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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월신명] 长月烬明 원작소설 (黑月光拿稳 한국어)

[장월신명长月烬明]원작소설- 88장 신기중우(神器重羽) <한국어 번역-黑月光拿稳BE剧本>

by 그릿몬스터 2025. 5. 14.

⭐본 글은 드라마 장월신명 원작소설 흑월광나온(黑月光拿稳BE剧本)을 제가 번역한 것이라, 의역 있을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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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월신명 원작소설 흑월광나온[黑月光拿稳BE剧本] 한국어 번역

88장. 신기중우(神器重羽)



담태신은 이런 상황이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가 가슴 깊이 품고 있던 복잡하고 차가운 원한은, 

도저히 한낱 어린 소녀에게 쏟아낼 수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단번에 그의 감정을 꿰뚫어 보았다.
그가 감추고 있던, 비열하고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그 마음을.


그래, 그는 그녀를 좋아했다.

심지어 감정의 실마리조차 없었던 예전부터, 

그는 이미 그녀를 미칠 듯이 좋아하고 있었다. 

 

오백 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그는 자신이 그녀를 미워한다고 생각했다. 

세상의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그녀를 찾아내고, 

함께 황토 속에서 사라져 버리고 싶을 만큼.

그러나 결국 누구도 속일 수 없었다. 

자신조차도.

그는 여전히 그녀를 좋아했다. 

 

이 생에서 유일하게 바라는 모든 것이 있다면,

오직 그녀 한 사람뿐이었다.

하지만 그는 알고 있었다. 

이 사랑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는 것을...

그들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것들은 너무 많았다. 

 

소늠의 죽음, 엽석무 형제의 죽음,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녀가 성루에서 몸을 던져 스스로 그와의 인연을 끝내 버린 것까지.

그녀는 결코 그를 사랑하지 않을 것이다. 

오직 그를 죽이려 할 뿐.

그러므로 그녀가 "네가 나를 좋아하잖아!"라고 말했을 때, 

그는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그녀를 좋아한다고 인정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이 또 있을까...

 

 

작은 소소는 그가 부정하지도, 반박하지도 않자, 더욱 확신을 가진 듯했다.

그녀는 눈앞의 "이상한" 사람을 바라보며 하품을 하더니, 

작은 손으로 눈을 비비고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 채 잠들어 버렸다.

그녀의 고른 숨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을 때, 담태신은 그제야 서서히 정신을 차렸다.


소녀는 그의 품속에서 깊이 잠들어 있었다.

붉게 물들었던 하늘은 점점 어두워지고, 노래하던 새들은 사라졌다. 

 

주위를 둘러보니, 담태신의 눈에 비친 이곳은 여전히 기묘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어디에서든 하늘이 이렇게 빨리 어두워지는 법은 없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한 손으로 소녀를 안은 채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저 멀리 촛불이 밝혀진 작은 죽옥(竹屋.대나무집)을 발견했다.

죽옥의 주변에는 꽃들이 피어 있었고, 반딧불이 나풀거렸다. 

 

밤에만 피는 달맞이꽃까지 은은한 향기를 풍기고 있었다.
그 향은 마치 품속에서 전해지는 듯했다.

담태신은 작은 소소를 안고 죽옥 안으로 들어갔다.
이곳은 사방이 어두워져 있었고, 오직 이곳만이 불빛을 밝히고 있었다.

그는 이곳이 무엇인지 확인해야 했다.
죽옥 안에는 정교하고 아름다운 침상이 놓여 있었다.

그는 잠시 망설이다가, 곤히 잠든 소녀를 조심스럽게 침상 위에 내려놓았다.

주변이 고요해지자, 그는 갑자기 두어 번 기침을 하더니, 입가에서 붉은 피가 흘러나왔다.

담태신은 예민하게 시선을 들었다.


촛불이 만들어낸 그림자 속에서, 뱀처럼 길게 휘어진 형체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
담태신은 눈을 가늘게 뜨고, 손바닥에서 번개를 일으켜 그대로 내리쳤다.

