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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월신명] 长月烬明 원작소설 (黑月光拿稳 한국어)

[장월신명] 长月烬明 원작소설 - 22장. 고백 (黑月光拿稳 한국어 번역)

by 그릿몬스터 2025. 4. 18.

  본 글은 드라마 장월신명을 보고 원작 소설이 있다고 해서 찾아봤는데, 국내에서는 출간돠지 않아서. 중국어 본을 찾아보게 되었고 제가 보기 위해 한국어로 번역했습니다, 궁금해 하시는 블러그 이웃분들이 많아, 블러그에 적게 되어, 혹시라도 저작권 문제가 생긴다면 이 블로그의 글은 추후에 비공개 될수 있음을 미리 말씀 드립니다.

 

장월신명 원작소설 [黑月光拿稳] 흑월광나온(한국어 개인번역)

22장. 고백

 


소소는 아미자(峨眉刺. 소매속에 감출수 있는 짧고 얇은 칼)의 날카로움을 잘 알고 있었기에, 머리를 들어 피부가 베이는 것을 피했다.  

"지금 너무 피곤해서 너랑 싸울 기분이 아니야." 소소가 말했다. "여우 요괴가 다시 돌아올지도 모르는데, 여기 계속 있을 거야?"  

그 말을 마치고 그녀는 아미자를 밀어내려 했다.  

담태신이 무언가 말하려던 순간, 소소의 눈빛이 변했다. 그녀의 표정은 약간 멍해 보였다.  

소소가 몇 번 눈을 깜빡이자, 원래 또렷했던 그녀의 눈동자가 기묘한 보랏빛으로 물들었다.  

그 순간, 담태신은 여우 요괴가 떠나기 직전 소소의 미간에 떨어뜨린 정혈을 떠올렸다.  

**대체 그게 뭐였지?**  

장월신명(드라마) 7화-칠미호의 정혈로 요솔에 걸린 엽석무가 담태신을 유혹하는 중


그는 항상 알 수 없는 것에 대해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막 그녀를 제압하려던 찰나, 손에 쥐고 있던 아미자가 소소에게 붙잡혔다.  

그리고 바로 다음 순간, 차가운 그의 손등 위에 작은, 하지만 진흙으로 지저분해진 얼굴이 닿았다.  

눈처럼 새하얀 설원에서 반사된 빛이 그녀의 눈동자를 비췄다.  

소소의 맑은 눈 속에 그의 모습이 비쳐 있었다.  

그녀는 온전히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빛 속에는 다정함과 기쁨, 그리고 경건함마저 서려 있었다.  

담태신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요술에 걸렸군. 역겹기 짝이 없어."  

천 년을 산 칠미 여우의 정혈이 어떤 효과를 가졌을지는 굳이 생각해 보지 않아도 뻔했다.  

그는 더 이상 그녀와 시간을 낭비할 생각이 없었다.  

이미 밤이 깊어졌고, 칠미호의 요단(妖丹)을 손에 넣을 수 없는 이상 더 늦기 전에 떠나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기회를 놓칠 터였다.  

그리고 소소가 어떻게 되든, 그것은 그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그는 일어서려 했지만, 손에 들고 있던 아미자룰 소녀에게 빼앗겼다.  

다음 순간, 소소가 그를 바닥에 넘어뜨렸다.  

그녀는 그의 어깨를 눌렀고, 옅은 보랏빛 눈동자에는 장난기 어린 미소가 떠올랐다.  

그녀는 아미자를 거꾸로 쥐고 그의 목에 겨누며,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속삭였다.  

"담태신, 네가 이렇게 약했어? 아니면, 나한테 경계를 아예 풀어버린 거야?"  

담태신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 "죽고 싶나?"  

그의 깊고 어두운 눈동자가 반짝였다.  

그 순간, 소소의 등 뒤에서 화려한 무늬를 가진 작은 뱀이 모습을 드러냈다.  

담태신이 냉소를 머금고 바라보는 가운데, 작은 뱀은 소리 없이 소소를 향해 날아들었다.

담태신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정신을 차리지 못하겠다면, 그냥 죽어버려라.  

그는 입가를 비틀며 만족스럽게 웃었다. 누구든 죽음이 눈앞에 닥치면 추악한 모습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그녀라고 예외일 리 없었다.  

그러나 소소는 등 뒤의 독사가 다가오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듯 보였다. 


