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드라마 장월신명 원작소설 흑월광나온(黑月光拿稳BE剧本)을 제가 번역한 것이라, 의역 있을수 있습니다⭐
장월신명 원작소설 흑월광나온 [黑月光拿稳BE剧本] 한국어 번역
87장. 도깨비 땅
가시덤불이 무성하고, 온통 백골이 널려 있는 황량한 땅 위에서 검은옷의 청년은 소소를 등에 업고 있었다.
뚝, 뚝——
귓가에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울렸다.
소소의 머릿속은 혼란스러웠고, 희미하게 들려오는 것은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뿐이었다.
아니, 어쩌면…… 백골 위로 피가 떨어지는 소리일 수도 있었다.
그녀는 희미한 기억 속에서, 의식을 잃기 전 마지막으로 본 광경을 떠올렸다.
그곳은 절벽 아래에서 마주했을 법한 풍경이 아니었다.
오히려 오랜 세월 동안 황폐해진 전장의 모습에 가까웠다.
전장 위에는 셀 수도 없이 많은 기괴하고 음산한 괴물들이 가득했다.
그 괴물들을 보자, 소소의 머릿속 깊은 곳에서 아득한 기억이 떠올랐다.
어릴 적, 구옥이 그녀에게 들려준 이야기.
"상고 시대에는 대요마(大妖魔)라는 존재가 없었어. 요괴들도 지금처럼 형체를 지닌 모습이 아니었지.
세상에는 네 종류의 정괴(精怪)만 있었어.
바로, 치(魑), 매(魅), 망(魍), 양(魉)이지."
"그중에서도 매(魅)는 가장 아름다운 외형을 가졌고, 반대로 망(魍)은 가장 흉측한 모습을 하고 있었어.
정괴들은 셀 수 없이 많았지만, 그들의 법력은 강하지 않았지. 하지만 그 대신, 아주 강한 살기를 띠고 있었어.
그들은 음습한 곳에 서식하며, 삼계(三界)로부터 배척받았어.
신들은 태어날 때부터 하늘과 함께 영생하는 존재였지만, 정괴들은 달랐어.
그들은 세상의 더러운 기운을 빨아들이며, 버려진 황량한 땅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을 웅크리고 있었지.
그리고 굶주림에 허덕이던 그들은 결국, 같은 종족을 잡아먹기 시작했어.
그러다 곧 깨달았지. 다른 정괴를 잡아먹으면, 그 힘을 흡수할 수 있다는 사실을.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정괴들은 점점 사라졌고, 결국 남은 것들은 서로를 삼켜 거대한 요왕(妖王)으로 변했어.
그것이 바로 상고 시대의 대요(大妖)의 기원이었어.
이 요왕들은 후대에 수련을 통해 인간의 형체를 얻은 요괴들과는 전혀 달랐지.
그들은 가장 척박한 시대 속에서 태어났고, 그중 일부는 심지어 신마저 살해할 수 있는 힘을 가졌어."
구옥이 여기까지 이야기했을 때, 어린 소소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긴장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구옥은 잠시 말을 멈추더니, 부드럽게 소소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두려워할 필요 없어. 상고 신령들이 사라진 이후, 치매망량(魑魅魍魉)으로 태어난 요왕들도 함께 사라졌으니까."
그러나 지금, 그녀가 마주한 광경은 과거 구옥이 환영으로 보여준 것과 너무나 흡사했다.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소소는 어렴풋이 생각했다.
구옥은 분명 더 이상 세상에 치매망량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데도 왜 그녀와 담태신은 이곳으로 떨어진 것일까?
저 괴물들…… 입을 크게 벌린 저 존재들은 정말 망(魍)인가?
상고 시대의 망은 극도로 흉폭하고, 아무리 베어도 없앨 수 없는 존재였다.
구옥의 말이 맞다면, 망은 마지막까지 서로를 잡아먹고 거대한 대요로 융합되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상황은 극히 위험한 것이었다.
희미한 의식 속에서도, 소소는 누군가가 자신을 업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의 등은 넓고 따뜻했다.
담태신이었다.
뚝뚝—— 떨어지는 물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그의 숨결이 가까이서 느껴졌다.
