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글은 드라마 장월신명을 보고 원작 소설이 있다고 해서 찾아봤는데, 국내에서는 출간돠지 않아서. 중국어 본을 찾아보게 되었고 제가 보기 위해 한국어로 번역했습니다, 궁금해 하시는 블러그 이웃분들이 많아, 블러그에 적게 되어, 혹시라도 저작권 문제가 생긴다면 이 블러그의 글은 추후에 비공개 될수 있음을 미리 말씀 드립니다.
장월신명 원작소설 [黑月光拿稳] 흑월광나온(한국어 개인번역)
13장. 복수심
소소는 이전까지 사골을 추출하는 방법에 대해 전혀 알아차릴 수 없었으나, 적염봉 사건이 그녀에게 영감을 주었다.
지난번의 선마대전이 벌어진 지도 벌써 몇백 년이 흘렀다.
수많은 선존들이 전사했지만, 요마들은 모두 황연에 봉인되었고, 결계 안에 갇혔다.
그로 인해 인간 세상은 평온을 되찾았다.
수련자들은 세속을 떠나 몸을 추스렸고, 원기를 심하게 소모한 탓에 백 년에 한 번 정도만 자질이 뛰어난 제자를 선발했다.
소소가 이곳에 오기 전, 그녀는 아버지에게 물었다.
“오백 년 전의 아버지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할 수 있을까요?”
청의 선존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안 된다. 오백 년 전의 나는 폐관 수련 중이었으니, 아마 수십 년 후가 되어야 나올 것이다.”
“그럼 어머니를 찾아갈 수는 없나요?” 소소는 내심 기대했다. 그녀는 단 한 번도 어머니를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청의 선존은 드물게 침묵을 지키더니, 한마디만 내뱉었다.
“찾을 수 없을 것이다.”
그는 그렇게 말했다.
소소가 다시 캐묻자, 아버지는 더 이상 말하려 하지 않았다. 그의 표정에는 묘한 슬픔이 서려 있었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찾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소소는 같은 문파의 도움을 기대할 수도 없었다.
첫째, 지금은 선산이 닫혀 있어 수련자들이 인간 세상으로 내려와 제자를 받을 일이 없었기 때문에, 그녀가 선산으로 갈 방법 자체가 없었다.
둘째, 설령 그녀가 진실을 말한다 해도, 그것을 믿어줄 사람이 있을지 알 수 없었고, 믿어준다고 해도 사악한 뼈를 추출할 방법을 가진 이는 없었다.
만약 있었다면, 오백 년 후에 왜 그토록 많은 선존들이 전멸했겠는가?
소소가 가질 수 있는 단 하나의 희망은 황연을 봉인하고 있는 신귀(神龜. 신령스러운 거북)뿐이었다.
그 신령스러운 거북은 수만 년을 살아왔으니, 어쩌면 사골을 추출하는 방법을 알고 있을지도 몰랐다.
신귀는 황연 깊은 곳에서 잠들어 있었지만, 이제 요마들이 황연에서 빠져나오기 시작한 만큼, 신귀도 반드시 깨어났을 터였다.
그렇다면 그녀가 황연에 도착하기만 하면 방법을 알게 될 것이었다.
소소는 가슴 속의 흥분을 억누르려 했다.
어찌 됐든, 요마들이 빠져나왔다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었다.
그건 곧 봉인이 약해졌다는 의미였으며, 요마들조차도 그들의 마신이 곧 깨어날 것임을 감지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요마들이 지금 당장 마신의 마태 '담태신'을 찾지 못했을 뿐.
오백 년 후, 삼계가 요동치게 되는 계기가 어쩌면 바로 지금부터 시작되는 것일지도 몰랐다.
봉인이 약해지고 신귀가 깨어난다는 것은 곧 사골을 추출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위험이 시작된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그러므로 담태신을 이 시기에 절대 죽게 해서는 안 됐다.
그가 죽으면 사골이 깨어나고, 그 순간 요마들이 황연을 돌파하게 될 것이며, 그렇게 되면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더 이상 없을 것이다.
소소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곧 집사를 불렀다.
“부적을 만들 종이와 주사(朱砂. 부적 그리는 인주)를 좀 사다 줄 수 있겠어요?”