그녀는 여전히 담태신의 어깨를 눌렀고, 보랏빛 눈동자에는 점점 더 깊은 미소가 번졌다.  

그가 냉담하게 바라보는 가운데, 그녀는 갑자기 그의 얼굴을 감싸 쥐더니 머리를 숙였다.  

부드러운 감촉이 얼굴에 닿았을 때 조차, 담태신은 얼굴에 서려 있던 악의를 거두지 못했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 소소의 등 뒤에 있던 작은 독사가 갑자기 몸을 굳혔다.  

누군가가 조종하지 않자, 그것은 비틀거리며 나뭇가지에서 바닥으로 떨어졌다.  

겨울잠을 자던 자신이 왜 이곳에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던 독사는, 허겁지겁 굴속으로 도망쳤다.  

소소는 담태신의 가슴팍에 엎드린 채로,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의 웃음소리는 맑고 경쾌했고, 한겨울 밤의 차가운 대나무 숲마저도 따뜻하게 만드는 듯했다.  

담태신의 얼굴은 일그러졌다.  

그의 눈빛에는 살기가 가득했다.  

하지만 그녀는 갑자기 그의 목을 꼭 끌어안더니, 온몸을 그의 품속에 웅크렸다.  

"네가 약해도 괜찮아. 앞으로 내가 널 지켜줄게."  

"꺼져!" 그는 반사적으로 그녀의 뒷목을 움켜쥐었다. 차라리 지금 당장 그녀를 죽이고 싶었다.  

그러나 소녀의 보랏빛 눈동자는 그저 조용히 빛났다. 분명 기이한 색인데도, 그녀의 얼굴 위에서는 사악함 대신 오히려 묘한 아름다움이 감돌았다.  

소소는 턱을 그의 어깨에 살짝 기대며, 속삭이듯 부드럽게 말했다.  

겨울밤은 고요했고, 그녀의 목소리에는 어딘지 모르게 수줍음마저 섞여 있었다.  

"안 꺼질래. 나 너 좋아해."  

"닥쳐!"  

담태신은 이를 악물었다.  

입술을 꽉 깨물어 거의 일자로 만들고는, 손에 힘을 주어 그녀를 떼어내려 했다.  

머릿속에는 그녀를 향한 온갖 욕설이 떠올랐다.  

**천박하고, 역겹고, 한심하고, 방탕하고...**  

그녀는 그 여우 요괴와 똑같이 더러웠다.  

고작 한 방울의 정혈 때문에, 이렇게 변해버리다니.  

소소는 목이 졸려 거의 끊어질 것 같았지만, 간신히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어쩔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도 그녀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지금 둘 다 늪지의 진흙에 뒤덮여 엉망이 된 상태였다.  

소소는 그의 가슴을 손으로 짚으며 거친 숨을 내쉬었다.  

"야, 조금만 더 조르면 진짜 죽는다고."  

그 순간, 그녀의 목을 감싸고 있던 그의 손이 잠시 멈칫했다.  

그리고 소소는 담태신의 입가에 희미한 냉소가 떠오르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천천히 손을 들어, 아까 자신이 입 맞췄던 그의 얼굴을 다시 한 번 쓰다듬었다.  

"담태신, 너 이제 그만 엽빙상을 좋아해. 대신 나를 좋아해 줘."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  

약간 부끄러운 듯, 그러나 용기를 내어 얼굴을 붉히고 말했다.  

"그 여자는 널 사랑하지 않아. 게다가 이미 다른 사람의 아내야."  

"나는 널 정말 사랑할 거야. 널 힘들게 하지도 않을 거고, 누구에게도 괴롭힘당하지 않게 지켜줄 거야."  

"그리고… 아이도 많이 낳아 줄게. 어때, 좋지?"  

다음 순간, 담태신은 그녀를 거칠게 밀어냈다.

그의 입술은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 분노 때문인지, 증오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꿈 깨!"  

소소는 아픈 팔꿈치를 문질렀다. 가슴을 누르며, 이 갑작스러운 감정이 너무나도 격렬하다고 느꼈다. 도저히 억제할 수가 없었다.  

마치 불나방처럼, 스스로 불길 속으로 뛰어드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다가가기도 전에, 차가운 화살 몇 개가 그녀의 발치에 떨어졌다.  

위험을 감지하는 본능이 살아 있었던 소소는 재빨리 몇 걸음 물러섰고, 그만 눈 덮인 땅에 주저앉고 말았다.  