그 그림자는 미세하게 떨리더니, 다시 어둠 속으로 몸을 감추었다.
그러나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담태신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당연히 잠들지 않았다.
그저 작은 소소를 지키며, 이 기이한 공간에서 날이 밝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마침내 첫 번째 햇살이 스며들던 순간——

그가 한순간도 눈을 떼지 않고 있던 소녀가, 갑자기 눈앞에서 사라졌다.
"려소소!"

그 순간, 죽옥도 함께 허무하게 사라져 버렸다.

담태신은 곧장 밖으로 뛰쳐나갔다. 

 

바깥 하늘은 잿빛으로 가라앉아 있었고, 

방금까지 그의 앞에서 분홍빛으로 아기처럼 부드러웠던 소녀는 어둠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그 자리를 대신한 것은 가시덤불 사이에서 천천히 일어서는 거대한 그림자였다.
그 그림자의 뒤쪽, 활짝 핀 연꽃 대좌 위에는 소녀가 깊이 잠든 채 누워 있었고, 점차 멀어지고 있었다.

수많은 망(魍)들이 그림자 속으로 흡수되더니, 마침내 하나의 검은 형체로 합쳐졌다. 

이마에는 마족의 뿔이 솟아 있고, 붉은 눈으로 담태신을 노려보며 공격해왔다.

담태신도 싸늘한 시선으로 그것을 응시했다.


"죽고 싶나?"

그의 영검은 산산이 부서졌다. 

소요종(逍遥宗) 사존이 준 물건은 애초에 망(魍)을 상대하기에는 너무 약했고, 이곳에서는 전혀 사용할 수조차 없었다.

하지만 사용할 수 있는 다른 무기들은…….

그것들은 짙은 원귀의 기운을 품고 있었고,

그 기운은 그의 순수한 영혼 뿌리를 더럽힐 터였다.

담태신은 자신의 피를 인도로 삼아,

보랏빛 용문이 새겨진 마궁(魔弩. 마의 화살)을 손에 소환했다.

마궁은 원한을 먹고 자라는 무기였다. 

그것이 그의 손에 쥐어지는 순간, 그의 검은 눈동자가 단숨에 요사스러운 붉은빛으로 변했다.

그는 알고 있었다.

이미 선도의 길을 택한 이상, 요마의 무기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그러나 그는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를 빼앗아 가려는 것이라면, 누구든 죽여버릴 것이다.

모두 다 죽어야 한다!


만약 이곳에 신계의 대능자라도 있었다면, 그들은 틀림없이 그의 손에 들린 무기에 경악했을 것이다.

그것은 상고(上古)의 전설 속에서조차 사람의 이성을 타락시키고, 

무차별 학살을 불러일으킨다는 '도신노(屠神弩)'이었기 때문이다.

도신노가 나타나는 순간, 하늘에서는 보랏빛 천뢰(天雷)가 떨어졌다. 

그것은 마치 하늘을 찢어버릴 듯한 기세로 울부짖으며 망요(魍妖)들을 향해 내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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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월신명(드라마) 34화-선계에 들어와 처음으로 도신노 쓰는 창구민(담태신) / 출처:티빙


천둥이 땅을 가르며 백 장(丈)에 이르는 거대한 균열을 만들었고, 망요들은 고통스럽게 비명을 지르며 땅으로 나뒹굴었다.

현의(玄衣) 청년은 물고기 무늬가 수놓인 신발로 쓰러진 망요를 짓밟았다.

붉게 빛나는 요안(妖眼)이 서늘하게 빛나며, 그는 천천히 입술을 핥았다.

"착하지, 이제 말해 봐.

그녀는 어디로 갔지?

칫, 말을 못 하는 건가?"

그는 귀찮다는 듯 어깨를 으쓱하며 희미하게 웃었다.
"뭐, 상관없어. 그냥 죽어버리면 그만이니까."

그의 손에 들린 도신노에서 보라빛 번개가 튀어 올랐다. 

그것은 아직 달아나지도 못한 수많은 망요들을 모조리 집어삼켰다.

귀를 찢을 듯한 환희와 광기의 웃음소리가 허공에 가득 찼다.

담태신은 두 팔을 벌렸다.