맑고 깨끗한 소나무 향기.
소소는 속눈썹을 가볍게 떨었다.
이 순간, 무슨 생각을 했는지 그녀 자신도 알 수 없었다.
어쩌면, 피로 얼룩지고 잔혹하기 그지없는 이 사람이 이런 깨끗한 향기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 싫었던 걸지도 모른다.
그녀는 갑자기 화가 났다.
대체 그녀의 몸에 무엇이 있길래, 그는 이렇게까지 집요하게 그녀를 죽이려 하는 걸까?
월부애와 자신을 죽이기 위해 그렇게 치밀하게 계획을 세웠고, 심지어 이 망지(魍地)까지 함께 떨어지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소소는 그를 밀쳐내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의식은 안개 속에 잠긴 듯 혼란스러웠고, 담태신은 지금 그녀가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가 되어버렸다.
소소는 이런 상황이 몹시 싫었다.
다시는 자신의 안위를 담태신에게 맡기지 않을 것이다.
엽석무로서, 그녀는 이미 한 번 죽었다.
그 대가로, 충분한 교훈을 얻었다.
선계로 돌아간 후, 소소는 수많은 밤을 되새김질하며 후회했다.
그때, 엽빙상의 터무니없는 제안을 받아들이지 말았어야 했다.
결과는 이미 정해져 있었는데, 도대체 왜 그런 터무니없는 제안을 받아들였던 걸까?
결국, 더욱 난처해졌을 뿐이었다.
망(魍)들이 그들을 향해 발톱을 뻗었다.
눈앞은 어두컴컴했고, 마치 해 질 녘의 희미한 빛 속에서 피어오르는 연기처럼 사방이 황량했다.
담태신은 소소를 업고 얼마나 걸었는지 모른 채, 마침내 걸음을 멈췄다.
이곳에선 길을 찾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무리 걸어도 끝이 보이지 않았고, 사방은 연기와 흉측한 요괴들뿐이었다.
담태신의 손끝에서 떨어진 핏방울이 요괴 망 위로 떨어지자, 망은 순식간에 재가 되어 흩어졌고, 땅 위에 뻗어있던 가시덤불도 시들어버렸다. 땅속에서 기어 나오려던 덩굴조차 조용히 가라앉았다.
그는 소소를 내려놓고, 해골들이 널린 곳에 함께 앉았다.
괴물들은 처절하게 울부짖으며, 탐욕스럽게 그들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나 담태신은 그들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저 칠흑 같은 눈동자로 눈앞의 그녀를 응시할 뿐이었다.
그녀의 미간에는 붉은 주사(朱砂)가 불꽃처럼 선명했고, 머리카락 사이로 푸른 비단 끈이 나부꼈다.
황폐한 망지 속에서, 그녀가 가진 색채만이 유난히 선명했다.
오랜 침묵 끝에 그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너 대체 누구야?"
소소는 그가 나지막이 묻는 소리를 들었다.
차가운 손이 그녀의 뺨을 어루만졌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쉰 듯하면서도, 마치 웃음을 머금은 듯한 기묘한 울림을 지니고 있었다.
"너는 엽석무(叶夕雾)야."
그 말은 확신에 차 있었다.
그는 사실 대답을 바랄 필요도 없었다.
만약 조금이라도 의심했다면, 그녀를 따라 이 끔찍한 곳까지 함께 떨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소소는 눈을 감았다.
지금 자신의 상태가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움직일 수도, 말할 수도 없었다.
그저 조용히 눈을 감고 있으면 됐다.
그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조차 볼 필요가 없었다.
담태신에게 있어, 오백 년이라는 세월은 천천히 흘러갔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소소에게는 모든 것이 마치 어제 일어난 것처럼 생생했다.
천천히, 그녀는 차가운 품속으로 끌어안겨졌다.
이번엔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맑고 서늘한 소나무 향기 속에, 짙은 피비린내가 섞여 있었다.
그가 온몸에 피를 흘리면서까지 그녀를 업고 이 황량한 망지를 걸어온 것이었다.
그녀의 속눈썹이 떨렸다.
이곳에서 걷는 것은 몹시 고된 일이었다.