 


그때, 대나무 숲 사이로 하나둘씩 검은 옷을 입은 그림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담태신 앞에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전하, 늦어서 죄송합니다."  

선두에 서 있던 자가 소소를 흘끗 바라보며 물었다.  

"처리하겠습니까?"  

담태신은 차갑고 무표정하게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소녀의 얼굴에는 어리둥절한 기색이 가득했다.  

그녀는 살짝 서운한 듯, 억울한 듯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담태신의 마음속에는 이미 알 수 없는분노가 걷잡을 수 없이 끓어오르고 있었다.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데려가."  

검은 옷을 입은 자들은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전하?"  


그들은 지금 주나라로 돌아가야 했다. 낯선 소녀를 함께 데려간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담태신은 냉소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녀는 엽소의 유일한 적녀다. 데려가라. 필요할 때 죽여서 엽소를 위협하면 된다."  

"전하께서 현명하십니다."  

...

두 개의 주먹으로는 네 개의 손을 이길 수 없는 법.

(双拳难敌四手: 중국 속담. 수적으로 열세면, 아무리 강해도 이기기 어렵다는 뜻 )  

검은 옷을 입은 이들은 무공이 뛰어났고, 소소는 순식간에 포박당했다.  

그녀의 눈동자에 스며들어 있던 여우 요괴의 정혈은 점점 옅어졌고, 결국 그녀는 의식을 잃었다.  

장월신명(드라마) 7화 경국으로 갈때 엽석무 데려가는 담태신




그들이 숲속으로 사라지자, 황색 옷을 입은 칠미호가 조용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자신의 앞발을 핥으며 인간의 말을 내뱉었다.  

"정말 재미있군."  

칠미호의 정혈은 상대가 눈앞의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믿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약간의 음란한 기운도 함께 깃들어 있었다.  

그런데도 그 꼬마 아가씨는 담태신을 그저 한 번 가볍게 입맞춤했을 뿐이었다.  

게다가 기뻐하며 사랑을 고백하고, 그를 지켜주겠다고까지 말했다.  

이렇게 단순하면서도 뜨거운 사랑이라니.  

누구라도 이런 감정을 느낀다면, 비록 짧은 순간의 착각일지라도 마음이 흔들릴 법했다.  

하지만 불행히도, 그녀가 사랑을 바친 상대는 바로 저 검은 옷을 입은 소년이었다. 



한편, 엽빙상은 마당 한가운데 떨어져 있는 소늠을 보고 황급히 달려갔다.  

"왕야, 무슨 일이에요?"  

은 천천히 눈을 떴다.  

그 순간, 허공에서 미세한 소리가 들려왔다.  

은 반사적으로 손을 뻗어, 엽빙상을 자신의 등 뒤로 감쌌다.

그 순간, 우경이 하늘에서 곤두박질치듯 떨어졌다.  

우경은 바닥에 세게 부딪히면서 그대로 고통에 찌들어 깨어났다.  

"아야! 내 허리!"  

엽빙상은 그가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는 걸 보고 깜짝 놀라, 본능적으로 소늠의 옷자락을 살짝 잡으며 불안한 목소리로 물었다.  

"왕야,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소늠은 미안한 기색으로 말했다.  

"조정에서 일이 좀 있었어. 괜한 걱정을 끼쳤구나."  

엽빙상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왕야께서 무사하시니 다행이에요."  

그러면서 우경을 바라보았다.  

"이분은?"  

소늠은 그녀에게 숨길 생각 없이 말했다.  

"내 사형제 중 한 명, 우경이다."  

우경은 겨우 아픈 기색을 억누르고 이를 드러내지 않으려 애썼다. 그리고 엽빙상을 보자, 손에 들고 있던 접이식 부채를 펼쳐 들며 다시 유유자적한 풍류객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두 사람은 서로 예를 갖추어 인사했다.  

"우경, 넌 대청에서 날 기다리고 있어." 소이 말했다.  

우경은 소이 무슨 할 말이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사실, 이 사형의 측비는 너무나도 연약해서, 지난번 몽요 사건 때도 겁을 잔뜩 집어먹지 않았던가. 분명 소은 그녀를 놀라게 하지 않기 위해, 칠미호 요괴에 대한 이야기를 따로 나누려는 것이리라.  

우경이 자리를 떠나자, 소은 엽빙상을 향해 손을 내밀며 부드럽게 말했다.  

"이리 오거라."  