집사는 뜻밖이라는 듯이 되물었다.
“삼 아가씨, 그걸 어디에 쓰시려고 하십니까?”
"요괴가 세상에 나타났으니, 저택에 벽사(辟邪) 물품을 준비해 두는 것이 좋겠어요." 소소가 말했다. "기억해요, 부적지는 백 년 이상 된 복숭아나무로 만든 것이어야 하고, 주사는 맹수의 피여야 해요."
소소는 영력이 없었지만, 부적을 그리는 법은 배운 적이 있었다.
집사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지만, 소소가 단호하자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아가씨를 위해 한번 찾아보겠습니다."
그가 떠나자, 작은 거지가 다가와 보고했다. "아가씨, 삼공자께서 또 도박장에 갔어요!"
소소는 은덩이 하나를 건네며 말했다. "고마워."
그녀는 면사를 쓰고, 춘도와 함께 작은 거지가 말한 도박장으로 향했다.
소소는 도박장 맞은편 찻집에 앉아 잠시 기다렸다. 그리고는 곧 삼공자 엽철운이 상서(尚书)의 아들과 어깨동무를 하며 나오는 모습을 보았다.
두 사람의 얼굴엔 환한 웃음이 가득했다.
도박장 주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그들을 배웅했고, 시간이 좀 지나자 소소는 춘도에게 이곳에 남아 있으라고 당부한 뒤, 밖으로 나섰다.
그녀는 도박장 앞에서 손님을 끌어모으는 젊은 사내를 찾아 정중하게 말했다. "실례지만, 엽 삼공자의 남은 도박 빚을 대신 갚으러 왔어요. 이 금덩이면 충분할까요?"
그녀는 몇 개의 금덩이를 꺼냈다.
사내는 놀란 듯 되물었다. "아가씨, 삼공자께서는 며칠 전에 이미 빚을 다 갚으셨는데요?"
소소는 속으로 모든 상황을 깨달았다. 그녀는 연 이냥(아버지의 첩)이 계산했던 도난당한 재물의 가격을 떠올리며 다시 물었다. "전 삼공자께서 얼마 전에 육천냥을 빚졌다고 알고 있었는데, 그걸로 충분하지 않았나요?"
사내는 머리를 긁적이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삼공자께서 진 빚은 오천냥 뿐이었고, 며칠 전에 전부 갚으셨습니다."
"그렇군요. 제가 착각했나 보네요. 괜히 폐를 끼쳤어요."
소소는 원래 도난 사건이 이공자인지 삼공자의 짓인지 확신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명확해졌다.
범인은 엽철운이었다.
육칠천냥 어치의 재물을 가지고, 그가 과연 얼마를 바꿔 썼을까?
아무런 죄책감도 없이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을 보니, 아마도 이 일이 얼마나 심각한지 전혀 깨닫지 못하는 듯했다.
혹은, 후폭풍이 어떨지 알면서도 결국에는 담태신이 모든 책임을 뒤집어쓸 거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춘도도 상황을 깨닫고는 분개하며 말했다.
"삼공자 너무하네요! 노부인의 옥관음까지 가져갔으면서도, 질자전하에게 누명을 씌우다니! 아가씨께서 사실을 밝혀내지 않으셨다면, 질자전하께서 큰 화를 입으셨을 거예요."
"손목을 부러뜨리려 했겠지?" 소소는 지난번의 대화를 떠올렸다.
춘도는 고개를 저었다. "꼭 그럴 거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만약 범인이 질자전하였다면, 연 아씨께서는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으셨을 거예요."
연 아씨는 겉으로는 온화해 보였지만, 하인들은 모두 그녀가 부드러운 말 속에 날카로운 칼을 숨기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춘도가 물었다. "아가씨, 이제 어떻게 하시겠어요?"
"일단 저택으로 돌아가자."
소소가 장군부에 도착하자마자 희희가 다급히 달려 나왔다.
"삼아가씨, 드디어 오셨군요! 노부인께서 옥관음이 사라진 걸 아시고 너무 화가 나셔서 가슴을 부여잡고 계세요. 연 아씨도 꾸지람을 들었어요. 노부인을 달래려고 질자전하에게 화풀이하려 하고 있어요!"