하지만 한 사람의 몸에서 흘릴 수 있는 피의 양이 얼마나 될까?
담태신은 이미 극한까지 몰린 상태였다.
그의 체온은 너무나 낮았다.
그는 소소를 더욱 강하게 끌어안으며 낮게 속삭였다.
"엽석무, 난 너를 지독히도 증오해."
오백 년이었다.
그녀는 결코 알지 못할 것이다.
그 긴긴 시간 동안 그가 얼마나 괴로웠는지.
처음 백 년 동안, 그는 신과 선신들에게 기도했다.
그녀가 다시 나타나기만 한다면, 배로 잘해 주겠노라고.
그러나 그 후에도 그는 끝없이 이어지는 귀곡하(鬼哭河) 속을 떠돌았다.
결국, 그는 신이 아닌 사악한 존재들에게 애원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돌아오기만 한다면, 그는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타고난 천살고성(天煞孤星)은 신마저도 외면하는 법.
사악한 존재조차 그를 불쌍히 여기지 않았다.
하물며 신이 그를 불쌍히 여길 리가 있겠는가?
그의 가슴속에서 피어난 감정은 밤낮으로 그를 갉아먹었다.
마침내 그는 단 하나의 생각만 하게 되었다.
만약 다시 그녀를 볼 수 있다면,
함께 죽어버리겠다고.
뼈와 뼈가 얽히고, 살과 살이 하나가 되어,
그렇게 다시는 이 지독한 세월을 홀로 견디지 않아도 되도록.
그녀와 함께라면, 설령 혼이 흩어져 사라진다 해도, 그것이야말로 영원한 연(緣)이 될 터였다.
그녀는 이번 생에서 다시는 그의 앞에 나타나지 말았어야 했다.
결코 다시 되살아나는 일조차 없기를 스스로 간절히 바랐어야 했다...
그를 다시 만나게 된다면.. 그는 그녀를 다시는, 절대로 놓을 수 없기에...
그러나 담태신은 꿈에도 몰랐다.
이런 방식으로 그녀를 다시 만나게 될 줄은.
과거경(鏡.거울)은 한 사람의 '전생'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지나온 삶'을 비추는 것.
그렇다면 그의 품속의 그녀는 분명 '엽석무'였다.
'육체가 바뀐 전생체- 환생'이 아닌, 그저 지금 그녀 자신의 과거가 엽석무라니.
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하지만,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모든 것이 이상하다는 것을...
그가 주나라의 볼모로 있던 시절,
그때의 엽석무는 어리석고 우스운 존재였다.
그의 손에서 놀아나기만 할 뿐, 아무것도 깨닫지 못하는 바보 같은 아이.
그러나, 그가 엽석무를 죽이는 데 실패한, 그날...
눈 덮인 들판에서 그녀를 품속으로 안아 올렸을 때, 그녀는 변해 있었다.
강해졌고, 영리해졌으며, 더 이상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그는 그녀를 상처 입힐 수 없었고, 죽일 수도 없었다.
그녀의 손에서 산천을 담은 그림을 보았고,
그녀와 함께 작은 마을의 달빛 아래를 걸었다.
그리고, 그 역시도 눈물을 흘릴 수 있는 눈을 가지게 되었다.
엽석무는 부적을 그릴 줄 몰랐다.
그러나 그녀는 그릴 수 있었다.
엽석무는 독하고 괴팍한 아이였다.
그러나 그녀는 아니었다.
그녀는 너무도 영리하고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마치 손가락 사이를 스치는 바람처럼 잡을 수 없는 존재였고,
그녀의 마음은 인간 세상에서 그가 그녀와 보낸 두 해 동안 내린 겨울의 눈보다 더 차가웠다
그는 수도 없이 생각했다.
만약 그때 꼭두각시술로 그녀를 조종해 소늠을 죽이게 하지 않았다면,
모든 것이 달라졌을까?
담태신은 한 번도 묻지 않았다.
그녀의 몸속에 깃든 혼이 대체 어떤 것인지 탐구해 본 적도 없었다.
예전에는 정이 없었기에 관심조차 없었고,
나중에는 정이 생겼기에 귀곡하에서 끝없이 떠돌며 해마다 그녀를 더 증오하게 되었다.