그는 그녀의 손을 잡고 정자로 이끌었다.  

밤하늘은 점차 짙푸른 색으로 물들었고, 저택 안에 걸린 등불들이 은은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은 품속에서 자그마한 비단 상자를 꺼내어 그녀에게 건네며 말했다.  

"열어 보거라."  

엽빙상이 뚜껑을 열자, 그 안에서 작은 나무 새 한 마리가 튀어나왔다.  

그런데 그저 장식품일 줄 알았던 나무 새는, 갑자기 날개를 퍼덕이며 공중으로 떠올랐다.  

그리고는 날아오르며 아름다운 노랫소리를 냈다.

엽빙상은 순간 멍해져서, 깜짝 놀란 표정으로 소을 바라보았다.

은 외모도 성품도 신선과도 같은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이렇게까지 섬세하게 그녀를 기쁘게 하려는 마음을 가질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은 어색한 듯 가볍게 기침을 하고 나서 말했다.  

"며칠 전 궁에서 아홉째 여동생이 이런 아기자기한 물건들을 가지고 노는 걸 보았지. 그녀가 말하길, 여자들은 이런 걸 좋아한다고 하더군. 그래서 나도 하나 구해 보았는데… 마음에 드느냐?"  

엽빙상은 활짝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은 한숨을 쉬듯 부드럽게 말했다.  

"미안하다. 너를 아내로 맞이하고서도, 함께할 시간이 적었구나."  

"왕야의 마음은 저도 잘 알고 있어요." 엽빙상은 조용히 말했다.  

"저는 많은 걸 바라지 않아요. 다만 왕야와 오래도록 함께할 수 있으면 그걸로 충분해요."  

그녀는 문무를 겸비한 남편을 둔 여자였다.  

그렇기에 그가 종일 후원에 머물러 줄 수 없다는 것쯤은 당연히 알고 있었다.

게다가 소의 후궁에는 통방(침소 시녀)도 없고, 시첩도 없었다. 황성에 사는 수많은 여인들이 엽빙상을 부러워했다.  

"상아(엽빙상의 애칭)." 잠시 망설이던 소늠이 당부했다.

"요즘은 가급적 외출을 삼가고, 나가야 한다면 반드시 암위들과 함께 가거라."  

"무슨 일이 생긴 건가요?"  

"주국 황제가 붕어했다. 이제 즉위한 이는 주국의 삼(三)황자다."  

엽빙상은 눈을 크게 떴다.  

소늠은 조용히 말을 이었다. "새 황제는 야심이 크다. 이미 국경에 군사를 집결시키고 있어. 머지않아 전쟁이 터질지도 모른다."  



우경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혀를 차며 말했다. "드디어 이 외로운 놈을 상대해줄 마음이 생긴 거요? 사형 안 왔으면, 나 여기서 늙어 죽을 뻔했소."  

"사제를 너무 오래 기다리게 했군."  

"됐고 됐고, 그런 말은 그만두고. 근데 사형의 측비은 자고 있소?"  

소늠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경은 소늠을 힐끗 보더니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었다. "사형, 설마 침상에서도 이렇게 딱딱하고 재미없는 모습 그대로인 건 아니겠지?"  

소늠은 입가에 엷은 미소를 머금고 그를 바라보았다.  

우경은 두 손을 들며 말했다. "알았어, 알았어. 아무 말도 안 할게. 근데 말인데, 우리 원래 늪지대에 있지 않았냐? 어떻게 사형의 저택까지 돌아온 거지? 난 진짜 오늘 거기서 죽는 줄 알았어요."  

"우리가 여기로 돌아온 게 네가 데려온 게 아니었냐?" 소늠이 물었다.  

"내가 그럴 능력이 있겠냐구요!"  

그렇다면 누가 했는지는 말하지 않아도 뻔했다.  

우경이 말했다. "근데 엽 삼(三)소저는 어디 갔지?"  

소늠은 고개를 저으며 얼굴에 심각한 기색을 띠었다.  

우경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아마 도망쳤겠지. 우리를 보낼 수 있을 정도였으면, 자기 자신도 분명 탈출했을 거야."  

소늠은 여전히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엽 삼(三)소저가 이미 집으로 돌아갔는지 확인하라고 사람을 시켜 몰래 알아보게 했다. 

"그럼 칠미호는 어쩌고? 미리 말해두는데, 난 못 이겨. 가고 싶은 사람이 가세요. 난 다시는 안 갑니다!"  