그의 심장 속에서 살육의 욕망이 활활 타올랐고, 그는 한순간에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여긴 어디지?"
연꽃 대좌 위에서 소소가 눈을 떴다.

그녀는 작은 손으로 꽃잎을 움켜쥐고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곳에는 아름다운 계곡이 펼쳐져 있었다.

계곡은 마치 영원한 봄인 듯, 온갖 화려한 꽃들이 만개해 있었다.

연꽃 대좌는 미친 듯이 그녀를 태우고 도망치고 있었다.

그때, 두려움에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서, 어서 나랑 같이 숨어! 저 끔찍한 녀석이 곧 따라잡을 거야! 

아이고, 주인의 망요들을 전부 죽여버리다니! 

대체 저녀석 정체가 뭐야?"

소소는 손을 뻗어 무언가를 잡았다.


그것은 섬세하고 아름다운 얼음빛 푸른색의 공후(箜篌) 였다.
공후는 순식간에 크기가 줄어들더니, 그녀의 작은 손바닥 위에 가만히 놓였다.

그러더니 신나게 떠들어댔다.
"와, 네가 나를 볼 수 있구나!"

작은 소소는 고개를 끄덕였다.

공후가 말했다. 

“여기는 천리화권(千里画卷. 그림속 세상), 나는 너를 여기로 숨겨줄 수밖에 없어. 

과거경(过去镜)은 상고(上古)의 풍경을 보존하고 있어서, 창원비경(苍元秘境) 안에서는 진짜와 구별하기 어려워. 

너는 방금 대요(大妖)가 태어나는 장면 속에 있었어. 

더 늦으면 망(魍)들에게 삼켜질 거야.”

“천리화권 (千里画卷)?”

소녀가 어렴풋이 이해한 듯한 표정을 짓자, 공후는 헛기침을 하며 아이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소개하지! 나는 육계(六界)와 시방(十方)에서 가장 강력한 마지막 완전한 신기(神器),

중우공후(重羽箜篌)가 낳은 기령(器灵)이야!”

“너 정말 대단하다, 기령.”

공후는 서둘러 정정했다. 

“기령이 아니야! 중우(重羽) 라고 불러야지!”

소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중우.”

공후는 그녀의 손바닥에서 한 바퀴 돌더니 말했다. 

“정확히는 중우영존(重羽灵尊) 이라고 불러야 해.”

“중우영존.”

작은 소소가 물었다. 

“그럼 넌 나를 어디로 데려가는 거야?”

그 말에 중우는 기쁜 듯이 말했다. 

“난 오랫동안 널 기다렸어! 어떤 사람이 계속 널 보고 싶어 했거든.”

“누구?”

중우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말했다. 

“창원비경의 주인이자, 나의 주인이야. 그는 널 아주 소중히 여겨, 절대 해치지 않을 거야. 

넌 방금 과거경에게 혼을 빼앗길 뻔했어. 지금 너의 혼백(魂魄)이 불안정한 상태야. 

천리화권은 네 보호를 위해 그가 남겨둔 거고, 지금 널 도와 혼을 키우고 있어. 

화권 속에서는 하루가 지나면 네가 한 살씩 자라. 금방 원래대로 성장해서 선법(仙法)과 기억을 되찾을 수 있을 거야.”

작은 소소는 그가 악의를 품지 않았다는 걸 알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연꽃 대좌는 작은 소소를 태우고, 한 사람과 한 악기는 화권 안을 날아갔다.

앞에 계곡이 보이자 중우는 신이 나서 외쳤다.

“다 왔다, 다 왔어! 그는 안에서 널 기다리고 있어!”

그러나 연꽃 대좌가 결계에 닿으려는 순간, 허공에서 한 청년이 갑자기 나타났다.

그는 고개를 약간 기울이며 연꽃 대좌 위에서 어리둥절해하는 중우와 작은 소소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찾았다.”

그는 손을 들어 도신노의 화살 끝을 중우에게 겨눴다.

중우는 겁에 질려 작은 소소의 품속으로 파고들며 울먹였다. 

“살려줘, 살려줘!”

소녀의 손바닥 안에서 방금 전의 위엄은 온데간데없이, 어린아이 같은 목소리로 울고 있었다.