소소도 이 일이 오래 숨겨질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서둘러 희희와 함께 대청으로 향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전혀 조급하지 않았다.
지난번과 같은 광경이었다. 다만 이번에는 노부인과 이공자, 삼공자가 모두 자리하고 있었다. 엽저풍은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앉아 존재감을 줄이려 애쓰고 있었고, 엽철운은 포도를 먹으며 담태신을 향해 조롱 섞인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노부인은 가슴을 부여잡고 담태신을 향해 말했다. "옥관음을 찾지 못하면, 장군부에서는 널 받아줄 수 없다!"
소소는 서둘러 노부인을 부축했다. "할머니, 진정하세요."
그녀도 옥관음이 노부인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었다. 값어치를 떠나, 그건 통혜 방장(주지스님)이 입적하기 전에 직접 노부인께 선물한 것이었다. 그 의미는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연 이냥이 말했다. "삼아가씨도 보셨다시피, 질자전하가 이런 더러운 짓을 저질렀으니,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합니다."
소소는 노부인의 등을 가볍게 쓸어내리며, 웃음을 참았다. "그럼 연 이모 생각에는, 옥관음을 훔치고 이(二)언니의 혼수까지 손댄 자는 어떻게 처벌해야 할까요?"
연 이냥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질자전하께서 단순히 옥관음의 행방을 말해 준다면, 가벼운 처벌로 끝낼 수도 있습니다. 서른 대의 곤장 정도로요."
서른 대라니, 참으로 자비롭군. 체력이 약한 사람이면 반쯤은 목숨을 잃을 수도 있을 정도였다.
엽철운이 시시덕거리며 말했다. "삼(三)동생, 연 아씨께서 이미 충분히 자비를 베푸신 거야. 설마 네가 못 내놓을 리 없겠지?"
그 말에 담태신이 소소를 바라보았다.
소소는 턱을 괴고 천천히 말했다. "삼(三)오라버니,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세요? 제가 못 내놓을 리가 없죠."
담태신의 입술이 미세하게 떨렸고, 눈빛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연 이냥이 다그쳤다. "질자전하, 어서 옥관음의 행방을 말하세요."
담태신은 냉담하게 대답했다.
"모른다."
엽철운은 포도를 씹으며 조롱했다.
"말 잘 들을 때 좋은 말로 할 때 듣지, 할머니, 연 이냥, 이런 경우엔 더 엄하게 처벌해야 하는 게 아닌지..."
그러나 담태신이 그를 바라보자, 칠흑 같은 눈동자는 마치 끝없는 심연처럼 깊었다. 엽철운은 드문 순간 움찔했고, 뻘쭘하게 입을 다물었다.
노부인의 얼굴이 점점 어두워지자, 연 이냥은 서둘러 말했다. "여봐라, 질자전하를—"
"잠깐만요!" 소소가 말을 끊었다.
연 이냥는 짜증스럽게 말했다. "삼(三)아가씨, 지난번에도 내가 당신을 믿고 참았어요. 그런데 이번에도 질자전하를 감싸려는 건 아니겠죠?"
그녀는 속으로 몹시 불만스러웠다. 엽석무는 노부인의 가장 귀한 손녀였기에 아무리 잘못을 해도 노부인이 꾸짖지 않았다.
그러나 그 분노는 항상 자신을 향했다.
"당연히 누구를 감싸려는 건 아니에요." 소소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연 이모의 말씀이 맞아요. 잘못을 저지른 자는 반드시 엄하게 벌을 받아야죠."
소소는 고민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서른 대의 곤장이라... 과연 버틸 수 있을까?"
연 이냥은 속으로 입맛을 다시며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저런 불길한 존재는 차라리 죽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엽석무만 아니었다면, 이런 귀찮은 것을 집안에 들일 일도 없었을 텐데.
“삼(三)아가씨, 농담이 지나치시네요. 집안에는 집안의 법도가 있습니다.”
소소는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연 이모께서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삼(三)오라버니를 끌어내세요.”
순간, 방 안의 모든 사람이 충격에 휩싸였다.