"당연히 너한테 다시 가라고 시키진 않는다." 소늠이 말했다. 

"지금 그 여우 요괴를 상대할 수 있는 건 단 한 사람뿐이다. 사제, 너에게 부탁할 수밖에 없겠군. 계 사숙을 찾아가 줘야겠다."  

우경은 이를 갈며 말했다. "그 노인네는 이미 은거했잖아. 어디 가서 찾으란 말이야?"  

소늠은 차를 한 모금 마시며 온화하게 미소 지었다.  

"그렇지만, 용 사매가 널 좋아하지 않던가? 그녀라면 너를 그분께 데려다 줄 수 있을 거야."  

우경은 침을 뱉으며 말했다. "젠장, 난 절대 그 고집불통 매운맛을 다시 보고 싶지 않다고!"

겨우 도망쳐 나와 황성에서 사형의 경쟁자인 황자의 문객으로 들어갔으니, 이보다 더 폼 나는 일이 어디 있겠는가? 

 

그는 절대 그 촌뜨기 계집애랑 산속을 뛰어다니며 야생 닭을 잡고 싶지 않았다.  

소늠은 살짝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더 이상 강요하지 않았다.  

사제의 버릇은 용 사매가 두어 번 두들겨 패면 저절로 고쳐질 것이었다. 두 번으로 안 되면 더 패면 된다.  

우경이 물었다. “진짜 전쟁이 나는 거요?”  

소늠이 고개를 끄덕였다.  

“주국의 신황제, 제법 배짱이 있네. 그런데 담태신은 아직 우리나라에 인질로 잡혀 있잖아요? 신황은 자기 동생이 죽을까 봐 걱정되지도 않나?”  

소늠이 담담하게 말했다. “황실이라는 곳은 원래 무정한 법이지.”  

“그것도 그렇지. 들리는 말로는 주국의 황자와 공주들이 전부 신황제에게 숙청당할 거라던데.”  

“오늘 부황께서 이미 인질을 잡아들이도록 명령하셨다.”  

우경은 가부좌를 틀고 앉아, 예전에 조왕의 가랑이 사이를 기어가려 했던 그 소년을 떠올렸다.  

“그 녀석 참 딱하긴 하네. 별다른 능력도 없어 보이던데. 조왕은 그 애를 미워하기가 이를 데 없었지. 아마 이번에 목을 베게 되면 조왕이 직접 칼을 들고 싶어 안달이 날걸?”  

“아니, 부황께선 그를 찾지 못하셨다.”  

소늠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사제, 절대 방심하면 안 된다. 담태신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야.”  

“뭐? 그럼 그 녀석이 미리 도망쳤단 말이야?”  

우경은 기이한 표정을 지으며 마치 귀신이라도 본 듯했다.  

주국에서 온 소식이 오늘에서야 전해졌는데, 담태신이 벌써 그보다 앞서 도망쳤다는 뜻 아닌가?  

소늠이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오늘 소소에게 이 사실을 이야기하려 했는데, 결국 기회가 없었다.  

그녀가 이 소식을 알게 된다면 어떤 기분일까.  

“그가 정말 하국을 빠져나갈 수 있었을까? 냉궁에서 자란 인질 주제에 어디서 그런 세력을 얻은 거죠?”  

소늠은 조용히 말했다.  

“나도 모르겠다.”  

그렇기에 그가 더욱 무서운 존재인 것이다.  




겨울밤, 나루터에는 거센 바람이 몰아쳤다.  

소소는 몸이 결박된 채 정신을 차렸고, 눈앞은 칠흑같이 어두웠다.  

그녀가 깨어나자마자, 곁에 있던 사람이 거칠게 등을 밀쳤다.  

“조용히 해.”  

여자의 목소리였다.  

소소는 여우 요괴의 정혈이 몸에 들어간 후 벌어진 일을 떠올리며 절망감이 몰려왔다.  

그녀는 이를 악물었다.  

저 빌어먹을 칠미호!  

자신이 담태신에게 고백을 하고, 심지어 그를 입맞춤까지 했다니!

지금 와서 당시 담태신을 열렬히 좋아했던 감정을 떠올려 보면, 그야말로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더 심각한 문제는 그녀가 지금 온몸이 단단히 결박된 채 눈까지 가려져 있어, 어디로 끌려가는지도 모른다는 점이었다.  