작은 소소는 중우를 감싸 쥐며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넌 육계와 시방에서 가장 강한 신기라면서?”

중우는 억울한 듯 말했다. 

“누군가 사용해야 강해지는 거야! 주인이 강해야 나도 강해! 

게다가, 저 사람 손에는 도신노가 있잖아.”

그러고는 다시 작은 소소의 품속으로 몸을 더 파고들었다.

그들의 대화가 오가는 동안, 작은 소소는 고개를 들어 다가오는 이를 바라보았다.

검은옷의 남자는 허공에 떠 있었고, 날씬한 체구였다.

검은 옷자락은 바람에 휘날렸고,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가 떠올라 있었지만, 붉은 눈동자는 얼음처럼 차가웠다.

온몸에 마기(魔气)가 휘몰아쳤고, 손끝에서는 핏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소녀는 멍하니 그를 바라보다가 입을 삐죽이며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작은 소소는 지금 혼을 키우는 중이라 아무것도 모르지만, 타고난 영체(灵体)는 본능적으로 경고하고 있었다.

이전에는 자신을 좋아하는 것처럼 보였던 이 사람이, 지금은 뭔가… 아주 이상했다.

그녀는 그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그는 자신을 미워한다고 했었다.

미워하면… 혹시 자신을 죽일까?

담태신의 눈앞은 핏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는 자신을 막아선 수많은 망(魍)들을 죽이며 여기까지 왔다.


마기가 그의 속눈썹까지 스며들었고, 그의 눈은 감정 없이 차가웠다.

그가 손을 뻗자, 작은 소소는 다급한 마음에 그의 손목을 꽉 잡으며 어린아이 같은 목소리로 외쳤다.

“우릴 죽이지 마! 

내가 자라면 엄청 강해질 거야! 

그러면 널 보호해 줄게!”

중우는 소녀의 품속에서 절망했다.
이게 대체 무슨 약속이야?!


저 사람은 이미 마(魔)에 빠졌다고!
한 번 마에 빠지면, 더는 어떤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는 이미 마기의 도구로 전락한 상태였다.

게다가 저것은 도신노 …

도신노가 나타나는 순간, 모든 길은 막혀버린다.
그것을 손에 넣으면 무상의 힘을 얻지만, 동시에 피에 미친 살육의 광기가 영원히 따라붙는다.

도대체 도신궁 이 왜 저자의 손에 있는 거지?
그것은 상고 시대에 이미 명계(冥界)에서 소멸한 것이 아니었나?


중우는 이를 악물고, 당장이라도 전력을 다해 저 소년과 싸워 작은 소소를 지켜 도망치게 할 준비를 했다.

하지만 다음 순간, 검은 옷의 남자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보호한다고?”

소녀는 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응, 널 보호할 거야!”

“너… 날 속이진 않겠지?”

소녀는 고개를 저었다.

그의 표정이 잠시 흔들렸다. 

그의 눈 속에서 살육과 자기 파괴의 욕망이 희미하게 일렁이다가 결국 서서히 가라앉았다.

중우는 놀라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그의 손에서 도신노가 사라졌고, 붉은빛이 감돌던 눈동자가 다시 검은색으로 돌아왔다.

사방에 퍼져 있던 마기가 사라지자, 중우는 비로소 그의 본래 모습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그는 너무나도 아름다워 현실감이 없는 청년이었다.
과다출혈로 인해 창백한 피부를 가졌지만, 입술은 몹시 붉어 마치 요염한 색을 띠고 있었다.

중우와 작은 소소가 불안한 눈길로 그를 바라보는 가운데, 그는 조용히 몸을 굽혀 연꽃 대좌 위에서 소녀를 안아 올렸다.

중우는 정신을 차리고 서둘러 외쳤다.
“잠깐! 안 돼! 그녀를 산속으로 데려가야 해!”

소년은 차가운 시선으로 중우를 내려다보았다.

중우는 움츠러든 채 약하게 말했다.
“거, 거기로 가야만 천리화권과 창원비경(苍元秘境)을 벗어날 수 있어. 거짓말이 아니야. 

그건 비경의 주인 의 마지막 집착이야. 