미칠 것만 같았다.
보고 싶었다… 보고 싶었다… 보고 싶었다…
담태신은 그녀를 붙잡고 함께 지옥으로 떨어질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가까이서 다시 본 소소의 고요하고 아름다운 얼굴을 마주하자, 가슴속에는 오직 쓰라림만이 남아 있었다.
땅속에서 다시 한 번 마르고 흉측한 손이 뻗어나와 소소를 덥석 잡으려 했다.
담태신은 아무 말도 없이 그 손을 움켜쥐었다.
망이 그의 피에 닿는 순간 비명을 지르며 사라졌다.
그러나 어둠 속에서 더 많은 망들이 그들을 노리고 있었다.
그들은 담태신보다 그의 품속에 있는 소소를 더욱 탐내고 있었다.
땅속에서 덩굴이 솟아나와 소소를 덥석 끌어당겼다.
담태신의 눈빛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손끝에 퍼지는 보랏빛 번개가 섬뜩한 기운을 내뿜었다.
그는 손목을 가볍게 틀었고, 덩굴은 거침없이 내리친 보라빛 번개에 의해 산산조각이 났다.
언제부터인가 소소는 담태신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일정한 간격으로 떨어지던 소리도 멎었다.
대신 그녀의 귀에는 어디선가 흩날리는 선율이 들려왔다.
그리고 한 여인의 웃음소리도...
그녀는 문득 간절하게 알고 싶어졌다.
누구지?
소소는 필사적으로 손을 뻗었다.
담태신이 고개를 들었을 때, 그는 하늘에서 갑자기 나타난 옅은 푸른빛을 띤 공후(箜篌. 현악기)를 보았다.
공후를 연주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지만, 현은 스스로 움직이며 선율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 음파 속에서, 그의 품에 안긴 소소의 얼굴이 점점 창백해졌다.
담태신은 그제야 깨달았다.
과거경보다 더 위험한 존재는 바로 이 의식을 지닌 '공후'였다.
소소의 피가 그것을 깨운 것이다.
"안 돼!
엽석무, 정신 차려!
려소소, 깨어나!"
그러나 소소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담태신의 눈빛이 매섭게 번뜩였다.
그는 건곤대에서 영검을 소환했다.
영검은 보랏빛 번개를 품고 푸른빛의 공후를 향해 내리쳤다.
영검이 공후를 강타하자, 순간적으로 공후의 움직임이 멈췄다.
하지만 곧이어 더욱 강렬한 음률이 퍼져 나왔다.
담태신의 영검은 순식간에 산산조각 나 땅에 떨어졌고, 공후는 아무런 손상도 입지 않았다.
소소의 몸은 점점 더 차가운 서리로 뒤덮여 갔다.
담태신은 공후를 파괴하려 했으나, 그 순간 망과 덩굴들이 이 틈을 놓치지 않고 미친 듯이 그에게 덤벼들었다.
찰나의 순간, 그는 완전히 포위당하고 말았다.
그와 동시에, 공후에서 푸른빛이 쏟아져 나왔다.
그 빛이 소소에게 닿는 순간, 그녀는 순식간에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맹렬하게 쏟아지는 번개가 덩굴을 갈라놓자, 담태신은 허공으로 솟구쳐 올랐다.
그리고, 간신히 사라지려는 공후를 붙잡았다.
"그녀를 돌려줘!"
공후는 분노에 찬 듯 격렬한 음률을 쏟아냈다.
그 소리는 폭풍처럼 몰아쳐 담태신의 가슴을 후려쳤다.
그는 피를 한 모금 뱉어냈다. 그러나 검은 눈동자는 흔들림 없이 공후를 노려보았다.
공후의 줄이 그의 손가락을 베어 피가 흘러내렸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얼음처럼 차가운 얼굴로 그는 조용히 신결(仙决)을 읊조렸다.
그 누구도 그녀를 데려갈 수 없어.
놓아주지 않겠다면,
같이 끝을 보는 수밖에...
공후는 눈앞의 광인이 자기와 함께 폭발해 소멸할 작정이라는 걸 “깨닫고”는 두려움에 떨었다.