연 이냥는 경악하며 물었다. “네가 뭐라고 했니?” 엽철운은 그녀의 아들이었다.
소소는 태연하게 말했다.
“물건을 가져간 건 삼(三)오라버니예요. 전부 도박빚을 갚는 데 썼죠. 연아씨, 설마 삼(三)오라버니라고 해서 감싸시려는 건 아니겠죠?”
엽철운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파랗게 변했다.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엽석무, 헛소리하지 마라! 물건은 저 놈이 가져간 거지, 나랑은 아무 상관없어!”
“간단하죠. 저도 삼(三)오라버니를 억울하게 만들고 싶진 않으니까요. 그러니 삼(三)오라버니는 그냥 가만히 앉아 계시고, 할머니께서 사람을 보내서 여의 도박장에서 확인해 보시면 되겠네요. 삼(三)오라버니의 한 달 용돈이 고작 몇십 냥인데, 사실 확인은 금방 끝날 거예요.”
노부인의 얼굴이 점점 굳어졌고, 관자놀이를 주무르며 손을 들어 올렸다.
“조복, 사람을 보내 확인해 봐라.”
연 이냥은 엽철운의 얼굴이 사색이 되는 걸 보고, 단번에 상황을 알아챘다.
그녀는 더 이상 태연함을 유지할 수 없었다. 털썩 무릎을 꿇더니 노부인 앞까지 기어가 울며 말했다.
“노부인, 삼(三)공자는 아직 젊고 혈기왕성해서 잠시 실수를 한 것뿐입니다. 제발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
엽철운도 급히 따라 무릎을 꿇었다. “할머니, 이건 전부 이상서 집안 공자가 저를 끌고 간 거예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
노부인은 지팡이를 바닥에 내리치며 말했다. “연 이냥, 네가 참 훌륭한 아들을 키웠구나!”
연 이냥은 흐느끼며 말했다. “삼공자가 옥관음을 되찾아올 겁니다. 그리고 첩도 이 언니의 혼수품을 보충해 드리겠습니다.”
소소는 눈을 깜빡이며 상기시켰다.
“집안에 법도가 있다고 하셨죠? 하지만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삼(三)오라버니라면, 가볍게 처벌해서 서른 대의 곤장으로 끝내는 게 맞겠네요.”
연 이냥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파랗게 질렸다. 곧장 바닥에 머리를 찧으며 애원했다.
“그럴 수 없어요! 삼공자는 어려서부터 몸이 약했어요. 서른 대의 곤장은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습니다.”
그녀는 이제야 후회하기 시작했다. 아까 함부로 서른 대의 곤장을 운운했던 걸.
엽철운의 다리도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할머니, 할머니, 잘못했습니다.”
소소는 포도 한 알을 집어 들고 천천히 말했다.
“연 이모, 아까 서른 대의 곤장은 아무것도 아니라며요? 그런데 왜 담태신은 견뎌야 하고, 삼(三)오라버니는 안 되는 거죠? 그게 무슨 논리인가요?”
연 이냥은 눈물을 흘리며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삼(三)아가씨, 첩과는 원한도 없으면서, 왜 삼(三)공자에게 이렇게 가혹하게 구는 겁니까?”
“그럼 담태신은 대체 누구에게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데요?” 소소는 단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노부인은 연아씨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그만해라!”
“연 이냥은 자신의 정원에서 두 달 동안 깊이 반성하도록 하고, 조복은 옥관음을 되찾아와라. 그리고 이 불효막심한 엽철운은 사당에 가서 이틀 동안 무릎을 꿇고 반성하게 하되, 누구도 그에게 음식을 가져다주어선 안 된다.”
이러한 처벌에 연 이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비록 이렇게 추운 날씨에 이틀 동안 무릎을 꿇는 것이 견디기 어려운 벌이긴 하지만, 그래도 아들이 더 큰 고통을 겪지 않게 된 것은 다행이었다.
노부인은 결국 엽철운이 자신의 친손자라는 이유로 그저 반성만 하게 했다.
소소는 충격에 휩싸인 채 노부인을 바라보았다. 노부인은 지친 기색을 감추지 못하며 하인들의 부축을 받아 자리를 떠났다.