그분은… 아주 오랫동안 기다려왔어.”

“창원비경에 주인이 있다고?” 담태신이 물었다.

“당연하지.”

담태신은 생각에 잠겼다.
비경을 가질 수 있는 자라면 오직 상고(上古)의 대능(大能)뿐일 터였다.

그런 존재가 품고 있던 집착이 고작 작은 소소를 한 번 보는 것 이라니.

작은 소소와 그 자는 대체 어떤 관계였던 걸까?

중우는 자신의 설명이 끝나자 담태신을 기대어 바라보았다.

그가 작은 소소를 품에 안고 계곡 안으로 들어가 주기를 바랐지만, 담태신은 냉정하게 등을 돌려 걸어가기 시작했다.
산을 등지고 점점 멀어지자, 그는 눈앞의 천리화권 을 직접 찢어버릴 생각이었다.

중우는 당황한 나머지 강한 음파를 내보내 그의 발걸음을 막으려 했다.

“그녀의 아버지가 그녀를 보고 싶어 해!”

그 말이 떨어지자, 작은 소소는 호기심이 동한 듯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내 아버지?”

중우는 지금의 작은 소소가 혼을 기르는 상태 이므로, 앞으로 이 기억이 남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았다.
원래 비경의 주인이 남긴 의도도 그녀가 아무 부담 없이 살아가기를 바라는 것이었다.

중우는 힘없이 말했다.
“그녀의 아버지이자 내 주인, 창원비경의 주인이었어.”

“신마대전(神魔大战) 이후, 그는 도소(道消)하며 죽었고, 지금으로부터 거의 만 년이 지났지. 

주인은 망(魍)들의 주인이자, 상고 시대의 요왕(妖王)이었어.

그는 마신(魔神)의 명령 을 받아들여 어쩔 수 없이 초황 신녀(初凰神女) 를 상하게 했어. 

하지만 나중에서야 알았지.
그녀는 이미 그의 아이를 임신하고 있었다는 걸.

그 한 번의 공격으로 인해, 작은 소소는 태어나자마자 숨이 끊어진 채였어.”

“초황 신녀는 절망했고, 그를 극도로 미워했어. 

그녀는 자신의 감정을 끊어내고, 구천구옥(九天勾玉) 을 매개체로 삼아
시공의 힘을 빌려, 육계(六界)에서 딸의 혼을 다시 응집했어.

내가 틀리지 않았다면, 백 년 전이 되어서야 작은 소소가 이 세상에 태어날 수 있었을 거야.”

중우의 목소리는 애통했다.
“주인은 마지막 순간, 자신의 호심린(护心鳞) 을 뽑아 그녀와 작은 소소를 보호하고자 했어.
그는 자신의 감정의 실 을 뽑아 초황 신녀에게 주었어.

오직 한 가지 미련이 남았지.
그것은 바로 작은 소소가 자라는 모습을 보지 못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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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월신명(드라마) 15화-신마전쟁에서 죽는 초황 / 출처:티빙


담태신은 무표정하게 이 이야기를 들었다.

감정의 실, 호심린…
이 모든 것이, 500년 전 엽빙상의 손에 있던 것들과 완벽히 일치했다.

결국, 그건 상고 시대 망의 주인이 가졌던 호심린이었다.

하지만 그 요왕(妖王)은 몰랐겠지.
그가 남긴 호심린은 초황 신녀와 딸에게 가지 못하고, 세속에 흘러들었다는 사실을.

이제 와서 그 모든 걸 따져봐야…
아무 의미도 없었다.

중우는 담태신이 아무런 감흥 없이 작은 소소를 데리고 떠날까 두려웠다.

그는 서둘러 말했다.
“내 주인은 나쁜 사람이 아니야! 그는 초황을 사랑했고, 친딸을 해칠 의도도 없었어. 

이후 오랜 세월 동안 그는 수많은 천재지보(天材地宝)를 찾아 헤매며 딸을 깨우고자 했지.

그는 직접 중우공후(重羽箜篌) 를 주조하여 훗날 딸을 보호하려 했어.
하지만 신마대전이 갑작스럽게 벌어지는 바람에, 

그가 준비한 모든 것을 딸에게 전해주지도 못한 채 끝나버렸어.”