소소는 바람 소리를 들으며, 자신이 강한 바람이 부는 곳에 서 있다는 걸 깨달았다. 여자가 그녀를 앞으로 밀며 걸음을 재촉했다.  

얼마나 걸었는지 모른 채 이동하다가, 일행은 어느 순간 멈춰 섰다.  

주변에서 일제히 무릎을 꿇으며 격양된 목소리로 외쳤다.  

"전하!"  

소소는 누군가에게 발길질당해 강제로 무릎을 꿇었다.  

그녀는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지금 무슨 상황인지 완전히 파악하지는 못했지만, 확실한 건 그녀에게 절대 불리한 상황이라는 것이었다.  

소소는 본능적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최대한 낮추려 했다.  

익숙한 발소리가 눈 쌓인 땅을 밟으며 다가왔고, 누군가가 말했다.  

"전하, 부인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전하!"  

그녀는 바람을 거슬러 걸어오는 듯했다. 목소리가 흩어져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이렇게 오랜 세월,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담태신이 담담히 말했다.  

"괜찮다."  

여인은 눈가리개를 하고 있는 소소를 바라보며 물었다.  

"이 아이는…?"

소소는 담태신의 차가운 목소리를 들었다.  

"엽효의 적녀(嫡女)다."  

여인은 중얼거렸다.  

"엽효 그 늙은 도적의 딸이라니, 이거야말로 대단한 선물이군요." 

그러나 곧 무엇인가를 떠올린 듯, 복잡한 어조로 말했다. 

"전하께서… 엽 삼(三)소저와 혼인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만약 소소가 정말 주국으로 끌려간다면, 그녀는 결코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누구 손에 죽든 그것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다. 

"죽는다면 그걸로 족하다." 

담태신이 말했다.  


소소는 그의 표정을 볼 수 없었지만, 그의 목소리가 겨울밤의 칼바람보다도 더 서늘하다는 것만은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한숨을 쉬었다. 다행히도 여우 요괴의 정혈로 인한 감정은 순간적인 것이었을 뿐이다.  

만약 정말로 그를 좋아하게 되었다면, 지금쯤 얼마나 괴로웠을까?  

소소는 차분히 자신의 처지를 분석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담태신을 '전하'라고 부른다는 것은, 그들이 하국의 사람들이 아닐 가능성이 높았다.  

혹시… 주국의 사람들이란 말인가?  

그렇다면 주국 사람들은 대체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 거지?  

곧 소소는 배에 태워졌고, 그녀의 마음은 깊이 가라앉았다.  

이제야 깨달았다.  

담태신은 주국으로 돌아가려는 것이다.  

그는 돌아갈 수 있지만, 적국 대장군의 딸인 그녀는 결코 따라갈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차분한 여성의 목소리는 또 누구였을까?  

"전하, 엽 삼(三)소저는 어디에 가두시겠습니까?"  

담태신의 발걸음이 멈췄다.  

그는 뒤돌아 소소를 바라보았다.  

소녀의 뺨은 도자기처럼 하얗고, 눈을 가린 검은 비단 띠가 그녀를 더욱 차분해 보이게 했다.  

그녀의 입술은 붉고 생기가 돌았으며, 겁에 질린 기색도 없었다.  

어딜 봐도 성가시기 짝이 없었다.  

담태신은 의자에 앉아 차가운 눈길로 그녀를 몇 초간 바라보았다.  

부하가 한동안 대답이 없자, 다시 한 번 물었다.  

"전하, 삼(三)소저는…?"  

"마음대로 해라."  

그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왜 나한테 묻는 거냐?"  

소소는 배가 곧 출항할 것임을 깨달았다.  

누군가 그녀를 끌고 가기 직전, 그녀는 입을 열었다.  

"담태신, 내가 전에 했던 말, 신경 쓰지 마. 나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  

그는 냉담한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소소는 그의 반응을 듣지 못하자, 속으로 생각했다.  

그녀가 괜한 걱정을 했던 것이다.  

여우 요괴가 인간의 마음을 미혹하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도 분명 개의치 않을 것이다.  

소소가 문턱을 넘으려던 순간.  

담태신이 갑자기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를 창고에 던져라. 가장 더럽고, 가장 춥고, 가장 악취 나는 곳으로."  

소소: ……

 


<계속>

 

해당 글은 제가 열심히 작성하였으니, 무단으로 복제 하지 말아주세요

* 이미지 출처 : 구글, 티빙, YOUK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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