해 보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소늠이 그것을 찾으러 온 걸 보면, 분명히 범상한 물건이 아닐 터였다.
소소는 주변을 둘러보다가 방의지에게 물었다. "선왕은 이번에 뭘 찾으러 온 거야?"
방의지는 그녀를 힐끗 보더니, 무뚝뚝하게 콧방귀를 뀌었다.
소소는 이 남자가 엽빙상을 짝사랑하며 자신을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더 이상 귀찮게 하지 않고 물러났다.
그런데 오히려 그녀가 그냥 가려 하자, 방의지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고 말았다. "그 안에는 요물을 억제할 수 있는 사리가 있어."
소소는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방의지는 고개를 돌리며 퉁명스럽게 덧붙였다.
"그건 담태신의 호랑이 요괴를 상대할 수 있는 물건이야."
담태신과 소늠, 두 사람은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지고 묵하에 찾아왔다.
한쪽은 교룡을 요물로 만들고자 했고, 다른 한쪽은 사리를 찾으려 했다.
그로 인해, 두 세력 간의 긴장은 극에 달했다.
소소가 자신을 바라보는 것을 눈치챈 방의지는 입꼬리를 올리며, 엽빙상이 자신을 찾아와 묵하에 가자고 했던 일과 그녀가 소릉을 찾으러 오게 된 과정까지 상세하게 털어놓았다.
방의지는 목소리를 낮추어 소소에게 속삭였는데, 주국 사람들에게 들리지 않도록 하려다 보니 둘 사이의 거리는 무척 가까웠다.
그때, 소소는 차가운 시선이 자신을 향하고 있음을 느꼈다.
무의식적으로 담태신을 바라보았지만, 그가 보고 있는 것은 분명 엽빙상이었다.
내가 착각한 걸까? 소소는 속으로 생각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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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구글, 티빙, YOUK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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