마침내 그것은 갑자기 거대해지더니 담태신을 통째로 삼켜 버렸다.
담태신은 저항하려 했지만, 그러나 시선을 내리깔았을 때, 그는 아주 맑은 눈동자와 마주쳤다.
그녀의 미간에는 선명한 주사 점이 있었고, 부드럽게 웃으며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담태신의 손끝이 그녀의 뺨 근처에서 멈추었다.
그는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았다.
공후는 빙글빙글 회전하더니 허공에서 사라졌다.
그것이 사라진 순간, 땅속의 망들이 서로 융합되기 시작했다.
망들은 한 마리씩 동족을 집어삼키며 점점 거대해졌고, 사방으로 피비린내가 퍼졌다.
마치 진짜 지옥 같았다.
그와 동시에, 공후에게 삼켜진 공간속...
담태신은 그 맑은 눈동자의 주인을 똑똑히 보게 되었다.
눈앞에 서 있는 것은 다섯, 여섯 살쯤 되어 보이는 작은 소녀였다.
그녀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연못가에 엎드려 있었다.
머리 위에는 깨진 알껍데기 조각이 하나 얹혀 있었고,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담태신의 손가락은 날카로운 발톱처럼 변해 그녀의 뺨 가까이에 있었다.
하지만 어린 소녀는 전혀 위험을 감지하지 못한 듯했다.
오히려 작은 손으로 그의 손을 움켜쥐고는, 자신의 얼굴을 비비며 앙증맞은 목소리로 말했다.
"안아 줘!"
담태신은 묵묵히 작은 소녀를 내려다보았다.
그녀의 이목구비는 아직 어려 보였지만, 어딘가에서 자라난 후의 려소소와 닮은 흔적이 보였다.
주위를 둘러보니, 이곳은 신비로운 기운이 감도는 천지연(天池)이었다.
소녀의 미간에 새겨진 주사 점이 또렷하게 빛났고, 그녀는 애틋하게 그의 손을 꼭 붙잡았다.
담태신의 거칠고 차가운 손끝이 그녀의 여린 손안에서 조금씩 부드러워졌다.
어쩐지 그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녀가 계속해서 조르자, 그는 결국 허리를 숙여 천지연에서 그녀를 안아 올렸다.
"너, 누구야?"
그녀는 그의 목을 끌어안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담태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이렇게 작은 아이를 안아 본 적이 없었다.
온몸이 긴장으로 굳었다.
소녀는 부드러운 얼굴을 그의 볼에 비비더니, 순진무구한 목소리로 물었다.
"너, 내 아빠야?"
"아니."
그의 목소리는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담태신은 그녀의 머리 위에 있는 푸른빛을 띤 유리 같은 알껍데기를 바라보다가, 문득 깨달았다.
이곳, 공후 안에서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소소가 어린 시절로 돌아가 있었다.
그녀는 분홍빛과 흰빛이 섞인 도복을 입고 있었고, 반짝이는 눈동자와 새하얀 치아, 그리고 통통한 작은 발까지도 은은한 빛을 내고 있었다. 주위에서는 온갖 새들이 노래하고 있었으며, 하늘에는 황혼빛 노을이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담태신은 처음으로 ‘천생영체(天生靈體)’가 무엇인지 깨달았다.
눈앞의 풍경은 황홀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이곳의 모든 것이 성스럽고 신비로운 기운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빛나는 존재는, 그의 품에 안긴 이 작은 소녀였다.
하늘과 정반대의 운명을 타고난 ‘천살고성(天煞孤星)’인 자신과는 완전히 다른, ‘천생영체’라니.
그에 비해 자신은 여전히 망의 마기(魔氣)와 더러운 피를 지닌 채였다.
소녀가 물었다.
"그럼 너 누구야?"
담태신은 입술을 꾹 다물고 냉정하게 대답했다.
"널 증오하는 사람."
소녀는 맑고 또렷한 눈으로 한참 동안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문득 뿌듯한 듯이 웃었다.
"거짓말! 다 보여. 너, 나 좋아하잖아!"
그렇게까지… 티가 나?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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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구글, 티빙, YOUK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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