그의 육신과 혼백이 소멸된 뒤, 단 하나의 집착만이 남아 창원비경에 머물렀다.
그것은 단 한 번이라도 딸을 바라보는 것.

중우 또한 그 이유 때문에 천리화권(千里画卷)을 열었고,

작은 소소가 그림 속에서 하루에 한 살씩 자랄 수 있도록 했다.
그것이 주인의 유일한 바람을 이루어주는 길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담태신은 여전히 아무런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비록 '감정의 실'은 얻었지만, 그는 태어나서 단 한 번도 가족의 따뜻한 보살핌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아버지’라는 존재가 한 사람에게 어떤 의미인지 끝끝내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작은 소소를 안고 떠났다.

그러자 품 안에 있던 소녀가 그의 옷깃을 붙잡았다.
“나 아버지 보러 갈래!”

그녀는 주저 없이 앞으로 뛰쳐나가 중우공후로 달려들었다.

담태신은 팔에 힘을 주어 단단히 그녀를 끌어안았다.
소녀의 눈가가 붉게 물들었다.

비록 중우가 이야기한 사연을 전부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피는 속일 수 없었다.
이해하지 못해도, 그녀는 본능적으로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 고 느꼈다.

담태신은 그녀의 순진하면서도 완고한 눈빛을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데려다줄게.”

중우는 기뻐하며 하늘로 날아올라 길을 안내했다.
그것이 바로 자신이 창원비경을 지켜온 이유였다.

오늘 이후, 드디어 이곳을 떠날 수 있었다.
오랜 세월 동안 중우는 누구와도 말을 나누지 못했다.

드디어 자신이 기다려온 사람을 만난 지금, 그는 말이 많아졌다.

중우는 작은 소소를 안고 있는 청년을 한 번 흘깃 쳐다보았다.
아까 그 장면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는 담태신의 위험성을 직감하고, 결국 참지 못하고 물었다.
“너한테 도신노가 왜 있는 거야?”

도신노는 분명 명계(冥界) 에 떨어졌을 터였다.
게다가 그처럼 오만하고 강대한 마기(魔器) 가 어떻게 한 수행자(修真者) 의 뼛속에 녹아들 수 있었단 말인가?

중우는 다시금 자세히 살펴보았다.


하지만 소년의 몸 어디에서도 마기의 기운 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는 분명 순수한 수행자 였다.


그러나 그런 그가 도신노를 부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마기를 스스로 거두어들일 수도 있었다.

이것이 얼마나 두려운 재능인가!

만약 이 사실이 외부에 알려진다면, 선(仙)도 마(魔)도 결코 그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마계(魔界)는 그를 마군(魔君)으로 삼고 싶어 할 것이고, 선계(仙界)는 그를 제거하려 들 것이다.



중우는 만 년 동안 비경에 갇혀 세상에서 잊혀진 마지막 신기(神器) 였다.

그는 상고 요왕(上古妖王)이 심혈을 기울여 재료를 찾아다니고, 직접 연기(炼器) 대가에게 부탁하여 만든 것 이었다.

물론 본디 상고의 자연적 신기 에 비할 바는 아니었고, 태생적으로 요괴나 마족을 배척하는 성질 도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중우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자신의 주인조차 신기를 제대로 사용할 수 없었는데,
겨우 금단기(金丹期) 에 불과한 수행자가 마기를 다룰 수 있다니.

그는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담태신이 고개를 숙였다.
그의 품 안에서 소녀가 눈을 깜빡이지 않고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무척 예리했다.
그리고 중우와 똑같은 의문을 품었다.

하지만 그녀의 방식은 더 솔직하고 직설적이었다.
“너 나쁜 사람이야?”

그는 그녀의 이마에 찍힌 주사(朱砂)를 응시하며 대답했다.
“모르겠어.”

 


그건 나에게 달린 것이 아니라, 너에게 달려 있어.

네가 창원비경을 떠난 뒤, ‘나쁜 사람’ 을 떠나겠느냐,

‘좋은 사람’ 을… 사랑하겠느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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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구글, 티빙, YOUK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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