이게…… 전부인가?
만약 담태신이었더라면, 오늘 목숨이 반쯤은 날아갔을 것이다.
하지만 엽철운은 겨우 이틀 동안 무릎을 꿇는 것으로 끝났다.
지금껏 자신이 믿어온 것이 흔들리는 느낌이었다.
아버지는 항상 말씀하셨다. 세상에는 불공평한 일이 있지만, 우리가 지키고자 한다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그러나 소소는 인간 세상에 내려와서야 깨달았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같은 인간이라도 다른 운명이 존재한다는 것을. 태어날 때부터 불공평이 존재한다는 것을.
그녀는 주먹을 꽉 쥔 채 담태신을 바라보았다.
뜻밖에도 소년은 놀랄 만큼 평온했다. 오히려 약간 비웃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마치 이런 결과쯤은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이.
이미 익숙해진 듯이.
그는 태어날 때부터 다른 사람들과 같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한밤중, 엽철운은 사당에 홀로 남겨져 있었다.
그는 연 이냥이 몰래 하인들을 시켜 가져오게 한 이불 속에 몸을 파묻고도 뒤척이며 잠들지 못하고 있었다.
너무 춥다! 도대체 어떻게 자라는 거야!
옥관음을 가져가기 전부터 엽철운은 생각하고 있었다.
그냥 담태신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면 그만이었다. 다 엽석무 때문이다. 괜히 끼어들지만 않았어도, 자신이 이런 고생을 할 리가 없었을 텐데.
그는 속으로 이를 갈았지만, 이내 조소가 섞인 생각이 들었다. 결국 아무도 자신을 어쩌지는 못하지 않는가.
그 순간, 거세게 몰아치던 바람과 눈보라가 갑자기 멈췄다.
휘몰아치는 바람 소리도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엽철운은 처음에는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이내 창틀 위로 시커먼 까마귀 한 마리가 날아들었다.
온몸이 새까만 그 까마귀는 선홍빛 눈동자로 섬뜩하게 엽철운을 노려보고 있었다.
엽철운은 그 시선에 등골이 서늘해졌다. 화가 난 그는 바닥에 있던 사과 하나를 집어 던지며 소리쳤다.
“꺼져!”
까마귀는 날아갔다.
이상했다. 한겨울에 붉은 눈을 가진 까마귀라니, 등골이 오싹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때 갑자기 창문이 거칠게 부딪히며 열렸다.
한 무리의 붉은 눈을 가진 까마귀들이 미친 듯이 날아들어 엽철운의 살점을 쪼아대기 시작했다.
엽철운은 비명을 지르며 문밖으로 기어갔다.
“살려줘! 살려줘! 아버지……”
그는 비틀거리며 도망쳤지만, 온몸은 피범벅이 되었다.
사당을 뛰쳐나오다 복도에서 넘어졌다.
그의 시야에 한 남자의 신발이 보였다.
엽철운은 공포에 질린 얼굴로 외쳤다.
“살려줘! 저 괴물들을 빨리 쫓아줘……”
“하아, 참 불쌍하네.”
남자는 한숨을 쉬듯이, 가벼운 연민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엽철운이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 결국 의식을 잃었다.
그림자에 가려져 서 있던 소년이 빛을 등지며 서 있었다.
그의 창백한 입술이 드러났다.
눈가가 붉게 물들어 있었고, 어딘가 동정 어린 기색을 띠고 있었다.
그러나 이내 눈을 가늘게 뜨며, 참을 수 없다는 듯 낮게 웃음을 터뜨렸다.
마치 가장 즐거운 광경을 목격한 듯이.
붉은 눈의 까마귀들은 여전히 엽철운의 살점을 차지하려고 아우성쳤다.
그때 담태신은 이상한 기운을 감지하고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바람과 눈 속에서 분홍색 망토를 두른 한 소녀가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소녀는 작은 등불을 들고, 입술을 꼭 다문 채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담태신은 얼굴에 띠고 있던 웃음을 거두었다.
그의 검은 눈동자는 순식간에 차가운 빛을 띠었다.
까마귀들은 흩어지듯 도망쳤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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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구글, 티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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